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23)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123화(123/343)
123.
꿀꺽거리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울리고. 나는 손에 쥔 젖병을 조심스레 꼭 쥔다. 심바는 내 무릎 위에 누워서 우유를 먹고 있다.
“와, 아니, 심바, 왜 이렇게 동화 씨를 잘 따르지? 원래는 밥 준다 그래도 안 먹을 때도 많은데.”
“……모함하셔도 심바 씨에 대한 인상이 바뀌지 않을 겁니다, 사육사님.”
“아니에요! 진짜 말을 잘 안 듣는 사고뭉치였다고요. 제작진이 약간 고생하는 모습을 찍고 싶다고 해서 엄선한 문제아들인데.”
……이 망할 방송국 놈들이.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치졸한 짓을.
급속도로 싸늘해지는 속마음에 나는 사육사님을 바라보며 방송국 놈들을 개탄했다. 그런 내 속내를 읽은 건지, 심바 씨가 우유를 먹다 말고, 나에게 말을 건 사육사님을 향해,
“크릉.”
하고 으르렁댄다. 심바 씨, 방향이 틀렸습니다. 저 멀리 있는 PD님을 공격해 주십시오. 상처 없을 정도라면 약간 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것 봐요! 말 좀 걸었다고 화내는 거. 심바야, 진짜 그러는 거 아니다. 업어 기른 건 난데!”
“크릉!”
사육사님의 애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심바 씨는 화를 한 번 내고는 다시 젖병에 입을 댄다. 나는 배운 대로 각도를 맞춰 심바 씨가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준다.
그제야 약간 진정이 되는지 새끼 호랑이 심바 씨는 권태로운 느낌으로 누워 마저 우유를 마신다.
“그럼, 다른 멤버들도 저랑 비슷하게 약간은 말썽쟁이인 동물이 배정됐습니까?”
내가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우유를 먹지 않고 캬릉대는 심바 씨 때문에 심바 씨 얼굴에 눈을 고정한 채 물었다.
“네. 원래는 동화 씨도 지금쯤 저기 있는 장난감을 들고 심바를 지치게 만든 다음에야 밥을 먹일 수 있었을 거예요.”
나는 재빠르게 눈만 들어 사육사님의 손가락이 향한 방향을 확인해 본다. 밧줄이 기묘한 형상으로 묶여 있는 녀석이 보인다.
“……강아지들의 터그 놀이 같은 겁니까?”
“네, 아무래도 새끼라 활동량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진 않지만, 본질은 맹수잖아요? 저희 연구소는 정부에서 부지를 좀 많이 배정받은 상태라, 호랑이들 활동 반경을 최대한 넓게 배정하고 있거든요.”
호랑이의 활동 반경은 500~4,000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고 오늘 아침에 사육사님께 배웠다.
“그래서 새끼 때도 그저 애들 부모한테 맡겨 두는데, 심바는 워낙에 약하게 태어난 친구라서 여기로 와서 생활 중이거든요. 하지만 언젠가는 호랑이 부지로 돌아가야 하고. 그런 관계로 저희들이 얘 활동량을 부모 호랑이들 대신 챙겨 줘야 하는 거죠.”
때마침 심바 씨가 밥을 다 먹었는지 작은 소리로 트림을 하고 당연하다는 듯 놀이기구가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밧줄 뭉치를 물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그리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는데, 그 위압감이 상당했다.
‘귀여움과 위엄이 양립 가능한 개념이었군.’
아직 어려도 맹수의 피가 흐르나 보다. 내 앞으로 와서는 내 손에 밧줄을 턱 얹어 준다.
음, 한 번도 터그 놀이를 직접 해 본 적은 없는데.
나는 약간 느릿하게 심바 씨가 문 밧줄을 조심스럽게 당겼다.
퍽―.
예상보다 강력한 힘으로 밧줄을 당기는 심바 씨. 고작 밧줄을 당기는 것만으로 ‘퍽’ 같은 소리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깨달았다. 아직 아기는 아기인지, 견딜 만하다.
“오, 동화 씨 좋아요! 그 상태로 약 20분 정도 놀아주면 될 거예요?”
……20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보도록 하자. 대략 5분 정도 심바 씨와 줄을 사이에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을 때쯤 되니 서서히 근육이 아려왔다.
“…조, 금만 살살 해 주시겠습니까, 심바 씨.”
팔 떨어져 죽을 것 같습니다.
그에 심바 씨는 우뚝 멈춰 서더니 내 얼굴을 바라본다. 음, 잠깐,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해괴한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관뒀다.
“……크릉.”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심바 씨. 세상에, 종족을 넘어선 소통의 가능성을 발견한 건가.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힘없어 보이는 발걸음이 눈을 사로잡는다. 고작 내가 힘들다고 아이의 놀이 시간을 방해하는 건 가당치도 않은 일. 목화를 돌볼 땐 이것보다 힘든 일도 많았다.
