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28)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128화(128/343)
128.
드라마 ‘석류꽃은 다시 활짝 필 테니’의 방영 이후 꽃돌이판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동화 이번 드라마 개인적 베스트 컷 모음](지동화 엔딩 씬에서 미소 짓는 장면.gif)
(지동화 엔딩 씬에서 넥타이 푸는 장면.gif)
(지동화 엔딩 씬에서 이성과 광기의 중간에 선 눈빛 클로즈업.gif)
드라마 시간 중 8분 출연, 신인 배우라는 소리 들음, 동화기 또 동화함.
댓글
―아 ㅅㅂ 나 룸넛년 운다 진짜…. 동프들 모여서 다 같이 눈물 존나 쏟는다 진짜…
―자기 평소 캐릭터랑 많이 겹쳐서 연기하기 편했던 거 감안해도 아이돌치고 레전드 아니냐고
―연말 후에 자컨으로 버티던 세월 보상 받는다
―아 지동화 ㅈㄴ 내 과외 쌤 해달라고 저 얼굴만 보고도 공부할 자신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최선 다할 거라고…
└현재는 대체 어떤 기분일까… 고3 시절 같은 집에 한국대 천재가 산다…?
└와 근데 현재 지난번에 공부 w앱하는 거… 존나 귀엽더라…
―저거 비하인드 보니까 동화랑 하민이가 직접 준비한 대사라던데, 존나 멋있지 않냐 룸넛들아…
└아니 이건 뭔가 문제가 심하지 않냐 인간이 이렇게 설정 과다여도 괜찮나?
[채하민 연기자냐?](채하민 지동화와 짧은 대화 이후 미묘한 표정 짓는 중,gif)
(채하민 마지막에 지동화 보면서 약간 울먹이다가 다시 걸어가는 짤.gif)
다른 멤버들 다 연기 잘했는데 채하민 저 씁쓸하고 착잡하고 그런데 티내긴 싫고 애써 기운 차리려고 하는 표정 개인적으로 존나 치임…
기사나 다른 커뮤 반응도 대충 보면 나쁘지 않은 듯
댓글
―이제 이렇게 언급되던 거 활동으로만 이어나가면… 내가 탑아이돌 팬덤…?
└아 근데 신인 치고 컴백 좀 늦긴 한다… 떡밥이 없는 건 아니라 막 마음 아프진 않은데 무대에서도 좀 보고 싶다
└솔직히 지금 입덕한 애들 후기 보면 떡밥 소화 힘들다고 하는 거 보면… 컴백까지 해주면 좋겠는데 애들 건강도 걱정되고 그래…
└신인 치고는 이번 컴백 주기가 아주 아주 아주 야아악간 길긴 해
―하민아… 수트 늘 입어줘… 비율 개좋아…
[하민이 연기가 좋은 점]일단 본인 피셜 이전 엔터에서 연기 수업을 많이 받았다고 함. 발성 같은 거 탄탄하고 시선처리 같은 거 무난한 데다가 혼자 있을 때 감정도 안 놓치는 거 보여. 동화랑 같이 연기 연습하는 것도 보면 하민이가 동화 연기 코치 계속 해주는 듯. 걍 ㅅㅂ 좋다고…. 하민아… 만능엔터테이너로 가자! 배우 아니더라도 너는 뭐든 할 수 있어!
댓글
―동화가 하민이한테 연기 배울 때 진지한 눈초리로 끄덕거리고 경청하고 고치고 하는 게 새로웠달까…? 나는 동화가 학생 모먼트인 것도 개 발리는 부분 중 하나였어…
└지동화를 가르치는 채하민… 대단히 귀한 장면이라 카메라로 남은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만족스럽긴 해
―내가 ㅅㅂ 이거 보려고 수신료를 내는구나 싶더라고.
