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47)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47화(47/373)
우리가 한발 물러났으니 너도 물러나라.
나는 그런 의미로 시선을 던졌지만.
[훌라 파티나―파티나의 족장]대표 Traits : [약초학(A)] [각력(B+)]
히든 Traits : [의심(F)] [문양 주술(D)]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증거는 있나? 그리고 우릴 농락하려고 혓바닥을 놀릴지도 모르지. 일단 널 꿇려 놓고 생각하도록 하지.”
내 그럴 줄 알았다. 원래 있던 트레잇인지 아니면 요즘 사냥꾼에게 시달려 생긴 트레잇인 줄은 모르겠지만.
저 의심병 환자 진짜.
“굳이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겠다면야.”
난 닫았던 코덱스를 열며 다른 손으로는 속성석을 꺼내 조합을 시도했다,
“일단, 죽이지는 말고.”
“그러지.”
“알겠어요……!”
내 말에 자존심이 상한 듯 산양족 훌라가 쇠뇌를 쏘며 소리쳤다,
“인간들은 일단 한 군데라도 박살 내버려!”
우리에게로 쏘아진 쇠뇌를 팔 쪽에 암실드처럼 달아준 파츠 실드로 쳐낸 케인이 검집 채로 검을 들고 달려든 수인족의 늑골을 찍어 올린다.
죽, 죽이지 말라고…….
“끄어어억…….”
다행히 갈비뼈만 나간 듯 몸통을 잡고 구르는 그의 옆을 루나가 스쳐 뛰어갔다.
내 눈으로 따라가기 힘든 각도로 수인족의 머리와 허리를 차곤 반동으로 다른 각도에서 덮치는 이의 배를 몸 비틀어 걷어찬다.
“물의 궤적을.”
관통력이 높은 윈드 애로우 대신 넉백 속성이 강한 아쿠아 애로우에 뇌 속성석을 섞으니 루나와 케인에게 달려드는 수인족 몇몇이 뒤로 밀려나며 순간적인 마비로 멈칫거린다.
탕― 타탕―
“더 쏴! 스크롤이 얼마나 비싼데. 금방 바닥날 테니까!”
하나가 사라지면 다시 하나를.
그 또한 사라지면 이번엔 두 개를.
케인과 루나의 몸 근처에 파츠 실드를 달아줌과 동시에 나는 그 말에 입꼬리를 올리며 아쿠아 애로우가 적힌 코덱스의 페이지를 여섯 장 동시에 찢었다.
“도대체 얼마나 쓰는 거야!”
“고작 이 정도로?”
여섯 발의 아쿠아 애로우 전부를 에임 맞춰 날리곤 수인족의 몸에 꽂힐 때마다 몸을 밀고 터지며 뇌 속성석 덕에 마비 효과까지 근처에 뿌리니.
우리가 세 명이고 저쪽이 배는 많아도 전부 케인의 검집과 루나의 발에 맞아 몸이 꺾였다.
“제로는 전투에서 완전히 이탈한 수인족들을 줄로 묶어놔.”
“네!”
우리 파티에 위협이 되는 건 어중간한 무력의 다수가 아닌 확실한 한 명의 강자.
그런 자가 아닌 이상 약간의 차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날카로운 쇠뇌와 손톱. 송곳니와 무기는 최소 한 번의 치명상을 내가 막을 수 있고 루나와 케인도 몸놀림이 좋아 쉬이 맞지도 않는다.
게다가 포션까지 미리 넉넉하게 챙긴 이상.
‘돈 치트가 이래서 적폐라니까.’
케인의 검집에 얻어맞아 한쪽 눈이 부어 거리 조절도 안 되는 상태에서 루나에게 짓밟혀 부러진 발등으로 끝까지 훌라의 앞을 막는 표범족을 내가 매직 미사일로 더 멀리 밀어버렸다.