나는 심바 씨 쪽으로 조금 기어가서 조심스럽게 밧줄을 부여잡았다.
“만족… 할 때까지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킁!”
곧바로 밧줄을 당기는 심바 씨. 으스러지려는 팔목과는 달리, 속으로는 웃을 수 있었다.
* * *
그렇게 심바 씨와 놀이 몇 종 세트를 하고 마침내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팔이 약간 아프고 허리가 조금 쓰라렸지만, 심바 씨가 즐거워하는 모습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동화 씨, 가서 옷 갈아입으시고 멤버 분들이랑 만나서 식사하세요!”
“아, 알겠습니다.”
나는 다시 조심스레 심바 씨 앞에 쪼그려 앉았다. 초롱한 눈빛의 호랑이와 얼굴을 마주한다. 음, 역시 귀엽군. 논문으로 저장해 둘 가치가 충분하다.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뵙고, 부디 잘 주무시길.”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심바 씨는 내가 일어나 뒤돌아가는 걸 보고는 내 바지를 물어 안쪽으로 약간 당겼다.
망할, 심바 씨, 저를 암살할 계획입니까.
나는 어쩔 수 없이 뒤돌아 앉아 천천히 손을 뻗어 심바 씨의 목덜미를 쓰다듬어 줬다.
“…혹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입니까?”
사육사님께 여쭤봤는데도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의아해 옆을 돌아보니 사육사님은 두려운 것을 본 듯이 입을 벌리고 멍하니 있었다.
“……사육사님?”
“아니, 이게, 대체, 심바야. 너 얼굴 보니? 너 뭔데! 예전엔 다 놀고 나면 관심도 없다는 듯이 자러 갔으면서, 이 양아치 같은!”
억울한 듯이 심바 씨가 놀라지 않게 소리 죽여 아우성치는 사육사님의 모습에 나는 살포시 웃음이 나왔다. 어째서, 이유 없이 받는 애정은 이리 따스한지 모르겠군.
“심바 씨, 저랑 조금 더 있고 싶으십니까.”
조용히 물으니 심바 씨가 내 손에 고개를 비비더니 빨리 안으로 들어가자는 듯이 움직인다.
“죄송합니다, 심바 씨.”
하지만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 이번 촬영 기간을 벗어나면 헤어져야 할, 잠시간 함께 하는 사이이므로 옆에 있어 줄 버릇을 하는 것보다는 사육사로서 의무만 다하는 게 맞을 것이다.
“내일, 일찍 돌아오겠습니다.”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심바 씨는 머리를 맞비비면서도 아쉽다는 듯 기운이 없다. ……아무리 봐도 무언가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기묘한 느낌이다.
마침내 귀여움의 마수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약간은 힘겨웠다. 이성적 명령을 거스르는 귀여움은 실재한다.
* * *
숙소에 들러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다른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는 식당 앞에 도착, 했다.
그런데, 왜 다 하나같이 몰골이 이런지……. 멤버들이 전반적으로 괴롭고 힘들고 생각이 많아 보이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특히 채하민은 어디에 밟히고 오기라도 한 건지 얼굴에 자국까지 나 있다.
망할 방송국 놈들, 감히 우리를 전부…….
“형―님! 빨리 오세요! 배고픕니다!”
아니군, 석준만 정상적인 몰골을 하고 있군.
나는 그에 다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현재랑 석준은 한 동물에 배정된 것으로 아는데, 어째서 이현재만 생기가 다 빨린 상태로 있는 걸까. 답이야 뻔하고 단순하다.
“……현재, 준이 케어하기 힘들었겠네.”
“바로 아시는 걸 보니, 제 얼굴이 좀 그런가 보네요.”
응, 아주.
아침까지만 해도, 미지의 세계에 들어서기 전 모험가 같은 설렘을 안은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불과 몇 시간만에 삶의 희망을 모두 포기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저는… 형이랑 공부하면서 인간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고 생각하는데.”
문학 수업을 하면 인간에 대한 애정과 증오를 모두 기를 수 있다. 인간의 삶이 지닌 여러 순간을 극화해 둔 것이니까.
“…그런데?”
“준이 형은 인간이 아닌가 봐요. 정말, 정말 한 대만 콩 때리고 싶었구요. 그곳엔 오직 증오밖에 없었어요.”
……현재, 왜 이렇게.
“형, 말, 거센 건 저도 아는데, 오늘, 오늘 하루만…… 봐주세요.”
“…그래.”
그런 우리에게 갑작스레 석준이 다가오더니 웃었다,
“형―님, 저 오늘 헤이―든을 봤습니다.”
