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49)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149화(149/343)
149.
지동화는 호텔방으로 걸어가며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을 곱씹어 보았다.
‘기지생.’
띠링-!
[하드 모드 제약 발생! 저는 답하지 않습니다.]‘망할 놈이, 자기가 나오고 싶을 때는 나오면서.’
[이번엔 개입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예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눈을 감고 기지생을 호출했던 때 나눴던 대화.
‘이상하군.’
천기도 아무렇지 않게 누설하던 미치광이가 이성을 되찾은 건 아닐 테고.
[모욕적입니다! 저는 항상 이성적입니다!]뭔가 더 근원적인 제약이 기지생에게 있거나, 아니면.
[무시하지 마십시오!]기지생이 단순히 변덕을 부리는 거거나.
[저는 그렇게 변덕적이지 않습니다.]기지생의 의도를 나는 빠르게 눈치 챈다. 그는 지금 어길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돌려 말해 주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저는 당신이 약속을 지키기 전까지는 말할 수 없습니다.]……너무 인간적이야. 약속이라고 하면, 하나밖에 없다. 언젠가 시간선 자체를 뒤틀어 버려서, 기지생이 직접 이 순간들을 겪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한 것.
[입만 산 당신의 말에 이렇게 휘둘리다니, 참 저도 멍청합니다! 당신이 멍청해서 이렇습니다, 이게 다!]조용. 그럼 직접 알아보는 것도 안 될까. 호기심이 강렬하게 알고 싶다고 소리치고 있는데.
[언제나 규율에는 허점이 있는 법!]오케이.
뭐든지 잘 모르는 현상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선 실험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피곤해 하는 이현재를 부축해 주는 류이든이 눈에 띄었다. 실험 대상은 확보했군.
“이든.”
“형 좀 붙여줄래, 형?”
“형.”
“어우, 내가 말을 빨리 한 거구나. 미안해라.”
“내일 우산 챙기자.”
“…에, 예언이 형 말 믿는 거야?”
류이든은 부루퉁한 말투로 답했다.
“못 믿을 건 또 뭐야. 손해 볼 건 없잖아. 30%가 낮은 확률도 아니고.”
“…그거야 맞긴 한데. 흠.”
고민하고 있는 류이든의 옆에서 같이 걸어가던 이현재가 불쑥 끼어들었다.
“이상하게 예언이 형 말은 듣기가 싫어요.”
오케이, 다른 사람들도 이상하다는 건 인지할 수 있다, 메모.
약간 집중하니, 머릿속에 있는 도서관에 새로운 책장이 하나 들어서고, 파일철이 여러 개 만들어진다. 파일 하나에 ‘예언 관련 실험 결과’라고 적어두고, 그 안에 짤막한 메모지 하나가 쏙 들어가 보관된다.
“맞아, 약간… 왠지 믿기지가 않아.”
류이든은 그렇게 말하며 우산을 챙길지 말지를 고민하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거부반응 존재, 메모.
* * *
호텔에 돌아와 방문을 열었을 때, 비행기를 타고 난 뒤부터 조금 힘들어하던 채하민이 되살아 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비교군 실험 역시 몹시 중요하다.
“동화야, 왔어? 아쉽다. 나도 컨디션만 조금 괜찮았으면 같이 나가는 건데. 내일은 시간 나려나 몰라. 무대랑 리허설할 거 생각하면, 시간 모자라겠지?”
채하민이 침대에 누워 흔들거리고 있었다. 아쉬운 눈으로 나를 보며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음, 약간 정신 사나워.
나는 스냅백을 벗으며 한마디 툭 던져봤다.
“내일, 비가 올 거 같아, 하민.”
“아, 진짜? 큰일이네…. 놀고 싶은데, 아쉽다.”
나는 실험 결과에 미간을 찌푸렸다. 가설 1번이 맞는 것으로 추정, 메모.
“어, 왜 그래, 동화야. 어디 아파?”
“아니, 그러면 오늘 밤에 잠시 나갔다 오면 어떨까 싶어서.”
“…그래도 돼? 너는 안 피곤하겠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미 엉덩이가 반쯤 들썩이고 있어, 하민.
“어.”
