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0)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10화(10/343)
10.
모든 무대가 끝나고 무대 위에 연습생 모두 무대 위에 올랐다.
MC를 맡은 니체 소속 솔로 가수 이동석은 대강 심사위원 점수가 다음 경연에 어떻게 반영되며 또 이 순위가 다음 경연에서 어떤 이점을 주는지 설명해 줬다.
“이 무대의 방송일은 2주 후, 그때 모든 연습생들의 무대는 공식 채널에 올라가 조회 수 경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번 심사위원 점수에서 1등과 2등을 한 연습생의 무대는 3일 먼저 사전 공개됩니다. 물론 시청자분들은 방송을 보기 전까지는 어째서 사전 공개가 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모두 탄식의 소리를 냈다. 영상 조회 수가 처음으로 탈락자가 결정될 때 유의미한 점수로 반영된다고 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2차 경연 무대 자체는 1차 경연이 방송되기도 전에 미리 촬영해 두지만, 탈락자 결정 과정은 1화가 방송되고 3일 뒤에 촬영된다.
‘영상 편집하시는 분들이 죽어 나갈 일정인데…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그렇게 되면 이번 무대 1등과 2등은 다른 연습생이 3일의 조회 수로 경쟁할 때 6일 동안의 조회 수로 경쟁하는 거니 상당한 어드밴티지라 볼 수 있다.
연습생 앞에는 계단형으로 된 발판이 마련되어 있는데 1등부터 8등까지가 올라서도록 되어있다.
9등과 10등은 다음 회차 탈락 위험군으로 분류돼 단상 위에 오를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며 이동석이 진지하게 설명했다.
‘…더럽게 치사하고 쓸데없이 잔인하군.’
연습생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거야 회사와 방송국이 절대적 갑이니 그럴 수 있다 쳐도, 9등과 10등을 응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기왕이면 8등을 했으면 좋겠네.’
가급적이면 낮은 순위, 하지만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니 마음은 아프지 않게 딱 8위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 * *
이동석 아나운서가 입을 열자 8위부터 천천히 순위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 순서도 더럽게 잔인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1등과 2등, 9등과 10등이 남게 되는 꼴이지 않은가. 이렇게 잔인하지 않으면 방송을 못 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혹시 이게 아이돌판의 관례 같은 건가?
내가 생각에 빠져 멍때리고 있는 시점, 어느새 이동석은 5위까지의 연습생을 부르고 소감을 듣고 있었다. …음, 5등?
나는 아직 불리지 않은 이름 때문에 잠시 당황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이동석은 매끄럽게 진행을 한다.
“지동화 연습생, 약간 당황한 눈초리인데 왜 그러시나요?”
“…사실 6등이나 7등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도리어 심사위원 측에서 기이한 반응이 흘러나왔다.
왜 저러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진심이다.
내가 작곡 말고는 딱히 실력이 특출난 것도 아니고, 솔직히 무대에 서는 것도 난생처음이니 무대 소화력이 엄청나지도 않을 거고, 끼도 별로일 텐데, 내가 뭘 믿고 상위권을 노리나.
그래도 심사위원 반응 보니 무대를 망친 것까지는 아니길래 꽤 객관적으로 예측한 거다.
* * *
준성은 어이가 없었다.
‘뭐, 6등 아니면 7등?’
지동화 연습생은 작곡은 물론이고 다른 실력도 준수한 데다가 헛소리 같은 가사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집중하게 만드는 소화력을 지닌 데다가 엔딩 때 마이크를 깨무는 걸 생각하면 끼도 출중해 보이는데, 대체 뭘 생각하길래 하위권이라 예측하는 건지 모르겠다.
심사위원 반응 보면 딱 알 텐데,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
준성은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놨다. 심사위원은 순위 발표 중에 최대한 말을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들었으니까.
하지만 이동석은 그걸 또 그새 보고는 재밌는 그림이라 생각했는지 준성에게 물었다.
“준성 씨,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으신가요?”
“…정말 많지만 나중으로 미루겠습니다.”
그러자 지동화의 차가운 얼굴에 약간의 의문이 서렸다가 곧 사라졌다.
‘똑똑한 친구일 줄 알았는데 지능만 높은 바보였군. …아니면 진지하게 자기 실력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거나.’
준성은 애써 한숨을 참고 마이크를 내려뒀다.
* * *
잠시 소란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3등이 불렸을 때 남은 건 나와 채하민, 이현재, 그리고 선우현이다.
흠, 그나저나 이현재 저 친구는 얼굴빛이 말이 아니군. 노래도 잘하던데, 왜 저럴까.
채하민 얘는 타고난 끼와 춤 실력 때문에라도 9등, 10등은 말이 안 된다.
‘설마 나… 9등 이하인 건가?’
그건 좀 안타까운데. 단상 위에도 못 올라가면 나야 아무런 상관없다지만, 나라는 인물을 그 짧은 영상을 보고도 응원하기로 마음먹은 이들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자, 마지막으로 1등과 2등, 그리고 9등과 10등만이 남았습니다.”
