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Extra in a Trash Game RAW novel - Chapter (85)
망겜 속 엑스트라가 됨-85화(85/373)
타닷―
작은 나뭇가지 위로 내딛는 소리가 사방에서 작게 울린다.
‘이 녀석은, 난 놈이군.’
그 와중에 자신과 같이 소리도 없이 가지를 밟고 튀어 오르는 케인을 보며 제3 토벌단 단원인 제이가 낮게 숨을 뱉었다.
토벌단에 들어온 이들 중 가장 어리지만 실력만큼은 상위.
처음에는 그 나이에 맞지 않은 강함에 어딘가에서 보낸 첩자는 아닐까 토벌단 단장들 모두가 의심했지만.
‘나라에서 인정해 주는 전공 외엔 주워 먹을 것도 없는 이곳에 첩자가 올 리 있나.’
“여기서부터 각자 찢어진다. 호숫가와 절벽, 그리고 구릉지. 혹시 지원자 있나.”
제3 토벌단 제이의 말에 모두 눈알을 굴리며 간을 보던 와중 케인이 손을 든다.
“구릉지로 가겠습니다.”
“왜지?”
유독 구릉지는 자잘한 하급 몬스터들이 많은 곳이라 전공을 세우려면 고르지 않을 곳.
그렇다고 몸을 사리는 것인가 하기에는 저 사나운 새벽달 같은 눈이 아니라 말하고 있었다.
“이유가 있어야 합니까.”
그 당당한 발언에 다른 단원들이 흘긋 눈치를 본다. 밖과는 다르게 상명하복이 엄격한 정규 토벌단이라 어찌 보면 건방지게 느껴지지만.
‘이상하군.’
쥐뿔도 없는 놈이 꼿꼿하면 재수 없겠지만.
“그래 케인은 구릉지로, 나머지는?”
그만한 능력이 있는 자라면 다르지.
제이는 팀을 셋으로 나눴다. 자신과 케인은 구릉지로, 나머지 여섯 명은 세 명씩 나눠 절벽과 호숫가로.
“저기는 왜 두 명이야?”
“제이가 있잖아. 제3 토벌단원이면 혼자서도 삼 인분은 하지. 신입을 제일 강한 사람이 챙기는 건 당연하다.”
각자 정해진 곳으로 찢어지는 와중 바람과 함께 흘러가는 소리에 제이는 문득 케인을 바라보았다.
‘신입을 강한 이가 챙겨야 한다라.’
그런 게 아니었다. 실력순으로만 팀을 나눈다면 케인은 제이 자신과 같은 팀이 되어서는 안 될 일.
‘하지만.’
궁금하단 말이지.
분명 자신보다 강한 게 분명할 저 신입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구릉지에 뭐가 있길래 선택한 것인지.
제이의 감이 말하길 케인이 절대 의미 없이 구릉지를 선택한 게 아니었다.
“쉬지 않고 달린다.”
“그러죠.”
돌아가는 시간까지 단축하기 위해 나무 위에서 가느다란 나뭇가지와 이파리를 밟으며 이동함에 한 번씩 가는 가지 끝이 부러지거나 나뭇잎이 꺾여 떨어지는 제이와는 달리, 새가 앉았다 날아간 것처럼 흔적조차 남지 않는 케인이 이동한 길을 보며 제이는 서둘러 그의 뒤를 따랐다.
* * *
“그래서 아까 자는데 누가 마나의 막을 쳤는지 마나가 일렁거렸거든. 그거 무조건 내 뒷담화한 건데 말이지.”
“다 먹구 말하라구.”
입에서 뿔돼지의 잔해가 튀어나오기 전에 루나가 레이첼의 입에 빵을 욱여넣는다.
나는 나이프를 가져다 대는 대로 썰리는 뿔돼지 스테이크를 한 조각 입에 넣었다.
