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41)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141화(141/343)
141.
정말, 짧았던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다시 돌아온 음악 방송. 오늘 우리는 1위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활동 2주만에 오르고 계속 오르다니…….”
류이든이 감격한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러게. 우리 꽤 성공했나봐. 와, 어떡해, 준아, 나 너무 떨린다!”
채하민도 감동했는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소리친다. 그런 채하민의 말에도 석준은 핸드폰에 얼굴을 들이박고 있었다. 또 이상한 짓거리를 하려는 것 같으니 잠시 무시하도록 하자.
채하민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이현재에게 달려가 자기보다 훨씬 작은 내 과외생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지금, 수험생한테 무슨 짓을.
공부가 가장 중요한 건 아닐 수 있지만, 꿈을 위해 노력하는 인간에게 물리적인 위해를 가하다니, 옳지 않다.
“하민, 여기 와서 차 마셔.”
오늘은 잊지 않고 인삼차에 꿀을 탔다.
“떨린다. 1위 후보는 몇 번을 해도 계속 떨릴 것 같아.”
진짜 그럴 것 같아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구나, 하민. 채하민은 차를 한 번 마시고도 진정이 되지 않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흥’의 안무를 춰댄다. 토끼가 긍정적 자극으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춤을 춘다는 학술 자료로 제출할 필요성이 있겠다.
나와 눈을 마주친 류이든이 자연스레 핸드폰을 들어올려 촬영을 시작한다. ‘흥’을 틀어놓는 건 덤이었고.
“하민아! 여기 보고 한 번 더!”
“오케이!”
류이든의 말에 격렬한 춤사위로 호응하는 채하민. 그에 저도 흥이 났는지 핸드폰을 거치대에 고정한 채 달려들어 미친 듯이 춤을 추는 류이든. 그 모습을 약간은 하찮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현재. 대체 아까부터 무슨 일인지 이 혼란의 현장에서도 핸드폰에 집중해 있는 석준.
인간 사회 속에 실현된 동물들의 유토피아에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다.
“형들, 그거 올려 버려요.”
“오, 현재! 보고 있으니까 막 팬분들이랑 공유하고 싶어서 그러지!”
이현재는 약간 미간을 찌푸리고는 중얼거린다.
“팬분들도 형들이 저러는 거 알 권리가 있는데…….”
국민의 알 권리인 것처럼 말하면, 저 춤사위가 마치 불법인 것 같잖아, 현재.
“현재, 저 정도는 팬분들도 다 예상하지 않으실까.”
“…실제로 보는 건 또 다르지 않을까요? 원래 범죄 저지르는 걸 아는 것보다 직접 목격하는 게 더 충격적이잖아요.”
그건 그렇다. 상상력이 개입할 수 없을 때 충격은 커지는 면이 있다.
그리고 그런 대화와는 무관하게 류이든과 채하민은 즐겁게 영상을 확인하고 올리고 있다.
“요즘 무슨 무슨 챌린지 같은 거 유행하던데, 우리도 흥 챌린지 하나 만들어 버리자, 하민아.”
“와, 형, 천재야? 우리 한 번 SNS 지배해 보자!”
되겠냐, 바보들아. SNS를 하는 분들도 지성이라는 걸 갖추고 있으실 텐데 두 마리의 짐승이 날뛰는 기묘한 영상을 보고 동참해 줄 리가.
그렇게 대강의 소동이 끝났을 때였다. 다시 찾아온 고요함이 마음에 들었다.
“와…….”
그 고요함 사이를 날카롭게 베고 들어오는 단말마 같은 감탄사.
“신이시여…….”
처음에는 장해진 팀장님이 근처에 있었나 싶었다.
“감사합니다!”
저런, 석준이었네. 말이 빨라서 몰랐는데 말이야.
“감사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석준에게로 향한다. 나조차도 대체 왜 저러는지 궁금해 미쳐 버릴 것 같았으니까.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프루츠 월드 신작 제작 소식! 감사합니다!”
기지생, 네가 한 일이야?
[아닙니다! 저는 이 세상에 당신과 그 주변 인물 말고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아동용 영화 제작에 제가 관여할 리가!]그럼 신적인 무언가가 한 일이 아닌데 뭐가 감사하다는 거야, 준.
“형님들! 오늘 제가 매점 쏩니다! 내일도 쏠게요! 프루츠 월드! 프루츠 월드!”
대체 왜. 차라리 그 돈으로 신작 나왔을 때 팬용 굿즈를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와! 준아! 가자!”
“저는 마카롱 먹을 거예요.”
“현재야! 먹어! 오늘은 먹고 죽는 날이야!”
