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50)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50화(50/373)
“루나의 손님이라니… 그것도 남자가 셋…….”
“크흣, 많이 먹으라고들. 자자 술도 한잔 받고.”
뭔가 살짝 슬퍼 보이는 루나의 아버님과 기분이 좋아 보이는 어머니.
“하하… 감사합니다.”
나는 양젖을 발효시켜 만든 덕에 살짝 시큼한 냄새가 나는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정말 뇌를 찌르는 것 같은 새콤함과 약간의 단맛. 그리고 일반적인 술과 달리 요거트 같이 걸쭉한 덕에 먹고 나면 배가 부를 것 같은 술을 마시곤 통째로 빙글빙글 불 위에서 돌아가는 새끼 양 통구이를 바라보았다.
“호쾌한 방식인데, 뿌리는 이 큼지막한 소금은 암염인가요? 같이 뿌리는 허브는 누린내 제거용 같은데, 처음 맡아 보는 향입니다.”
“자네는… 요리에 관심 있나? 이 허브는 대륙에서는 잘 안 쓰이지. 챠비드에서 자생하는 허브인데…….”
뭔가 슬퍼 보이던 루나의 아버지는 제로가 상대 중이고 루나의 어머니는 나와 케인을 번갈아 보며 묘하게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훌라는 으뜸 부족의 부족장이라고 소개하면 부담스러우실까 봐 길잡이라고 말했더니 호쾌하게 등을 두드리며 고기를 찢어주고 계시고.
‘재미있네.’
차분하고 상냥해 보이는 토끼족 아버지와 호탕하고 강인해 보이는 표범족 어머니라.
이게… 유전자가 어찌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긴 도플갱어도 있는 마당에 토끼와 표범 사이에서 자손이 나올 수 있지. 암.
“술도 한 잔씩 돌았고. 만난 기쁨에 소개가 대충 넘어가 버려서 다시 제대로 하지. 나는 루나의 어미인 레피나 라고 해.”
표범족 레피나가 검은 손톱이 길게 난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굳게 잡고 흔들었다.
“루나의 친구인 아델리안이라고 합니다.”
“아, 그 망나니라고 소문난?”
내 손을 흔들다 말고 레피나가 장난스럽게 씩 웃으며 나를 훑어봄에 앉아 있던 루나가 화들짝 놀랬다.
“아, 아니거든요. 도련님은 좋은 분이라구요.”
“그리 보이네. 소문은 역시 소문일 뿐이구만?”
나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마저 하하 웃었다.
“이쪽은 내 남편이자 루나의 아버지인 얄드. 첫째가 루나고 둘째는 샬롬. 저 두 쌍둥이는 제피와 케피. 하나 더 있는데, 걔는 외지인을 싫어해서…….”
몸이 호리호리하고 마른 토끼족 여자아이가 샬롬, 그리고 쌍둥이 형제가 제피와 케피.
독특한 건 샬롬과 루나는 귀 정도만 빼면 인간과 흡사한 외형인데 제피와 케피는 거의 걸어 다니는 토끼와 비슷한 외모다.
같은 남매라도 외형이 꽤 차이가 나네.
“저는 아델리안, 루나의 친구며 이쪽은 루나의 후배인 케인과 제로입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래도 어른 앞이라고 착하게 인사하는 케인과 불 위에서 지글지글 기름이 떨어지며 익는 양구이를 구경하다 말고 서글서글하게 웃는 제로.
나는 간단하게 그들과 인사한 뒤 미리 챙겨온 식료품 몇 가지와 생필품 그리고 옷이나 각종 도구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루나의 집에 오는 건데 빈손으로 올 수는 없어서 약간의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남의 집에 가는데 빈손으로 가면 쓰나. 그리고 루나의 월급 대부분은 자신의 집에 붙이는 걸 알고 있었으니.
루나가 조금 당황한 듯하다가 고맙다는 듯 눈짓함에 으쓱 웃었다.
그리고는 먹고 마시는 시간.
불 위에서 지글지글 기름이 떨어지는 양고기는 겉은 장작의 연기로 살짝 훈연향이 입혀진 가운데, 소금을 뿌리고 겉에 씨앗 오일을 발라 직화로 구운 탓에 그 껍질이 질긴 느낌 없이 바삭하고, 칼로 숭덩 잘라준 안은 촉촉하다.
양고기 특유의 노린내도 겉에 묻혀 구운 허브와 훈연 덕에 노린내라기보단 육향으로 느껴져 입맛을 돋웠다.
“아, 이거 맛있군요.”
한입 베어 무니 살짝 지방기가 감도는 육즙이 퍼지는데 몇 번 씹지 않아도 입 안 가득 육즙이 차서 목 뒤로 넘어간다.
곁들임으로 나온 거친 샐러드는 씹으면 처음엔 풋내와 쓴맛이 감돌지만 이윽고 묘한 고소함이 올라오는 게, 지방이 주는 약간의 느끼함과 양고기의 잡맛을 지워줄 뿐만 아니라 식욕을 돋웠고, 고기를 다시 뜯으니 첫 입처럼 감칠맛이 돌았다.