“…거북이?”
옆에서 이현재가 숨을 크게 들이킨다. 무언가에 놀랐는지는 몰라도, 일종의 PTSD 같은 건가 보다.
“네! 헤이든과 함께 세상을 여행했습니다!”
“……사육실 안은 세상이 아니에요, 형.”
이현재가 지친 이유가 조금쯤은 이해됐다. 그 틈으로 채하민이 힘겹게 웃으면서 류이든이 지친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씩 이야기를 남긴다.
“동화야, 토끼……는 위험한 생물이야.”
“코끼리, 똑똑한 정도가 너랑 비슷한 거 같아.”
대체 다들 하나 같이 무슨 일을 겪고 온 걸까. 어째서 나만 천사와 조우하는 순간을 경험한 걸까.
식사하는 장소로 들어가자 배식이 이뤄지고 곳곳에서 연구복이나 사복을 입고 있는 분들이 식사하고 계신다.
“동화 형은 어땠어요? 호랑이였잖아요.”
심바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귀여움이 이성을 압도하는, 정상적 판단이 어려워서 마지막에 바지를 물었을 때 떠나는 것 자체가 힘겨웠다. 그런 존재를 정의할 수 있는 효과적 언어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하이데거가 주장했던 언어론에서 태초의 언어에 가까운 무언가가 필요한…….
“동화야, 그만 밥 먹어!”
채하민이 내가 이상한 생각을 한다는 걸 눈치챘는지 재빨리 끊어냈다. 망할, 익숙해졌군,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저 쉽게 답변한다.
“귀여웠어.”
“콜록, 콜록.”
내가 답하자마자 류이든이 곧바로 먹던 음식을 뱉어낼 듯 콜록대다가 나를 가만히 쳐다본다.
뭐, 강아지. 너랑 다른 종이야.
“왜, 왜 너만 힐링물이야.”
류이든은 평소에 자신이 고생하는 부분이 있어도 웃어넘기는 성격이다. 대체 얼마나 고생했길래 저렇게 돼버렸을까.
“왜, 왜 나만 길수한테, 길수한테 죽어가는 거야.”
“동화 형은 같은 과라 그런가 봐요.”
현재, 나는 사람과로 분류되는 생물이야. 토끼, 공룡, 개, 그리고 반인반호인 놈이랑은 다르다.
“그럼 나도 좀 억울하긴 하다. 나는 내 동족한테 배척받았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토끼의 무리생활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
밥을 다 먹고 도착한 숙소. 그곳에는 2층 침대 두 개와 침대 한 개가 놓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모두 모여 한방에서 자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내일도, 길수한테 농락이나 당하겠지. 인간 실격이야.”
류이든의 푸념이 들려온다. 길수라는 생물은 대체 어떤 생물이기에 지치지 않는 체력을 지닌 류이든이 저렇게까지 힘들어하는 걸까.
그런 의문 속에서, 서서히 눈이 감겨 온다. 빨리 자야, 내일 아침에 심바를 보러 갈 수 있을 테니까.
그날 밤, 꿈을 거의 꾸지 않는 나였지만, 심바 씨가 무릎에 앉아 자는 꿈을 꾸었다.
* * *
다음 날 아침, 나는 심바 씨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육사님이 오라고 한 시간보다 더 일찍 사육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른하게 자고 있던 심바 씨가 날카롭게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으르렁대다가 나인 걸 확인하고 재빨리 뛰어온다.
“캬아웅!”
“…잘 주무셨습니까, 심바 씨.”
내 발치에 얼굴을 비비는 심바 씨를 위해 몸을 숙여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세상에나, 대체 왜 나한테만.
이성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에 집착하는 내 사유와는 달리 손과 얼굴은 이미 부드럽게 풀어졌다. 그렇게 나른한 아침, 꿈처럼 심바 씨는 내 무릎 위에서 잠들고, 나는 흙바닥에 가만히 앉아 심바 씨를 토닥여줬다.
시간이 돼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육사님은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들어오신다.
“아, 동화 씨, 엄청 일찍 오셨네요.”
“…안녕하십니까.”
“어우, 심바가 이렇게나 얌전하게. 어쨌든, 오늘은 심바의 건강검진 날이랍니다! 아직 새끼라 예상치 못한 병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어나길 몸이 약하게 태어났다는 사육사님의 설명을 기억하고 있기에 조금은 긴장이 됐다.
부디, 건강하길. 어릴 때 아픈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심바 씨의 부드러운 털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갸릉.”
“어제 제 바지 물었던 힘이면 충분히 건강한 것 같습니다.”
다만, 인생은 개 같은 측면이 있기에, 희망을 가지는 걸 그리 쉽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걸, 불과 세 시간이 지나서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