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73)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73화(73/373)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인간을 죽일 때마다 미묘하게 흔들리는 그 마나를.
‘멍청하게도.’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굴던 자신의 고용주는 이미 이 손에 많은 피가 묻었음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검 같은 날붙이는 상냥하다.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팔딱거리며 뛰던 맥과 뒤늦게 살고 싶어 손톱 세워 긁은 덕에 피맺히던 팔의 고통이 잠잠해지던 그 순간보다.
날붙이는 한번 휘두르고 찔러 넣으면 그 손끝에 닿는 둔탁한 촉감만으로 끝을 볼 수 있으니까.
케인은 자신의 과거를 아는 것 같으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델리안을 바라보다 자신의 무기. ‘스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름 없던 변형 아티팩트.
자신의 정신력을 갉아먹으며 몸을 자유자재로 바꾸던 그것은 엘프의 손에 들어갔다 되돌아오며 영성이 생겼다.
그러니 이리 꽉 쥐면 제 주인을 반기며 몸을 떨어내는 거지.
더 많은 피를 먹기 위해.
“당신은 지금 무엇을 위해 검을 들고 있습니까.”
그 건방진 엘프가 무어라 했던가. 영혼에서 나는 피비린내로 숨을 쉬지 못하겠다 그리 말했던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자신은 언제나 타인을 어찌하면 제대로 죽일 수 있을지 궁리하므로.
자신의 의지대로 모습이 변하는 무기가 들어온 것은 그것에 더욱 박차를 강했다.
단순하게 배에 찔러 넣는 것만으로 사람은 죽지 않으나 찔러넣고 검 끝을 성게처럼 만든다면 확실히 죽지 않겠는가.
혹은 칼날 채찍으로 사람을 잡았을 때 그 칼날이 회전한다면?
‘하지만 그런 식으로 적을 죽였다간.’
본디 케인은 타인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으나 지금은 달랐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세상이 온통 저를 버린 것 같은 그때와는 달리.
자신을 이용하고 속이고 나락까지 떠밀었던 그들과는 다르게.
적어도 지금은.
“제로의 눈이 좋아졌다구 하니까 독순술을 연습하는 것두 좋을 거 같아.”
“하긴 토끼 선배님의 귀와 저의 눈이면 정보 수집도 더 편해질 겁니다.”
―케인 님. 재생 끝났습니다. 다시 부탁드립니다.
동료라고 부를 이들이 생겼으니.
“그래? 카이만이 그곳으로 인원을 보냈단 말이지.”
그리고.
“케인 이리와 봐. 폭풍우의 섬과 접경지. 두 곳 중 한 곳으로 다음 경로를 짰는데 말이야.”
이유 따위 집어치우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 이가 있으니.
“몬스터 접경지겠군.”
“우린 접경지로 가야 할 거 같은데. 뭐야, 어떻게 알았어?”
오만하게 웃는 그 얼굴과는 달리, 무엇이든 다 안다는 식으로 구는 그 행동과는 달리.
멍청한 머릿속을 내려보듯 시선을 주며 케인이 말했다.
“내가 더 강해질 수 있는 곳이니까.”
케인의 말에 아델리안이 씩 웃었다.
무엇을 위해 검을 드냐 물었던가.
케인은 대답하지 않았으나 스스로는 알고 있었다.
‘지키기 위해.’
저번처럼 온통 몬스터가 가득한 곳에 갇히더라도.
설사.
드래곤이 눈앞에 있더라도.
자신이 더욱 강해지면 될 일이므로.
“거기서 배울 게 많을 거야.”
“그러면 좋겠군.”
맹세를 지키기 위해. 케인은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떠냈다.
* * *
<드디어 한 개체의 생산이 완료되었습니다. 그건 이후 도련님께서 지정한 곳에 우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드디어?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세이렌 프로토 타입의 해석이 얼추 완료되었다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개체 더 생산된 건가.
나는 제법 기쁜 소식에 입꼬리 올리며 다른 도플갱어들의 근황을 물었다.
<지금 그들은 정보 수집 중이라 이곳에 없습니다, 도련님.>
“그래? 아쉽네. 제로에게 그들 목소리라도 들려줄까 했는데.”
나는 세이렌을 쥔 채로 긴 의자에 비스듬히 눕듯 앉아 제로와 루나가 가져다준 사과를 포크로 찔러 먹으며 입을 열었다.
“레피드는 어때?”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같으시더니 요즘은 제법 적응하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레피드 성격이 성격인지라 알카이도에겐 드래곤이라 말해 둬서 그런지 잘 지내나 보네.
그 외에 신전에서 만난 그 이상한 여자에 대한 뒷조사나 아리아에 대한 조사 결과 등을 듣기도 하고 이젠 제법 상인 태가 난다는 훌라에 대한 보고도 들으며 사과를 먹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나는 케인의 주먹에 몸이 뚫리는 리프, 루나와 함께 구석에서 속닥거리는 제로를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잠시 재생에 들어갑니다.