자를 때는 버터처럼 잘리더니 이로 씹으니까 그대로 녹아버리는 대신 적당한 씹는 맛에 육즙이 소스와 섞여 진하게 흘러나온다.
노린내는 잡았으나 특유의 육향은 살려 풍미를 더 하는데 여기에 민트를 갈아 만든 특제 소스를 조금 더 찍어 먹으면.
“맛있네.”
입 안이 깔끔해지는 맛이라 육즙과 묵직한 소스로 진한 맛만 느껴 둔해진 혀를 다시 자극하지.
“마나의 막이 조금 사기긴 합니다. 그 덕에 정보 수집차 돌아다닐 때 들을 수 없는 게 많아서.”
엿듣고 다니기의 고충을 당당하게 토로하던 제로의 말에 레이첼이 콧김을 뿜었다.
“마나끼리 부딪쳐 깨는 방법은 있지만, 그럼 뭐 대화도 깨질 테니 의미가 없지.”
“그렇지만 대충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짐작은 가구.”
루나가 데친 영콘을 샐러드에서 골라 입에 넣으며 오물거렸다.
“무엇인 거 같은데?”
내 질문에 눈동자만 움직여 나를 바라보더니 루나가 씩 웃는다.
“레이첼에 대한 욕과 우리 파티에 대한 견제가 아닐까 해요.”
딱 봐도 강하구 숙련 파티의 태가 나니까 하며 뿌듯한 미소를 짓는 루나.
나는 그에 슬 시선을 돌렸다.
아마 정반대일걸.
“이번에 조심할 건 2가지. 일단 리프는 몸을 조심할 것.”
일반적인 상처는 재생해도 포션으로 회복한 거라 우기면 되지만 케인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머리가 잘려나갔는데도 멀쩡하면 문제가 될 테니.
어디 한군데 크게 잘리거나 하는 공격은 피해야 한다.
“두 번째는 우리 실력을 전부 보여줘선 안 돼.”
케인에게도 말했지만 원래 실력의 삼 할은 숨기고 어? 어린애와 여자와 노인을 조심해야 하지.
그런데 성인 남자는 원래 조심해야 하잖아, 무림에서.
그거 그냥 다 조심하란 말 아닌가.
여하간 나는 와인으로 입가심하며 말을 이어 갔다.
“일단 우리 파티의 컨셉은 돈 많은 제로의 행복 여행이거든.”
“정작 저는 행복과 멉니다…….”
나는 제로의 투덜거림을 못들은 체 하며 입을 열었다.
“우리 최고 전력은 레이첼로 간다. 레이첼을 기준으로 실력 개편 좀 해야 해.”
“아, 내 기준으로? 그럼 여기 다 씹어 먹는 거 아니야?”
스테이크 그릇에 장식으로 올려둔 꽃과 허브까지 씹어먹던 레이첼의 말에 루나가 고개를 기울인다.
“소문으루 듣기에는 여기에 라인하르트 총사령관이 엄청 강하다구 그러던데?”
“아, 그 딱딱이? 맞아. 요근래 본 인간 중에 제일 강하긴 하지.”
잘못 씹으면 이가 나가긴 하겠네 하며 혼자 웃긴 듯 캭캭 웃는 레이첼을 보며 리프가 고개를 젓는다.
“얼마나 강한데?”
낮에 본 라인하르트가 화두로 떠오름에 나는 레이첼에게 물었고 그녀는 잠시 떠올리듯 눈동자를 위로 움직이다 입을 열었다.
“일단 이 근방의 모든 인간 중 제일 강할걸? 나보다.”
레이첼의 저 나보다는 당연히 인간으로 폴리모프해 한계를 정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지만.
‘그렇다 해도 어지간한 오러 유저보다는 강한 상태인데.’
“오러 마스터?”
“그것도 저 나이에 최상급.”
보통 오러 유저 하급, 중급, 상급. 오러마스터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 그다음이 소드마스터. 이런 식으로 분류한다.