나는 레피나가 잘라준 앞다리를 쥐고 와일드하게 뜯어 먹으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케인이야 뭐든 잘 먹지만 제로도 입맛에 맞는지 한참 먹다 배가 불러 먹기 힘드니 슬쩍 눈치 보다가 도플갱어의 능력으로 흡수한 듯 배가 꺼지는 게 보일 정도.
시큼털털한 양젖주로 마무리 입가심을 하는데 루나가 손등으로 입을 훔치더니 레피나를 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삼촌들은요?”
레피나가 남은 뼈를 불에 바싹 태우듯 굽다 말고 루나의 질문에 난처하게 허허 웃었다.
“그게… 순찰 갔다.”
“순찰이라니, 이 근처에 뭐가 있다구요.”
“그게…….”
미묘한 기류. 그것에 훌라가 배를 두드리며 양젖주를 마시다 말고 설마 하는 어조로 물었다.
“사냥꾼인가?”
“사냥꾼은 아니고… 메이 걸음으로 사흘 거리에 해가 떠도 사라지지 않는 안개가 생겼다.”
안개?
레피나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케인을 바라보았다.
사실 챠비드로 온 이유 중에 난쟁이의 굴이라고 불린 이벤트 던전을 찾으러 온 건 맞는데. 이게 이렇게 쉽게 나오나?
챠비드의 크기를 생각해 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 한두 달은 고생할 생각으로 왔는데.
그때 도플갱어의 층에 떨어진 것도 그렇고, 실험체의 던전도 그렇고.
뭔가 케인이 주인공이라서 그런가, 일이 묘하게 잘 풀리는 기분이 드는데.
내가 약간의 오싹함과 기대감에 입가를 만지는데 훌라가 곰곰이 생각하다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
“그거 설마, 홀딱 벗고 나오는 유적 아닌가.”
훌라가 찡그리며 하는 말에 급하게 샬롬이 제피와 케피의 귀를 가리는데, 귀는 두 쌍이고 손은 한 쌍이다 보니 제피의 오른쪽 귀와 케피의 왼쪽 귀만 가려진다.
저거 의미가 있나?
“그, 모든 걸 털리고 나온다는 그 유적이 맞는 거 같긴 해.”
“그게 뭡니까. 다 털리는 유적이라니. 아델리안 님, 향신료 통 좀… 허브 약간 덜어가도 되겠습니까?”
제로가 궁금한 듯 물으며 내 쪽으로 손을 뻗음에 나 또한 아공간에서 향신료 통을 꺼내 주며 입을 열었다.
“위험한 곳입니까?”
“그게… 도련님. 제가 알기루 안갯속으로 들어가면 절대로 그냥은 밖으로 빠져나올 수가 없고. 거기서 마주치는 노인과 내기를 해야 한대요.”
루나가 제로와 같이 향신료를 담다 말고 운을 띄우자 레피나가 한숨 쉬며 입을 열었다.
“뭐 다른 말론 도박 중독 유적이라고 하는데. 그곳에 들어가면 다들 한 번 더 한 번 더 하다가 심하면 자신의 기억을 밑천 삼아 유적의 주인과 도박하다가 옷 하나 못 건지고 나오기가 일쑤라더군.”
“그렇지만 종종 몬스터를 쫓는 나팔이나 써도 써도 줄지 않는 부싯깃이라든지, 날을 갈지 않아도 늘 새것 같은 도끼 같은 것들을 얻어서 나오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레피나의 말을 훌라가 다시 받아 말함에 나는 느리게 입꼬리를 올렸다.
“이번은 거기인가.”
“…또 테이블이랑 의자 빼실 겁니까?”
내 얼굴을 보더니 케인과 제로가 한마디씩 한다.
무슨 소리야, 억울하네. 날 뭐로 보고. 난 선량한 사람이야 왜 이래. 그 눈빛 뭐야, 어?
“궁금하긴 하군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런 곳은 위험하다네.”
“맞아, 영문은 모르겠지만 기억을 내기에 걸어 백치가 된 이도 있다니까?”
내 말에 훌라와 레피나가 말리기 시작했지만 루나마저 내 얼굴을 보더니 한숨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내일 출발해야겠네요…….”
이미 내 성격을 잘 아는 루나는 벌써 포기한 듯 고개를 저었고 나는 그냥 하하 웃었다.
* * *
그래도 내가 냉혈한도 아니고, 오랜만에 가족과 만났는데 딱 하루만 자고 갈 리가.
내일 당장 갈 채비를 하려던 루나를 만류하곤 부모님이 계신 천막에 재우러 보내고 우리는 내가 펴낸 마법 천막으로 들어왔다.
“네 부족원들이 우릴 뒤따르고 있을 테니 내일 정도면 이곳에 오려나?”
내 질문에 훌라가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하더니 끄덕인다.
“아마 그럴 것이다. 예언자에게 가서 널 물어본 뒤 오고 있겠지. 아마 이번엔 우리 부족의 대전사와 함께.”