그러자 거리를 재던 루나가 강한 각력으로 땅을 박차 훌라와 거리를 좁히니 쇠뇌로 한번 루나의 최단 동선을 지운 훌라가 마찬가지로 발굽으로 흙을 차올려 시야를 가리고 뒤로 빠진다.
‘응, 하지만 나도 있죠.’
케인도 있고.
훌라가 빠지는 뒤쪽으로 케인이 돌아가 등을 차려 하니 몸 돌려 팔로 막아 충격을 감쇄한 후 반격하려는 훌라의 발굽 아래로 내가 그리스를 깔아 무너뜨리자 루나가 올라타 제압했다.
“이, 이것 놓아라! 역시 인간과 손을 잡은 건가! 종족의 배신자!”
“그런 건 아니구요. 입 닫으세요.”
“대화로 풀자고 했더니 거절한 게 누군데. 그리고 우리가 나쁜 마음 먹었으면 진작에 너희는 다 죽었어.”
“이놈들… 이곳에 우리 부족의 대전사가 없어서 너희가……!”
나는 코웃음을 치며 이를 가는 훌라를 내려봤다.
“없어서 뭐. 3명에게 밀린 주제에 말이 많네.”
“인간! 네가 비겁하게 스크롤을……!”
“돈도 무기지. 안 그래? 지금 식량으로 너희가 절절매는 게 그 증거지.”
정확하게는 난 돈 외의 무기가 없다.
일단 흥분해 뇌가 굳은 것처럼 보이는 훌라를 묶어 낸 뒤, 제로가 이미 널브러진 다른 수인족도 데려와 묶은 것을 확인한 후 상처가 심한 이들에겐 포션을 한 모금씩 나눴다.
뭐 사실 아예 척질 것도 아니고… 저들에게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들을 내가 꿀꺽할 예정이다 보니.
너무 미움받으면 곤란하지.
“자, 그럼 다시 대화부터 시작할까?”
내가 아공간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빼내니 제로가 움찔한다.
슬쩍 고개도 돌리는 것이… 부유감 덕에 양심이 많이 찔리진 않았다.
“…미친 인간.”
내가 아공간에서 의자와 테이블에 물까지 꺼낸 후 루나와 케인, 제로 먹으라고 과일도 빼내니 훌라가 질린 얼굴을 한다.
“아공간 아티팩트 하나만 팔아도 우리 부족의 5년 치 식량을 구할 수 있을 지도……”
“종자로 사모으면 자급자족도 되겠네……”
뒤에서 웅성거리는 건 일단 못 들은 척하고.
나는 요즈음 다시 자주 짓는 흑막용 미소를 얼굴에 띠며 입을 열었다.
“진정했어? 그럼 팔 정도는 풀어주고.”
“했…다.”
“못 믿겠는데.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증거는 있나? 그리고 우릴 농락하려고 혓바닥을 놀릴지도 모르지. 일단 널 꿇려 놓고 생각… 아, 이미 반은 꿇려 있지?”
묶여서 아무것도 못 하고 말이야.
들은 말 그대로 돌려주니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그러기에 심보 곱게 썼어야지, 어? 진짜 나중에 연대 맺을 거 아니었으면 인성질 더 하는 건데, 내가 진짜 큰 그림 그린다고 봐주는 거야.
내가 손짓하자 제로가 막 들어온 이등병처럼 행동은 빠릿하지만 손은 서툴러 엉거주춤 훌라의 손만 풀었다.
“그럼 정리해 볼까. 우리 쪽에서 너희 다 죽인 뒤 챠비드를 빠져나가면 너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건 알지?”
“…그래.”
“우리가 약해서 계속 대화로 풀려고 한 게 아니었음을 알았으면 사과를 듣고 싶은데. 솔직히 원인 제공은 그쪽이잖아?”
내 말에 훌라가 이를 벅벅 갈아댔다.
저러다 하나 나가면 어쩌려고 그러나.
“후우. 으아아아! 젠장.”
