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81)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81화(81/373)
푸후훗.
햐하하! 프힛!
오두막의 안에서 듣던 웃음소리나 오두막 밖으로 나와서 듣는 웃음소리나 그 거리감은 비슷하다.
이미 숲 속으로 뛰어나간 레이첼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자기 나름대로 마나의 흐름 같은 걸 찾고 있겠지.
마법을 쓰지 않는 거지 마나 자체를 못 느끼거나 한 건 아니니까.
“신이시여 제발…….”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다른 오두막을 지나칠 때마다 작은 목소리들이 들린다. 원하지 않는 소리는 소음이며 소음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니까.
‘지금 해결하는 게 나아.’
어차피 원작에서도 고작 하룻밤 쉬어가며 도란도란 히로인들끼리 대화하던 신 정도였다.
음식을 해먹고 대화를 나누고 쫓긴다는 위험 대신 누리던 시간.
하지만 이제 케인은 내가 누명 쓸 일 없게 만들 테니 그런 힐링 파트가 필요할 리 없으니까.
“유독 둥치에 이끼가 많이 낀 오래된 나무를 찾아줘. 특히 뿌리 쪽에 틈이 있으면 더 좋고.”
“네, 도련님.”
“다녀오겠습니다.”
―아이기스가 있으니 저도 찾아보고 올게요, 관리자님.
나는 비가시 상태로 내 주위를 돌고 있을 아이기스를 믿고 모두를 탐색에 내보냈다.
혹시 모르니 코덱스는 빼 든 상태로.
이 근처에 다른 몬스터가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지만 접경지다 보니 적당한 경계는 해두는 게 좋겠지.
“너무 어두운가.”
오두막은 전부 불도 켜지 않은 채 달빛도 보름이 아닌 반달이라 그리 밝지 않다.
게다가 종종 구름 덕에 흐려지는 시야. 사방이 칠흑같이 어둡고 종종 들리는 웃음소리는 방향 감각에 도움되지 않는다.
나는 내 주위를 날아다니던 아이기스를 낚아채 몇 군데 만져 은은하게 빛이 나도록 세팅했다.
절대 무서워서는 아니고. 애들이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를까 봐.
“아! 어디냐고!”
저 멀리서 레이첼이 소리를 꽥 지른다. 자신만만하게 뛰쳐나갔지만 역시나 찾지 못한 모양.
‘애초에 고스트 몬스터가 아니니까.’
사실 고스트 몬스터였다 해도 레이첼이 저렇게 화낸 순간 발견하긴 글렀다. 말이 겁먹을 정도로 은연중에 기세를 발산하는데 몬스터라고 모를까.
눈치가 둔한 일반 몬스터도 아닌 마나에 민감한 고스트류 몬스터면 당연히 도망가지.
내가 피식 웃으며 내 승리를 일찌감치 만끽하고 있는데 루나와 리프. 제로가 한 번에 돌아온다.
“찾았어요!”
“제가 먼저 발견했지 말입니다.”
―셋 다 비슷했습니다.
앞다투어 먼저 발견했다 우기는 셋을 보니 내가 상품이라도 걸었든가 하고 기억을 더듬게 된다.
‘분명 뭐 걸진 않았는데.’
그래도 파티원들이 저렇게 시킨 일을 잘하는데.
“잘했다.”
나는 아공간에서 사탕 병을 꺼내 한 알씩 주며 웃었고 어서 안내하라는 듯 고개를 움직였다.
마을에서 제법 떨어진 숲 속. 작은 옹달샘이 찰랑거리고 주변에는 야생화가 소담스레 피어 있다.
그 작은 샘에서 운무처럼 옅은 수증기가 피어올라 바람이 불 때마다 이지러지고 주위에는 덩굴이 감긴 나무와 오래되어 낡고 이끼가 낀 나무까지.
아하하하항!
킥! 푸흐흡!
