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78)
―블로 활동 끝나고 한 거 약간 아쉽지만… 완전 겹치지 않은 게 어딘가 싶다…
―그래서 이번 타이틀곡 준 사람 누구냐고 디오니 ㅅㅂ 왜 그런 인재 영입을 안 함? 이번에 블루잭 나온다는데 형님들 곡도 챙겨 주라고 ―팬피셜) 디오니가 이런 컨셉을 뽑아 낼 확률은 너무 적으므로, 작곡가 의견이 컸을 것임.
[진하니 W앱 봤냐]작곡가님 썰 나오는데 엄청 친절하고 착하다고 했는데 이거 긍정적 사인으로 보면 되냐?
댓글
―우리 리더는 순수해서 진짜 사람 좋다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ㄹㅇ로… 말에 의도 숨기기에는 너무 착해 진한아 ㅠㅠㅠㅠㅠ
[이번 호핀 화제의 숨은 주역.jpg](이미지 파일이 깨져서 체크 무늬만 남은 사진)
싱클레어.
댓글
―아… PTSD가 이렇게… 작업 날린 기분이야….
―근데 개신기하긴 하다 ㅋㅋㅌㅋㅋㅋㅌㅋ 우리들 대체 작곡가들한테 맺힌 게 얼마나 많았으면 이렇게 작곡가가 언급이 되냐고 ㅋㅌ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여기 디오니 엔터의 기획 3팀의 팀장은 그런 반응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지, 맞지.”
사실 자신조차 누군지 모른다. A&R 팀장이 좋은 작곡가를 소개받았다고 하더니, 웬 신인을 데려왔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곡이 아무리 들어도 타이틀곡 감인 것에 놀랐으니까.
“아아, 이런 애를 데려올 수만 있으면 월급 빠방하게 달라고 부탁해서 곡을 착즙하는 건데…….”
아니지, 안 될 건 또 뭐람. 호핀 애들한테 정이 많은 팀장인지라, 처음 곡 꼬라지를 보고 쌍욕을 뱉었던 과거를 생각해 보면, 자신이 직접 나서서 무릎 꿇고 데려와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느껴질 지경이다.
“해외 곡 좀 쓰자고 그 난리를 떨었는데도… 윗놈들 진짜…….”
하지만, 이젠 이야기가 다르다! 여기 국내에서 케이팝의 정수를 담아 작곡하면서 애들 특성까지 분석해 줄 인재가 있으니까!
‘빨리 윗선에 보고해서 일단 끌어들여 보자!’
…라는 그의 꿈은 처참히 부서지고 말았다. 싱클레어라는 이름의 작곡가가 너무나 완고하게 ‘계약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라는 짤막한 답변을 보냈으니까.
* * *
나는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활동기가 끝나면서 참 여유로운 생활―물론 라디오, W앱, 행사 등이 진행되는 생활―을 하며 작업실에서 두문불출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다가 의아하게도 디오니 엔터에서 보낸 메일을 받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대체, 뭐 하는 분들이지. 이런 식으로 경쟁자를 줄이는 게 대기업의 방식이라는 걸까. 상식적으로 누가 여기에 응할 거라 생각할까. 아무리 내가 본명을 안 썼다고는 하지만 나인지 몰랐을 리도 없잖아.
음, 피곤한데, 잠시 쉴까.
달칵, 달칵.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문득 눈에 띄는 게시글을 하나 발견했다. ‘블로센스 세계관 떡밥 정리’라는 제목의 글.
‘…궁금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했을지. 나와 이현재가 과외를 하다가 심심풀이로 해 본 적 있는데, 얼마나 비슷할지 궁금했다.
내 추측으로는, 이현재가 정신병 환자 같고, 나는 정신과 의사처럼 느껴졌는데 말이야.
처음, 꽤 먼 기억 같지만 ‘클라우디 블루’ 때 이현재가 눈을 감으면서 모든 게 시작됐다. 게다가 내가 작곡할 때마다 배경이나 시대가 달라졌다. ‘흥’에서는 갑자기 조선, 이번에는 서양 중세처럼 보이는 곳이 뮤직비디오의 배경이었으니까.
그걸 합리적인 서사로 엮으려면 환상이나 망상의 세계로 보는 게 그나마 나을 것이다. 설마 이현재가 무슨 신 같은 존재는 아닐 테니까.
