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80)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80화(80/373)
까아악…….
패밀리어 8호는 양 날개를 뒤로 두른 채 머리를 돌 많은 땅에 박고 침울한 소리를 흘렸다.
까악! 까까!
억울하다, 억울해.
아니, 그놈들을 따라 워프게이트에 몸통박치기까지 하면서 주인과의 연결이 점점 느슨해지는 고통까지 겪어가며 따라다닌 자신에게 너무한 것 아닌가.
라비린에서 챠비드로, 챠비드에서 정령의 숲까지.
비록 정령의 숲에서는 흑마법사의 패밀리어였던 자신이라 엘프나 다른 요정족이 알아보면 바로 소멸이기에 그냥 숲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지만, 최대한 흔적을 남기며 따라다닌 자신이 아닌가. 그러니 결국 1호도 자신을 찾아낸 것이고.
깍! 깍깍!
패밀리어 8호는 그새 자세가 흐트러졌다며 머리를 더욱 박고 은근슬쩍 부리를 땅에 대는 꼼수 부리지 말라는 1호의 소리에 부리를 드륵 갈았다.
정령의 숲에서 대기하며 밤만 되면 주인과의 연결을 시도한 결과 겨우 연결된 건 좋은데 거리가 너무 먼 게 악수였다.
좀 더 자의식이 강해져서인지 8호는 자신을 찾아 날아온 1호가 자신의 머리를 쪼아대는 것에 대들었고.
아무래도 주인의 마나를 더 오래 먹고 지낸 1호에게 진 건 당연한 일이라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참을 싸우다 1호가 그동안 모아둔 흑마나로 날개를 감싸 싸다귀를 때리는 바람에 균형 잃고 추락해 버린 것.
결국 머리를 박고 주인의 명령을 가장한 1호의 잔소리를 듣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까악… 까아아악… 악…….
8호의 잘못 했다 우는 소리에 1호가 근엄하게 입을 열었다. 자신에게 대든 대가는 몸으로 갚아야지.
패밀리어 8호, 아니 이제 미끼 1호로 그를 별칭한 패밀리어 1호가 부리를 열었다.
혹시 몰라 패밀리어를 더 늘린 주인이 결국 그 건방진 인간 무리를 찾아낸 것이다.
깍. 까아아? 깍깍?
몬스터 접경지. 그곳은 지금 회복하지 못한 주인으로선 감히 이용하기 어려울 만큼 강한 몬스터가 안에 있지만.
8호가 제대로 움직인다면 조금 다를 터.
그 강하지만 게으르기 그지없는 괴물을 8호가 귀찮게 군다면 몇십 년 정도에 한 번씩, 배가 고플 때만 움직이던 그 괴물을 아주 조금 빠르게.
몇 달에서 1년 정도는 빨리 인간들을 덮치게 할 수 있을 테고 그 정도면 8호가 보고 들은 대로 강해진 그 검은 머리의 인간이 죽기 직전까지 몰릴 것이다.
다른 인간들은 두고 그 인간이 약해지는 그 순간 납치를 시도하여 그 몸뚱어리를 주인께 바치면 1호는 칭찬받을 게 뻔한 일.
깍깍! 카카카카!
1호가 자신의 머리를 스스로 칭찬하며 거창하게 계획을 짖음에 8호가 그새 인간들을 관찰하며 배운 단어 하나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X발.’
* * *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불닭 요리를 먹다 말고 레이첼이 입을 열었다.
겉보기에도 우리들 접시에 따로 올려진 불닭과는 약 2배 정도 진한 붉은 색의 닭 다리를 마이크 같이 잡고서.
“어떤 비밀 말씀입니까?”
비장의 요리. 맵기 2배 불닭이 통하지 않음을 알게 된 제로가 약간의 뚱함을 섞어 물음에 레이첼이 씩 웃는다.
“매운 걸 먹을 때는 말이야. 입과 입술. 위장의 아픔보다도 더 큰 게 있다는 거.”