이동석은 긴장감을 주려는지 질질 끌기 시작한다.
했던 소리를 또 하는 건 이 엔터테인먼트의 관례인지 장해진 팀장도 그렇고, 하여튼 간에 지루하기 짝이 없다.
선우현과 채하민은 긴장되는지 옆에서 한숨을 쉬고 있는데, 이현재는 무언가를 체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니까 나만 이 촌극이 지루하게 느껴지나 보다.
“그럼 우선, 2등과 9등 먼저 공개하겠습니다.”
드디어.
“2등과 9등의 연습생은 바로 채하민 연습생과 선우현 연습생입니다.”
세상에나, 내가 10등이라니. 연습실에서 들었던 이현재의 노래 실력이면 10등 하기는 어렵다.
탈락하고는 싶었다지만 10등이라니, 기분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비너슈니첼’을 작곡하고 안무와 노래를 연습하는 데 들인 노력 생각에 아쉽기도 하고.
그런데 어쩌겠는가. 이미 끝난 무대인걸. 수용하면 그만이다.
이동석의 호명에 한 발 앞으로 나선 채하민과 선우현은 간략하게 떨리는 마음을 소개하고 있다.
“그럼 2등 연습생부터 공개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소개하는 것도 자극적이기 짝이 없군. 희비가 교차하는 장면이 나오길 바라는 건가.
“2등은 바로… 축하드립니다. 채하민 연습생!”
예상 가능한 범주다. 채하민이 9등? 저기 앞에 앉은 이들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말밖에 더 되나.
다시 한번 간략한 소감 타임이 지나가고 이번엔 나와 이현재가 앞으로 나섰다.
“지동화 연습생, 아까 6등이나 7등 정도 예측한다는 심정을 밝혔는데, 지금은 어떤 심정인가요?”
“음, 이현재 연습생의 무대 바로 다음 무대가 저라서, 준비하느라 이현재 연습생의 무대를 제가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평소 이현재 연습생의 노래 실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고 있기에, 10등이라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자 다시 한번 심사위원석, 특히 중간에 앉은 미남 한 분이 약간 반발하는 표정을 보였다.
아니, 어느 포인트에서 반발하시는 건지를 좀 알려주십시오.
이동석은 이번엔 이현재를 바라보고 물었다.
“이현재 연습생은 지금 어떤 심정인가요?”
“…동화 형 무대를 저는 봤습니다.”
…뭐, 어쩌라는 소감인가? 고민 끝에 한 대답치고는 짧은 데다가 그 무엇에 대한 답도 되지 않잖아.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뿐이었는지 아까의 그 미남 심사위원께선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잠깐만, 추론해 보자. 귀찮아서 생각하는 걸 멈추고 있었더니 납득하기 어려운 반응이 과하다.
그러니까 이 분위기에 저 반응이면… 잠깐, 그럴듯한 결론은 하나뿐인 거 같은데.
내가 생각하는 동안 이동석은 진행을 이어나가 어느새 1등을 발표하기 직전이었다.
“1등 연습생은…….”
에이, 설마. 저렇게 노래 실력이 좋은 애를 두고, 심지어는 여우상에 잘생긴 저 애를 두고, 내가 1등을 할 리가…….
“지동화 연습생입니다!”
있군. 오케이, 수용했어.
나는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단상 위에 올라섰다. 그러자 바로 그 미남께서 입을 열었다.
“와, 이제야 말할 수 있겠네요. 아니, 지동화 연습생 아까 전에 진심이었나요?”
그럼 거짓이겠습니까.
“난 정말, 와, 어떻게 그 무대를 하고, 그 정도 무대를 하고 나면 본인도 잘한 게 느껴지지 않나요?”
제가 예전부터 저 자신에 대한 평가가 박하기 그지없는 인간인지라.
“저는 처음엔 방송용 컨셉인 줄 알았는데, 진심인 게 느껴져서 더 당황스러웠어요. 6등, 7등 얘기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10등이요?”
음, 그나저나 내가 말할 타이밍인데 뭐라고 해야 하나.
“…죄송합니다.”
“아니, 사과할 일이 아니라, 하.”
미남분께선, 아니 자꾸 미남이라 하려니 그렇다. 성함이 뭐지? 분명 이동석이 말했던 것 같은데 딴생각하느라 제대로 듣지를 않아서.
“준성 씨, 침착하시고요. 지동화 연습생의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준성이었군.
“…음, 우선, 제가 가장 실력이 뛰어나서 이 자리에 선 건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자 준성이 다시 난리를 친다. 저러다 테이블 부수겠군.
하여튼 이 자리를 빌려서 너드 이미지를 확실히 박아놔야겠다. 그러면 순위도 좀 떨어지지 않으려나. 팬 반응이 점수의 70퍼센트던데. 하지만 소감이라는 사실도 고려해서 은근하게 어필해 보자.