만약에 그게 맞다면, 이현재는 자신이 만든 환상 속에 갇혀 있고, 나는 그곳에서 이현재를 꺼내려는 거라는 추측이 꽤나 개연성 있다.
다른 멤버들이 항상 웃고 있는 것과 달리, 나는 촬영장에 가면 항상 ?‘무표정!’, ‘안타까움!’ 같은 지도 편달을 받고는 했다. 그 공간에서 무언가 다른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라는 소리다.
그럼 이현재의 환상 내지 망상을 눈치채고 있다고 보는 게 낫다.
하지만 여전히 대체 왜 이번 티저에서 사람이 쓰러져 있는 장면이 나왔는지 납득은 안 된다. 내가 혹시 죽였나. 아니면 이현재가 죽였나. 뭔지 모르겠어, 정말.
그러니까, 지금 확인해 보자. 어떻게 해석하셨을지.
똑똑.
저런, 나중에 봐야겠네.
“형, 들어가두 돼요?”
“너는 노크 안 해도 되는데.”
끼익, 이현재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래도 예의라는 게 있잖아요.”
그러게. 채하민도 조금 지키라고 말 좀 전해 줘.
“아아……. 은근 바쁘네요.”
“그래서, 목표는 안 변했어?”
“현실의 쓴맛을 맛보는 중이긴 해요. 안 될 것 같은데요?”
목표는 안 변했다는 말이다. 애초에 아이돌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겠다는 이현재의 의지가 대단하다.
“원래 한국대 목표로 해서 밑에 가는 거면 이득이라잖아.”
“생각해 보면 하등 쓸모없는 건데, 왜 이렇게 가고 싶은지 몰라요.”
또한 맞는 말이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은 대한민국에 있는 여러 직업 중 학벌의 중요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곳이니까.
심각하게 멍청한 건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지만, 적당한 멍청함은 도리어 귀여움의 요소가 되기도 하는 곳이다.
“그래서 채하민이…….”
“하민이 형이 왜요?”
“아니야.”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이현재는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누웠다.
최근에도 끊임없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 계속 공부하는 미친 의지를 보여주는 동생. 누군가는 별 의미 없고, 본업에나 집중하라고 할까 봐, 본업에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을 갈아 넣고 있는 미친 동생이다.
왜 다 하나같이 비정상적으로 열심히 사는지 모르겠다. 꿀벌의 법칙상 사분의 일 정도는 태만해야 정상인데.
“그래서, 이제 한 달 조금 남았는데 괜찮아?”
“네, 괜찮을 듯싶어요……. 뭐, 죽기야 하겠어요. 형이 그렇게 작업하구도 살아서 저랑 대화하는 것만 봐도 큰 문제없겠죠.”
“…남들 시선은.”
이런 질문은 조금 더 세심하게 묻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음, 그게 말이죠……. 수능이 코앞이라 그런가, 저 요즘 걸으면서도 공부 중이잖아요?”
이현재는 약간 나른한지 소파에 몸을 녹이듯 기대며 웃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보고 있는지를 몰라요.”
그러고는 완전히 소파에 누우며 눈을 붙였다. 먹이를 양껏 먹고 포만감에 하품하는 여우를 보는 기분이다.
“…아마, 제가 형을 닮구 싶나 봐요.”
하품.
“그래서 대학 가구 싶나 봐…….”
말꼬리가 차차 늘어졌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시선 신경 안 쓰구, 자기 확신이랑 자기 의심만으로… 살구 싶나 봐요.”
그러고는 이현재는 이내 잠에 빠져 들었다. 뭐야, 귀여워. 멤버들 중 제일 동생 같은 녀석이라 그런가.
약간 벅찬 마음이 들었다. 목화는 귀여운 동생이지만, 나를 닮고 싶어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내가 어머니의 비관주의를 물려받아서 그런지, 동생 놈은 아버지의 낙관주의―책 제목은 망할 인생이라면서 낙관적인 인간이었다.―를 물려받았으니까.
지향점이 다르다 보니 서로 의지해도, 닮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음. 한 사람한테 면전에서 닮고 싶다는 말을 듣는 건, 조금, 많이, 부끄럽다.
나는 개인 서랍 한편에 쌓아둔, 핫핑크 털실로 짠 목도리, 검정색 베이스에 흰색으로 무늬가 들어간 털모자와 털장갑을 살펴봤다.