나는 아이기스에 마정석을 달아 리프에게로 배달하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동태는 어때.”
<마찬가지로 속성석을 구하고 계시나 이제는 물량 자체가 씨가 말랐다 할 수 있으니 당분간 더 골머리를 앓으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해 군도로 몇몇 인원을 파견하셨더군요.>
남해?
“그래? 카이만이 그곳으로 인원을 보냈단 말이지.”
그에 나는 자세히 말해 보라 알카이도를 재촉했고 세이렌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조합하기 시작했다.
그곳으로 가서 카이만이나 악신교단과 얽힐 위험성과 일찍 관여해서 얻을 이득 같은 것들.
‘솔직히 이번에는 개입 안 하는 게 이득이긴 하지.’
누군가에겐 잔인한 일이겠지만 지금 개입했다간 죽도 밥도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그곳에 있을 폭풍우의 구슬. 그것은 인어족의 보물이자 속성 아티팩트. 그것을 카이만과 악신교단 양측에서 노렸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결국 악신교단 쪽으로 넘어갈 것이다.
그러면서 카이만이 악신교단과 얽히며 서로 세력을 갉아먹을 것이고.
그게 없어져야 인어족도 바다에서 나올 테니…….
길게 봐야 한다. 인어족까지 이 판에 올리려면 어쩔 수 없지.
지금 나와 케인이 남해로 가서 폭풍우의 구슬을 노리는 이가 있다며 막아준다 해도 거기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나중에 멸망만 막고 찾아서 돌려주면 되니까.’
원작에서도 케인이 후반에 찾아 돌려줬고.
남해 군도는 그들이 떠나간 후에 들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구슬은 없어도 더 중요한 이가 남아 있을 테니까.
‘우리 힐러.’
나는 다 먹은 사과 접시 위로 포크를 내려놓으며 케인을 불렀다.
“케인 이리와 봐. 폭풍우의 섬과 접경지. 두 곳 중 한 곳으로 다음 경로를 짰는데 말이야.”
원작에서 폭풍우의 구슬이 언제 뺏겼는지 애매해서 한번 들러 그쪽 이벤트 필드를 가볼까, 아니면 접경지로 가서 대규모 전투에 대한 경험을 쌓게 해줄까 고민했지만 선택지가 하나로 줄어든 것이나 진배없었다.
“몬스터 접경지겠군.”
접경지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데 나보다 빠르게 말하는 케인을 보며 나는 어찌 알았냐 묻곤 웃었다.
역시 주인공. 눈치가 빨라, 아주.
“내가 더 강해질 수 있는 곳이니까.”
이렇게 기특한 말을!
차근차근 군주 트리를 밟을 생각을 하는 나로서는 아주 잘 되었다 싶다.
못해도 100명. 기회 봐서 1천 이상의 병사를 한번 지휘해봐야 조건이 충족되니까.
‘제일 무난한 루트가 접경지고.’
어지간히 뒤가 구리지 않은 한 실력만 있으면 되거든 거기는.
“거기서 배울 게 많을 거야.”
“그러면 좋겠군.”
케인도 예전보다 인간 혐오는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최근에 다닌 곳이 다양한 종족이 사는 라비린이나 챠비드, 이곳 정령의 숲이라서 좀 애매하긴 하지만.
접경지도 높은 계급은 인간이지만 그 아래 용병들이나 하위 병사들은 아인족도 많으니까 괜찮겠지.
“제로, 루나.”
나는 한동안 지냈던 이 집의 천장의 얼룩을 눈으로 좇다 말고 둘을 불렀다.
“며칠 안에 다시 이동할 테니 준비하자.”
내 말에 루나가 배시시 웃으며 양손을 쥐고 기운차게 대답한다.
“좋아요. 저는 그동안 소모한 포션 같은 거 적어 주시면 보충해 올게요. 여기 요정족이 많아서 그런 게 싸구 좋더라구요.”
“그럼 저는 토끼 선배님 짐꾼도 하고 이 집을 내놓겠습니다. 그리고 바하디 씨가 떠나기 전에 한번 찾아와라 했으니 다녀오겠습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아공간에서 코덱스를 꺼냈다.
리프의 팔꿈치 관절을 노리고 검을 휘두르는 케인의 디딤발 쪽에 그리스를 걸어서 한번 방해한 뒤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내 쪽으로 고개 돌리는 그 얼굴 앞에 플래쉬를 터트렸다.
“1클래스 마법은 잔뜩 쓸 수 있으니 나도 참여할게.”
리프랑 나랑 편짜고 케인 레이드 해보자, 한번.
“대신 난 공격하면 안 된다?”
“그래.”