마치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풍경을 눈에 담다가 다시 들리는 웃음소리에 나는 아직까지 손에 들고 있던 사탕 병을 제법 크게 흔들었다.
챠그락, 팅!
사탕이 병 안에서 구르며 내는 소리도 잠시. 나는 손톱 끝으로 병을 몇 번 두드려 소리를 낸 뒤 사탕 하나를 꺼냈다.
레몬향이 감도는 그 사탕을 옆에 서 있던 루나에게 쥐여 주고는 입에 넣기 전에 손끝으로 누르며 입을 열었다.
“먹지 말고 이것 좀 부숴봐. 잘게.”
“에? 잘게요?”
루나는 의아한 얼굴로 날 보면서도 이내 한 손을 들어 그릇처럼 아래를 받치고 다른 손으론 엄지와 검지를 모아 사탕을 쥔 뒤 쉽게 파드득 부숴낸다.
나는 그릇처럼 오목하게 손바닥을 모은 루나의 손에서 부서진 사탕 몇 알을 이끼가 많은 고목 둥치 아래에 난 작은 틈에 던져넣었다.
“가자.”
“네?”
“그, 몬스터는 안 잡으십니까?”
―저 구멍 안쪽에서 생명체 반응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관리자님.
나는 셋의 말에 괜찮다는 듯 웃곤 루나의 손을 털어 준 뒤 고개짓 했다.
“돌아가서 한숨 자자. 곧 새벽이야.”
* * *
“오늘은 기필코 내가 잡고 만다!”
벌써 닷새.
나나 레이첼이나 아직 웃음소리를 멈추게 하진 못했다. 화전민들은 그에 우리가 포기하고 갈까 봐 전전긍긍하는 눈치고 레이첼은 더 바짝 독이 오른 상태.
‘이때 즘이면 될 거 같은데.’
원래 케인이 이곳에 왔을 때는 우리의 힐러가 먼저 발견해 해결했지만, 지금 우리 파티 맴버로는 무리니까 조금 시간이 걸리는 정도.
그래도 원작의 내용상 슬 입질할 때가 왔다.
그걸 위해 매일같이 사탕 부스러기를 뿌리고 온 거니.
후이잉!
시러어, 시러.
게다가 오늘은 웃음소리가 아닌 우는 소리. 혹은 투정부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놈들이다!”
레이첼은 주먹을 서로 쾅쾅 부딪친 뒤 문을 박차고 뛰어 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뛰어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무렵 오두막을 나섰다.
“오늘은 소리가 변했어요.”
“그러게. 소리가 변했으니 다른 것도 변할 수 있지.”
예를 들자면 문이 열린다거나.
팅글.
사탕이 담긴 유리병을 흔들고 손톱 끝으로 유리병을 두드린다.
그리고 의식처럼 사탕 한 알을 꺼내 루나에게 주려는 그때.
이끼가 낀 나무 둥지 아래의 틈새에서 푸른빛이 일렁이더니 무언가 튀어나왔다.
“단 거! 단 거 주세엿!”
“나도! 나도!”
한 뼘 정도 되는 키와 얇고 투명한 나비 같은 날개.
“페어리!”
“페어리?”
―페어리.
나는 흐왕 하고 울면서 내 손에 들린 사탕을 빼앗으려 달라붙은 페어리를 보다 가볍게 손목 흔들어 털어낸 후 입을 열었다.
“사탕, 먹고 싶어?”
“네!”
“네넨네!”
나는 작게 웃어버리곤 내 눈높이까지 날아오른 서너 명의 페어리를 보며 사탕이 든 유리병을 흔들어댔다.
“나는 사탕을 줄 수 있는데. 너희는 무엇을 줄 수 있지?”
“사탕!”
“사탕?”
“꽃의 꿀처럼 단데 손에는 묻지 않는 이거 말이야.”
어린 엘프를 한 뼘 크기만큼 줄인 것 같아 보이는 페어리들이 허공에서 우왕좌왕한다.
