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08)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108화(108/343)
108.
블로센스 팬 커뮤니티. 연말을 맞이한 그들은 행복함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모모지, 작곡여행, 연말 무대까지. 떡밥이 그치지 않는 연말이었으니까.
[블로센스 연말 결산.jpg]룸넛들아… 우리의 블로센스가… 케이팝을 지배하는 날이 다가오는 게 느껴지니…?
(모모지, 작곡여행, 연말 무대 등, 연말에 화제가 된 활동들 정리한 이미지)
댓글
— 블로센스는, 진짜 전설이다 작곡여행 1화 지동화랑 네스퀵 대화 나눌 때부터 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 이건 세상 사람들 전부가 봐야하는 개꿀잼 내용인데 라고 생각했음
— 연말 무대마다 편곡 개레전드 찍은 거… 지동화가 생명력이랑 맞바꾼 거 아닐까…
└ 이게 맞지… 동화야… 제발 잠 좀 자… 쉴 때는 밖으로도 좀 나가!!!!! 왜 맨날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어!!! 햇빛 받고 비타민 D 좀 합성해!!!!
— 아니 그래서 BMW 때 지동화의 40분 공백은 뭔지 아직 아무도 모르는 거?
└ 별일 아니라는 게 결론인 듯 무대도 잘했잖음.
— 하민아… ㅆㅂ 조넨 예쁜 미소네… 하민아… 계속 웃어주라….
└ (뱀 ‘시작’과 함께 찍은 채하민의 셀카) 지동화 : 세계 최초 파충류의 부친인 토끼.
— 애들 착장 개레전드다 지금 봐도 스타일리스트 님들 있는 위치 오피셜로 뜨면 그쪽 방향으로 아침마다 절해야함
— 류이든 ㅅㅂ 저 추운 날씨에 맨몸 재킷 실화냐고… 진짜 스타일리스트 님들 감사합니다. 우리 애는 건강하니까 단추 하나만 더 풀어주시면 안 될까요
└ 이든아 니 팔뚝에 내 영혼 바칠 자신 있어
— 작곡여행 볼 때 ㅋㅋㅋㅋㅋㅋㅋ 준이 미친 사람인 줄 알았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ㅌㅌㅋㅌㅌㅌㅋ
└ 지동화 공식 인증, 블로센스의 광기 : 석.준.
[꽃돌이놈들… 수상 소감 진짜…]매번 상 받을 때마다 수상소감 존나 열심히 준비해 와서 감동 주려고 노력하는 게…
내가 진짜 얘네들 덕질하길 잘했다는 생각 들고… 혼자 티비 보다가 별안간 눈물 흘리는 여성이 돼 버리고…
댓글
— 가장 사랑하는분들의 이름을 처음에 부를지 마지막에 부를지 고민된다고 할 때 존나 소름돋았던 거 아직 기억남
— 현재랑 동화가 주도해서 다 같이 작업실에 모여서 한 글자 씩 한 문장 씩 종이에 적는 거 스태프진이 몰래 찍은 자컨 봤냐… 존나 가슴이 울컥해지더라…
└ 현재랑 동화가 그럴 때 코드 딱딱 맞는 거 ㅈㄴ 신기하더라 과외해서 그런가
└ 아무도 막지 못할 과외즈의 환상 케미
— 걍 존나 행복해 요즘… 나온 뮤직 어워드에서도 신인상 받았고… 시발 그냥 행복해 미쳐….
그런데, 그러한 행복 속에서 한 가지 소식이 떨어졌다.
[블로센스 돌림픽 출연 확정]오피셜임.
댓글
— 아 그 망할 놈의 체육대회 좀 안 망하나 개같은 거
— 제발 팬덤끼리 올림픽 해서 우승하면 내 돌은 출전 안 하게 만드는 기획안 같은 거 해주면 안 되냐? 동화의 나약한 육신을 위해 운동할 자신 있는데
└ 천재냐고 ㅋㅋㅌㅋㅋㅌㅋㅌㅋㅌㅌㅋㅋㅋㅋㅋㅋ
— 부상만 입지 마라 부상만 입지 마라 부상만 입지 마라
— 다 상관 없고 동화 어떡하는데 ㅅㅂ 운동이랑 담 쌓고 산 우리 동화 ㅠㅠㅜㅠㅜㅠ 다른 애들은 그래도 나름 튼튼하니까 걱정이 덜 되는데 동화는…. 달리다가도 다칠 것 같은데…
바로 아이돌 팬덤의 살아 있는 악몽, ‘아이돌 체육 대회’ 출연 소식이 널리 알려진 것이다.