루나는 지금 오러 유저 중 하급, 케인은 못해도 오러 마스터 하급까지는 올라갔을 테고. 제로는 그때그때 편차가 심하지만 오러 유저 중급과 하급을 오갈 것이다.
‘레이첼이 오러 유저 상급 정도로 지금 한계를 잡아놓았을 텐데.’
라인하르트가 오러 마스터 최상급이면 이 근방이 아니라 수도까지는 가야 비벼볼 만할 터.
“뭐 대부분 막 오러 유저가 된 애송이들이 아닌 이상, 다들 마나 제어로 경지를 숨기는 게 보통이라 라인하르트보다 경지가 낮은 자들은 봐도 모르지만.”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지 하며 레이첼이 코끝을 치켜듦에 나는 건성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일단 계획을 말해 줄게. 우리 파티는 전방으로 배치될 확률이 제일 높다. 뭐 실력이 낮으면 낮은 대로 고기 방패 대용일 테고.”
레이첼이 있으니 강하면 강한 대로 트윈헤드 오우거의 패턴 읽기나 견제용으로 밀어 넣을 게 뻔하지.
일단 접경지는 위험한 만큼 일도 많고 돈도 많이 도는 곳이라 몇 년 동안 알 박고 토벌하는 파티가 몇 있다.
그 와중에 원래 솔로로만 활동하던 레이첼을 몇 번 끌어드리려다 나중에 공작이 과해 레이첼이 진절머리를 친 일을 원작에서 읽었으니 지금도 다르진 않을 터.
그런데 원래는 사이클롭스가 내려와 초토화되는 시점까지 파티를 맺지 않던 레이첼이 이번엔 나 때문에 파티에 들어 왔으니 그게 마음에 안 드는 이들이 분명 나올 터.
‘조금 거칠게 생각하면 저 만만해 보이는 제로를 쓱싹한 뒤 레이첼을 빼내려 할지도 모르지.’
한 번 하기가 힘든 거지, 파티 두 번이 힘들까 하고 생각할 테니.
“저희 파티가 강해 보이니 견제인가요?”
루나가 억울한 얼굴로 묻는데 나는 슬쩍 고기를 써는 척 고개를 내렸다.
“참 나, 다른 놈들은 나 빼고 이 파티에 오러 유저가 있단 생각도 하지 않을걸?”
“왜?”
레이첼이 콧방귀를 뀌며 하는 말에 루나가 분홍색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며 어이가 없다는 듯 귀를 쫑긋 세웠다.
“솔직히 그렇잖아.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다들 이제 막 성년이 된 얼굴들인데.”
평균 나이 약 40세 추정으로 가득 찬 이 접경지에서 누가 너희를 제대로 된 용병으로 보겠냐며 레이첼이 날리는 팩트 폭력에 루나와 제로가 억울한 듯 입을 연다.
“얼마나 고생했는데, 녹즙 먹구! 게다가 성년식 지난 지두 오래인데!”
“저도 보기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다들 풋내나는군요, 관리자님.
뺙뺙거리는 루나를 보며 리프가 무표정하게 하는 말에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긴 레이첼은 둘째치고 리프는 못해도 천 년은 살았지.
물론 비공정 안에서 거의 잠든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으니 그야말로 헛으로 먹은 나이겠지만.
“잠깐, 그렇게 치면 지금 말입니다.”
“어엉? 그러게?”
그러다 순간 제로와 레이첼이 날 바라보고 루나마저 안색이 하얗게 질린다.
“도, 도련님이 제일 아…….”
“응, 거기까지.”
나는 그들의 신경 삭, 아니 공통된 생각을 자르듯 입을 열었다.
“하여튼 다른 이들의 눈에 우리 파티는 레이첼을 제외하면 오합지졸로 보일 거야.”
하지만 우리는 그걸 누르고 트윈헤드 오우거 토벌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낸다.
