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64)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164화(164/343)
164.
[지동화 ㅅㅂ 존나 귀엽네](자컨에 올라온 비하인드에서 지동화가 뜨개질하고 있는 부분.gif ― 집중해서 카메라가 찍고 있는 줄도 모르다가 고개를 들고 귀가 붉어진다.)
ㅈㄴ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ㅌㅌㅌㅌㅋㅋ 저 하나의 움짤로 사람이 이토록 쉽게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댓글
― 존나 하찮고 소중해… 우리 동화…
― W앱 피셜) 현재 수능날 줄 목도리 짜는 중 (이현재한테는 비밀)
└ 비밀 지켜 줘!
└ 학생, 글 내려 ^^
[해외 프로모 개인적 핵심 모음](걸그룹 댄스 메들리로 찢어버리는 채하민, 춤선이 야하다)
(류이든 출근길 민소매 차림 직찍, 사진을 찍은 사람의 시선이 드러난다)
(이현재 불안한 눈초리로 주변 둘러보는 짤, 마치 여우가 굴속에서 떠는 모습 같다)
(석준 위즈니 랜드에서 광기에 휩싸인 잘생긴 얼굴, 공룡이 먹이 사냥 나서는 느낌)
(지동화가 키보드로 즉석 편곡하는 영상, 석준을 위한 위즈니 OST 편곡이 진행 중이다.)
(홍콩에서 진행된 블로센스 소규모 감사제 영상)
(멤버들 W앱 링크)
댓글
― 류이든, 너 불법이야.
└ 공연음란죄. (단호)
└ ??? : (웃으면서) 옷 좀 여며, 망할 리더야.
└ 자연스러운 음성 지원 ㅋㅋㅌㅋㅌㅋㅋㅋㅋㅋ
― 아 ㅅㅂ 진짜 한국에서 보고 싶어, 돌아와 얘들아… 나 정신 나가 진짜… 니들 거기서 예쁜 거 보고 있으면 막 손발이 떨리고 호흡이 가빠 와…
└ 아이돌 팬의 숙명. 해외에 간 내 새끼를 보면 자랑스러우면서도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이중심리에 빠지고 만다
팬 커뮤니티는 일상적으로 블로센스 해외 활동 요약본을 통한 덕질을 하고 있었다. 물론 일부 홈마들은 현장에 따라갔겠지만, 대다수의 일반 팬들은 그게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건, 아직 대학생에 불과한 지동화의 팬 역시 마찬가지다.
“망할! 현장 뛰고 싶어!”
종강 이후, 블뽕은 차오를 대로 차오르고, 시간은 녹아내릴 만큼 있지만, 한국에 지동화가 없었다.
“이 땅 위에… 지동화는 없어…….”
눈물을 주륵, 흘러내릴 것만 같다. 이제 곧 해외 프로모션 기간이 끝날 텐데, 그럼 컴백은 또 언제 하는 걸까. 1년에 최소 2회 컴백은 의무적으로 지켜 주면 좋을 것만 같다.
“아니야, 그래도 쉬어야…….”
자신은 쉬지도 않고 덕질을 하고 있지만, 아이돌 건강 생각은 놓치지 않는 그녀였다.
옆에서 그녀의 친구가 경멸 섞인 눈초리로 바라봤다.
“야, 이년아…. 너 어학 한다며, 이번 방학에.”
“어학 같은 소리. 블로센스가 없는데 어학에… 무슨 의미가 있어?”
친구는 ‘없긴 왜 없어, 네 미래에 의미가 있는데.’라고 속으로 답변했지만, 덕질 금단 증상 말기에 도달한 상태의 그녀를 막을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집에는 언제 가게.”
“어머니가 내 꼴을 보면 뭐라고 하시겠니.”
우울하게 천장을 응시하며 이 세상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마 입으로 뱉지 못할 무수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차올랐다. 그녀에게 덕질이 갖는 의미가 어느 정도인지 아니까.
“그, 내가 널 보는 꼴은 신경 안 쓰게?”
“너도 루미너스 가입하라니까?”
“야, 나는 덕질도 안 하지만, 블로센스는 이름이 일단 마음에 안 들어. 화장품 이름 같아.”
“…동의하지만, 덕질은 그 정도 문제는 깔끔하게 수용하면서 하는 거야.”
친구는 ‘그래서 내가 덕질을 못하나 봐.’라고 중얼거리며 같이 그녀의 옆에 누웠다.
“사고 치면?”