어쨌든, 시험은 잘 보기를.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건 사실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과정의 의미가 달라질 테니까, 기대만큼. 최소한 후회는 없을 만큼의 결과가 나오기를.
“동화야!”
뭔데, 하민. 제발 우리 현재 좀 닮아 봐.
“쉿.”
“아.”
곤히 자고 있는 여우 한 마리를 본 채하민은 포식자 앞에서 몸을 움츠리는 토끼처럼 목소릴 푹 낮췄다.
“이든이 형이 잠시 회의실로 좀 오라고 전해 달래.”
“문자 보내지.”
“작업실 들어가면 안 보잖아, 동화야…….”
그렇긴 해.
“폰 좀 보는 습관 길러야 돼, 너는. 안 그러면 내가 답답해 죽을 것 같아.”
“…노력할게.”
물론, 거짓말이다. 양심은 아프지만, 채하민의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으니 공리주의적으로 옳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 * *
“왔어.”
“오냐.”
류이든이 시놉시스로 추정되는 종이 더미 네 묶음을 들고 흔들어 댔다. 아, 벌써 귀찮아질 것 같아.
“이게 말이지. 난 뭐가 흥행할지 감도 안 오고, 주연이 누군지 아는 건 다섯 편 중에 세 개라서.”
그러고 류이든은 윙크를 했다. 저런, 저건 대체 무슨 의사를 담은 행위니. 다시는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의미라면 지금 도와줄 수 있는데.
“의견 좀 주라.”
“…형, 목숨이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은 편이야?”
“흐하하하, 반응이 좋으니까 못 끊겠잖아.”
“멤버들 의견은?”
“그전에 거를 건 거르고 싶어서. 너 애들 다 있으면 뭐라 말하기 힘들잖아.”
나는 반대편에 앉아 미리 챙겨 온 종이를 한 장 건넸다.
“이번에 흥행한다는 드라마 목록.”
“오오, 역시. 세상 제일 편해. 연예계는 지동화부터.”
종이를 받으면서 재빠르게 훑어보는 류이든, 그러면서도 입은 빠르게 움직였다.
“문제가 하나 있네.”
네가 귀여운 척이 심하다는 점.
“가제로 온 게 두 개가 있어서 그중 뭐가 흥하고 뭐가 망하는지 모르겠어. 이번에 보면, 동시간대 드라마 중에 하나만 제정신인 배우들 집합이라고 적혀 있는데, 뭔지 모르겠는데?.”
저런.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음, 이거 이번 주 내로 정해야 되지 않나.”
“응.”
“밑에 주연 적어놨는데, 그건?”
“아직 가제인 이유가 있지. 캐스팅 중.”
“귀찮네.”
류이든은 종이를 들고 헤실거렸다. 뭘 웃어, 반반 확률에 우리 OST가 묻힐지, 논란 있을 인간이랑 엮일지 걸려있는데.
“에이, 뭐 어때. 찍어, 그냥.”
무슨 개소리를.
“원래 여태까지 우리가 말도 안 됐던 거야. 미래 지식을 쓴 거잖아? 오분의 일이었던 걸 반으로 올린 것만 해도 대단한 거기도 하고. 그리고 그냥 카메오 나가서 예의 바르게만 굴고 사적으로는 안 친해지기만 하면 되잖아. OST 흥행에 문제 생기는 건… 음, 그게 인생이니까 수용해 버리자.”
반사적으로 미간과 입술이 불퉁해졌다. 예전에 대본을 골랐던 것과는 상황이 달랐다. 두 대본 중 하나는 문제 있는 인간이 있을 테니까.
“반반에 걸기에는 너무 낮잖아.”
“아니지, 반이나 되는 거라고?”
무슨 물잔에 남은 물의 양 같은 논쟁이야.
“인생이 확정이면 무슨 재미야. 확률에 거는 게 진짜 인생이라고.”
아, 여기서 넘을 수 없는 관점 차이가 발생하는군. 내 생각에는 인생의 재미는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데서 오는 거지, 불확실함에서 오는 불안 때문이 아닌데.
“하루만 더 기다려 봐. 끌어올려 보게.”
나는 도전적으로 선언했다. 반반에 만족하기에는 우리들이 성공해야 할 이유가 많다. 내가 한 협박도 있고 하니, 평생 블로센스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끔 활동해야지 않겠냐고.
“이거, 내가 듣기로는 새로운 뮤지컬을 하나 준비한다면서.”
화양은 우아하게 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