* * *
채하민과 야외로 나가는 길에 나는 석준과 이현재의 방에 잠시 들렀다. 석준은 아무 말 없이 대본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 때보다도 집중해 있는 것 같았다.
“현재는 자?”
“네― 맞―습니다.”
“아, 맞다. 준.”
나는 채하민에게 들리지 않도록 석준에게 귓속말로 조용히 물었다.
“예언이 형이 내일 비가 올 테니까, 우산 챙기래.”
비교군 3번의 반응이 기대된다.
“…아, 안 올 것― 같―지 않―습니까?”
“네 맘대로.”
나는 대본을 읽기 위해 나갈 수 없다는 석준을 뒤로 한 채 채하민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 * *
비교군. 채하민이 잠시 길거리 음식을 사러 간 길에, 나는 네스퀵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 예언이라고, 아는 분이 그러는데, 내일 여기 비가 올 것 같다고 합니다.
네스퀵은 아이돌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점이 몹시 중요했다. 답장은 곧바로 돌아왔다.
― X발 ㅋㅋㅋㅋ 뜬금없는 건 변함이 없네! 무대할 때 조심하길
뭐 이딴 허술한 시스템이 다 있나. 나는 미간을 다시 찌푸렸다.
현재까지의 정보로 확인할 수 있는 예언의 예언에 반감이 드는 조건은 두 가지, 첫째 예언을 대면할 것. 둘째, 예언을 대면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예언이 누구인지 인지하고 있을 것.
물론 예언이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는 상황에서 어떻게 되는지 아직 실험해 보지 않아 조건이 불명확하지만, 한 가지 단순한 사실은 ‘정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아직 확신하긴 이르지만 정말로 예언이 진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라도 있다면, 미래에 대해 누설할까 봐 걱정될 때 정보 자체에 제약이 있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 허술한 시스템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에게 제약을 걸어놓으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닐까. 기지생이 일하는 곳이 얼마나 무능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아닐까.
[같은 취급하지 마십시오! 구시대적 노인네들 사이에서 저는 산업혁명 그 자체입니다!]저런, 무슨 자본가 같은 말이네. 이후 다시 들리는 ‘띠링’ 소리. 또 평소처럼 뭐라고 화를 내는 메시지,
[이론적으로, 그것만으로도 원래는 충분하긴 합니다.]…가 아니라 굉장히 중요한 정보를 침착한 어투로 전달하는 메시지였군.
왜 나만 예언의 말을 무작정 반대하지 않는지, 어째서 따져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시스템의 허점은 예측할 수 없는 사태에서 만들어지곤 합니다. 작은 돌멩이 하나가 댐을 무너뜨리는 사태를 누가 예측하겠습니까.]내가 작은 돌멩이 하나가 되었다.
[물론 저는 합니다. 노인네들과는 다른 차별성.]…뭐라는 거야, 미친놈.
“동화야!”
나는 기지생의 말에 웃으며 닭꼬치를 양손에 들고 오는 채하민을 마중했다. 저렇게 해맑은 모습이 채하민에겐 참 잘 어울렸다.
“여기 먹을 거 엄청 많다. 닭꼬치도 엄청 맛있고. 너는 배 안 고파?”
두 개를 사 와서 하나를 건네는 채하민.
“나는 많이 먹어서.”
나는 하나를 받아들면서도 굳이 그렇게 답했다.
“아깝다, 진짜. 배불리 먹는지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몸만 제대로 됐었으면!”
“…그걸 확인할 필요가 있어?”
“너는 말로는 잠도 충분히 잤다고 하니까, 당연하지.”
“저런.”
안타깝게도 나는 정말 충분한 건데, 관점 차이가 이렇게 무섭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들어가자, 동화야.”
“안 아쉬워?”
“추억은 이미 하나 만들었잖아. 호텔 안에서만 있었던 것보다는 너랑 같이 나왔었다! 이렇게 기억할 수 있는 걸로 충분해.”
“…그래.”
그거면 충분하긴 하지.
* * *
오늘은 방콕 특별편 무대가 진행되는 날이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비가 내렸다.
대체 원리가 뭘까. 나처럼 꿈에서 접촉이라도 하나. 기지생이 알려 주는 건가.
