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58)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158화(158/343)
158.
아침의 의문은 곧바로 해결되었다. 물을 마시러 나간 나를 부여잡고, 류이든이 보여준 영상.
‘강아지, 내가 많이 감사하고 고마워.’
‘더 말해 봐, 동화 형!’
‘내가 힘들 때 우선 찾게 되는 짐승이야.’
‘한결같이 짐승 취급은 조금 열 받기는 하는데, 더 말해 봐!’
탁.
나는 손으로 핸드폰을 덮고 아무렇지 않은 척 물을 마시러 갔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였나? 너가 말해 줘서 읽어 봤지.”
그만, 네 입에서 나올 만큼 수준 낮은 작품이 아니야.
“어때, 배움이 느껴져? 성장해? 내가 그때 얼마나 부끄러웠는데!”
“닥쳐!”
“우리 피의 맹세를 한 사이잖아! 동화 형!”
류이든이 든 핸드폰 안에서 채하민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인 예고를 날리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어때, 수치스럽지! 내가 너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얼마나 촬영해 두고 싶었는데!”
미친놈.
“이런 걸로 연 안 끊을 거지? 나는 하민이랑 달라서 시도는 해 볼 수도 있어!”
광견병.
“…나도 가만히는 안 있어.”
류이든은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서바이벌 때도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는 안 죽을 자신 있다고 했었지.
“음, 계략에 말려들면 그냥 죽겠는걸.”
그걸 진지하게 계산하고 있는 게 더 무서워, 미친 인간아.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류이든에게 물었다.
“…혹시, 어제 나 뭐 다른 짓거리 한 것 있어?”
기억에 빈틈이 생긴다는 건 너무 두려운 일이다. 의도적으로 억눌러 둔 것도 아닌데, 떠오르지 않는다니. 어제 너무 피곤한 채로 술을 20병 가까이 마신 탓에, 망할.
그래, 이게 다 류이든 때문이군. 저 망할 강아지가 사람 보는 눈을 제대로 세척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야.
“했지. 준이랑 현재 자고 있는데 깨워서 맹세시켰잖아.”
…세상에.
“준이는 무서워서 울었어,”
맙소사.
“현재는 이 형이 드디어 미쳤구나, 라고 납득했고. 철학하는 사람 중엔 정신에 문제 생기는 사람도 많다던데, 그런 거라면서.”
음, 죽어야겠어. 어느 때보다도 이성적으로 결론지을 수 있었다.
“어쨌든, 별일 없었어. 솔직히 하는 것만 보면, 술 취한 사람인 줄 모를 정도로 발음 같은 것도 정확해서, 준이는 너 취해서 그런 줄을 아직도 몰라.”
“그게 더 문제잖아.”
“맞아, 그래서 굳이 정정 안 했어.”
나는 곧바로 표정이 썩어들었다. 류이든이랑 있으면 평정 따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오늘 해외 스케쥴 회의 있는 거 알지? 그 전까지 준이가 무서워하는 거 달래가면서 해명하도록! 술을 많이 마신 벌이야.”
하, 망할. 교훈이랍시고 입을 놀리고 있지만, 그 본심이 잘 보이는군.
* * *
[오늘자 ‘도망쳐’ 블로센스 위주 감상문 (스포주의)]원래도 도망쳐 챙겨봤는데 본진이 나온다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집중해서 봤다.
지동화 : 동화 ㄹㅇ 미친놈 같았음. 마지막 파트에서 이리저리 쉬지도 않고 뛰어다니면서 사람들 엿먹일 때는 진짜, 배신도 자연스럽고, 모두 적이라는 마인드로 다 깽판 치고 다님. 그 와중에 하민이한테 가서 겁나 케어해 주는 거 보고 블뽕이 차올랐다.
채하민 : 하민이 너무 귀엽다. 선배님들한테 우쭈쭈당하고 동화한테 우쭈쭈당하고 어딜 가도 우쭈쭈 ㅅㅂ… 존나 귀여워……. 사랑받는 자식 부모 된 기분이야.
류이든 : 이든이는 동화한테 당하는 장면이 많아서 엄청 억울해 보였다… 뭔가 노력하는데 잘 안 풀리고 그럴 때마다 억울함 맥스 찍고, 와중에 말하는 건 재밌어서 편집도 많이 받았음. 늘 보던 억울한 리더라서 익숙하게 감상함.
결론 : 블로센스 유일한 이성인 우리 동화는… 황금에 눈이 멀어… 방송에서 계획해 둔 모든 구성(팀별 경쟁과 팀내 경쟁 구도)을 터뜨리고, 모든 금을 하민이와 둘이서 나눠 가졌다는 훈훈한 이야기……
라고 썼지만 그냥 자본주의의 폐해 교육 다큐멘터리였다.