“그러면 내가 다음으로 노리는 대형종 토벌에 한 자리 받을 수 있을 테고. 내 목적은 거기서부터 시작이야.”
군대도 그렇지만 이곳도 마찬가지다.
적보다 더 무서운 건 무능한 아군이지.
무조건 패배 외엔 답이 없는 토벌이라면야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 어느 정도 검증된 이들로 자리를 채우려 하는 건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
더욱이 위험한 일일수록 믿을 만한 사람을 찾게 되니 내가 그동안 이곳에서 자잘한 토벌에 참여하며 포인트를 쌓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아무래도 글도 모르고 칼 밥만 먹는 사람이 많은 게 용병인지라 토벌 의뢰를 받아놓고도 차일피일 미루다 뒤늦게 포기하거나, 혹은 대량으로 의뢰받은 다음 동선 맞춰 해결하는 통에 이미 늦어 마을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다반사.
그런 와중에 꼬박꼬박 하나 아니면 두 개의 의뢰를 받는 즉시 준비해 해치우고 오는 우리 파티는 그런 면으로는 포인트가 부족하진 않았다.
‘그러니 이번 트윈헤드 오우거 토벌로 강함까지 눈도장을 찍으면.’
완벽하지.
나는 시큼한 과일즙에 설탕과 같이 절인 말랑 슬라임 절임을 포크로 쿡 찍었다.
손가락만 한 크기의 젤리 같은 그것은 분명 몬스터 슬라임이 맞긴 한데…….
산성핵이 제대로 여물기 전 새끼 슬라임은 먹어도 혀가 녹지 않는다나 뭐라나.
말캉한 젤리를 살짝 말린 뒤 과일즙과 설탕을 뿌려 먹는 것 같다. 말랑하고 쫀득하고 단맛과 신맛이 도는 데다 소화에도 도움을 준다니.
‘다 좋은데 이런 식재료 볼 때마다 부유감 없이도 비현실적이라니까.’
검은깨가 콕콕 박힌 거 같은데 이거 눈인가. 귀엽고 맛있네, 이거.
“맛있지? 돈 좀 있으면 말린 슬라임 절임 사가자. 그거 비상식량으로도 완전 추천.”
“긍정하긴 싫지만 맛은 있네요.”
“그럼 좀 챙겨 놓지 뭐.”
아공간에 자리가 부족한 것도 아니니.
“그러지 말고 제가 한번 만들어 볼까요, 아델리안 님.”
제로가 한쪽 볼이 튀어나올 만큼 슬라임을 크게 집어넣고 씹다가 하는 말에 리프가 냉큼 칠판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나중에 토벌 다녀와서 시간 생기면?”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으니까.
내 말에 제로가 고개를 끄덕이고 레이첼은 슬라임이 담겨 있던 접시를 들어 절임액 채로 들이켰다.
“많이 먹고 내일부터 일해라.”
“그래그래.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어?”
으르렁거리며 말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그 말이 억울했나 보네.
“도련님, 저두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충성할 수 있는데요.”
“전 이미.”
목도 뎅겅 하며 바쳤다는 듯 제로가 먼 곳을 보며 하는 말에 나는 손사래를 쳤다.
―관리자님. 아셔야 할 게 있습니다. 저는 관리자님께서 원하시면 먹지도 자지도 않고 충성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니, 갑자기 왜 이래.
“그냥 트윈헤드 오우거나 잘 잡자, 우리.”
“예. 실력을 좀 숨기고 말씀이시죠.”
“걱정 마세요, 도련님.”
갑자기 이상한 거에 불붙은 애들을 보며 나는 작게 웃었다.
그리고 그렇게 편하게 생각했던 게 바로 엊그제인데.
“X발! 막아!”
“정보가 잘못되었어!”
나는 이곳저곳에 피어오른 불 덕에 매캐한 공기를 소매로 막아 숨 쉬며 앞을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