저렇게 경계심이 없으니 나중에 인간들에게 속고 잡혀 이곳저곳에 팔려 다니는 건가. 이번 일이 끝나면 나무의 틈을 막으라고 해야겠네.
“여왕님께 물어볼겟!”
“물어볼게에!”
한 뼘 크기였던 몸이 확 줄어 동전만 한 반딧불 같은 빛무리로 변하더니 다시 나무 둥치 아래로 쏙 들어간다.
“그 웃음소리의 정체가 이겁니까?”
그들이 사라지자마자 제로가 다가와 귓속말함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이 근방에 큰비가 오면서 소실된 흙더미 덕에 입구가 조금 열린 모양이더군.”
원작에서 그러더라고. 하지만 예지안으로 본 것처럼 말함에 제로와 루나, 리프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입구만 막아두 소리는 안 나겠네요?”
“그렇긴 한데. 그럼 아깝잖아. 뭐라도 얻으면 좋지.”
레이첼도 살짝 괴롭힐 겸.
레이첼은 몬스터의 기운만 찾아다니는 데다 우연히 이 근처에 왔어도 페어리 정도 되는 종족이라면 드래곤의 기운을 느끼고 꼭꼭 숨어버렸을 터.
며칠 동안 산과 숲을 쏘다니는 레이첼을 떠올리고 모두 떠올렸는지 귀엽다는 웃음을 지어버린다.
팟!
잠시 기다리니 뿌리의 틈새가 반짝거리며 페어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 작은 페어리는 내 검지를 잡고 당기며 방실방실 웃었다.
“여왕님이 허락했어! 너는 들어와!”
“내 친구들이 같이 안 가면 안가.”
어딜 나 혼자 데려가서 구석에 몰아넣고 괴롭히려고.
페어리는 어린애 같다. 혼자 들어갔다가 떼쟁이로 변한 페어리들 수십과 마주했다간 귀가 아파서 사탕 병만 던져주고 도망 나올지도 모르지.
내 단호한 말에 은발에 은색 눈을 가진 페어리가 입을 벌리고선 고민하다가 이내 에잇 하며 입을 연다.
“좋아, 다 들어와!”
그리고는 우리 머리 위로 날아올라 날개를 파닥여 반짝반짝 빛나는 페어리 더스트를 뿌리기 시작했다.
이것도 나중에 얻을 수 있으려나. 당장 쓸 곳은 없어도 희소한 재료인데.
더스트가 머리 위로 뿌려지니 점점 시야가 낮아진다. 어느새 페어리만큼 줄어든 우리는 마치 동굴 입구처럼 크게 보이는 뿌리의 틈새로 들어갔다.
“와, 아름다워요.”
“바하디 님의 별빛 샘과도 비슷합니다.”
―마나 심장의 충전이 빨라집니다. 관리자님.
옹달샘이 바로 옆에 있는 나무 아래라서 그럴까. 그런 것치고 그 넓이가 상식 밖인데.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물이 마을을 한 바퀴 감고 페어리 더스트가 구름처럼 천장에 모여 빛을 밝히고 있다.
밖에서는 한 뼘 정도의 크기였지만 이곳에선 더 작게 몸이 줄어든 것일까.
곳곳에 피어난 갓이 넓은 버섯을 의자 삼아 앉아 노래하거나 졸졸 흐르는 물에서 멱을 감기도 하고 걸어 다니기보다 다들 날아다니니 땅을 걷는 우리가 너무 눈에 띈다.
족히 수십은 되어 보이는 페어리들이 각양각색의 머리칼 색 덕에 화려한 모습으로 사방에서 날아다녔다.
“인간이다!”
“우리에게 준거. 그거 사탕이라 부른댓!”
꺄하하!
하웃! 햐흐흐!
웃음소리. 페어리들은 바람에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즐겁다는 듯 웃는 종족. 그 즐거움이 지나쳐 웃음에 마나가 실리는 탓에 멀리까지 퍼지는데.