나는 딱 알맞게 맵싸한 닭고기와 과일즙을 뿌린 샐러드를 빵 사이에 넣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설마.
아무리 레이첼이 털털한 체육계 누님과라고 해도 설마.
“다음날 엉덩이가 아파!”
아프겠지. 일단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이상 몸은 드래곤이 아닌 인간이고 화장실에 갈 때 마나로 몸과 내장을 보호하지 않는 한, 늘 레이첼만 2배 맵기로 주니까 아프겠지.
나는 들은 말을 애써 귓등으로 흘렸다. 일러스트나 활자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캐릭터는 여러모로 살아 있는 상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얼굴과 신체를 가지고 입에서 나오는 말이 저런 식이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처지를 망각하고 반할 일이 없지.
“그런 이야기를 꼭 식탁에서 해야 하구?”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그럼 좀 덜 드시는 게.”
[골렘은 비위가 없습니다. 다행입니다.]셋의 포격에도 레이첼은 자신이 한 말이 아주 웃긴지 캬하학 거리며 고개가 넘어간다.
나는 혀를 차며 뇌없첼을 보다 입을 열었다.
“먹을 만큼 먹은 것 같으니 본론이나 말할게. 내기할 의뢰를 찾았어.”
내 말에 눈꼬리에 눈물까지 묻혀가며 웃던 레이첼이 한쪽 볼이 튀어나올 만큼 닭 다리를 입에 넣다가 나를 바라본다.
“다 씹고 말해.”
내가 냉큼 덧붙인 말에 레이첼이 입술을 열다 말고 혀짧은 어눌한 소리 대신 닭 다리 연골을 으득으득 씹기 시작했다.
“오, 정말? 그래 무슨 의뢰인데. 의뢰서 좀 보자.”
나는 레몬을 띄운 물을 마시며 의뢰소에서 뜯어온 종이를 건넸고 레이첼이 슥 읽어 보다가 입꼬리를 크게 올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햐, 실망인데. 고작 이걸로 괜찮겠어?”
“무슨 소리지.”
“아, 그렇잖아. 넌 내가 마법을 못 쓰는 걸 알고 고른 거 같은데. 그게 아주 단순하게 마나까지 못 쓰고 그런 게 아니거든?”
그에 나도 피식 웃었다.
“쫄려?”
내 말에 레이첼이 고개를 모로 조금 기울인다.
“쫄린다는 게 무슨 말이야?”
“질까 봐 겁나냐고.”
그에 레이첼이 미간을 확 좁히곤 송곳니를 보이며 으르릉거렸다.
“무슨 소릴! 너 내가 누군지 몰라? 나 레이첼이야! 당장 나 혼자 이 의뢰 해결할 수도 있어? 알아, 몰라?”
알지, 알지. 뇌없첼인 거 알지. 애초에 레이첼은 자신이 마법을 안 쓰는 무투가로 유희 중이라 내가 저 의뢰를 골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법이 아니면 잡기 힘드니까.
하지만 난 그렇게 단순한 이유로 고르지도 않았고 저건 정답조차 아니다.
레이첼은 마법을 쓰진 못하지만 주먹에 마나를 감을 수는 있으니까.
그리고 몸 안의 마나를 밖으로 완전히 내뿜지는 못해도 마나를 주먹에 둘러 허공에 흩어진 자연 마나를 쳐서 쏘는 권풍 비슷한 스킬도 원작에서 나왔고.
“그럼 누가 먼저 저 웃음소리를 해결하는지 내기하는 거에 동의하지?”
“당연하지! 내가 다 잡아주겠어!”
다 먹은 닭 다리를 뼈만 모아두는 그릇에 던지며 레이첼이 의기양양하게 외치는 말에 나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럼 다 먹었으면 가면 좋겠구.”
“아 왜! 이제 그 방 내가 거의 주인 아니야?”
“응, 아니야.”
루나와 레이첼이 티격태격하는데 제로도 한마디 거든다.
“오늘 자고 가고 싶으면 설거지 정도는 하시죠.”