한판 붙기 싫으면 자신에게 잘하라며 장난스럽게 훌라가 말하는데… 케인의 눈을 보니 잘해 줘서라도 한판 붙어야 할 거 같다.
“여기 신전 없다, 케인.”
대전사면 당연하게 오러 같은 걸 쓸 테고 오러 유저인 둘이 날뛰면 이 근처는 엉망이 될 터.
거기에 누가 다치던 경상은 아닐 텐데 케인이 적당한 겨루기로 끝낼 생각은 아닌 거 같고.
나는 일단 말리곤 약간 고민하다가 훌라에게 용건을 꺼냈다.
“처음엔 루나의 부모님에게 부탁하려 했지만… 어느 정도 힘 있는 부족이 낫겠지. 훌라, 너 나랑 거래 하나 하자.”
“무, 뭐? 어떤 거래 말이냐.”
뭘 생각하기에 저리 경계하며 벽으로 붙냐.
“챠비드에 부족한 식량. 내가 조금 나눠주지. 많지는 않아도 소규모 부족 몇십 곳은 도울 수 있을 거야.”
내가 식량을 입에 올리자 벽에 붙어 경계하던 훌라는 약간 솔깃하는 듯 입을 열었다.
“…거래라 하면 나도 줘야 하는 게 있단 거겠지?”
후반으로 갈수록 챠비드는 초원과 사막의 국가가 아닌 그냥 사막이 된다.
메이들도 먹지 않고 두는 억센 식물마저 다 뽑아 삼키고 그나마 고운 흙을 개어 구워 먹었다던가.
이유야 몇 가지 있지만 실험으로 인한 사막의 가속화는 지금 우리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거 같고.
악신교단이 인간족과 수인족의 불화를 틔우기 위해 노예사냥꾼을 함과 동시에 챠비드에 오는 다른 상단은 종속 목걸이를 씌운 수인족으로 습격하는 문제는.
‘내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단 말이지.’
훌라에겐 자신의 동족이 그리 이용되는 것을 말해 줄 수 없어 꺼내지 않았지만 수인족을 궁지로 모는 만큼, 악신교단은 인간 쪽에도 수인족을 이용해 분탕질을 치고 있다.
“당연히 훌라 네가 해줘야 할 게 있지. 언제까지 챠비드를 이대로 둘 생각이야?”
“그게 무슨 소리냐?”
“챠비드가 이렇게 궁지에 몰리는 까닭이 무어냐. 결국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라서가 첫 번째. 제각기 각자도생하는 게 두 번째.”
난 손가락을 하나씩 펴며 입을 열었다.
“세 번째는 배우지 않아서다.”
챠비드엔 제대로 된 학교도 없고 대부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 방식의 지식이나 그 부족만 아는 지식도 허다하다.
‘게임에서 나오는 NPC나 적만 봐도 특능이 제각각이었으니.’
비슷해 보이는 능력이라도 이름이 다른 데다 꼭 설명에 부족의 고유 스킬 어쩌고가 붙었단 말이지.
“그러니 내가 어느 정도 식량을 지원해 줄 테니 급한 곳은 그 식량으로 불은 끄고, 너는 상단을 만들 생각을 해.”
[훌라 파티나―파티나의 족장]대표 Traits : [약초학(A)] [각력(B+)]
히든 Traits : [문양 주술(D)] [갈망(E)]
훌라는 나와 있으면서 의심이 없어지고 대신 갈망이 생겼다.
아마 내가 지닌 물건이나 대화로 인해 생긴 욕망이겠지. 나눈 말로 유추하자면 챠비드의 번영과 부족의 안녕.
갈망은 케인도 가지고 있고 그 효과는 내가 알기엔 경험치 보정이다.
즉, 지금 훌라는 굴리면 굴릴수록 뭔가 괜찮은 트레잇을 하나 더 얻거나 있는 트레잇을 올릴 수 있단 소리.
잘 꾀여서 알카이도와 연결해 훌라를 근처 상단에 집어넣고 볶으면 뭐라도 하나 얻겠지.
난 느리게 웃었다.
“식량에 왜 바가지를 쓰겠어. 챠비드는 오는 상단만 맞이하니까. 왜 오는 상단에만 매달리나.”
“…대륙은 우릴 제대로 받아주지 않으니까.”
“아니, 틀렸어. 정답은 너희가 아무것도 모르니까.”
나는 훌라의 가로 동공이 흔들리는 걸 보며 말을 이었다.
“흥정하고 거래처를 뚫고 장부를 만들고 유통의 흐름을 알고. 그런 게 가능했다면 최소한 너희가 운영하는 상단이 하나는 나와야지.”
어수룩하고 순진한 게 죄는 아니라고, 무지가 죄는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럼 그냥 당하고 사는 것이다.’
죄는 아니라도 약점은 되는 거니까.
승냥이들은 약점을 물어뜯는 거고.
“그걸 네가 어찌 돕는단 말이야.”
챠르르―
내 말에 훌라가 미간을 좁히며 하는 말에 나는 크루거의 반지를 한번 굴린 뒤, 그것을 낀 손을 들어 내 가슴 위로 올리며 상큼하게 웃었다.
“돈과 식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