부상 위험도는 높고, 촬영 중 취급은 개판이다. 밥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않고, 개인적으로 따로 먹어야 하며, 심지어는 10시간이 넘는 촬영 때문에 체력적으로 한계를 맞기도 한다. 팬들 취급도 개판인 건 매한가지라지만, 아이돌 팬덤에게 중요한 건 자신들 취급보다도 애들 취급이었다.
즉, 방송국의 폭거라고밖에는 볼 수 없는 프로그램. 그게 현재 ‘아이돌 체육 대회’에 대한 인식이었다.
* * *
양궁 연습장. 대체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
나는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는 보조구를 팔에 차고 양궁을 하나 들고 섰다.
“와, 이거 뭔지 알아, 동화야?”
채하민의 질문에도 나는 답할 수 없었다. 모르니까. 살면서 양궁 도구의 이름에 관한 책을 읽어본 적 따위는 없다. 머릿속에 서고를 뒤져 봐도, 내가 읽은 책들 중 양궁에 관한 건, 고작 양궁이라는 스포츠가 어째서 발생했는지에 관한 것뿐이었다.
“……양궁이 사냥 욕구를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포츠라는 건 알아.”
그래서 대답도 이렇게 부실하기 짝이 없다.
“TOT 형들이랑 한 팀으로 양궁 출전해야 해서, 총 5명 정도 뽑을 거래. 활 당기기도 엄청 힘들다, 이거.”
류이든이 정보를 전달해 주며 활을 만지작대다가 중얼거린다.
당기기 힘들다?
나는 호기심이 들어 활을 당겨보았다. 음, 망할. 장력이라는 건 이렇게나 강력한 거였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고무줄 늘리듯 활을 당기고 있는 류이든이 대단한 것 같다. 아니지, 인간이 아닌 존재와 나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저건 기계잖아.
그렇게 우리 멤버들이 양궁용 활을 신기해하며 만지작대고 있을 때, 연습실 한 편의 문이 열리더니 준성을 필두로 TOT 멤버 6명이 들어왔다. 멀리서 우리를 알아 본 그들은 활발하게 달려서는 우리쪽으로 뛰어들었다.
“아! 아! 여기 우리 작곡가님이!”
그중에 한 사람, 내 기억으로는 예언이라는 이름의 멤버가 내 앞에서 90도로 고개를 숙인다. 뒤이어 다른 멤버들도 모두 그렇게 나를 향해 90도로 인사했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행위의 연속이었다. 음, 이게 집단 광기라는 걸까.
“어우, 우리 애들이 예의가 바르네요. 작곡가님, 오랜만이에요.”
능글맞게 인사해 오는 제일 이상한 놈.
“……선배님, 음, 제가 어찌해야 합니까?”
“어우! 선배라니! 두뇌를 내세울 만큼이나 매력적이신 분께서! 작곡가님은 그저 저희의 존경을 받으시면 됩니다!”
……내가 아플 때 뱉었던 흑역사를.
“준성이 형 솔로 곡 써줬을 때, 꼭 이참에 친해지자고 다짐했어요, 작곡가님!”
예언 씨께서 소리치는 걸 필두로 하여 모든 멤버들이 공손히 다가와서 내게 악수를 청했다. 반면에 우리 쪽 멤버들은 같은 소속사의 대선배들이 이러고 있으니 당황스러운 마음에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어, 형?”
류이든이 조심스레 준성에게 다가가 묻자, 준성이 웃음을 터뜨리며 사과했다.
“아니, 미안, 내가 동화랑 친하다고 자랑하니까 애들이 저러네. 우리 블로센스! 오랜만이야!”
그보다는 눈앞의 이들을 저리로 치워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선배님.
“작곡가님!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면 나중에 남는 곡 하나만 떨이로 주실 수 있으신가요?!”
사람 좋은 얼굴로 내 옆에서 손을 비비며 미소 짓는 예언 씨. 처음 뵙는 사이인데도 참, 대단하다 싶다.
“만약 남는 곡이 있다면 들려드리기 부끄러울 정도로 좋지 못한 곡이라 안 됩니다, 선배님.”
“어머, 어머, 우리 작곡가님이 장인 정신까지!”
참 활발하고 속 편한 인간이구나, 나는 초면에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거짓말이에요, 형.”
그때 대뜸 이현재가 예언에게 다가가며 말하길,
“남는 곡도 좋은 거 제가 똑똑히 들었거든요. 동화 형 기준으로 자기가 쓴 곡 중에 좋은 곡은 거의 없어요.”
“워, 우리 현재가 이렇게 도움을 또! 장하구나!”