[저는 언제나 당신뿐입니다!]닥쳐, 제발.
어쨌든 비가 내리는 걸 보며 나는 옆에서 우산 없이 텅 빈 손으로 있는 류이든에게 물었다.
“왜 안 챙겼어.”
“…하, 모르겠다. 예언이 형이 말하면 왜 이러나 몰라, 진짜.”
물론 이현재와 석준도 우산을 챙기지 않았고, 나와 채하민만 손에 우산을 꼭 쥐고 있었다.
‘재밌어, 진짜로.’
세상의 또 다른 비밀을 엿보는 기분, 가슴이 잔뜩 설레 온다. 그럼 예언은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도 가능할까. 모든 말에 이런 반응을 보인다면 그것도, 아니지, 아무리 멍청해도 그렇게 해 뒀을 리는 없고…….
“동화 형, 표정이 조금 무서워요.”
옆에서 같이 우산을 쓰고 가던 이현재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래?”
“네. 무슨 영화에 나오는 과학자 같아요.”
“……과학자 앞에 조금 생략된 게 많아 보이는데.”
“아빠한테 욕하는 아들은 없잖아요?”
잠깐, 언제 내가 그걸 인정했던가. 너무 당당하게 말하니 내 머릿속을 뒤져봐야 했다.
“…아들?”
“아빠, 세상에는 일방적으로 시작되는 인간 관계두 있는 법 아닐까요?”
가족은 그게 힘들지 않을까, 미친 아들아. 비논리를 논리적으로 적절하게 사용하는 게 참 문학 하는 사람 같았다. 그러면 내가 네 부모님을 볼 면목이 없잖아.
어쨌든, 한 번쯤 이 주제로 예언과 대화를 나눠 보고 싶다. 물론 실례가 되는 일이라면 하지 않겠지만, 그 전에는 단 하나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 * *
리허설 과정은 순탄히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문제는 물기. 야외무대가 지나치게 넓고 조명이나 카메라를 고려해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모두 막아내지 못한다는 것. 무대 앞부분에 물기가 조금 있었다.
“…우리 무대할 때 안 다치게 조심해야겠는데.”
“센터에 설 때는 주의해야겠다.”
나는 채하민과 류이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필이면 ‘흥’의 안무는 동선 변화가 잦고 춤 자체도 스텝이 많은 편이다. 물기가 있는 위치에서 힘을 조금이라도 잘못 준다면 자연스레 미끄러져서, 부상 위험은 차치하고서라도 수치스러워서 죽을 것이다.
“그걸 차치하면 안 되지, 동화야!”
“하민, 인간은 육체적 부상도 위험하지만 철학적으로 죽을 가능성도 존재해.”
육체적 부상은 치료가 쉽지만 철학적 죽음은 그것도 힘드니 더 큰 문제다.
“철학적으로 죽는 게 뭔데?”
“정신적으로 심하게 타격을 입어서 이성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
“인간이 미끄러지는 정도로 그게 될까?”
류이든은 내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충분히, 가능하지, 망할 강아지. 물론 너는 수치를 잘 몰라서 아닐 수도 있지만.
“근데― 형―님, 그런 건 보―통 말로 하면 실―현되지 않―습니까.”
타도 유사과학. 예언의 입에서 나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넘어지지 않을 거란다, 준. 인간 의지가 정해진 가능성을 넘어서는 걸 몸소 증명하고 말 테니까.
“와, 동화 넘어지면 재밌겠다.”
“형, 미쳤어?”
“물론 크게 다치지 않는 선에서지.”
류이든과 채하민의 짧은 대화.
“아빠, 넘어지지 마요!”
“아빠 소리 W앱에서만 하지 말아 줘.”
“원래 아들은 약간 반항하는 맛으로 기른다는 말도 있더라구요.”
“저런, 아쉽지만 파양할게.”
“시작을 제가 해서 아빠가 끝내지는 못해요, 형.”
형인지 아빠인지 하나만 하면 안 될까.
단언컨대, 내 아들 말마따나 절대로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철학적으로 죽는 사태만은 막고 싶으니까.
물론 가끔 자연재해는 인간이 막을 수 있는 범위를 가뿐히 넘고는 하지만, 설마 이번에 그럴 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