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78)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78화(78/373)
“그 녀석은 어떻게 이런 걸 구한 거야?”
레피드가 세이렌 프로토타입을 손으로 쭈물거리며 하는 말에 알카이도가 낮게 목소리를 흘렸다.
“레피드 님의 신분은 익히 알고 있으나 이곳은 인간의 성이니 언변에 신중함을 기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참 나. 하찮은 인…간의 세상에선 인간의 법도를 따르는 게 맞지.”
레피드는 봉인 당한 자신의 종족 트레잇을 생각하며 투덜거렸다. 마법사로서도 제법 괜찮은 경지에 달한 상태로 폴리모프 했지만, 아무래도 좁은 방 안에서 알카이도가 그림자차럼 데리고 다니는 검사를 신경 안 쓸 수는 없지.
“그래서 아델리안은 이걸 어디서 구했다고?”
단순하게 운이 좋은 인간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진심 브레스는 아닌 콧방귀 정도의 힘만 들어간 브레스였다고 하나 그것 앞에서 살아남은 것 자체가 천운 아니겠는가.
실드 아티팩트? 드래곤의 브레스를 단 1회라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아티팩트를 가진 것 자체가 운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게 아니었지.’
건방지지만 운이 좋고 적당히 언변이 괜찮은 인간 귀족.
아델리안에 대한 평가는 딱 그 정도였던 레피드는 이곳에 와서 자신이 생각한 게 틀렸음을 인지했다.
“과연 운으로만 이걸 얻었을까? 그 녀석이 데리고 다니는 그들의 트레잇도 절대 일반적인 트레잇은 아닌 거 같던데.”
도플갱어와 세이렌. 챠비드의 으뜸 부족과의 거래에 무엇보다도 그 건방지다 못해 드래곤도 무서운지 모르고 덤벼들던 검은 머리의 사내.
레피드 자신이 비록 인간으로 강제 폴리모프 중이었다고는 하나 끊임없이 몰아붙이던 실력.
고작 그 나이에.
그런데 그도 아델리안이 경매장에서 사들인 노예 출신이라니.
“도련님의 트레잇은 예지안이라 하시더군요.”
“그게 문제야, 집사 양반.”
레피드가 말랑거리는 세이렌을 터트릴 듯 쭈물거리며 웃었다.
“그가 본 게 무엇이길래 이렇게 준비하고 있냐는 말이지.”
이 세이렌이란 물건만 해도 레피드 자신이 도와 성공적으로 양산에 들어가면 이 대륙에 어떤 격변이 올지 전율이 일 정도.
거기에 비록 겉으로는 척박해 보이나 수많은 마나의 지류가 묻힌 챠비드까지 하나로 묶여 발전하고 더불어 그 재수 없는 인간이 좀 더 자라 영웅급이 된다면.
뭐 나라라도 하나 세울 참인가.
“맹세하실 수 있으십니까?”
알카이도의 의미심장한 물음에 레피드의 붉은 눈이 번뜩였다.
“호기심은 드래곤을 죽이는 법이지.”
* * *
<숙소?>
“그래 숙소. 우리가 헤어진 그 여관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떨어진 외각에 위치한 통나무 집인데 나름 괜찮아.”
<그렇군.>
나는 야무진 파티원들의 손 덕에 새집처럼 반들거리는 통나무 집을 눈으로 훑으며 세이렌을 쥐고 입을 열었다.
“넌 어때.”
굳이 소리를 내 말하지 않아도 집중하면 된다지만 지금은 숙소 안이니 편하게 하품까지 섞어 묻는 내 목소리에 케인이 대답했다.
<추천서의 진위를 알아보더군. 그러고 난 뒤에는 세 장의 서류를 작성했다. 마지막에 작성한 기밀유지 서약 덕에 많은 것은 말하지 못하겠군.>
“뭔지는 대충 알겠어. 아직 테스트는 안 했나 보네?”
나는 의자에 기대 까닥거리며 말했고 세이렌을 통해 들리는 긍정의 대답에 씩 웃었다.
“스카는 너무 눈에 띄니까 미리 준비해 간 일반 롱소드만 사용하는 게 좋을 거야.”
“케인 선배입니까?”
세이렌으로 대화하는 걸 본 루나와 제로가 슬금슬금 다가온다. 그러고 보니 리프의 사념도 세이렌을 통해 전달되나?
대충 급하게 할 말은 끝난 상태라 제로에게 세이렌을 넘겨 준 후 서로 번갈아 세이렌을 잡고 대화하는 그들을 보며 트레잇 창을 열었다.
[루나 인덱스―나아가는 각투가]대표 Traits : [귀여움(S)] [각력(S)] [추종(B+)]
히든 Traits : [광분(B+)] [육마(C)]
정령의 숲에 가기 전에 확인했을 때와 비교하자면 소심함 트레잇이 완전히 사라졌고 그 자리에 추종이 올라왔다.
그 와중에 육마는 그렇다 치고 광분은 왜 오른 거지?
“시끄럽다구 하더니 대화가 끊겼어요.”
