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45)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145화(145/343)
145.
사실 W앱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류이든이 귀띔을 주긴 했다. 어쩌면 예상보다 댓글창이 혼잡할 수 있으니까 주의하라고.
외부에서는 항상 행동거지에 신경 썼어야 했는데, 내 불찰이다. 물론 쥐가 한 마리 숨어 있었을 줄은 몰랐지만.
W앱 시작 전에 내가 사과하자 류이든은 고개를 젓는다. 팬분들은 우리끼리 장난스레 다투는 것도 좋아하신다면서.
“애초에 그냥 커뮤니티에서 비추 받고 내려갈 글들이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게 문제지. 너야 뭐 욕을 하길 했어, 아니면 비도덕적인 짓을 했어. 괜찮아. 평소 하던 대로 하자.”
분명, 당신은, 평소 하던 대로 하자고 말했지, 류이든. 물론 직원분의 지시가 있었다곤 하더라도, ‘평소 하던 대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어째서.
‘침착하자.’
나는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해야지, 우리 동화!”
‘침착해야만 한다.’
류이든은 내 앞에서 포크로 빵을 찍어 입을 열라고 보채는 중이다.
‘뭐 하는 짓이냐고 멱살을 잡고 싶어도, 나는…….’
천천히, 살면서 가장 큰 인내심을 발휘해 입을 연다. 그러자 류이든은 ‘으~음’ 하며 고개를 젓더니 한 번 더 ‘아~’ 소리를 낸다.
책상 밑에서 두 번째 손가락과 세 번째 손가락을 무릎에 가져다 댄다. ‘그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제스처다. 보통 방송에서 제스처를 취하면 서로 무조건 들어주는데 류이든은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이 어깨를 흔들며 앙탈을 부린다.
“동화 형, 나 손 아파잉.”
순간 경악에 가득 차려는 표정을 갈무리한다.
“…아.”
“어이구, 잘 먹네.”
“형,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만…….”
나는 빵을 작게 베어 물고 작은 목소리로 짓씹는다. 팬분들이 들어도 평소 나와 류이든의 관계를 아신다면 이해해 주시겠지.
“왜 또 칭얼거려, 아기 고양이.”
나는 뇌에 문자가 형성되는 순간 조건반사적으로 표정을 구긴다. 자연스레 미쳤냐고 물어볼 뻔했지만, 방송인 걸 기억해서 힘겹게 참아낸다.
― 동화 이 악물었는뎈ㅋㅌㅋㅋㅋㅌㅋㅋㅋ
― 아기고양이 미쳐 진짜 ㅋㅌㅌㅋㅌㅌㅌㅌㅌㅋㅋ
― 아 좀 분탕 좀 나가라고 제발 애들 신경 쓰잖아
― 아니 근데 지동화 저 진실의 미간에서 친함이 보이는뎈ㅌㅋㅋㅋㅋ
별것도 아닌 일로, 내가 이런 굴욕을. 기사가 작성될 정도도 아니고, 작성되더라도 이름 모를 어느 회사에서나 작성될 법한 일로.
나는 계속해서 빵을 씹으며 다짐한다. 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숙소 외부에서 류이든의 멱살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아, 여러분,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박수를 짝 치며 밝은 목소리를 내는 류이든.
“아니, 우리 아기 고양이가.”
미친놈. 오랜만에 암살 계획을 수립하고 싶다. 채하민 아버님의 도움만 받으면, 조용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이제 ‘루미너스’ 무대가 있었잖아요. 그거 안무를 저랑 하민이가 짰는데, 왜 이렇게 빡빡하게 짰냐고 따졌어요.”
류이든은 헤실거리며 말한다. 약간 과장된 해맑음이었는데, 아무래도 믿으시는 분은 몇 분 없겠지만, 에둘러서 해명하려는 듯싶다.
“근데 조금 억울한 게, 분명 하민이랑 같이 짰는데 저한테만 뭐라고 했다니까요? 좋아하는 사람 밀어내는 그런 마인드 아닐까, 저는 생각해요.”
정말, 미친 강아지. 반사적으로 다시 표정이 썩으려 했다.
“…뭘 하든 받아줄 거라 믿는 거야.”
나는 해명에 힘을 보탤 겸 입을 연다.
“어, 그럼 하민이는 속이 좁다?”
너는 항상 장난칠 생각만 하고 있으니 참 한결같습니다, 미친 강아지.
“하민이는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는 거고.”
“그럼 나는 상처 좀 나도 괜찮고?”
“어.”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빵을 베어 문다. 류이든이 사온 건강한 빵이라던데, 참 맛이…….
― 동화야 나도 상처 좀 나도 되는데! (하민)
― 하민이다
― 하민이다
― 하민아!