그럼 코덱스의 페이지를 소모해야 하니까.
간단한 마법은 바하디와 가뮈르를 볶아 보충했지만 코덱스의 한 페이지를 영구소실하며 써버린 퓨리 오브 더 헤븐은 한 장 이상 보충할 수가 없었다.
‘바득바득 우겨 고클래스 마법을 더 받긴 했지만.’
페이지가 영구 소실되는 게 너무 큰 타격이라 쓰기 힘들다.
그나마 5클래스와 6클래스 마법은 페이지의 영구 소실 대신 마정석을 지불해 각인된 마법과 마정석만 날아가지만 그것도 적은 출혈은 아니지.
나는 케인의 무기에 베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고 조금씩 재생하는 리프를 보며 1클래스 마법으로만 케인의 공격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1클래스는 정말 기초 마법뿐이라 끽해야 잠시 마찰을 줄여주는 그리스, 잠깐 번쩍하고 마는 플래시에 케인은 맨몸으로 맞고도 넉백 없이 버티는 매직 미사일 정도만 쓸모 있었다.
‘그래도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케인의 집중력을 흩트릴 겸 대놓고 때릴 기회를 잡을 겸.
나는 히죽거리며 매직 미사일을 여러 개 띄워 서로 다른 방향으로 시간 차를 두어 공격했다.
팟! 파팡! 팟!
그 짧은 새 스카를 검에서 채찍 모양으로 변형시켜 주위를 훑듯 내가 날린 매직 미사일을 전부 베어 터트리더니 시야의 사각에서 튀어나오는 리프를 둔기로 변형시킨 스카로 퍽 쳐서 밀어냈다.
어지간한 상처는 무시하고 달려드니 아예 물리적인 충격으로 떨궈 낸 뒤 내가 디그로 파낸 바닥의 구멍에 발끝을 걸었다.
케인은 몸을 기울여 구멍에 걸린 발로 땅을 박찼다. 순간적으로 튀어나가 몸을 바로 세우는 리프의 목을 잡더니 허리를 크게 비틀며 휘두르듯이 벽으로 내던졌다.
“야,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아무리 리프가 대련 중이라 통각도 내리고 재생하는 몸에 피도 안 흘리고 두려움도 없다지만 원작에서의 관계를 아는 나는 주먹을 바들거리며 항의했다.
“실전같이 해야지.”
“아, 그건 그런데!”
원작에서는 진짜 연애노선 지지자로서 나름 어? 알콩달콩하고 그랬는데.
‘뭐가 문제지?’
가디아는 대놓고 첫눈에 반했다는 듯 굴었으니 제외하고도 레이첼이나 리프도 어째서 이 괴로운 여정에 따랐냐는 식의 말에 분명 사랑으로 해석할 여지가 가득한 대답을 했는데.
―수복 중. 전부 회복까지 약 17분.
“전부 회복하면 이번엔 내가 피하기만 할 테니 네가 공격해 보도록.”
―예, 케인 님.
지금은 진짜 삭막하다, 정말…….
나는 리프에게 마정석을 건네며 혀를 찼다.
마나 심장으로 자체 회복할 수 있지만 그건 비상용으로 두고 마정석으로 회복하면 가동 시간이 늘어나니까.
나는 잠시 물을 마시러 가는 케인의 뒤통수를 보다 리프와 어깨동무하는 척 귓속말을 시도했다.
“물어볼 게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관리자님.
“케인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막 마나 심장의 마나 집적률이 높아지는 것 같고 그래?”
원작에서 봤던 대사를 작은 목소리로 말하니 리프가 고개를 기울인다.
―케인 님에 대한 감상을 요청하셨습니까. 독보적 외형과 독보적 신체, 재능을 가진 분이며 아직 나이가 어리다는 거 또한 가산점입니다.
응?
―능히 인간족을 대표할 분이 되실 거라 계산되며 관리자님께서 말씀하신 마나 집적률 또한 케인 님의 곁에 있으면 좀 더 원활한 마나 흡수가 가능하니 올라가는 게 맞습니다.
나는 리프와 어깨동무한 채로 머리를 굴렸다.
일단 뉘앙스는 긍정적이니까… 맞겠지?
리프가 골렘이라고는 하나 자아가 있으며 감정 표현이 서툰 거지, 못하는 게 아니니까.
일단 나는 대답해 줘서 고맙다 말하곤 아공간에서 사탕을 꺼냈다.
“저번 게임할 때 맛있어하는 거 같더라.”
―감사합니다.
아주 연하게, 희미하게 웃는 걸 보니 리프도 단 걸 좋아하나 보다.
나는 한 통 쥐여 주며 그새 돌아와 몸을 푸는 케인에게도 사탕을 건넸다.
“적당히 하고 자.”
내일부터는 떠날 준비를 해야 하니까.
접경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