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12)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112화(112/343)
112.
최종 성적을 확인하는 메달 수여식. 팬분들의 퇴장 이후라서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류이든과 나, 그리고 이현재가 각각 금메달을, 채하민이 아쉽게 은메달, 그리고 석준이 농구팀 우승으로 일괄 동메달을 수여 받았다.
각 메달 별로 점수가 달라지고 합산해서 전체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최종 순위 발표를 앞둔 캐스터님은 한껏 목소리를 높이며 기대감을 고조하려 애쓴다.
“자, 그럼 최종적으로! 제6회, 아이돌 체육 대회 우승 팀은!”
“저희네요.”
이현재가 옆에서 초를 치듯 중얼거린다. 이현재도 아마 모든 메달 수여 상황을 확인하고 점수로 계산해 봤나 보다.
“D팀입니다!”
시끄러운 환호 속에 멤버들이 모여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난리가 난다.
나는 내가 주도해서 부둥켜안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다가와서는 내 척추를 부술 기세로 껴안았다. 물론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동화, 너 아니었으면 동점이었네!”
내가 킹 메이커 격이 됐으니까.
“와, 확실히 메달 두 개도 크긴 하다, 그치.”
채하민의 말에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국 놈들의 지대한 실수 중 하나가 아닐까.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데 설계를 이리 잘못하다니, 철학자들이 보면 단체로 한숨을 쉴 일이다.
멤버들과 한창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옆에서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남 시선 따위 신경 쓰기는 귀찮으니 무시하도록 하자.
* * *
그렇게 엔딩까지의 촬영을 마치고, 나는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
손을 씻고 있던 도중, 옆에 어떤 사람이 와서는 물을 튼다.
“반가워요.”
나는 거울을 통해 얼굴을 확인한다. 안타깝게도 누군지 모르겠다. 그래도 예의라는 게 있으니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아까 보니까 퀴즈도 엄청 잘 맞히시더라고요. 와, 정말 누가 거기 있더라도 해내기 힘들어 보였어요. 답을 미리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음, 대체 왜 나랑 대화를 나누고 싶으신 건지.
“퀴즈란 그 정의상 답을 미리 알고 있어야 답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제대로 된 대화를 위해 개념 정의가 맞지 않는 부분은 바로잡고 시작하자.
그분께서는 예의 바른 내 말에 당황하셨는지 약간 입술을 오물거린다.
“그러면… 제작진이 알려 준 게 맞다는 거예요?”
음, 뭔가 전제부터 틀린 기분인데.
“사전에 안내받은 사항은 다른 모두와 동일합니다.”
“에이, 선배한테 사실대로 말해 봐요. 요즘 그 팀 밀어주기 장난 없던데!”
흠, 대체 이 인간은 뭘까.
“제가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니체 엔터가 돈을 좀 먹인 거 같애.”
그 뒤로 나는 가만히 인간이 말하는 걸 천천히 들었다.
여러 갈래로 흘러가는 이야기의 흐름은 그냥 연예계 뒷소문 같은 것들. 나는 듣고 있다가 타인에 대한 낯섦이 극에 치달아서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여기서 인사 드리겠습니다.”
“어, 제 얘기 별로 재미없었나요?”
“선배님이 문제라기보다는, 제가 남의 소문에 관심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거 지금 내가 뒷담한다고 뭐라하는 건가?”
아니, 뭐 이런 미친 인간이. 정신적으로 상당히 심각한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이는데.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한다.
“아니! 우리 작곡가님이 대체 어디로 가셨나 했는데 여기 계셨네!”
예언의 목소리와 함께 앞에 있던 놈이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이건 또 누구람, 우리의 자랑스런 데뷔 동기! 엑자일의 레오 씨잖아!”
예언은 과장된 몸짓으로 내 앞에 서더니 입을 놀리기 시작한다.
“어우, 왜 둘이서 여기 있어요! 레오 씨 예전에 후배들 막 군기 잡고 그러던 거 갑자기 다시 떠오를라 그러네!”
음, 그럼 아까 그 짓거리가 군기 잡으려는 의도였다는 건가. 그렇다기에는 그저 교양 없는 분의 뒷담화 같은 느낌이었는데.
“에이, 예언 씨도 참. 우리 이제 그런 거 안 하기로 서로 약속했잖아요?”
“그니까, 그니까! 저도 그럴 리가 없는 거 잘 아는데 참! 입이 방정이야, 아주! 소중한 후배 님이고 제 미래 작곡가님이라 노파심이 들어서요. 아니이죠?”
“물론이죠! 저 먼저 가 볼게요, 예언 씨! 동화 후배도 잘 지내고!”
그렇게 사자 한 마리가 떠나고 나서 예언은 표정을 썩히더니 나를 돌아본다.
“저 새끼랑은 말을 섞지 않는 게 나을 거예요. 되도 않는 선배병에 걸린 인간이라. 제 예감인데 아마 한 달 내로 인성 논란 뜰걸요?”
나는 예언을 찬찬히 쳐다본다. 어떻게 미래의 일에 관해 말하는데 확신으로 가득 찰 수 있을까.
“…혹시 꿈에서 보신 겁니까.”