“심각한 범죄면 때려치겠지. 하지만, 그럴 애들은 아니야.”
친구는 그녀가 중증이라고 생각했다.
“너 저번에 빨던 애들도,”
“닥쳐.”
믿음의 대가는 끔찍하지만, 믿음의 과실 역시 달콤하리라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대가를 맛봤으니, 이번에는 과실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다시 믿음을 품었다.
실존 인물을 덕질하는 것은 믿음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믿음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위에서 상대방이 제공하는 물건을 소비하고, 상대방은 그로 인해 성공한다. 이윽고 믿음으로 인해서 상대방의 성공 자체가 자신의 만족감으로 뒤바뀐다.
어떤 이는 이게 멍청한 짓거리라고 말하지만, 믿음만 합리적이라면 괜찮으리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과거의 나는 멍청했을 뿐! 이번엔 진짜다! 이번엔 겁나 합리적으로 믿고 있어.”
묻지도 않은 덕질에 관한 이론을 듣고 있자니 약간 멍해졌지만, 친구는 고개를 끄덕여줬다. 물론, 덕질의 본질이 비합리적이고, 비합리적임에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속으로 생각했지만,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그녀는 태블릿으로 덕질을 하는 중이고, 친구는 옆에서 그녀가 보는 영상을 가끔 같이 봤다.
“야, 얘는 뜨개질을 하네?”
생긴 거는 와인 마시면서 연극 볼 것 같은데, 취미로 뜨개질이라니, 이게 그녀가 말하던 매력 포인트인 걸까?
“존나… 귀여워, 씨.”
분하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그녀의 목소리. 그래, 덕후 마음을 자신이 어떻게 다 알까.
“이 얼굴로, 핫핑크 뜨개질… 진짜 말이 되냐고. 끼 부리는 것도 정도껏, 젠장. 동화는 그럴 성격도 아닌 것 같은데, 망할.”
좋으면 좋은 거지, 왜 이렇게 쌍욕을 날려대는 걸지 모르겠다. 덕후 심리는 알다가도 모르겠는 법이다.
그렇게 멍하니 있었을까, 그녀는 눈에 들어온 문장에 잠시 뇌가 멈춰 섰다.
“…야, 컴백하는데?”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 안에는, [블로센스, 해외 일정 소화 후 빠른 컴백, ‘아이돌계 굳히기 들어가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달려 있었다.
“아, 씨X, 좋아해야 하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왜. 해외 가서 반응 오는 것도 좋아해야 할지 아닐지 모르겠다더니, 돌아온다는데도 왜 난리야?”
“그거야, 해외 팬들이 많이 붙으면 조금… 개같은 일이 벌어질 때가 있어서 그런 거고.”
그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체력… 괜찮겠지?”
그녀는 진심으로 괜찮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체력이, 달려, 망할.
나는 작업을 이어나가다가 쓰러질 것같은 기분을 느꼈다. 해외 프로모 틈틈이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컴백 일정이 잡히기 시작하면서 귀국 이후 작업실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A&R 팀장님이 옆에서 내 어깨를 몇 번 툭툭 치셨다. 귀국 후 바로 컴백이라 작업이 힘들 것을 고려해서 처음부터 함께 작업을 하는 중이다.
“동화야, 괜찮아? 작업 좀 우리한테 맡기고 쉬어도 된다니까.”
“음, 그래도 그룹 컨셉상.”
“그야 알지. 아는데, 약간은 사기 쳐도 돼. 내가 라인 조금 손 봐도 내 이름 안 올리면 그만이지.”
그건 양심이 걸려서 안 됩니다. 헌법 19조에서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 조항상, 내가 양심대로 행동하는 걸 막을 수 없다. 작위에 의한 양심 실현의 자유.
“양심이고 뭐고, 너 지금 반쯤 죽어 있는 것 같다니까.”
이젠 멤버들을 넘어서 회사 사람들까지 일을 하지 말라고 하다니. 하지만 아무도 나를 막을 순 없다. 헌법이 보장해 주는 거니까, 막으면 헌법 재판소에 고소할 예정이다.
“그래… 누가 말리겠니. 나중에 동생 분한테 전화해서 형 좀 막아달라고 부탁해야겠어.”
팀장님이 허허 웃으시면서 컴퓨터를 다시 만지작대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번 라인은, 조금 특이하네. 어디서 아이디어 얻은 거야?”
아, 그러고 보니.
나는 웃음을 지었다.
“그거 다, 채하민 때문입니다.”
“응?”