아니, 대체 왜 정신적으로 문제 있어 보이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까. 생명체의 기본적인 본능이 보호 본능도 없는 토끼니까 자연으로 돌아가면 그날 바로 사냥당할 거다.
“동화가요, 여러분, 이렇게 튕겨도, 회의할 때 항상 제 말 귀담아듣고, 저한테 고민 상담도 하고 그런답니다? 작업실에서 폐관 수련 시작하면 맨날 저 불러서 음악도 들어보라고 하고.”
약간, 과장이 섞여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서 가만히 있었다.
― 저도 많이 불러요 여러분! (하민)
― 알아 하민아 경쟁하지 말라고 ㅋㅌㅋㅌㅋㅋㅋㅋㅋㅋ
― 왜 경쟁하는데 ㅋㅌㅋㅋㅋㅋㅋㅌㅋ
아니, 뭐해, 토끼 놈. 어차피 숙소 가면 볼 얼굴인데 어째서 핸드폰으로 보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되는군.
“근데 갑자기 약간 억울하네. 왜 나는 상처 나도 괜찮은 거야?”
류이든이 한껏 억울한 티를 낸다. 아주 표정 연기가 일품이군.
“…형은 칼로 찔러도 근육으로 튕겨낼걸.”
“아, 그치. 너한테 암살 안 당하려고 열심히 운동 중이거든.”
저런, 근육이 독을 막진 못할 테니 주의해야겠네.
“아쉬워라. 조금만 더 게을렀으면 좋았을 텐데.”
류이든은 내 말에 담긴 진심을 눈치 채지 못했는지 껄껄 웃는다. 그러고는 뭔가 떠올랐는지 짦은 감탄 소리와 함께 비밀을 말하듯 카메라에 속삭인다.
“제가 요즘 어디까지 동화가 봐주는지 실험하고 있거든요? 그 연구 결과를 알려드릴게요.”
속삭이는 행위의 의미가 뭔지 모르나 보다. 너무 투명하게 들리는군.
“동화는, 제가 뭘 하든 거의 다 받아줘요. 운동만 빼면. 싫다면서 항상 제 옆에 꼭 붙어서…….”
“형.”
“응?”
“수치스러우니까 조용.”
차마 닥치라고 하지 못하는 현 상황이 한탄스럽다.
* * *
[최근에 씨부리는 루머에 대한 짧은 생각.saenggak]이든이랑 동화가 팀내 권력 다툼? 지동화가 애초에 마음먹었으면 팀 내에 독재 체제 이미 구축했지 ‘다툼’인 순간 신빙성 0에 수렴한다
댓글
― 내가 본 소리 중에 제일 논리 정연했다… 이게 맞지
― 그렇다 한들 뭐가 문제냐 돌 내 기싸움 흔하지
└ 근데 룸넛들 반응이 웃김 ‘이든이 성격상 그랬으면 지동화한테 져줬다.’ ‘동화 성격상 그랬으면 이미 이겼다.’
― 룸넛들은 안다… 지동화는 하버마스처럼 공론장을 중시해서 남 의견 무시할 리가 없다는걸
└ 뭐야 철학과 저리 가요!
└ 하버마스가 누군지부터 설명해라 철학과!
└ 룸넛은 그런 거 몰라요 어르신…
― 그냥 애들 장난치는 사진 한 장 보고 방구석에서 남 욕하는 걸로 부수입 올리면서 과자나 사먹는 뇌내 망상 중독자의 의견을 얹은 영상이 아닐까?
└ 말 너무 신랄한데요 ㅋㅌ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
└ 내 친구랑 일상사진 찍고 거기에 헛소리 섞으면 바로 루머 형성… 나 때는 루머 하나 만들 때도 정성 들여서 했다…
└ 나 때는 루머도 정성이었어.. 이렇게 그냥 되는 대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뱉지 않았다고..
나는 이현재와 함께 커뮤니티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팬분들은 아예 안 믿으시네.”
역시, 현명하다.
“사실 형이랑 이든이형 평소 모습 조금만 알구 있어도 못 믿을 소리긴 하잖아요?”
사실 자체가 믿을 만하냐 아니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뻔한 거짓말도 적당한 논리구조를 갖추고 반복적으로 소리치면 믿는 사람들이 넘쳐 날 테니까. 이건 루미너스분들이 현명하다는 증거다.
“어쨌든, 밖에서 행동할 땐 더 주의해야겠네.”
“조금, 아주 조금 무섭기도 해요. 시시각각 제 모습이 촬영되고 있다는 게…….”
이현재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입술을 문다. 자기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나오는 버릇이다.
“너는 더 조심할 거니까 괜찮잖아.”
“그게 아니라… 잘 모르니까 쉽게 말하는구나, 싶어서.”
이현재는 문제집을 탁 소리가 나게 덮었다.
