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27)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127화(127/343)
127.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해괴한 현상에 목도했다.
“안녕, 동화 후배!”
“안녕하세요, 작곡가님!”
…뭔데, 다 나가, 우리 영역에서.
예언과 준성이 우리 숙소에 찾아와서는 또 단 것으로 아이들의 환심을 사선 안에 들어와 있었다. 이렇게 외부인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서야.
“음, 바쁘실 게 분명하고 명확하신 두 분께서 어쩐 일로?”
“말이 날카로워요. 베일 것 같애.”
“우리한테 곡도 써줬는데! 왜 이렇게 거리 둬요, 후배님!”
그래, 놀랍게도 이번에 수록곡으로 내 곡을 쓴다고 했지. 이렇게 용돈을 주는 선배 놈들을 밀어내기엔 목화 선물을 사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인간들이긴 하다. 망할 자본주의.
“……그래서 어쩐 일이십니까.”
그러자 준성 특유의 호들갑과 능글맞음으로 답한다.
“아니. 세상에! 어제 드라마를 보는데! 연기를! 어떻게! 그렇게 잘해! 내가 오늘 아침에 기사 나온 거 보고 바로 달려왔지!”
…기사까지 나올 일인가 싶군. 그저 아이돌이 시청자 수 확보를 위해 드라마에 기용된 흔한 사건이 아닌가.
“흔한 일인데 웬 기사까지… 라고 생각하고 있으셨죠? 신인 배우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얼마나 많은데요. 신인이라 일찍 나가는 거 너무 아쉽다고!”
나는 머리가 아파서 잠시 멈춰서 생각하다가, 이내 내가 가수인데 무슨 상관인가 싶어졌다. 어차피 다시는 하지 않을 일, 자체 컨텐츠 찍을 때 빼고는 다시 할 일 없다.
“에이, 너무 떨떠름하시네, 우리 후배님. 또 연기할 일 없다 이거죠? 그런데 짜잔, 우리의 닉값하는 예언이가 하는 예언을 들어보세요!”
“동화 씨는! 드라마에 한 번 더 출연합니다!”
음, 조용,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하는 말을 내가 믿을 리가. 기지생을 통해 가능성을 부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으니 더더욱 믿을 리가.
나는 일단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다. 음, 아직 여유는 있군.
“어, 오늘 혹시 일정 있어요?”
“제 동생 쇼케이스에 응원 차 잠시 다녀오려 합니다.”
예언은 내 말을 듣고 차근차근 생각하더니 박수를 짝 친다.
“아! 이번에 디오니 엔터 신인 낸다더니 거기구나.”
나는 단순히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것으로 답한다.
“약간 데뷔 시기가 안 좋긴 하네요. 저희랑도 겹치고.”
“예언아, 우리 후배님들도 블루잭이랑 겹쳤는데 신인 중에서 1등 했잖아.”
“그야 그렇죠. 그룹 매력만 있으면 누구랑 같이 활동하든 문제는 없지.”
음, 맞는 말이군. 아직 모든 멤버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김현진과 우리 목화가 있는데 뭔들 문제가 될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 준성과 예언이 서로 눈을 맞추고 무언의 신호를 주고받는 게 보였다. 준성이 무언가를 말리는 것 같고 예언은 알겠다는 듯 수긍하는 눈빛인데, 집에 갈 타이밍을 재고 있는 거라면 좋겠군.
* * *
매니저님께 부탁해 쇼케이스 장소까지 안전하게 도착한 나는 캐주얼한 복장에 야구모자를 눌러 쓰고 걸어 나갔다. 어차피 날 보러 오신 분들도 아니니 내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면 해서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차림새로 왔다.
우리와는 달리 기자 쇼케이스와 팬 쇼케이스를 동시에 한다고 하니, 지금 들어가기보다는 관계자석에서 관람하고 나중에 백스테이지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스태프로 보이는 분께 다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출연자 가족은 어디로 가 관람하면 되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분께서는 내 목소리를 듣곤 흠칫하더니 두 손을 벌벌 떨다가 답한다.
“…저, 저쪽으로 가셔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나오는 입구로 들어가시면 되는데, 호, 혹시 연예인이세요?”
어차피 이분도 연예계 관련으로 일을 하고 있는 듯싶은데, 숨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네, 블로센스의 동화라고 합니다. 또 목화의 형이기도 합니다.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번 올린 뒤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고 보니, 객석 자리에 앉아서 무대를 보는 건 처음인 것 같군. 보통은 보더라도 출연자의 위치에서 대기를 하며 보는 것이라 온전히 무대를 즐길 수는 없었다.