훌라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성을 지른 뒤에야 조금 후련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래. 내가 실수했다. 요즘 사냥꾼에게 너무 시달려서 같은 인간인 널 보니 편협하게 굴게 되더군. 사과한다.”
그래도 챠비드의 으뜸 부족을 이끄는 부족장이다 보니 아주 썩어빠진 정신머리는 아닌가 보네.
[훌라 파티나―파티나의 족장]대표 Traits : [약초학(A)] [각력(B+)]
히든 Traits : [의심(F-)] [문양 주술(D)]
의심 트레잇에도 마이너스가 붙은 걸 보니 아주 빈말도 아닌 것 같고.
나는 과일 하나 던져주자 신나서 뒤로 빠지는 제로를 곁눈으로 한번 본 뒤 턱을 괴었다.
“…그럼 다시 말해 보지. 그 말 진실인가. 그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
“뭐 백의 확률도 맞다고는 나도 말하긴 어렵지만… 십중팔구는 맞을 거야.”
“그들이 누군가.”
나는 턱을 괸 손이 아닌 다른 손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며 웃었다.
“내 제안을 아까 거절했으니 고이 말해 줄 이유 나에게 없는 것 같은데.”
“그건……! 그래, 맞다. 너로서 달갑지는 않겠지. 솔직히 우리 전부를 죽이지 않고 제압한 데다 으뜸 부족의 족장인 날 붙잡고 몸값 운운을 하지 않아 믿는 거지. 아니었다면 여전히 널 우리는 믿지 않았을 테니까.”
훌라가 목이 마른 듯 앞의 물병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곤 한숨을 쉬었다.
“지금도 아주 의심을 푼 것은 아니다. 실제로 사냥꾼 중엔 몇 년을 공들여 거래한 후… 납치한 이들도 있으니까.”
그 의심, 쉽게 풀 방법이 있지만 외지인 앞에서 저들이 먼저 말할 리도 없고.
난 태연한 어조로 훌라에게 말을 던졌다.
“너희 쪽에 예언자 있잖아.”
“어? 무? 머?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예언자가, 그게 뭐지?”
아니지. ‘예언자라니 터무니없는 말을 하네.’ 이 정도로 부정해야지.
나는 눈에 띄게 삐걱거리는 훌라와 갑자기 묶여 있던 몸을 바닥에 깔며 죽은 척에 들어가는 다른 수인족을 보며 소리 내어 웃었다.
“지금 한 열다섯인가?”
케인과 두세 살 정도 차이 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 말에 갑자기 육지 수인이 아닌 수중 수인이라도 된 듯 입을 뻐끔거리는 훌라를 보며 물을 마셨다.
“정보가… 샐 리가… 아니 그전에, 아니, 아니다. 난 모른다.”
“가서 알아봐. 아마 예언이 터질 확률이 높을 거야.”
아직 어려 자기가 원하는 때 원하는 내용을 예언할 수 없어 사냥꾼들에게 당하고만 있지만, 수인족의 예언자가 조금 더 커서 성인식을 치른 다음엔 함께 태어난 미래의 수인왕을 예언하게 될 것이다.
그럼 챠비드는 지금 같은 부족 중심이 아닌 왕을 중심으로 뭉치고 그 힘은 홍수처럼 불어나다 인간에게로 댐이 터지게 된다.
‘그전에 이득 볼 거 보고 밑밥 깔아둬야지.’
나는 나를 귀신 보는 것처럼 시선을 두는 훌라를 보다 제로를 시켜 발목까지 풀어 준 뒤 테이블과 의자를 넣었다.
“물론 우리도 안전장치는 있어야지. 넌 잠시 우리와 동행해야겠어.”
케인은 주인공이다. 원작에서도 케인이 챠비드에 왔을 때 예언자가 예언한 적이 있으니 그걸 믿는 거지만.
‘아직 성인식 전이라 케인이 구원자라는 예언이 안 나왔을 경우 곤란해지지.’