어쩐지 레이첼에게 설거지시키려고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대신 나무그릇과 금속그릇이 잔뜩 나왔다.
그 와중에 리프는 알아서 테이블을 닦고 있고 나는 이들의 물주이자 고용주인 관계로 살짝 게으름을 누리며 코덱스를 열었다.
코덱스 정도면 다른 이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귀물이라 용병들에게 충전 받기도 뭐 하고. 용병 마법사가 아닌 어느 정도 신뢰 있는 정규 마법사는 거진 전진 기지에 있다 보니, 아껴쓰긴 했지만 정화가 특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운이 좋으면 보충할 수 있겠지.’
원작에서는 어중간한 파티만 토벌 의뢰를 받아들였는지 나중에 케인이 이곳에 올 때까지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웃음소리 외에는 해코지가 없었던 터라 그 웃음소리를 견디지 못한 이들은 마을을 나갔고 귀가 먹은 노인이나 신경이 쇠심줄 같은 이들만 남은 상태.
거기에 의뢰도 더 이상 넣지 않아 토벌단도 오지 않던 곳에서 케인 파티는 하룻밤 묵으며 그 웃음소리를 들었고 그 정체가 원작에 나왔었지.
그나마 케인이 누명으로 인해 악명이 퍼지기 전인 데다 몇 없던 힐링 파트라 기억에 남네…….
“술 마시자, 술! 딜러 아티팩트 좀 꺼내 줘, 아델리안!”
나는 신난 듯 팔을 휘두르며 내가 꺼내 던진 카드 딜러 아티팩트를 신나서 가지고 가는 레이첼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싫다 싫다 해도 루나나 리프. 제로 모두 레이첼과 잘 지내는 터라 나 빼고도 넷이서 옹기종기 테이블에 모여 게임을 하는 걸 보며 나는 슬쩍 세이렌을 꺼냈다.
“케인 나와라, 오버.”
세이렌을 잡고 몇 번이나 케인의 이름을 앵무새처럼 부르니 약간의 시간이 지난 다음 케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끄럽다.>
“빨리 대답을 해야지. 빠져가지고, 너는 손에 안 잡고 대화할 수 있잖아.”
<본론이나 말해.>
은근슬쩍 잔소리를 하려 했지만 피해 가는군. 나는 소파에 비스듬하게 기대 세이렌을 쭈물거렸다.
“너 오늘 이곳에 도착했지? 그 말은 조만간 대규모 토벌을 모집한단 소리인가?”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나 그럴 가능성은 있다. 당장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참여한 이번 기수를 2조로 나뉘어 투입할 거라는 것.>
저번에 케인이 말하기로 이번 계약직 토벌단은 약 50명 정도라 했는데 그들을 반 나눠서 운용한다면 당장 다음 토벌이 대규모는 아닐 터.
“좀 더 자세한 정보는 없어? 너 솔직히 말해 봐. 친구 못 사귀었지.”
내가 실실 웃으며 말하니 케인이 옅게 혀를 찬다.
<이번 기수는 나 빼고 대부분 기본 3달에서 길면 5개월씩 훈련받은 이들이다.>
보통 토벌단의 기수는 들어온 순서가 아닌 훈련소의 졸업 순번을 말한다.
그런데 한 달 정도 훈련받은 케인이 같은 기수로 졸업하고 현장에 투입되는 거니까 뭐 보통은 견제하고 있겠지.
혹은 이용하려 들거나.
어느 쪽이건 케인 성격에 살갑게 굴 리도 없고.
“뒤통수 조심해라?”
<잘 때도 경계 중이다.>
말하는 걸 보니 훈련소에서 무슨 짓을 했나 본데.
내가 봐주지 말고 하랬으니 케인 성격에 절대 의미 없이 굽힐 리 없고… 하지만 걱정되진 않는다.
“아직 라인하르트와의 접점은 없겠네. 좀 더 실적을 쌓아야 할 거야.”
<곧 2조로 나뉘어 파견되는 곳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을 판가름할 수 있겠지.>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특이 사항이 생기면 바로 말해.”