“그래? 뭐 종종 이렇게 통화할 거니까.”
내가 무심코 한 말에 루나가 ‘통화?’라고 중얼거린다.
“세이렌을 통해서 하는 대화니까 통화지.”
그에 나는 반사적으로 둘러대곤 세이렌을 받아 아공안에 넣었다.
“리프는 어때? 케인과 대화가 가능해?”
―예, 관리자님. 그 세이렌이란 것을 통해 충분히 사념이 전달되었습니다.
나중에 전략적으로 쓸 수 있으려나.
나는 의자에 앉은 체 기지개를 켜며 루나와 제로, 리프를 바라보았다.
나를 믿고 나를 의지하는 내 파티원들.
모든 것을 까발릴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무엇 때문에 구르는지는 말해 주는 게 도리겠지.
“리프는 아직 모르지? 우리… 아니, 내 목적을. 그리고 그 김에 여기서 내가 얻으려는 걸 말해 줄게.”
굳이 악신교단을 구구절절 내 입으로 설명하여 적대감을 주입식 교육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우리가 움직이다 보면 악신교단과 엮이거나 그들이 하고 다니는 일을 볼 수밖에 없고 그럼 내가 백번 말한 것 보다도 한 번의 목격으로 이해될 내용이니까.
“나에게는 예지안이 있고.”
이 말을 하자마자 루나와 제로의 표정이 좀 이상해졌지만 중요한 건 리프니까. 나는 당당하게 웃었다.
―그래서 절 알고 계셨던 겁니까. 선배님들께 들은 바론 탱커를 찾기 위해 유적, 즉 비공정에 오셨다 하시던데.
리프가 무표정한 얼굴로 물음표를 띄우는 음색을 흘림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대륙에 일어날 일 몇 가지를 대비하는 여정이야. 그리고 이곳에서는 내가 얻으려는 것을 도울 사람 중 하나가 레이첼이고.”
“본인은 그리 생각 안 하는 거 같던데요.”
“그렇겠지. 본인은 모르니까.”
루나의 볼멘소리에 내가 웃으니 제로가 다시 묻는다.
“그럼 그 여성분을 이용하는 겁니까?”
“나만 좋자고 하는 건 아니고 궁극적으로는 레이첼도 좋은 거니 상부상조?”
애초에 그러라고 날 보낸 거 아니겠어? 내가 레이첼을 이용해 케인을 키우고 레이첼을 뽑아 먹으면 미래의 레이첼에게 다 좋은 일이다.
암 그렇고말고.
내 환한 웃음에 제로가 알 거 같다는 듯 루나에게 속삭였다.
“조만간 후배가 하나 더 늘 것 같지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안쓰럽구.”
―저는 관리자님께서 무얼 하시건 따르겠습니다. 설사 이 대륙을 지배하려 하신다거나…….
“무슨 소릴. 난 그렇게 야망 큰 남자 아니야.”
나는 리프의 말을 자르며 내 순수함을 피력했다.
“나는 단지 내가 아끼는 이들의 행복한 여생을 바라는 그런 소시민일 뿐.”
“소시민은 아공간에 시체 같은 거 안 들고 다닙니다, 아델리안 님.”
슬쩍 제로가 태클을 걸자 내가 씁 하고 숨을 들이켜자 슬쩍 눈을 돌린다.
하긴 아공간에 아직 고이 보관해 둔 제로의 원래 몸을 이제 놓아줄 때가 되었지.
“이제 얼굴 좀 괜찮아졌다고 졸업 사진 같은 건 없애고 싶다 이거냐?”
“졸업 사진이 뭡니까?”
있어. 애인이 집에 놀러 왔다가 발견하면 불 위의 오징어처럼 몸이 비틀리는 저주 아이템이.
* * *
소지 골드가 많은데 내 파티의 유닛이 레벨업해 드디어 보조 무기 창까지 뚫렸다면 보통 어찌하는가.
‘정답은 상점제 무기라도 사서 일단 끼워놓는다.’
거기에 돈이 치트로 어마어마하게 많다면 가성비는 무시하고 그 마을 상점에서 살 수 있는 최고 등급의 무기를 끼우게 되는 법.
“3시 방향에서 낙오자 오크 발견했습니다. 먼저 견제하겠습니다.”
제로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화살통에서 화살 하나를 꺼내 무언가의 뿔로 만들어진 활대의 시위에 건다.
활이라는 무기는 게임에서라면 몰라도 현실에서는 제법 까다로운 무기다. 활대나 시위는 습기나 온도 등에 금방 영향을 받으며 화살 또한 일정 수 이상 들고 다니기 힘든 편이니까.
‘하지만 돈을 바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벼운 생활 방수 마법이 발라진 활에 일반 화살이라면 500발 정도는 무게도 없이 들어가는 화살통 같은 건 돈이면 살 수 있는 등급의 무기니까.
“낙오자 오크는 일반 오크와는 달리 도망칠 확률이 더 높으니 따라붙을게요.”
―저도 같이 갑니다.
