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13)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113화(113/343)
113.
오랜만에 찾아온 집. 목화가 오기까지 기다린다. 원래는 새해를 함께 집에서 보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건 스케쥴로 인해 불가능했다.
내 21살로서의 새해, 목화의 19살로서의 새해.
부모님께서는 늘, 새해 첫날에는 다 함께 쉬어야 한다면서 피자를 시켜 주셨다. 그렇기에 우리 둘만 남은 뒤에도 계속, 새해 첫날엔 모아둔 돈으로 항상 피자를 시켜 먹곤 했고.
비록 돈은 없을지라도,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을 지켜주고 싶었던 욕심이었다.
예전엔 돈을 벌었지만 사줄 목화가 없었는데……. 그래서 홀로 맞이하는 새해의 첫날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책에만 집중하고는 했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기 위해서.
지금은, 돈도 있고, 목화도 있군. 익숙해지려다가도 문득 내가 이렇게 누려도 괜찮을지 두렵기도 하다.
그리고 도어락 비밀번호가 풀리는 소리.
“형아, 동생님 왔다!”
목화의 목소리에 나는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현관으로 마중을 나갔다.
“형, 진짜 오랜만이다. 전화만 하다가 드디어 얼굴 보네!”
나는 목화의 외투와 가방을 받아들고 안으로 들어선다.
“오늘 피자 시켜 먹는 거지?”
“응.”
“와, 형, 나 진짜 꿈꾸는 기분이야. 몇 년만이야.”
“……나도.”
나는 그렇게 말하고 소파에 앉았다. 녀석도 내 옆에 앉더니 가방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든다.
“형, 이거 선물!”
“갑자기?”
“아니, 내가 형 생일 때 옆에 있으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됐잖아.”
내 생일은 1월 1일. 목화에게는 전화로만 축하를 받았었다.
“진짜 이기적인 게, 형이 연예인 안 했으면 나랑 화해도 안 했을 것 같은데, 형이 연예인 하니까 1월 1일에 형이랑 있기 힘드니까 조금 그렇더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아마 매년 이러겠지?”
이기적인 걸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한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동생이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형, 오늘이 1월 1일인 걸로 하자. 매해 처음 만나는 날이 1월 1일인 걸로!”
나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망할 동생. 생각하는 게 이리 기특해서야.
“그래, 1월 1일인 걸로.”
그렇게 말하자 목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친다.
“형, 생일 축하해!”
그리곤 핸드폰으로 생일 축하 노래를 틀고, 또 언제 가져온 건지 작은 조각 케이크를 꺼내서 촛불 하나를 꽂는다. 포장 상자를 보니, 자기가 좋아한다고 내게 추천해줬던 케이크 집의 것이었다.
목화의 고운 목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모두 받고 나서 목화가 케이크와 상자를 내게 들이민다. 마치 어서 초를 불어 끄고 받아들라는 듯이.
“형, 이거 내가 예전에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사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마.”
그게 더 부담되는데, 동생.
나는 조심스레 케이크를 받아들고, 후— 한 번 짧게 분다.
“선물, 지금 뜯어봐도 돼?”
“되는데, 편지는 나 없을 때 읽어야 해.”
푸른 상자를 조심스레 열어보니, 지갑이 하나 놓여 있다.
“형은 지갑을… 내가 중학생 때 선물해 준 걸 아직 쓰고 있길래.”
쑥스러운지 약간 어색하게 웃는다.
“아니, 나름 데뷔 성공적인 아이돌이 캐릭터 지갑 쓰고 있는 거 보면 남이 뭐라 해, 형.”
“…이제 누가 뭐라 못 하겠네.”
물론 메이커 따위는 알지 못하지만, 지금으로선 내게 가장 값비싼 지갑이니, 누가 뭐라 하면 논쟁할 의사가 있다.
나는 지갑을 꺼내 조용히 매만져 봤다. 감촉이 따스하다고 하면, 그건 착각이겠지.
“…나도 선물 사 두긴 했는데, 목화.”
“오, 진짜?”
“근데…….”
나는 집 한 곳에 둔 상자를 들고 온다. 상자에는.
“홍삼?”
붉은 홍삼과 꿀이 그려져 있다. 누가 보더라도 혈기왕성한 목화보다는 어르신들에게 어울리는 비주얼이다.