[니체 엔터 원래 이렇게 일 잘했냐?]신인 시절에 이 정도로 방송 계속 꽂는 게… 애들이 잘하는 것도 있겠지만 기획사가 안 받쳐 주면 말이 안 되잖아 원래 이렇게 영업력이 좋았나 모르겠음
댓글
―들리는 소문엔 TOT 맡았던 실무진이 담당이라던데 그래서 그런가 보지
└톳들 때부터 니체 팠는데 일은 잘해… 병크 관리가 좀 그래서 그렇지…
└꽃돌이들도 갑자기 뭔 일 터지면 좀 슬프긴 할듯
―일단 TOT가 성공하고 더넥니도 나름 흥행한 덕에 투자 많이 받은 건 확실한 듯 앨범 때깔 개 고와
블로센스의 드라마 출연 떡밥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팬 커뮤니티의 풍경. 소속사가 풀어주는 자체 컨텐츠와 멤버들의 W엡, 그리고 기타 SNS 등의 풍요로운 떡밥 속에서도 ‘무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서서히 싹트고 있었다. 신인치고는 긴 편인 공백기에다가 휴일인지 특정 일에 몰려 멤버들의 목격담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다른 멤버들 목격담은 하나씩 다 나왔는데]이든 : 새벽 조깅
하민 : 파충류 매장에서 발견
준 현재 : 영화관
근데 왜 동화는 하나도 없어…? 동화야… 너 밖에 좀 다니면 안 될까…? 햇빛도 좀 보고… 그러자… W앱 진행 장소가 항상 작업실인 게 정말… 안타깝고.. 걱정돼서 그래
댓글
―이거 현재가 서칭해서 알려줄 듯 ㅇㅇ
└지동화 인증 통계용 컴퓨터
└현재 갈수록 동화 성격 조금씩 닮아가는 게 너무 웃김 ㅅㅂㅋㅋㅋㅌㅌㅋㅋㅋㅋ 그러면서 자세히 보면 서로 다른 건 개발려…
―전에 동화 호핀 쇼케이스 장소에서 봤다는 소문이 있던데
└작업실이 요즘 가장 편하다는 그는 가족에게만큼은 진심이었다…
└밖보다 작업실이 즐겁다는 그는 가족사에는 몸을 일으켰다…
―아니 지동화 ㅋㅋㅌㅋㅌ 확신의 집돌이이자 확신의 I형 ㅋㅌㅋㅌㅋㅋ
└그 얼굴로… 집돌이… 개발려…
―이건 동화 건강을 위해서라도 컴백을 해서 햇빛을 보여줘야 한다.
└동의.
└옳은 말.
└얼마나 옳습니까, 동화 건강 걱정하는 게.
급기야 지동화의 목격담이 없음을 근거로 지동화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컴백하는 게 옳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무언가를 원할 때 모든 게 이유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 * *
우리의 작업실. 모두들 소파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레 류이든과 눈을 맞췄다. 아무리 내가 작업을 주도해도, 나보단 류이든이 이런 회의에 능숙하니까.
신호를 받은 류이든이 자연스레 말을 꺼낸다.
“우리 이번 타이틀곡, 어떤 컨셉이 좋을까.”
우리 회사는 어쩌다 보니 곡 작업에 있어서는 우리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주게 되었다. 2연속으로 좋은 곡을 뽑아낸 덕분이지만, 더럽게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 동화 형 작업 파일에 이미 곡 한 20개 정도 잠들어 있잖아요? 그중에 하나 좋은 거 골라잡는 게 낫지 않을까요?”
말 자체는 옳지만, 중요한 맹점이 있다. 이현재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 하등품이야, 현재. 활동 곡으로는 못 써.”
그러자 이현재가 체념한 듯 깊은 눈으로 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형의 기준을 만족하는 게… 참 쉽진 않구 그렇죠.”
억울하게도 내 기준이 높은 게 아니라 내 실력이 부족해서 곡이 하등품인 게 맞다. 어디에 내놓기엔 너무 부끄러운 수준의.
“우선, 내가 하고 싶은 건 이미 지난 앨범에서 했어.”
내 의견에 지나치게 휩쓸리는 경향이 있으니 이것부터 차단해야겠다. 비록 채하민이 돋보이는 곡이었지만, 어차피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맞으니 문제없다.
“저―는 지난번에 강렬한― 것도 했고, 몽환적인― 것도 했으니까, 이번에는 신나―는 걸 한― 번 하고 싶습니다.”
공룡은 신나고 싶나 보다. 멸망 직전에 밥을 먹으며 신나 하는 공룡의 심정을 표현한 곡을 써 볼……. 망할, 멤버들한테 물들었군.
“근데 생각해 보면, 동화가 절벽과 소년도 썼고, 하민이 독무 고려한 곡도 썼으니까, 다른 멤버 센터로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네.”
합리적이다. 저절로 끄덕여지는 고개. 석준은 공룡 멸종 이전 최후의 댄스로 자신의 의사를 표출했으니, 이현재의 의견을 들어야겠다.
내 시선을 받은 이현재는 나를 보다가 웃는다.
“사실 저는 준이 형 말대로 신나는 것두 한번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 서바이벌 마지막에 했던 그런 느낌… 좋은 것 같아요.”
음, 신나는 곡이라.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그러니까…… 절벽이 무너져 내리는데 그 위에서도 신나게 춤추는 느낌? 서바이벌 마지막 날이…… 저한텐 그런 느낌으로 기억되거든요.”
현재, 나는 너의 국어를 그렇게 가르친 적이 없는데. 그건 현자의 돌을 발견하고 싶다는 소리랑 똑같잖아.
…잠깐, 이거 아까 전에 석준 보고 떠올린 거랑 비슷한 것 아닐까, 유비 추론치고는 개연성이 괜찮은 것 아닐까 싶다.
“……공룡이 운석 밑에서 밥 먹는 느낌이야?”
나는 조심스레 아까 폐기했던 기억을 복원한다.
