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33)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133화(133/343)
133.
아이돌 공작소 촬영은 막바지에 달했다. 게임도 많이 진행했다.
고요 속의 외침에서 석준이 완전히 말아먹은 것이나, 음원 없이 춤추는 멤버 찾기에서 채하민이 너무 정확한 박자로 춤을 춘 덕분에 아무도 찾지 못했던 일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물론 채하민의 경우는 거짓말을 할 때 얼굴에 거짓말 중이라고 적어두는 투명함 덕분에 끝내 들통났지만.
“와, 하민 씨는 제가 본 아이돌 중에서 춤 실력이 진짜… 대단하네요. 감탄하면서 춤 보는 건 진짜 오랜만인 것 같네.”
그런 춤을 음원 없이 췄으니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여기 부분도 하민 씨 독무 느낌에 딱 맞고, 아주 자체 제작의 장점이 잘 보이는 애들이네.”
예성과 혜성은 마무리 분위기를 잡으려는지 칭찬일색의 평가로 훈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저건 모두 가식에 불과하다는 것을. 저들이 나에게 애교를 시키려고 할 때의 표정을 명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블로센스가 이번에 또 컴백을 하셨다고요.”
오늘 방송 출연의 목적. 이번 앨범 홍보 시간이 되었다.
“네! 저희 블로센스가 여러분들의 엉덩이가 의자에서 들썩들썩하게 만들어 드릴, 동양의 흥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한국의 거문고 리듬이 돋보이는 곡이에요.”
“동화 씨가 작곡하고 프로듀싱도 했다면서요?”
“음, AR팀 분들도 많이 도와주셨긴 하지만, 저 역시 참여했습니다.”
“와, 조금 있다 무대도 보여주실 예정이긴 하지만, 킬링 포인트를 안 물어볼 수가 없는데요. 혹시 이번 곡의 핵심 안무 같은 거 한 번만 보여주실 수 있나요?”
채하민이 곧바로 일어나서는 해맑게 웃으며 비틀비틀 몸을 못 가누는 듯한 스텝을 선보인다. 상반신은 비틀거리듯 웨이브를 하며 흥겨워하고 있다.
“오우, 그냥 바로! 너무 신나 보이는데, 무대에서 이 부분이 언제 등장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한번 바로 무대 보여주실 수 있나요?”
“어우, 당연하죠. 얘들아, 연장 챙겨! 무대 하자!”
류이든이 폐공장의 분위기에 취했는지 이상한 소리. 이제 곧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차올랐다. 오늘은 아주 깊은 잠에 들고 싶은 날이다.
* * *
# ‘아이돌의 재능 개화 프로젝트, 아이돌 공작소!’ 무대 부분 편집본.
“자, 블로센스가 무대를 사마귀처럼 찢어버릴 겁니다!”
“폭탄먼지벌레처럼 쾅 터지는 무대! 지금 바로 보시죠!”
쌍성이 공장 중앙에 있다가 갈라서자 뒤쪽에 대형을 갖춰 선 블로센스 멤버들이 보인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흥’의 전주. 거문고 리듬이 박자감을 살리고 있었다.
류이든이 즐거운 표정으로 센터에 서서 몸을 흔든다.
한량들 모두 모였나
주변을 둘러보며 인원을 체크하는 제스처를 취한 류이든. 멤버들이 손을 들자 만족했는지 웃으며 정면을 바라본다.
단지, 여기, 순간, 흥
짧은 단어가 나열되자 둔탁한 비트가 떨어지며, 지동화가 센터로 나온다. 흥겹게 걸어 나오며 리듬을 탄다.
모여라 모여 고민 따윈 버려두고 (단지)
한량은 한량답게 달빛을 거닐고 (여기)
엉망진창 하루를 보낸 우리 모여 (순간)
흘러나온 콧노래 한 번 놀아볼까 (흥)
춤을 추던 멤버들이 지동화가 걸어 나올 때 박자에 맞춰 하나둘 대형에 합류하듯 지동화의 뒤로 붙어 따라 무대 위를 걷는다. 그리고 ‘흥’이라는 더블링이 나올 때 대형을 갖춰 채하민 중심으로 각을 잡고 춤을 춘다.
인생살이 원래 그리 괴로운지 망친 시험 이젠 익숙한 1차 탈락
이렇게 살다가 끝나는 청춘인지 아니면 나만 이런가 싶은 나날
대형 왼쪽에서 류이든이 툭 튀어나와 한숨 쉬며 슬프게 웃는다.
바쁜 일주일이 끝난 주말에도 스펙 준비 아님 졸도 (드르렁―)
어디 철수넨지 뭔지 옆집 자식이랑 비교되는 일도 (아이고―)
후렴의 폭발적인 터짐을 위해 잠시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이현재가 센터로 나와 자리 잡는다. 거문고 리듬과 전자음이 합쳐진 오묘하게 슬픈 분위기 속에서 맑은 목소리가 터질 듯 노래한다.