“제가 연습생 생활과 수험 공부만 계속해서 하느라 이렇게 무대 위에 서서 즐겁게 노래해 본 것이 난생처음입니다. 아마 그 즐거움 때문에 부족한 실력일지라도 높은 점수를 주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이동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준성에게 묻는다.
“이제 답답한 마음이 좀 풀리셨나요?”
“전혀요. 더 답답해요. 딱 한 시간만 지동화 연습생과 본인의 실력에 대해서 토론해 보고 싶습니다.”
오, 토론이라니, 주제만 다른 거면 나름대로 재밌겠군.
* * *
순위 결정이 끝나고 심사위원은 모두 퇴근한 이후 이동석과 우리만 남은 스테이지 위, 다음 경연 주제에 대한 소개가 시작됐다.
“다음 경연 주제는 5 대 5 팀 배틀입니다. 팀 결정은 여기에 있는 지동화 연습생과 채하민 연습생에겐 어드밴티지가 주어집니다.”
흠, 뭘까, 곡 선정 우선권 같은 거라도 주나?
“바로 딱 한 명씩 자신과 함께 팀이 되었으면 하는 연습생을 골라 한 팀이 될 수 있습니다.”
쓸데없는 어드밴티지군.
“그럼, 제가 동화랑 한 팀이 되고 싶다는 건 불가능한가요?”
“음, 아쉽지만 그렇습니다.”
하, 더 귀찮다. 여기서 나름대로 안면 트고 대화하는 사이가 채하민이랑 류이든뿐이다. 채하민은 규칙상 다른 팀이 되어야 한다 하니, 류이든만 남는데 내가 미쳤다고 저 기계랑 한 팀을 하겠냐. 그러면 더 시달릴 텐데.
우선 1등인 지동화 연습생부터 고르라는 말에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4등 류이든 씨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누구를 뽑는담. 기왕이면 나처럼 조용한 놈이면 좋겠군.
“이현재 연습생으로 하겠습니다.”
그러자 연습생들 사이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조금 올라왔다. 대놓고 그러면 쓰나. 저 친구 상처받을라.
하여튼 연습실에서 잠깐씩 관찰한 결과 이현재는 그나마 조용한 몇 안 되는 친구다. 물론 가끔 연습실을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뛰쳐나가긴 하지만.
“혹시 선정 이유는 무엇인가요?”
거짓말을 해야 할 타이밍이군.
“…노래 실력이 좋다는 걸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이번엔 이현재 쪽에서 반응이 왔다. 감동받은 눈길. 저리로 좀 치워줬으면 좋겠다. 대체 객관적 사실을 말한 것에 왜 감동한단 말인가.
물이 1기압 100℃에서 끓는대도 감동할 거냐고.
채하민한테 하도 당해서 이번엔 그럴 일 없을 줄 알았는데, 별것 아닌 거에 감동하는 놈이 또 하나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채하민 연습생은 누굴 뽑으실 건가요?”
“음, 저는 석준 연습생으로 하겠습니다.”
흠, 저렇게 진중하고 매사에 진지할 것 같은 사람과도 어느새 친해졌군. 당연히 류이든을 고를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이다. 그래야 류이든이랑 한 팀이 되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을 텐데.
팀 구성은 나와 이현재, 채하민과 석준을 묶어놓고 이동석 MC가 통 속의 공을 뽑아 랜덤하게 짜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이동석이 처음 공을 뽑아 나의 팀원이 결정되는 순간, 류이든의 이름이 크게 호명됐다.
‘…하, 신은 죽었다.’
니체가 했던 말이 이런 의미가 아닌 건 알고 있지만, 저 기계 자식에게 연습 기간 내내 시달릴 걸 생각하니 절로 그 생각이 들었다.
띠링―!
오, 아주 오랜만에 듣는 소리군. 이번에도 또 자기가 위에 있다는 듯 이 서바이벌을 하나하나 통제하려는 건 아니겠지.
나는 팀원이 계속해서 호명되는 중에 잠시 주의를 기울여 알림 창을 읽어보았다.
[당신의 의견을 존중하여, 퀘스트를 다른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습니다.메인 퀘스트 1 ‘화려한 조명’ 발생
당신은 첫 무대를 1등이라는 멋진 성적표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금 더 나아가세요!
완료 조건 : 이번 팀 배틀에서 승리할 것.
보상 : ???]
음, 이번엔 나름대로 합리적이군. 예전에 마치 누가 합격해야 한다는 식으로 나대는 꼴과 비교하면 확실히 개과천선이라 할 만하다.
어차피 서바이벌 동안만은 최선을 다하기로 했으니 완료 조건이나 나 자신의 다짐이나 결국 같은 것이다.
이 퀘스트를 통해 이 시공간 이동이라는 해괴한 현상에 대한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군.
물론 내가 하고 싶다고 이기는 건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