“……네 양부모님께, 드리려고.”
그 이야기를 들은 목화는 도리어 기뻐하더니 박수를 친다.
“와! 안 그래도 나 약간 양심에 찔렸는데! 모은 돈 다 털어서 형 선물 산 거라.”
목화, 누가 그렇게 충동 소비를 하라고 했지.
“……감사하다고, 꼭 전달 드려줘.”
내가 지키려 노력했던 미소를 대신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피자 두 판이 도착해서 식탁에 앉았을 때, 우리는 여러 얘기를 주고받는다.
“…그래서, 데뷔 날짜는 지난번에 얘기해 준 걸로 확정이야?”
“응. 이번에 3월에 데뷔.”
피자를 한 조각 베어 물고 오물대며 말하는 목화에 나는 콜라를 다시 따라준다.
“……그럼 이번 달에 나랑 작업 좀 하자.”
갸웃거리는 목화의 고개.
“작업?”
“응.”
아주 예전, 데뷔곡 작업을 처음 했던 때, 우리가 아닌 나를 위한 곡을 썼던 적이 있다.
“너 주려고 썼던 곡이 있거든.”
정확히는 너랑 함꼐 부르려고 했던 곡이 있다.
“……곡?”
갸웃한 고개를 한 번 더 반대쪽으로 갸웃거리는 목화. 내가 아는 모든 존재 중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다.
“응.”
“형이, 나한테?”
“그러니까, 너 음색 좀 체크하면 좋을 것 같은데. 너도 3일 휴일이랬으니까, 괜찮을까?”
이러면 형 생일이 아니라, 내 생일 아닌가. 목화가 진지한 표정으로 조용히 중얼거린다.
“……어차피 지금이 최고의 생일이니까 그런 생각은.”
“나야 좋지, 당연히. 근데, 이거 공개하는 거면 소속사랑 협의해야지 않나?”
“만드는 거야 상관없지. 너랑 나 쉴 때 틈틈이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게 비록 돈이 되지 않을지라 하더라도, 그거라면 충분하다.
* * *
오후 1시, 모두의 하루가 한창일 이 시간에 나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다.
‘……행복하군.’
휴일 3일 차, 목화와 만나며 여러 작업을 하다가 진정으로 할 일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활동적인 인간은 못 되는 인간이라서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다.
내 옆 침대는 원래라면 채하민이 있어야겠으나, 볼일이 있다며 나갔다.
원래라면 어떤 볼일인지 재잘재잘 떠들어댈 녀석의 성격을 생각하면, 아마도 그리 좋은 볼일은 아닌 듯싶다.
대신 그 자리에는 이현재가 앉아 이북 리더기로 책을 읽고 있었다. 나랑은 다르면서도 비슷한 녀석이다.
그렇게 한참을 책을 읽고 있었을 때.
“…형.”
“……왜, 현재?”
“저 대학 지원하려구요.”
나는 책을 덮고 옆을 돌아본다. 여전히 책을 읽고 있는 이현재. 흠, 진로 상담인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새해가 되어서 현재, 이현재가 19살이니, 대학 문제를 확정 짓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는 조용히 뒷말이 이어지길 기다린다. 이현재가 이북 리더기를 내려두고 나를 보더니, 말을 잇는다.
“형이랑 같이 대학 등교하게요.”
난 녀석이 한 말을 곰곰이 곱씹다가 약간 놀랐다.
“…과는?”
한국대에는 흔히 실용음악과라고 불리는 류의 학과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한국대야 갈 수 있겠지만, 무슨 과를 나올 생각인지 궁금해졌다.
“국문학과요. 형이랑 과외해서 생긴 일이니까 책임져주세요.”
나는 국문학과라는 단어에 놀라다가, 이후 이어지는 책임이라는 말에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형, 참고로 책임의 정의는 이미 외웠어요. 농담이었어요.”
입을 닫았다.
나는 다시 생각을 찬찬히 정리해 본다. 과연 저건 이현재가 스스로 정한 걸까, 아니면 이현재의 부모님이 강요한 결과인 걸까.
“스스로 정한 거야?”
“네. 형이랑 과외하구 나서 문학 관련 책을 많이 읽게 됐는데…… 한국대 교수님이 쓰신 글이 너무 좋아서.”