…내 동생인 걸 떠나서 볼 만한 무대였으면 좋겠네. 오랜만의 문화생활이니까.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자 곧 정각을 예고하는 카운트 다운과 함께 조명이 서서히 내려간다. 시선 집중을 위해 가장 흔히 채택하는 수단.
돈을 바른 티가 나게 타이포그래피가 화려한 듯 과하지 않게 펼쳐진다. 역시 대형이군. 나는 동생이 속한 회사에 대해 만족하며 미소 지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일반적인 문제는 돈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니, 아마 곡도 색이 곱게 뽑혔을 테다. 실력 있는 작곡가를 돈으로 공격하면 뭔들 뽑아줬겠지.
마침내 카운트가 0으로 돌아가며 시작된 무대. 조명이 켜지고, 목화가 약간은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시작되는 클래식 느낌의 전주.
……클래식?
현악기가 정확히 몇 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짤막한 리프로 깔끔한 느낌의 음계다. 무난하지만, 아이돌 노래보다는 EDM 계통에서 변칙적으로 활용할 법한 전주다.
그리고 첫 소절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눈을 약간 찌푸린다. 대체 무슨 소리야, 저게.
가사를 듣고는 있는데 난해하다. ……그래, 가사가 중요한 건 아니지. 막말로 헛소리만 3분 동안 적어놔도 노래만 좋으면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노래도 조금은… 난해하군. 음악성 자체는 훌륭하다. EDM으로서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정말 말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조성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이. 다만… 이게 반복적으로 듣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구성이다. 후렴구도 캐치하다기에는 리듬적 요소가 강조되어 도리어 멜로디가 죽는 느낌이다.
컨셉은, 조금 어두우면서도 강렬한 이미지. 퍼포먼스나 동선 모두 깔끔하게 구성했지만, 곡과 가사가 뒷받침되지 않으니 붕 뜬다.
쉽게 말해서 대중성은 부족한, 구성적으로만 훌륭한 음악에다가 나체나 다름없는 가사로 옷을 입혀 놓고, 그걸 토대로 화려한 춤을 추고 있으니 대체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애들 실력은 다 좋은데.”
나는 문득 그렇게 작은 소리를 내고 말았다. 특히 우리 목화는 춤선이 어쩜 저리 깔끔한지 내가 배워야 할 지경이다. 김현진 표정 연기도 일품이고, 그런데…… 어떻게 저런 재료로 이런 결과물을.
나는 잠시 한숨을 쉬려다가 목화의 눈이 이쪽을 스치는 걸 보고 재빨리 얼굴에 미소를 올렸다. 목화는 순간 미소 지었다가 다시 표정을 진지하게 만들어서 정면을 바라본다.
……후, 망할.
* * *
심란한 마음속에서도 합리화에는 성공했다. 생각해 보면, 대형 기획사가 자본력으로 어떻게든 해내지 않을까. 그룹의 성공은 멤버들의 매력과 회사의 자본으로 완성된다고 해도 다르지 않으니까.
나는 미리 사온 간식거리를 매니저님에게 받아들고 대기실에 찾아갔다.
“형!”
최대한 관심을 끌지 않으려 조용히 문을 열자마자 반자동으로 울려 퍼지는 목화의 큰 함성에 온 시선이 내게 집중된다. 목화, 내가 이런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걸 잘 알 텐데.
“허, 동화다! 블로센스에 작곡하는 분.”
“동화 형!”
김현진 역시 나를 보고는 달려온다.
“…고생 많았어.”
나는 둘의 무대 위 칭찬해 준다. 춤선과 표정 연기 같은 세밀한 부분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칭찬하니 표정이 생글생글하게 변한다. 그래, 너희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아름다웠지.
그렇게 잠시간의 칭찬 타임을 끝내고 미리 사 왔던 건강 간식을 목화와 동화 쪽으로 나눠주었다.
그러자 그걸 받고 빠르게 테이블에 올려두더니, 한 사람의 진두지휘하에 일렬로 선다. 다음부터 이런 곳에 찾아올 때는 ‘없는 사람 취급해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와야겠다.
“둘, 셋. We the Hope, 안녕하십니까, 호핀입니다.”
Hope에 in’을 붙인 말인가 보다. 나는 박수 치며 고개를 숙이며 화답했다.
“블로센스의 동화라고 합니다.”
중간에 선 리더로 추정되는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한 걸음 나오더니 크게 소리친다.
“호핀 리더 디키입니다! 선배님, 존경하고 있습니다!”
거리감을 유지해 주시겠습니까, 후배님. 조금 부담스러…….