“…형, 혹시 많이 힘들면 팀장님한테 휴일 좀 달라고 말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래, 동화 형. 요즘 좀 힘들어 보인다 했는데… 그런 헛소리를 할 정도로…….”
류이든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내 눈을 들여다보더니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채하민과 석준조차도 동조해서 나를 바라본다.
“…혹시 파트 배분에서 크게 손해를 보고 싶으신 멤버 있으십니까.”
“이든이 형, 동화 형 쌩쌩해 보이는데 왜 그래요?”
내 예의 바른 충고에 정신 차린 이현재가 곧바로 류이든에게 비수를 날린다. 헤게모니를 장악하지 못한 지배계급의 말로다.
“형―님, 실망입니다.”
“야! 니들도 아까 분명!”
그런 소란 와중에도 자신은 파트 배분에서의 손해 따윈 상관없다는 듯 여전히 걱정스러운 나를 보는 채하민이 눈에 뜨인다.
“…괜찮다니까.”
“알잖아, 나는 동화, 너가 괜찮다고 하는 말 안 믿는 거.”
대체 평소 내 이미지가 어땠길래 저 말 한마디에 이 정도로 걱정을 하는 건지. 내가 했던 전적이 있으니 일단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류이든은 분위기 전환 겸 다시 회의를 진행한다.
“나도 신나는 걸 하는 건 좋은데, 신나는 것도 컨셉이 엄청 많잖아. 파티 분위기도 있을 수 있고… 아니면 시험 끝난 학생 같은 것도 있을 수 있잖아.”
확실히 그렇다. 분위기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리듬 구성 자체가 달라지기도 하니.
“그럼, 내일까지 생각해 오는 걸로?”
내가 그렇게 얘기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벌써 세 번째 앨범 준비라니,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더니, 정신적으로 30살이라 세월이 참 새삼스럽다.
* * *
작업을 할 때에는 멤버들에게 들려주는 빈도가 꽤 높다. 한 곡을 계속해서 만지다 보면 어느샌가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그래서 혼자 ‘신나는’ 게 뭘지 생각하려니 막막한 감이 있다.
절벽에서 무너져 내리는 와중에도, 신나게 춤을 춘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구체적이라서 도리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 문장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감이 잡힐 것 같다. 결국엔 정해진 결과 앞에서 겸허히 미소 짓는 이의 초상을 의미하는 거겠지.
호핀이라는 그룹으로 김현진이 데뷔하고 나서야 말할 수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누군가가 탈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힘겹게 외면하고 신나 했던 기억이 난다. ……음, 점점 더 알 것 같네.
신나는데도 은근하게 깔린 불안함과 위태로움은, 참 표현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대중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아이돌 음악에서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몇 군데를 만지작거리다가 드디어 깨달았다. 나는 작업할 때 소재가 있는 편이 훨씬 편하다는 사실을. 바다나 뱀 같은 것처럼, 곡의 시작점이 되는 하나의 구절이 있어야 만족할 만한 작업을 할 수 있겠다.
나는 의자에 푹 기대 머릿속을 뒤지고 ‘신난다’라는 관념에 부합할 만한 것들을 마구잡이로 늘어놨다.
신나는 곡이라, 내가 신났던 건 언제였고, 인간은 어떤 순간에 신나 할까. 그보다 우선적으로 ‘신난다’라는 것의 정의는 대체 무엇일까.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하던 중, 짧은 노크 이후 작업실 문이 열리고 그 틈새로 채하민이 고개를 빼꼼 내민다. 그냥 들어와도 된대도 항상 저런다.
“동화야, 잠시 들어가도 돼?”
손에 종이를 꼭 쥐고 나를 보는 채하민에게 곧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들어오라니까.”
“에이, 그래도 너 작업실인데.”
그래서 찾아온 목적은 뭐지, 토끼 놈. 그런 의문을 가지고 바라보니 손에 쥔 종이를 눈앞에 들이민다.
“여기 사인 좀 해주라, 동화야.”
…사인? 얘가 내 사인이 필요하지는 않을 테고. 채하민이 영악한 인간은 아니니까 혹시라도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 문서도 아닐 테고. 종이를 받아들자 완전히 백지인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음, 누구 드리게?”
“아버지가…… 받아오라고 하셔서.”
음, 갑자기 흥미가 동하는 이야기구나, 하민.
“…화해한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아버지가 우리 출연한 드라마를 엄청 재밌게 보고 계신가 봐. 그중에서도 너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하시면서…….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었거든. 그래서 사인이라도 드릴까 싶어서.”
연예인 아들 하나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지 않으십니까, 아버님. 이렇게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만으로도 내가 정한 목표는 충족한 셈이다. 채하민 정도 되는 놈이면 이제부터 알아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어린 인간은 아니니.
“아! 엄마도 해드려야 하는데… 괜찮으면 한 장만 더 해주라, 동화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를 받아들었다. 팬에게 해드리는 사인 말고 가장 기쁘게 할 수 있는 사인인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