나는 몬스터가 들이받았는지 거칠게 부러진 나무 둥치에 대충 걸터앉으며 냉큼 튀어 나가려는 그들을 말렸다.
“오크 투사도 아닌데 굳이? 제로 혼자 잡게 내버려 둬.”
“맞습니다. 선배님, 후배님.”
크아아아!
내 말에 제로가 순하게 웃고선 괴성을 지르며 이쪽으로 돌진하는 낙오자 오크의 몸통에 화살 깃까지 박힐 정도로 강한 공격을 몇 번 더 날린 뒤 앞으로 뛰어간다.
기본적인 전투 센스를 기르기 위해 위급 상황이 아니면 오러 금지, 마나 금지 조건을 달았더니 나름대로 박진감 있는 전투.
“연무장에서 케인 구를 때가 생각나네.”
걷어차이고 난리도 아니었지, 암.
나는 생수를 하나 꺼내 마시며 제로가 낙오자 오크를 잡고 증거품으로 귀 한쪽과 낙오자임을 뜻하는 몸의 낙인 부분을 잘라 오는 걸 보는데 순간 분위기가 싸늘하다.
내 맞은편 나무 둥치에 앉는 루나의 얼굴이 불퉁해지고 리프가 슬쩍 딴 곳을 보는 것이.
“왔냐?”
“왔다!”
아이고, 귀청이야.
나는 고개를 뒤로 꺾듯 위를 올려보며 혀를 찼다.
“아니. 왜 자꾸 따라와, 레이첼.”
“너야말로 언제 내기할 거냐? 한 달이나 토벌 돌아다녔으면 경험도 쌓였겠다 할 만하잖아.”
그야 네게는 불리하고 나에게는 유리한 토벌이 뜰 때까지 기다리는 거지.
“처음에는 고블린이나 코볼트 같이 잔챙이 토벌만 다니더니 이제 슬 오크까지 올라왔는데 왜 나랑 내기 안 하냐고!”
씩씩거리는 레이첼을 보다가 나는 목이 아파 슬 고개를 바로 하며 물을 마셨다.
“오셨습니까.”
“오냐.”
제로가 피를 닦아 가져온 귀와 문신 가죽을 나에게 건네며 레이첼에게 인사하자 레이첼이 호탕하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준다.
“그러는 레이첼 너야말로 나만 쫓아다니지 말고 토벌도 제대로 해. 여관 잡을 돈은 있는 거야?”
원래도 레드 드래곤 하면 성격이 폭급하기로 유명한데 뇌없첼이라고 다를까.
본디 레이첼은 여기에 있을 만한 전력은 아니다. 대규모 토벌대나 아니면 정규 토벌단에 들어갈 만한 실력자지만 그놈의 무계획 지출이 문제.
토벌은 자신이 신청하고 준비하는 거라 기본적인 소모품. 예를 들면 식량, 부싯깃 무기, 옷, 침낭 같은 것들은 본인이 준비해야 하고 대규모 토벌은 더욱 준비할 게 많은데, 막 쓰고 다니니 식량도 늘 3일 치만 구매하는 데다 여관도 장기 투숙이 아닌 하루하루 요금을 계산.
차라리 나를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한번 각 잡고 제법 금액이 큰 토벌을 쫓아다녔으면 여윳돈이라도 있겠지만 날 쫓아다니며 잔잔바리로 벌면서 그마저도 술로 날리니.
“여, 여관?”
이렇게 내가 여관 잡을 돈은 있냐는 말에 자신 있게 대답 못 하고 머뭇거리게 되는 것이다.
나는 레이첼의 손을 잡아 코끝에 대고 킁킁거렸다.
노린내 섞인 냄새가 아닌 스파이시한 향료와 산패되지 않은 기름내.
“비상식량도 고급 육포로 가져왔네? 오늘 침대는 길바닥이고 이불은 하늘이야?”
내가 레이첼의 손을 놓자 루나가 생수를 적신 손수건으로 내 손을 슥슥 닦아준다.
“으윽, 그러니까 얼른 내기해서 네가 지면 되잖아! 그럼 금화가 10개인데!”
지금 좋은 술 한 병이 들어왔다는데 사지도 못하고! 하고 발을 구르는 레드 드래곤. 거기에 전직도 아닌 현직 드래곤 로드를 보며 나는 혀를 찼다.
“오늘은 안 재워 줄 거구. 밥도 안 나눠 줄 거야.”
루나가 평이한 음색으로 가볍게 말하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무거운지 레이첼이 루나의 어깨를 콱 잡았다.
“왜? 너희 숙소에 방 있잖아!”
“거기는 케인 방이거든?”
“아 왜에! 너희가 멧돼지 고기도 미리 주문한 거 들었단 말이야.”
루나를 짤짤 흔들며 애원하는 레이첼과 불퉁하게 흔들리며 고개만 젓는 루나를 보다가 피식 웃는데 순간 뇌리로 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료 끝. 3일 후 첫 정규 토벌에 들어간다.>
역시 케인.
한 달 만의 현장 투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