그래, 이번 곡은 순전히 채하민 때문이다.
* * *
홍콩에서 프로모션을 돌고 있을 무렵,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채하민의 아버님께서 알고 있던 기업의 호텔에 묵으면서 꽤나 융숭한 대접을 받게 되었다.
숙소에서부터 해외에서의 호텔까지 항상 채하민과 룸메이트를 하다 보니, 지금쯤 채하민이 편의점에 가자고 칭얼댈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내일 일정이 없으니 무조건이겠지.
나는 뜨개질하던 것을 대강 정리하고 미리 지갑을 챙겼다.
“동화야, 편의점 갈까?”
어차피 갈 걸 알면서 왜 물어보는지.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기만 해도 알아서 일어났을 것이다.
“갈 거 알잖아.”
“당연하지.”
매니저님께 말씀드리고 잠시 나가 편의점에 들어섰는데, 채하민이 문득 주류 코너 앞에서 멈춰 섰다.
“…술 마실래?”
너 허접이잖아, 하민아. 한 잔만 마셔도 술버릇 나올 거면서.
“맥주는 괜찮지 않을까?”
“너, 서바이벌 때 비너슈니첼 먹으면서 맥주 한 잔에 갔잖아.”
“딱 기다려. 너랑 이렇게 한두 잔 하다 보면 주량도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아니, 그냥 건강 망치는 지름길이잖아, 하민.”
“너랑 더 오래 술 마실 수 있으면, 수명 한 5년은 괜찮지 않을까?”
미친놈.
나는 별 생각 없이 주류 코너에서 내가 입가심으로 마실 소주 두 병과 무알콜 맥주를 몇 캔 샀다. 부디, 채하민이 무알콜인지 모르기를.
“안주. 땅콩 같은 것 좀 사갈까? 다른 거는 너무 이든이 형이 뭐라 할 것 같애.”
하긴, 우리 계속 관리 중이니까. 사실 그걸 고려하면 애초에 술을 안 마시는 게 옳은 일이긴 하다.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 문을 열고 나오자, 홍콩 밤의 도시가 네온사인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음, 나쁘지 않아. 별빛도 아름답지만, 이런 것도 괜찮은 것만 같다.
“신기해. 나 해외여행 아버지 따라 많이 다녔는데, 친구랑 온 건 처음이야.”
“나도.”
터벅터벅, 소리가 울리며 밤의 활기 사이로 스며들었다. 여름인데도 시원한 밤공기가 피부를 훑어 내렸다. 채하민은 내 옆에서 후드를 푹 눌러 쓰고 깡충깡충 뛰며 ‘신났어!’라고 소리치듯 걷고 있었다.
마침내 호텔방에 도착했을 때, 채하민이 뒤로 얄밉게 돌아서면서 물었다.
“내가 여기 오기 전에 공항에서 했던 말 기억나?”
나는 기억을 되살펴 보았다. 한 말이 너무 많은데, 하민. 타기 직전에는 내려서 밥 뭐 먹을지 물어봤었잖아.
“하하, 술 마시면서 왜 그랬는지 말해 줄게.”
아니, 무슨 말인데. 내 기억력을 믿어 주는 건 고마운데, 모르겠거든, 하민.
채하민과 탁자에 땅콩과 오징어를 펼쳐 놓고 술을 마셨다. 놀라운 것은, 채하민이 무알콜 맥주를 먹고도 취기가 올라왔다는 것이다.
“내가아, 고마압다고오 했잖아.”
나는 황급히 맥주캔을 살펴봤다. 음, 분명 무알콜이라고 적혀 있는데.
플라세보 효과, 대단해. 술이 들어있다는 생각만으로 취할 정도면, 채하민은 술을 마실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무대 위에서도 물을 술이라 생각하고 마시기만 하면 취할 수 있을 텐데.
“사실, 나 친구가 없어.”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예상했어. 나는 소주를 마시면서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아, 내가 그래서 얼마나아 고마운데. 우리 집안 알고도 이용하려고도 안 하고오,”
“…누가 이용했어?”
“아… 모르지, 차암. 갓엔터 오기 전에도… 갓엔터에서도, 조금 다 그랬어.”
저런.
나는 혀를 차려다가 채하민을 생각해서 참았다. 그런 것들, 다 혓바닥을 잘라 버려야 하는데.
“그러니까, 고마우니까아, 내가 보답을 해야 하는데에, 회사는 안 받는다고 했으니까아.”
그리고, 채하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하려고, 이 토끼 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