죄송해요, 어머니 오늘 하루만 한량 되어 볼게
내일부터 다시 힘껏 달려나갈 테니 하루만 놀래
이현재를 중심으로 있던 대형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중간으로 지동화가 뚜벅뚜벅 걸어 나온다. 이때부터 묘하게 슬퍼졌던 분위기가 다시 흥겹게 전환된다.
휘영청 차오른 달빛 우린 거리를 거닐지
단지, 여기, 순간.
모든 소리가 고조되다가 잠시 차오르는 정적. 나머지 멤버들은 모두 상체를 숙이고 있을 때 지동화가 센터에 홀로 서 정면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리고 시크해 보이는 얼굴에서 짧게 울리는 하나의 음절.
흥.
거문고와 전자음이 폭발한다. 멤버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듯 스텝을 밟으면서도 상체는 유려하게 웨이브를 탄다. 각 개인별로 보면 불규칙적으로 보이는 안무는 대형을 갖추는 순간 동선부터, 웨이브의 방향까지 하나하나 계산된 듯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낸다.
그 사이에서 석준이 센터로 나와 카메라를 공손하게 한 손으로 지칭한다.
지금, 거기, 당장, 흥
옆에서 보고 있던 쌍성이 가사랑 다르게 왜 저렇게 공손하냐고 빵 터지는 모습이 잠시 화면에 잡혔다가 다시 무대. 앞선 안무가 불균형을 토대로 균형을 잡은 안무였다면 이번엔 칼로 자른 듯한 각으로 딱딱 맞춘 군무다. 채하민이 모두를 응원하며 연습으로 고문한 결과다.
그리고 시작된 2절. 석준을 중앙에 세우고 나머지 멤버들은 1절과는 달리 훨씬 활기찬 표정으로 춤춘다.
참 사납다 싶어, 팔자, 찌푸린 표정 주름이 늘어, 그것도 팔자
다 잊어라, 잊어, 한량―처럼, 신세타령 오늘은 멈춰라, 멈춰, 잠깐
늘 즐거울 순 없다지만 하루 정도 흥내 봐도 괜찮지, 나.
석준이 마지막 라인을 뱉으며 주변을 돌아보며 물으면 멤버들이 하나 같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준다. 마치 괜찮다고 답해주듯이, 하루 정도는 한량처럼 굴어도 된다는 듯이.
류이든과 채하민이 이후 서로 마주본다. 서로 거울이 된 듯이 춤을 추지만, 채하민은 해맑은 미소를, 류이든은 슬픈 미소를 짓고 있다.
24시간, 딱 이만큼만은 (다시 시작될 일상)
고생한 우릴 위한 해방 (지겨울지도 몰라)
자유롭게 날뛰어 이 밤 (내일을 견딜 수 있을까)
채하민과 류이든 순으로 주고받는 멜로디는 마치 한 사람이 놀면서도 고민하는 내면을 표현한 것 같았다. 채하민은 류이든의 이마를 아프지 않게 딱 한 대를 때린 뒤 엄한 표정이 된다.
생각해, 단지, 여기, 순간.
그리고 채하민은 뒤로 달려가고, 류이든은 정면을 향해 다시 활짝 미소지으며 한 음절만 내뱉는다.
흥.
이전과 달리 모든 전자음은 빠져 나가고 단지 흥겨운 거문고 리듬만 남는다. 그것처럼 무대 위에도 다른 멤버들은 모두 사이드로 빠진 상태에서 류이든이 제자리에서 리듬을 타고 웨이브하며 손으로 자신의 턱부터 골반까지를 쓸어내린다. 섹시한 느낌보다는 흥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몸짓과 표정이었다.
이후 해맑게 웃으며 양편으로 손짓하자 멤버들이 대형을 잡는다. 류이든을 따라 흥겹게 리듬 타는 멤버들 사이로 이현재가 걸어 나와 마이크를 들어올린다.
슬픈 분위기와 달리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고음을 질러낸다. 갑갑한 알을 깨고 나오는 듯한 목소리였다.
죄송해요, 아버지, 나는 한량이 될래
내일 일은 잠시 잊고 콧노래 할래
곡은 흐르고 흘러 막바지에 다다른다.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서, 대형 오른쪽으로 지동화가 걸어 나온다.
불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시간만 흘러 (똑딱)
괜찮으니 일어서서 이 가락에 몸을 맡겨 (뭐 해)
이제 모든 음이 사라지고, 중앙에 선 지동화가 한 걸음 걸어 나온다. 그리고 노래하지 않고, 무표정으로, 평소에 말을 하듯이.