예언은 그에 자리에서 일어나 이현재를 꼭 껴안고는 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클어뜨렸다. ……잠깐, 현재, 지금 나를. 저 망할 여우 놈이.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다짐했다. 다음에 함께 읽을 책은, 이해하기 어려운 걸로 골라야겠다고.
* * *
양궁 강사님에게 양궁을 배우는 과정은 지나치게 번거로운 과정이었다. 어차피 총 12명 중 5명만 선출되는 것, 내가 잘할 이유는 없지 않나 싶다.
“여러분들이 쓰실 활은 선수용보다 훨씬 약한 장력으로 제작된 거라, 당기는 데 무리는 없으실 거예요!”
즉, 나는 글러먹었다는 뜻이다. 당기는 데 무리가 분명히 따랐으니까. 퀴즈 대회 준비나 잘하는 게 최선이겠군.
그렇게 시작된 개인 강습, 12명이나 돌아가며 봐주셔야 하니 그리 긴 시간은 아닐 것이다.
나는 강사님의 말에 따라 라인에 서서 조심스레 활시위를 당겨본다. 배운 그대로의 자세로.
“…오, 자세가 좋아요. 그대로, 방향 유지하면서 릴리즈해 보세요.”
나는 저편에 있는 과녁에 집중한다. 그리고 릴리즈.
화살은 저 멀리 날아가더니, 아주 자연스레 과녁의 정중앙에 꽂혔다. 내 옆 라인에 있는 과녁의.
……이게, 가능한, 일인가.
릴리즈하는 순간 장력을 견디지 못한 내 팔뚝이 약간 휘어 화살이 사선으로 쏘아지고 말았나 보다.
“오…… 이건…….”
강사님의 당황한 목소리. 난생 처음 있는 사태를 목도한 사람의 눈빛이었다.
“살면서…… 이런 일도 벌어질 수가 있구나.”
그 뒤로 다른 멤버들의 감탄과 웃음이 뒤섞여 흐르기 시작했다.
“와, 이러면 10점 인정이 되나요?”
내 옆 라인에 있던 류이든이 힘겹게 터지려는 웃음을 참으며 묻는다.
“…음, 처음 있는 일일 테니 논의가 진행되기는 하겠지만, 인정되지는 않겠죠?”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을 말씀해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강사님.
나는 조심스레 활을 내렸다. 재능이 없다는 건 이토록이나 안타까운 일이군.
“…가망이 있겠습니까, 강사님?”
내 물음에 강사님은 아까 전 류이든에게서 질문을 받았을 때처럼 심오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3개월 정도 운동을 하셔서 근육량을 늘리신다면, 충분히…….”
글렀다는 뜻이군.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가 소파에 앉았다. 마찬가지로 나처럼 근육량 부족으로 열외된 예언 씨가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작곡가님은 미디 할 힘만 있으시면 되는 거죠!”
나는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간이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와중에 류이든이 손쉽게 활시위를 당겨 활을 쏘아내는 장면이 들어온다. 7점. 처음한 것 치고는 나쁘지 않다는 칭찬이 이어진다.
“이든 씨는 꽤 잘하시네요. 몸도 균형 잡혀 있고. 운동하셨어도 잘하셨겠어요.”
“감사합니다!”
웃음짓는 류이든을 가만히 보고 있던 예언이 중얼거렸다.
“어우, 우리 이든이, 아주 그냥 얼굴에 생기가 도네. 지난번에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진짜 죽을상이었는데.”
나는 말 없이 그저 묵묵히 들었다.
“쟤는 이번 서바이벌에서 떨어졌으면 인생 포기할 정도로 무너지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진짜 다행이다, 다행이야.”
나는 흠칫해서 옆을 돌아봤다. 문자 그대로의 사실이었으니까.
수다스러운 예언의 중얼거림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머릿속 생각을 모두 말하는 것처럼 줄줄. 채하민은 다른 회사였으니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그 외에 자기가 예전에 알고 있던 멤버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꺼내온다.
마치 나보고 들으라는 듯이.
“딱 보면 알겠더라고요? 동화 씨가 애들 케어하고 있는 거.”
나는 다시 말이 없었다.
“애들 잘 보살펴 주셔서 고마워요, 작곡가님. 아끼는 동생들인데, 정작 제 활동이 바빠서 봐주지를 못했거든요.”
그러고는 예언 씨는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한 마디를 더 얹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까 동화 씨도 다른 멤버들한테 의지하고 있는 모습 보니까 너무 좋네요!”
솔직한 말로, 약간 소름 돋았다. 어떻게 단 두 시간만에 인간 사이의 역학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지.
“에이, 경계하지 마시고!”
그렇게 말할수록 더 경계된다는 건 모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