대학을 정하는 흔한 경로 중 하나다. 대개는 책에서 상상한 교수의 모습과 실제 교수의 모습 사이의 괴리를 발견하고 후회하는 루트.
“만약에… 배워야 한다면 문학을 배워 보고 싶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멋진 선언이고, 응원해 줄 만한 용기다.
“도와줄 거 있으면 말해. 고등과정 정도는 다 기억하니까.”
이현재는 예상했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다.
“……안 될 거다, 일이 바쁜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 무슨 망상이냐, 뭐 이런 소리는 안 할 거예요?”
혹시 친구한테 얘기했다가 그런 소리를 듣기라도 한 건가. 신경 쓸 필요 없는 말인데, 은근히 거슬렸나 보네.
“안 할 거, 너도 알고 있으면서 묻지 마.”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데도 하는 질문은 쓸데없는 질문이다.
“현재, 그렇게 말하는 인간들은 무시하면 그만이야. 합법적인 일을 하고 싶고,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남들의 목소리는 사뿐히 무시해야지.”
“저 진짜, 예전에는 다른 사람 시선 엄청 신경 썼는데 형 때문에 변했나 봐요. 이런 걸 닮는 게 좋은 건지도 모르겠구.”
나는 그에 서바이벌 때의 이현재를 떠올린다. 연습실 안에서도 안절부절못하며,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제대로 노래도 못했던 녀석. 그러다가 나와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자존감을 되찾았던 놈.
……과연 내가 바람직한 어른이었는지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왜 이리 항상 떳떳한 형인지 의심하게 되는지 모르겠군.
“어쨌든, 도울 수 있는 거 있으면,”
“형, 도울 수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저는 형 고혈 빨아먹을 건데요?”
소크라테스군. 아테네의 등에 같은 놈.
그렇게 다시 서로 책을 읽으며 집중하려고 할 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류이든이 들어와서는 이현재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우리 현재! 한국대를 가려고! 아구, 장해! 진짜!”
손으로 이현재의 머리를 옆구리로 꽉 부여잡고 마구잡이로 헝클이는 류이든. 아마도 문밖에서 이야기를 엿들었나 보다. 미친놈 아니랄까 봐, 미친 짓도 참 열심이다.
“아, 형! 좀! 제발! 저리 가요, 아저씨 같아요!”
심히 동의되는 주장이군.
이현재는 최선을 다해서 류이든을 떨쳐 내려 했지만 힘의 차이를 깨달을 뿐이다. 저놈의 아저씨 같은 성격은 어떻게 고칠 수 없으려나.
나는 그쪽을 무시한 채 책을 집어들었다. 정확히는 들려 했다.
“형—님!”
석준이 들어온 것만 아니었다면. 류이든과 달리 석준은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왜 저—는 대학 상담 안 해주십니까?!”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어 버리고 말았다. 녀석도 밖에서 이야기를 엿들었나 보다. 이 망할 숙소, 비밀이란 존재하지 않는군.
“……갈 생각 없잖아, 준.”
“맞—지만, 서—운합니다!”
맞으면 서운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준.
“저도 귀여운 동생인데!”
그만, 준. 귀여운 동생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존재는 내 인생에서 목화뿐이니까.
“나도 귀여운 형인데!”
이든, 너는… 하.
다 꺼져. 둘 다 징그럽기 짝이 없다.
나는 진절머리가 날 것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나같이 시끄러운 것들, 진정될 때까지 부엌에서 물이나 마셔야지.
그리고 방문을 열고 밖을 나섰을 때였다.
끼익, 현관에서부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채하민이 보였다.
“하민, 왔어.”
그렇게 말을 하고 나서 다시 부엌 쪽으로 걸어가는데, 신발을 벗는 채하민 쪽에서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한쪽 뺨에 손을 올리고 답지 않게 침울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채하민. 아무래도 예상했던 그대로 부정적인 볼일이었나 보다.
“하민.”
내가 부르자, 토끼처럼 눈을 크게 뜨더니, 야생 늑대라도 만난 것마냥 후다닥 달려서는 화장실로 들어간다.
……세상에나. 채하민에게 무시당한다는 사건은 내 인생에 기록될 일 없을 줄 알았는데.
화장실 문이 쾅— 닫히는 소리에 방 안에 있던 세 명의 고개가 빼꼼하니 튀어나온다.
“무슨 일, 있어요?”
그러게. 큰일이 난 건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