평소라면 미친 소리인 게 당연하니까 물어보지 않을 소리를, 어째선지 묻게 되고 말았다.
이게 다, 기지생 저 인간 때문이다.
“에이, 예지몽 같은 게 아니라, 감이에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쎄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걸 엄청 잘 느끼거든요.”
예언은 웃으면서 손사래를 치더니 더 굉장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이게 감으로 되는 일이었군. 동물인 우리 멤버들도 그렇게 기민하진 않은데, 대단하군.
어찌 보면 선입견을 세우는 일인데도 반감이 들지 않는 거 보면, 내가 예언을 좋게 보는 듯싶다.
“어쨌든, 저 인간은 피하시는 걸로! 이제 가죠, 회식하러!”
예언은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나는 그렇게 예언의 뒤를 따라가다 조용히 물었다.
“혹시 선배님, 그렇게 쎄한 감이 들었던 다른 연예인은 없으십니까?”
선입견은 좋지 않지만, 예언의 감을 하나의 관점으로 삼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잠시 걸음을 멈춘 예언이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나를 바라보다가 씨익 웃는다.
“좋아요! 제 영업 비밀 정도는, 미래의 작곡가님에게 투자하는 셈 치면 되겠네요!”
* * *
그날 밤, 커뮤니티.
[룸넛 관점 아체대 촬영 후기}(음식 사진 모음집)
배불렀음.
댓글
— ㅅㅂㅋㅋㅌㅌㅋㅋㅌㅌㅌㅋㅋㅋ ㄹㅇ로 배불렀음 다른 건 모르겠고 배는 확실히 부름 ㅋㅋㅋㅌㅋㅌㅌㅋㅋ
└ 나는 예상치 못하게 조금 졸렸다 애들 용안 보면서 졸 수 있다는 건 처음 앎
— 아니 블로센스 팬덤 후기는 왜 다 밥 얘기밖에 없는뎈ㅋㅋㅋㅌㅋㅋㅌ
└ 왜냐하면, 배가 불렀으니까.
└ 스포는 안 되지만, 그 순간보다도 애들이 밥 돌릴 때가 더 감격스러웠다 ㅅㅂ
[긴 말 안 하겠습니다. 지동화가 찢었습니다.]시발 지동화가 다 찢었다니까요?
댓글
— 동화야… 대체 뭘 했길래 다들 너 얘기니… 혹시 씨름에서 1등하고 그랬니?
└ 지동화가 제작진 찢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찢을 예정입니다.
체육대회에서 있었던 일을 직접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블로센스의 소위 역조공이라 불리는 것이 타팬덤에게까지 알려지곤 했다.
[올해 체육 대회 역조공 도시락 비교 글]ㄱ. 신인급
1. 갓에이
: 갓 엔터가 배우 전문이라 아이돌 팬들 대접이 약간 부족한 게 보임. 전반적으로 부실해서 약 B—급.
2. 블로센스
: 니체 엔터가 이렇게 돈이 많았나요? S급.
(후략)
댓글
— 아 ㅆㅂ 니년은 뭐길래 애들 정성에 급 매기고 앉았냐 개X같게
— 룸넛들아 우리 이런 글에 뽕차서 소비하는 헛짓하지 말자~ 애들 마음만 먹어도 배 부른 게 덕이랬다 원래~
└ ㄹㅇ로 ㅅㅂ ㅋㅋㅌㅋㅌ 이딴 걸로 급 나누는 글쓴이 대가리 해부해서 부검해보고 싶네 ㅅㅂ
루미너스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다 함께 역조공을 자랑삼는 글이나 이를 근거로 영업을 하는 것은 삼가자고 서로 합의했다. 원래 신인 팬덤은 최대한 사리는 게 최고니까.
물론 뉴스로 몇 번 언급되며 ‘역조공’ 사례라고 언급되는 일은 있었지만,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다만 이런 모습이 아니꼬운 사람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아 ㅆㅂ 꽃돌이들 개 X갔네]누가 봐도 사재기로 앨범 판매 수 늘린 거 티나고 시발 방송국에 돈 맥인 듯 지원 받는 것도 개빡치네 ㅅㅂ 초동 물량만 보면 콘서트 할 때 수익 존나 기대해 볼 만하겠다 그지? 존나 해명해라
댓글
— 응 피해망상~
— 제발 산소 보호에 동참해 주십시오! 당신이 뱉은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아프게 합니다!
└ ㄱㅆ) 다음 앨범에서 라이징 단계니까 두고 보자 땅콩년들아
└ 아 ㅅㅂ 별명이 땅콩이라 그런가 엄한 년들이 자꾸 까려고 나대네.
모모지, 작곡 여행, 그리고 연말 시상식까지. 블로센스가 언급되는 양이 늘어나는 만큼 부정적인 언사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 * *
드디어 체육 대회가 끝나며, 공식적인 일정이 일주일간 멈췄다. 그 첫날 나는 침대에 일어나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음, 약간 물을 마시고 싶군.
어제 TOT 멤버 중 준성 예언과 2 대 1로 술 마시기 대결을 했는데, 깔끔하게 내가 승리했다. 대체 왜 그렇게 내 주사를 보고 싶어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붙어보니 별것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