“선배님 브이로그 늘 챙겨 보면서, 작곡 편곡 다 잘하는 거 진짜 너무 존경스러워서 저도 작곡 공부 시작했어요!”
그만. 연예인 하기 최적의 성격을 지닌 디키 씨군.
다행히 그때 문이 열리며 카페에서 미리 주문해 둔 커피 박스들이 배달됐다.
“혹시 이 팀은 스태프분들이 몇 명이나 됩니까, 디키 씨.”
“…어, 하, 한 50명.”
“음, 아쉽네요. 60잔을 사왔는데 남겠습니다. 목마르신 분은 한 잔 더 드셔도 된다고 말씀 좀 전해주시겠습니까.”
목화가 빠르게 달려와서는 속삭인다.
“형, 안 비싸?”
어렸을 적에 네가 반장했을 때 햄버거 하나 돌리지 못했으니, 이렇게라도 한 번 돌리는 거지.
“이 정도는 벌어, 목화.”
회사 정산보다 작곡 수익이 더 많다. 이런 거 보면 TOT가 참 자본주의적으로 마음에 드는 선배들이다.
“와… 형, 엄청 멋지다…….”
음, 근데 목화는 이러라고 사온 거라 문제가 없는데, 왜 뒤에 있는 다른 분들도 그런 눈빛이 되는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서, 선배님, 진짜 존경스러워요!”
죄송하지만, 그렇게 존경할 만한 인간이 못됩니다.
“언젠가! 선배님이랑 작업해 보고 싶습니다! ‘Sorry’랑 ‘마지막 시작’, 그리고 ‘절벽과 소년’까지! 다 플레이 리스트에 넣어놨어요! 선배님!”
디키 씨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한다. 예전에 스케쥴을 할 때 저런 멘트를 류이든의 사회성 특강을 통해 미리 준비해보긴 했지만, 당하는 입장이 된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형, 저 형 진지한 거예요, 지금.”
김현진이 조용히 와서 속삭인다. 뭐라고.
“맨날 동화 형 얘기 엄청 해달라고 해.”
……그건, 조금 무서운데, 목화.
“그, 그렇습니까.”
“네, 네! 저 진짜 영광, 와, 혹시 동화 선배님께서 보시기에 저희 데뷔곡 어떤 것 같아요? 작곡 천재 얘기 한번 들으면 저 진짜 소원이 없을 거 같아요!”
…그렇게 어려운 거 묻지 마십시오. 어떻게 말하라는 겁니까. 도저히 프로듀싱이 왜 이딴 식이냐는 말밖에 할 게 없는데.
“…답을 드리기 전에 먼저 본인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어찌 생각하십니까.”
“사실, 저는 약간 모르겠어요. 곡이…… 나쁘지는 않은 거 같은데 조금 난해해서…….”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 디키라는 인간의 포지션이 리더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찬찬히 디키를 살펴보며 어떤 성격일지 예측하다가, 답해주었다.
“솔직한 답을 원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네! 솔직하게 평해 주세요!”
“…제가 같이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그래, 갑갑해서 내가 곡 쓰고 편곡해 주고 싶었다.
그러자 디키 씨는 급격하게 큰 목소리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더니 방방 뛰면서 나한테 고맙다고, 영광이라고 소리친다. 도망치고 싶군.
“……목화.”
“왜, 형?”
목화가 내가 사온 딸기잼 쿠키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익숙한 풍경이야?”
목화는 먹고 있던 쿠키를 뱉을 정도로 웃더니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응, 응, 진한이 형 맨날 저래.”
본명도 알게 됐군. 나는 날뛰는 디키 씨를 잠시 내버려 두고 목화 옆에 잠시 앉았다. 다른 멤버들의 눈빛이 이쪽으로 쏠리는 것 역시 애써 무시한다.
“목화, 방송국 놈들 수칙 기억하지.”
“응. 나 완전 다 외웠지. 방송국 놈들 절대 믿지 않기.”
자랑스럽게 웃는 목화,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쩌다가 동생이랑 같은 업계에서 일하게 됐는지.
“나도 이번에 컴백할 거 같으니까, 방송국에서 혹시 마주치면 좋겠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갈 채비를 한다.
“저도! 저도 그렇습니다! 선배님! 방송국에서 꼭 뵙고 싶어요!”
나는 그에 애써 웃음을 지어준다. 생각해 보면, 나랑 동갑이거나 그럴 수도 있지 않나.
“…나중에 기회되면 또 뵙겠습니다.”
흠, 디오니 엔터는 외부 작곡가 기용은 안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