댓글
―일단 지동화가 미친놈인 건 확실함 ㅇㅇ
└억지부리는 것도 침착하고 논리적으로 펼치는 고앵이..
└배운 추찹함이라는 단어가 진짜 뭔지 알 것 같았다 나 친구 중에 공부 잘하는 애랑은 척 안 질려고 ㅇㅇ
―이든이 ㅅㅂㅋㅋㅋㅋㅋㅋㅌㅋㅋㅌㅌㅌㅋㅋㅋ 억울함과 당혹스러움 같은 게 ㅈㄴ 잘 보여서 ㅋㅌㅌㅋㅋㅋㅋㅋㅌㅋ 근데 저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싶으면 자컨에서 본 익숙한 모습 ㅇㅇ 팬들은 개웃긴 포인트였다
―팬심 빼고 봐도 웃겼어 동화가 도망쳐의 모토를 잘 이해하고 난리 치는 게 좋았음
└개같은 억지도 일단 pd가 들어주면 된다!
―ㄹㅇ 이거 블로센스 형 라인 캐해 영상 아니냐? 나 진짜 감동했잖어
팬 커뮤니티에선 오늘자 방영됐던 ‘도망쳐!’의 후기가 빠르게 올라왔다.
[오늘자 채하민 모음](지동화가 배신을 제안하자 흠칫하고 골똘히 생각하다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는 모습)
-> 배신은 비도덕이고 자시고 일단 동화가 같이 팀하자는 게 기쁜 하민
(인문대 수풀 틈에서 숨어 있는 모습)
-> 진짜 토끼가 되어버린 하민
(배신이 발표되자 우물쭈물 사과하고 해맑게 지동화한테 달려가는 모습)
-> 진짜… 존나… 귀엽다…. ㅅㅂ….
댓글
―지동화가 성적 잘 지키라고 말했다고 철저히 땅굴에 숨은 당신… 은근히 매력적이야
―이러다 동화가 보증 서달라고 하면 의심 없이 서줄 거 같은데
└하민아… 친구 잘 사귀어야 해…?
―??? : 팥으로 메주를 쒀
└??? : 허어! 나 몰랐어! 역시 똑똑하다!
―동화가… 착해서 정말 다행이야 아니었으면 하민이 이미 이용당할 대로 당할 듯
그렇게 방송 떡밥으로 타오르던 커뮤니티에 새로운 기름이 쏟아졌다.
[오피셜) 블로센스 외국행](뉴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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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하. 드디어냐, 니체.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는 거냐, 니체
―그래… 예상했어… 요즘은 해외에서 돈 빠는 게 국룰이긴 해…
└그래도… 지금 시기에 가는 건… 괜찮아…
―프로모 일정 은근 기네 제발 몸 조심하길… 요즘 현재 찍힌 사진 보면 안색이 안 좋던데 부디…
―만약 과로 기미 보인다 싶으면 나 거품 물고 니체 사옥 앞에서 쓰러진다 1인 시위 맛 좀 봐라
―우리 니체… tot 때처럼 지랄나면 제가 가만 안 있어요?
└뭔 일 있???????
└TOT 때 프로모 돌리다가 예언 쓰러진 전적 있음
└근데 그거 예언 말로는 피곤한 게 아니라 병 때문이라고 하긴 했지
└본진 얘기 나와서 일단 한마디 남겨요~ 그때만 생각하면 피 거꾸로 솟아 ㅅㅂ
└소속사에서 시킨 거라는 말도 돎 ㅇㅇ
기지생이 지동화의 육체에 AI를 박아 넣고 가능성 안정화를 시작했던 날, 모든 시간선에 있는 예언은 쓰러졌다. 기억이 완전히 뒤틀렸기 때문에. 다만 사람들은 그걸 알 수가 없으므로 ‘니체 엔터의 잔혹한 돌 굴리기’로 비칠 뿐이었다.
다행히 니체 엔터가 아이돌을 혹사시키는 회사는 아니었지만, 안타깝게도 알아서 자신을 혹사하는 아이돌이 있는 회사였다.
* * *
“좀 자!”
“골 울려.”
“안 자니까 울리지!”
강아지가 너무 시끄럽게 짖었다. 하, 강아지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은 9할이 주인이 부족한 탓이라고 하니, 내 잘못이다.
“조금 있다 간식 줄 테니까, 잠시만.”
류이든은 모든 것을 멈추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저런, 화났군. 빨리 간식으로 줄 닭가슴살 샐러드를 사와야겠어.
“진짜 내가 그냥 개로 보이는 건 아니지? 나도 사람인 거 알고 있는 거지?”