나를 제외한 멤버들이 석준에게로 다가가 우선 지갑부터 수거해 간다.
현재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내가 동생 지갑으로 얻어먹고 싶지는 않으니 가만히 있어야겠다.
“이든이 형, 동화가 또 혼자 빠지려는 것 같은데 연행하자.”
“그래! 너도 가야지, 동화 형!”
반존대, 놀랍네.
그렇게 나는 류이든의 손에 잡혀 가만히 끌려갔다. 중간에 내 카드랑 석준 카드를 바꿔 둬야겠다고 생각하며. 저 상태면 석준은 바뀐 줄도 모를 것이다.
* * *
[아이돌 공작소 후기.(곤충 있으니 클릭 유의)](사마귀가 고고하게 풀에 앉아 있는 사진.)
(쓰러진 장수풍뎅이 사진.)
(사람들이 입을 벌린 채 가만히 바라보는 짤.)
가장 정확한 요약본이라고 생각함.
댓글
―인정하고 또 인정합니다 선생님. 영상으로 보는데 그 부분에서 10분 동안 정체됐습니다.
―진짜 지동화 미친놈이냐곸ㅋㅋㅌㅋㅋㅌㅋ 제일 이성적인 줄 알았는데 ㅅㅂㅋㅌㅋㅋㅌㅋ
―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광기.
―이성적인 광기, 수식언조차 역설적인 그는 대체…
―꽃돌이놈들 파면서 제일 걱정했던 일이 벌어졌다… 마지막 이성의 붕괴…
블로센스 팬 커뮤니티에 상주하던 이들은 오늘 진행된 아이돌 공작소 에피소드에 웃음을 터뜨렸다.
실험 카메라 촬영 때, 다 큰 성인 아저씨가 들고 있던 핑크빛 스케치북부터, 곤충돌이라는 헛소리에 순간 아득해지는 멤버들의 표정, 사회생활 능력 1등인 류이든과 그런 리더 의중 눈치 채기 1등인 지동화의 단막극, 최종적으로는 둘만 죽는 꼴을 보고 싶진 않았던 다른 멤버들의 난리까지.
뭘 하든 내 새끼들이 하면 안 귀엽겠냐마는, 이번엔 상황 자체가 웃겼다는 평이 많았다.
특히 지동화가 사마귀 흉내를 내고 잠시 표정 관리에 실패해 현실 자각의 시간을 갖는 것을 보고 ‘지동화 환멸 짤’을 모은 루미너스 역시 존재했다.
석준의 헛소리 모먼트, 채하민의 마음만은 따스한 바보 같은 모먼트, 류이든의 리더 모먼트와 지동화 놀리기에 진심인 모먼트, 그리고 그런 형들에 부끄러워 하는 이현재의 막내 모먼트.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영상에서 드러난다며 루미너스 선정 공식 ‘입덕 후 꼭 봐야할 영상 10선.’에 올랐다. 참고로 개인이 선정한 것이다.
신인이라는 호칭을 떼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오른 ‘흥’에 뽕이 차오른 루미너스들은 축제 한바탕이었는데 거기에 이런 떡밥 영상까지 제공되면 축제를 넘어선 무언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개쩔었어, 우리 하민이.”
채하민의 팬은 자연스럽게 부끄러워하며 얼굴 붉히는 채하민의 움짤을 멍한 표정으로 보고, 커뮤니티를 보고, 다시 움짤을 보기를 반복한다.
“룸넛질하는 거… 존나 만족스러워, 하민아.”
아이돌의 팬은, 몇 가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내가 파는 돌이 성공해서 오랫동안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욕구. 자신의 성공과 타인의 성공을 동일시하는 게 그리 바람직하진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 양쪽이 행복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이제 새로 유입되는 룸넛들도 많아지겠네.’
이번 ‘흥’ 활동이 은근하게 계속 인기를 끌고 있다. 한복 입은 잘생긴 유생을 가만히 두기에 돌판의 팬들은 그렇게 참을성이 많진 않으니까. 거기에 돌판의 인력 사무소-어느 돌을 덕질해야 하는지 소개해 준다는 의미- 쯤으로 취급받는 아이돌 공작소에도 나왔다. 아무래도 신생 땅콩들이 많이 자랄 시기가 아닐까.
‘내 새끼 춤 잘 추는 거 온 세상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데, 씨. 내가 고작 이런 인간이라.’
그렇기에, 그녀는 오늘도 입덕 유도를 위한 짤을 찐다. 부디, 온세상이 알아주기를!
‘…그래도 해외로 가면 현장 못 뛰니까 조금 아쉬울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온 세상이 알아도 한국이 조금 더 알기를!