“형들을 잘 모르면서… 어떻게 그렇게 함부로. 형이랑 이든이 형은 거의 중년 부부급으로 금슬이 좋은데.”
무슨 미친 소리야, 미친 제자야. 안타깝게도 나는 비혼주의라 결혼할 생각이 없단다.
“…준성 선배님은 일종의 세금으로 생각하는 게 낫다더라.”
“역시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가 없네요.”
“그렇지.”
“…약간, 약간 무서워요. 형은 안 그래요?”
나는 조용히 참고서를 펴 준다. 이현재가 순간 원망하는 눈초리가 됐지만, 무시했다.
“6월 모의고사 봤어?”
“네, 학교는 활동 때문에 못 가서 현장에서 치진 못했지만.”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어깨를 한 번 토닥여 준다.
“성적 안 물어봐요?”
“낮았으면 네가 먼저 상담했겠지.”
“…으, 전부 읽히니까 기분 좀 묘하네요.”
이현재는 부루퉁한 입술을 한껏 티내며 샤프를 붙잡는다.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공부하다 보면, 나랑 같은 대학은 아니더라도, 그 언저리에 있는 대학까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 * *
‘루미너스’ 활동까지 마치고 나서 찾아온 공백기. 사실 말이 좋아 공백기지 스케줄이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행사 때문에 전국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유랑 생활 중이니까.
오늘은 스케줄이 없어 한가한 덕인지 오랜만에 회의가 잡혔다. 테이블 중앙에 앉은 장해진 팀장님은 우리를 보며 웃는다. 점점 더 피곤해 보이시는군.
“제2회 감사제도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네요. 그렇죠, 여러분?”
‘루미너스’ 활동기 마지막에 블로센스 감사제가 개최됐다. 지난번에는 장소를 대관해서 라이브로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스튜디오를 빌려 녹화본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여러분들 인기가 좀 많아져서, 야외무대 빌려서 했다가 예상치 못한 안전사고라도 터지면… 인파 몰리면 통제가 정말, 힘들거든요.”
장해진은 팀장님은 착잡해 보였다. 아무래도 장해진 팀장님은 현장에서 진행하자고 주장하셨나 보다.
“아, 저희한테 케이넷 특별 음방 참여 제안이 왔어요. 방콕 특별편이라고 하는데, 어차피 해외 프로모 돌 때 동남아 지역도 고려하고 있었거든요. 나가서 손해 볼 건 없을 거라 생각해요. 여러분들도 동의하시죠?”
그렇습니까. 비행기는 과외했던 돈을 전부 모아서 독일 교환 학생 갔을 때 딱 두 번 탔던 경험이 있다.
“와, 저 살면서 비행기 한 번도 타 본 적 없는데.”
“나―도, 현―재.”
“사실 나도 그래. 좀 설렌다. 막 규칙 같은 거 없나?”
이현재, 석준, 그리고 류이든. 하라는 동의 의사 표시는 하지도 않고 비행기 타는 게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나 설명하고 있다.
“요즘 케이팝이 국내보다 해외 인기가 높은 기이한 경우도 많아서, 저희도 뒤떨어지지 않게 해외 프로모션을 돌 테니까, 앞으로 탈 일 많을 거야.”
장해진 팀장님은 그런 셋에 대화에 따스한 미소를 지어줬다. 저 셋은 이 회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해서 그런지 여행을 보내는 부모 같은 표정이었다.
“아, 그리고 오늘 동화 씨가 출연했던 일상 탈출이 방영할 거예요. 모두들 오늘 밤에는 일정이 없으니까 모여서 함께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잠깐, 그건 싫은데.
“제작진들 쪽에서 들은 건데 따스하고 재밌는 편이 될 거라고 했답니다. 예능 같은 건 항상 모니터 철저히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을 기약할 수 있겠죠?”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 혼자만은 제대로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이든이 형, 동화 못 도망치게 회의 끝나자마자 붙잡자.”
망할 토끼, 귓속말을 할 거면 들리지 않게 해주겠니. 분명 맹한 성격인 놈인데, 이럴 때만 눈치가 발군이다.
“왜요, 동화? 혹시 뭐 이상한 일이라도 했어?”
장해진 팀장님도 업무 모드를 끄고 호기심을 표한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 * *
“와아아아아아! 동화야, 너 울어?!”
“운다, 지동화가 운다!”
“우리 아기 고양이 왜 울어!”
나는 원숭이상처럼 고막을 막고 싶고, 눈을 가리고 싶고, 입을 닫고 싶다. TV 속에서 울고 있는 내 낯짝이나, 옆에서 그걸 보고 날뛰는 짐승들을 모두 잊고 혼자 방에 앉아 책이나 읽고 싶은 기분이다.
‘하, 망할 뉴미디어 시대.’
어째서 잊힐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