춤추십시오.
터져 나오는 리듬에 지동화는 상체를 뒤로 기울이고 양옆으로 상체와 팔을 흔든다. 채하민이 굳이 넣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서 넣은 지동화의 독무다. 멤버들은 가만히 정면을 바라본 채 서 있는데 그루브한 리듬 속에 몸을 맡긴 지동화의 모습은 묘하게 흥겨웠다.
다시 후렴에 맞춰 각 잡힌 안무를 추다가, 마침내 곡이 끝난다. 그 상태에서 석준이 센터로 나와 ‘단지, 여기, 순간, 흥’을 내뱉는다.
아이돌 공작소는 언제나 그렇듯 각 다섯 명의 엔딩 때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모두 다, 어느 때보다 빡센 안무와 쉼 없이 달려가는 곡 구성에 차오르는 숨을 힘겹게 몰아쉬는 모습이다.
* * *
하, 마지막 시작 때 분명 이번엔 안무가 덜 힘들 만한 곡을 쓰려고 했는데, 망할.
곡이 끝나자마자 밀려 올라오는 숨에 후회도 함께 차올랐다. 다음엔, 기필코, 조금 쉬운 무대를 할 만한 곡을 쓰겠다고 다짐하면서 후들거리는 다리로 섰다.
“와아아아아! 예성아, 나 지금 좀 신나는데!”
혜성이 류이든이 췄던 흥겨워 어쩔 줄 모르는 춤을 따라 춘다. 류이든이 곧바로 달려가 옆에서 합을 맞추며 춰주는 걸 보니, 0에 수렴했던 존경심 같은 것이 조금은 피어나려 했다. 리더라는 부담 때문인지 함께 나가는 방송에선 저렇게 뭐든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본받아야 마땅하다.
“이렇게 추는 거야, 이든 씨?”
“네, 네. 좀 더 신나는 표정도 지어주면, 어우, 그렇죠. 너무 잘 추시는데요?”
물론, 본받고 싶다고 해서 저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드럼통 위로 올라간 우리는 체감 상 너무나 길었던 아이돌 공작소의 엔딩 촬영을 향해 달려갔다.
“네, 오늘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신 우리 블로센스 여러분,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이돌 공작소에서도 오늘 제일 많이 웃은 것 같애.”
“그지, 형? 나도 이 친구들 잘 됐으면 좋겠네. 다시 봤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위즈니한테 고소 안 당하길 기원하면 되겠다.”
“어쨌든, 소감 한 번 안 여쭤볼 수가 없죠. 우리 리더, 이든 씨부터!”
멤버들 별로 한 번씩 돌아가며 소감을 물어보는 시간이 됐다. 아마도 이중에서 많은 부분이 편집될 테지만, 멤버들은 모두 한 글자 한 글자 소중하게 내뱉는다.
“그럼, 마지막으로 우리 동화 씨. 오늘 해괴한 일을 많이 당하셨는데, 괜찮으셨는지 모르겠어요.”
괜찮지 않으며, 모두 편집돼도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마귀가 되는 귀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미국의 철학자 네이글은 박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논하며 물리적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사마귀가 되어 볼 수 있었던 이 시간은, 정말, 감사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흐하하하, 동화 씨 진짜, 말하는 게 너무 웃긴데. 첫인상이랑 완전 달라.”
“결국 이번 아이돌 공작소 한 줄 요약은 ‘얼음왕자였던 내가 사실 당랑권 고수’ 정도가 되겠네.”
“어쨌든, 감사했습니다, 우리 블로센스. 그럼 시청자 여러분께 함께 인사드릴까요?”
“단지. 지금, 이곳은! 아이돌 공작소!”
재치 있게 우리 곡의 가사를 차용해 바꾼 엔딩 인사말. 이제, 집에 간다.
* * *
물론 집에 간다고 해서 해방된 것은 아니었지만.
“동화야! 한 번 더 고양이 울음소리 내 주라!”
“데려가 줘요, 냥!”
채하민과 류이든이 차안에서부터 숙소까지 끊임없이 난리를 쳤으니까. 오늘은 아무 스케쥴이 없고, 단지 우리가 출연한 프로그램 모니터 하나만 남아 있었기에, 그전까지 방에 들어가 채하민까지 쫓아내고 나서야 평온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렇게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모두 무시하고 책이나 읽고 있던 그때 핸드폰에 중요하다는 의미로 따로 설정된 알림음이 울렸다.
― 동화 씨! 심바랑 같이 동화 씨 사진 보고 있었어요! 오늘 본방도 챙겨볼 예정입니다! (웃음) (심바가 사진에 대고 고개를 비비고 있는 사진)
홍헌민 사육사 님에게 온 문자.
심바가, 정말.
언제 한번 직업 체험이라도 다시 신청해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