* * *
‘흥’의 마지막 음악 방송 2주 전, 오늘의 엔딩 요정은 채하민이었다. 카메라 앞에 서서 해맑은 표정으로 손하트를 해대는, 숨이 차서 그런지 약간씩 들썩대는 모습이었다.
…저게 어떻게 안 수치스러울 수 있을까. 나는 항상 그게 궁금할 따름이다.
“형님! 이번에 프루츠 월드는!”
그만, 준아. 제발. 나는 같은 이야기를 계속 듣는 성격은 못 된단 말이야.
하지만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할 뿐, 일단은 가만히 들어준다. 오늘은 혹시 또 새로운 소식이 있을지도.
“힙합이 콘셉트라고 합니다! 뮤지컬적인 시도만 하다가 드디어! 예전에 잠시 나왔던 케이퍼라는 캐릭터 중심으로!”
음, 들었던 얘기군.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준다.
“나오면 저랑 같이 보러 가요, 형님!”
“…그래.”
이번엔 울지만 말아주겠니, 준.
“근데, 우리가 영화관에서 영화 볼 수나 있을까?”
류이든이 재빨리 끼어들어와 초를 친다.
“왜?”
“이제 엄청 바빠질 것 같아서 그러지. 후속곡 활동도 할 거고.”
해외 프로모 일정을 소화하기 전에 한국 팬분들과 더 오래 만나고 싶은 마음에 결정된 후속곡 활동. 성적은 생각하지 않고, 팬분들만을 위해 꾸민 무대로 약 3주 간 활동을 할 예정이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일정 맞추느라 저희 활동 끝날 때쯤 스크린에 걸릴 거라서!”
석준이 느릿하게 말하던 때가 그립군. 최근에는 프루츠 월드 신작 때문에 텐션이 과하게 올라간 상태다.
그렇게 대강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향하던 우리들에게 로드 매니저님이 한마디 던지신다.
“준 씨. 준 씨는 숙소로 가기 전에 회사로 좀 같이 와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드디어, 현존 유일한 공룡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거군. 사실 모든 새가 공룡으로 분류되니까 틀린 말이지만. 어쨌든 소속사 혼자의 힘으로 막기는 힘들지 않을까.
“저, 그, 무슨 잘못이라도!”
지난번에 깔끔하게 대형 스포를 하고 혼난 전적 때문인지 석준이 괜스레 찔려 한다.
“아니요. 스케쥴 들어온 것 같던데요? 너무 걱정 마시고 같이 가시면 됩니다!”
* * *
석준이 사라지고 한층 조용해진 숙소. 우리는 거실에 모여 무슨 스케쥴일지 추측하기 시작했다.
“준이가 나름 신체 조건이 좋으니까 스포츠 예능 같은 거 아닐까?”
“예능에 부르면 캐릭터는 확실할 것 같긴 해요.”
“아니면 랩하는 콘텐츠 아닐까?”
채하민의 주장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랩 하나는 맛깔나게 하는 공룡이다.
그렇게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무언가 털썩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급히 현관으로 가보니, 석준이 무릎을 꿇은 채 울고 있었다.
“주, 준아!”
채하민이 소리치며 달려가 무슨 일이냐고 혼났냐고 위로를 얹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석준은 잘 우는 성격이지만, 이유 없이 우는 놈은 아닌데. 회사 분들을 회사 놈들로 불러야 하는 일만 없었기를 바랄 뿐이었다.
“혀, 형님들! 현재야아아!”
석준의 통곡. 우리는 모두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현관에 다 같이 꿇어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왜 목소리가 기쁘게 들릴까.
나는 류이든을 바라봤다. 류이든도 의아하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이 망할 놈.
“나 프루츠 월드에 성우로 참여해애애애애!”
정적. 그 사이로 석준의 울음소리만이 흘렀다.
미친놈, 이렇게 우리 모두를 엿 먹일 줄이야.
“내 꿈! 내 꿈이!”
나는 뒤에 들리는 헛소리를 무시하고 소파로 돌아와 이현재가 먹을 배나 깎았다. 공부할 때 한 번쯤은 과일을 받아보고 싶었던 욕심을 주객을 바꿔서 이뤄 보도록 하자.
“이뤄졌어! 이뤄졌다고!”
석준과 채하민만 남은 현관에서 계속해서 울음이 들리지만, 우리는 무시하고 미소 지으며 저녁을 즐겼다.
“현재, 공부 어려운 건 없고?”
“네, 형. 요즘 엄청 행복.”
“내 꿈이 이뤄졌다고!”
시끄러, 망할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