천천히 물어오는 류이든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
“당연히 강아지잖아.”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어깨를 잡고 흔들려는 류이든. 하지만 이내 곧 내 상태가 어떤 꼬라지인지를 인식했는지 손을 내렸다.
“그래, 그런 걸로 하자. 여튼, 너 지금 상태를 봐라. 며칠 후면 출국인데, 안 쓰러질 자신 있어?”
“그러면 업어.”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닌.”
류이든은 말을 멈추고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좋아. 차라리 더 과로해 버리자.”
“내일 출국이라 이제 쉴 건데.”
“아니야, 차라리 쓰러져 버려. 감금이나 하게.”
아, 그런 약속을 했었지.
“그거… 진짜 할 계획이야?”
“약속은 무거운,”
나는 재빠르게 류이든의 입을 막았다. 미친 강아지 놈. 감히 남의 추악한 과거를 활용해 겁박하다니.
“닥쳐.”
“아, 이대로 개처럼 핥아 버릴까.”
내가 가장 싫어하는 추잡한 짓거리를 하겠다고 다시 협박하는 류이든. 추악하다.
손을 떼고 나는 소파에 몸을 누였다.
“이제 꺼져 줄래.”
“음, 좋아. 다시 왔는데 일하고 있다? 그러면 음, 뭐로 할까, 감금?”
해외 프로모를 위해 편곡 작업을 A&R팀분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 대체 왜 이 망할 것들은 일하지 말라고 난리인 걸까. 어제는 채하민, 오늘은 류이든, 그뿐만 아니라 여전히 나를 두려워하면서도 일하지 말라고 하는 석준이나 와서 어차피 말릴 자신 없다면서 그저 책을 읽는 이현재까지.
“준이는… 녹음 잘했대?”
나는 조심스레 물어봤다.
“응. 우리 프로모 끝나고 3주 후에 개봉이래. 내일 마지막 녹음이라니까 다 같이 응원 가자. 기 살려주러.”
우리가 간다고 기가 살지는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목화 초등학교 체육대회 때 무단결석했던 내가 할 생각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너 밤샘하는 꼴 두 번 다시는 못 보겠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자도 내일부터는 숙소에 꼬박꼬박 들어와.”
세상에, 부모 같은 말 하지 마.
* * *
출국 전 마지막 스케쥴이라고 할 수 있는 석준의 녹음 시간. 이미 녹음이 한창 진행 중이라 우리는 제작진분께 양해를 구하고 몰래 잠입했다.
“오, 동화 씨. 오랜만이에요.”
이전에 한 번 뵌 적 있던 음향감독님이 인사했다.
“가사 좋던데요. 역시 같이 의뢰 드리길 잘했어.”
“준이가 전부 썼습니다.”
사실이다. 물론 나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쓴 부분이 있지만, 그 정도는 눈감을 수 있을 정도다. 이 정도 거짓말은 거짓의 축에도 못 끼는 애교다.
“준 씨는 아니라던데. 여기는 멤버들끼리 사이가 좋네요.”
저런, 석준은 자기 공로 챙기는 데 너무 서투르군.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가려고.
나는 류이든이 이리저리 인사를 다니며 음료수를 나눠 주는 걸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녹음실을 바라봤다.
혁명의 주제가를 랩으로 부른 원곡. 그걸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어휘로 번역해야 했고, 그러면서도 작품성 있게 가사를 찍어내야 했다. 고달픈 작업이었는데도, 석준은 단 한 번도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덕질을 하는 사람의 열정은 놀라워.’
나는 어렴풋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저렇게 사랑하고, 저렇게 아낄 수 있다는 게 놀라운 심정이다.
‘팬분들도 그렇고. 덕심이라고 하는 심리 상태가 뭔지 탐구해 보고 싶어.’
그러나 심리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그 심리를 느낄 수는 있어야 할 텐데. 그게 아니라면 심리를 연구하는 게 아니라 그냥 행위 양상을 분석하는 것에 불과할 테니까.
때마침 잠시 쉬는 시간이 되어 녹음실에서 나오는 석준과 네스퀵.
“아, 씨. 흡연실!”
여전히 만년 꼴초인 네스퀵 씨는 우리에게 손만을 흔들어주고 황급히 드레스 자락을 휘날리며 달려 나갔다. 언밸런스함에서 오는 멋이 있다. 역설적인 멋.
나는 다시 준을 보고 들고 있던 딸기셰이크를 건넸다.
“어때, 할 만해?”
석준은 조용히 잔을 받으며 굳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서, 지금 제가 제일 행복-할 겁-니다.”
“…그래.”
나는 살면서 무언가를 이리 좋아해 본 적이 있던가. 석준의 얼굴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고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