우연히 토사가 무너지며 드러난 뿌리 구멍으로 그 웃음소리가 마을까지 새어 나갔음이라.
우리는 날아다녀서 그런지 제멋대로 지어진 집 덕에 이리저리 돌아 가장 크고 예쁘게. 싱싱한 이끼와 아이비 같은 넝쿨, 꽃마리처럼 작은 꽃들로 꾸며진 왕좌에 도착했다.
“어서 와, 사탕!”
“아델리안입니다.”
작은 꽃들을 엮어 만든 화관을 쓰고 살랑거리는 긴 하늘색 머리카락을 가진 페어리 퀸이 웃으며 나를 반긴다. 아니, 정확하게는 사탕을 반기는 거겠지만.
“제게는 사탕 한 병이 있습니다. 여왕께선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인간들처럼 쓸데없는 허례 의식으로 말 돌리며 머리 아프게 굴 필요 없지.
필요한 게 있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다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적으로는 말하지 않고.
“뭘 원해? 내가 줄 수 있는 건 아주 오래 묵힌 과일주나 마정석 같은 것들이야. 설마 우리 페어리 중 하나를 달라는 건 아니겠지? 너 이종족 콜렉터야?”
나 외엔 전부 인간이 아닌 종족만 모인 파티다 보니 퀸이 입술을 비죽거리며 하는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건 없습니까.”
“다른 거? 아니면 츄우 뽀뽀라도 해줄까? 페어리퀸의 축복 말이야.”
그리 말한 뒤 꺄르르 웃는데 리프와 루나가 슬 내 앞을 가로막는다.
아니, 제로 너는 왜 막는데.
“저는 많은 물건을 손에 쥐고 있는 터라 어지간한 건 필요로 하지 않는데. 좀 더 색다른 건 없습니까.”
이래 봬도 만금의 소유자이자 발부스의 아티팩트 창고를 통째로 삼킨 사람이라.
내 자신만만한 미소에 퀸이 잘게 웃는다.
“욕심 많은 인간. 좋아. 어려운 길이 될 테지만 한번 해봐, 그럼.”
* * *
아침이 되어 오두막에 돌아온 레이첼이 잔뜩 억울한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이건 말도 안 돼. 이거 무효야. 말이 돼 이게?”
“말이 돼.”
나는 제로가 페어리들에게 덤으로 얻어온 버섯과 약초 등으로 끓인 스튜를 후후 불어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계약할 마음의 준비는 되셨나?”
최대한 미소를 억누르고 말했으나 오만 트레잇이 열일하는지 레이첼이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어댄다.
설마 한 방 칠 생각은 아니겠지?
“진짜 어이가 없네. 하.”
“한 입으로 두말할 거?”
나는 루나가 내 앞으로 내밀어 주는 마른 빵을 스튜에 적셔 베어 물며 웃었고 레이첼은 이내 아악! 하고 크게 한 번 소리친 뒤 심호흡하며 붉은 눈으로 날 노려본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좋아. 너도 기억하겠지? 이상한 계약은 안 돼. 적어도 국가급에서 공인하고 읊는 문구가 아닌 한 안 되는 거 알지?”
“알지.”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어버리며 아공간에서 잉크와 양피지를 꺼내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건곤감리와 태극문양이 검은 잉크로 간단하게 그려진다.
그걸 레이첼의 앞에 놓고 입을 열었다.
“뭐야, 이거?”
“대충 어딘가의 국가에서 쓰는 것.”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거짓말은.
레이첼과 나의 내기에 걸린 본질은 드래곤의 감각으로 깨달을 것.
내 말이 사실임을 느낀 레이첼은 자신이 처음 보는 문양이 한 국가의 문양인 게 이해가 안 된다는 눈치.
나는 그 이해를 기다려 주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녀를 속박할 맹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