<그러지.>
그래야 내가 뭘 짜도 짜기 편하니까.
“으아아! 말도 안 돼!”
“제로, 리프. 팔 잡아.”
나는 레이첼이 지고 루나가 1등 했는지 바둥거리는 레이첼의 팔을 리프와 제로가 잡고 루나가 그녀의 턱을 쥐더니 다른 손으로 정수리에 고속도로를 긁는 걸 구경했다.
애들이란… 벌칙은 한번 가르쳐 준 걸 절대 안 잊어먹네.
그 와중에 레이첼은 삼겹살도 당했는지 한쪽 볼이 발갛다.
“훈훈하네.”
나는 상냥하게 웃으며 아공간에 남은 사탕을 확인했다.
* * *
“볼수록 신기하네. 보통 용병들이 데리고 다니는 말들은 날 보면 지리거든.”
공룡과 타조를 섞은 것 같은 몬스터를 말 대신 탄 레이첼이 속도를 올리며 하는 말에 내가 대답했다.
“제로의 말은 챠비드의 야생마 출신이고 나와 루나의 말은 전투마로 훈련받아서 그럴걸.”
말이란 원래 겁이 많은 동물이다. 그러니 일반적인 말은 레이첼이 은연중에 흘리는 흉포한 기운에 겁을 먹겠지.
의뢰서에 적힌 말을 타고 3일 거리는 일반 말의 기준으로 적힌 것인지 우리는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안 된 시간에 화전 마을에 거의 다다랐다.
몬스터 접경지에 불법으로 세워진 마을이다 보니 제대로 된 길도 없는 데다 주먹구구식으로 마을을 세웠는지 땅도 고르지 않은 풍경.
그나마 식사 준비를 하는 듯 피어오르는 연기와 언뜻언뜻 보이는 밭 정도가 사람이 아직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되는 곳.
제대로 된 목책도 없이 그냥 울타리나 다름없는 마을의 경계를 지나니 고작 열 채도 되지 않는 오두막들이 듬성듬성 서 있다.
“아이고, 의뢰로 오셨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혹시 빈집이 있으면 의뢰를 해결할 동안 쓰고 싶은데… 있습니까?”
이곳에서 흔하지 않을 말발굽 소리에 나온 노인이 이곳의 대표인 듯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함에 나는 얼른 말에서 내렸다.
“얼마 전 웃음소리에 못 견디고 나간 이가 있어서… 저쪽 집이 비었습니다.”
그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일단 말을 묶어두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데 레이첼이 우둑하고 주먹을 쥐더니 씩 웃는다.
“뭐야? 게으름 피우는 걸 보니 자신이 있나 봐? 난 바로 시작할 건데. 먼저 간다!”
당장에라도 튀어 나갈 것 같은 레이첼의 꽁지머리를 리프가 잡고 루나가 입을 연다.
“고스트류 몬스터면 밤이 되어야 나타나지 않을까 하구.”
“맞네?”
질질 빈집으로 끌려가는 레이첼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사실 잘 찾으면 낮에도 길은 있겠지만… 나 또한 밤이 편하니.
사람이 언제 나갔는지 먼지가 쌓인 성긴 오두막에서 조금 휴식을 취한 것도 잠시.
타닥타닥.
타오르는 화톳불 소리도 잠시. 엉성한 창문 너머로는 이미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른다.
사방이 어둡고 마을 사람들은 이미 해가 지자마자 집 안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는 상태.
그런 고요한 밤중에 희미하게 무슨 소리가 들렸다.
꺄하! 꺄하하하!
으흥, 후히힛!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
티 없이 맑은, 듣기만 해도 귀가 간질거리는 미성의 웃음소리였으나 한밤의 산중에, 그것도 어디서 들리는지 방향이 가늠되지 않는 웃음소리란 누군가에게는 공포가 될 수 있지.
“나왔다!”
레이첼이 문을 박차고 어디론가 뛰어감에 나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