그러니 안전하게 훌라를 방패 삼아 들고 가는 수밖에.
내 동행제안에 훌라가 깜짝 놀라더니 손사래를 쳤다.
“무슨! 난 부족장이다. 내가 자리를 오래 비우는 것 자체가 일이 커지는 짓이야.”
“참고로 나는, 들고 다니는 것들을 보면 알겠지만 돈이 많은 귀족이야. 이대로 물러가 나라를 업고 항의하면 일이 같이 가는 것보다 클까 작을까?”
“같이 가자…….”
어지간한 재력으론 아공간 아티팩트도 구하기 힘든 판에 마법 스크롤을 펑펑 쓰니.
훌라가 떨떠름한 얼굴로 승낙한 뒤 다른 수인족을 풀어달라 요청함에 풀어 준 뒤 대화할 시간을 내줬다.
“음. 그럼 저 난폭한 분과 같이 가야 합니까?”
“거추장스럽군.”
“으으… 으뜸 부족의 부족장이라니… 부모님두 부담스러우실 텐데.”
너무 나 혼자 다 정했나 싶어 은근슬쩍 물어보니 반응이 별론데.
내가 또 독단적인 사람은 아니지.
나는 세 명의 말을 수용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냥 우리끼리 가자. 그대로 나중에 후환을 남겨두면 찜찜하니 다 죽일까?”
“생각해 보니 같이 가도 될 것 같습니다.”
“…….”
“부모님두… 으뜸 부족의 부족장이랑 안면이 생기면 좋을 거 같아요…….”
“역시 그렇지?”
뭔가 눈빛이 흉흉하지만 모른 척 으쓱였다.
친하게 지내둬 친하게.
언제 우리 손 잡을지 모른다. 어?
* * *
다그닥 다그닥 하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타답 타그답 하는 거대 양 메이의 발소리가 합쳐졌다.
사막과 초원이 섞인 챠비드에서 사는 메이의 경우, 일반적인 발굽이 아닌 낙타와 비슷하게 넓은 발굽이라 나는 소리.
그 덕에 흔들림이 적은 메이의 등에서 훌라가 이를 갈았다.
‘저 오만하고 얄미운 인간!’
물론 자신이 실수한 건 맞지만, 사람이 다 그렇듯 자신이 잘못한 일이라도 감정적으로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하는 게 너무 얄밉다.
웃으며 옷 빼곤 다 압수하지 않나, 부족장인 그녀를 누가 봐도 인질로 보이게 데려가면서 말로는 번드르르하게 길잡이로 고용한다고 하지 않나.
‘하지만 강해…….’
저 웃음으로 때우는 얼굴만 보면 전혀 강하지 않은 건방진 인간이 이들의 리더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가장 강한 것만 따지면 검은 머리의 잘생긴 인간이겠지만…….
‘뭔가 말문을 막히게 해.’
사람을 쥐락펴락, 자신의 의도대로 휘어잡아 굴리는 것이…….
“그나저나… 예언자에 대해 어찌 알았지?”
“알고 싶어? 알고 싶으면 뭔가를 내놔야지, 너도.”
지금도 예언자에 대한 일은 극비라 으뜸 부족에서도 아는 이들은 손에 꼽힌다.
그러니 괜히 오해살까 봐 무슨 내용인지 모르면서도 죽은 척한 자신의 부족원들도 있는 것이고.
그런데 저 인간은 어찌 예언자에 대해 알았는가.
“…무슨 정보를 원하나.”
봐라. 결국은 이쪽이 굽히고 들어가게 만드는 것을.
정말 부족 내에 배신자가 있어 혹 정보를 흘린 거라면…….
훌라가 미묘한 긴장감에 침을 한번 삼키고 아델리안을 바라보자 그가 가볍게 입을 열었다.
“난 예지안이거든.”
“뭐?”
태연하게 터진 그 폭탄에 훌라의 입이 다시 조개처럼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