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85)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재빠르게 핸드폰으로 SNS에 들어갔다. 울음과 저 사람 누구냐는 물음에 답하는 루미너스로 타임라인이 가득 찼다.
“이렇게 또 레전드 갱신을…….”
그녀의 중얼거림에 그녀의 친구도 고개를 끄덕였다.
“동화, 쟤는 저렇게 화장해 놓고 보니까 야하게 생겼다. 저런 애가 들이대면 흔들릴 것 같긴 해.”
“맞지.”
“예언, 쟤도 개잘생겼어……. 쟤는 배우해도 될 상인데.”
“TOT는 잘 모르는데, 재계약 시즌이긴 할걸?”
“오… 해체할 가능성은?”
“0이라고 봐야지. 아직 잘나가잖아.”
그렇게 서서히 아이돌의 세계로 발을 들이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올바른 돈의 사용처를 발견하고 있는 것이니까.
* * *
BMW의 백스테이지.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쉿’을 하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별로 친하지 않으신 분도 만나면 무대를 잘 봤다며 ‘쉿!’하고 지나가는 이 상황을.
대기실에서, 옆에 앉아 물을 홀짝이고 있는 예언을 보니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예언.”
“드디어 형 소리를 뗐네. 그치이. 우리 친구할 만한 나이 차이긴 해.”
“이거, 별로 관심 안 받을 거라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딱이라서!”
그러니까, 거짓말을 했다는 거네. 이 무대에서 최대한 쥐 죽은 듯이 있고 싶었던 나를 사지로 내몰다니, 나름대로 선배니까 일단 믿었던 내가 머저리였다.
제스처를 최대한 눈에 안 띄게 하려고 작은 동작으로 골라잡았는데, 왜. 아직 모르는 것투성이인 이 아이돌 판이 나를 수치심에 파묻히게 만들었다.
“…하, 어쨌든, 하나 끝났어.”
“아, 맞다. 그러고 보니까, 이번에 HBC 가요대전 나가던가?”
“응.”
“하하, 논란 또 생기겠다.”
“…논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인데.
“엉. 타임테이블 때문에. 전통적으로 HBC랑 니체가 사이가 안 좋거든.”
“여태껏 별일 없었는데?”
“신인일 때는 원래 도긴개긴이잖아. 시간 손해 나도 별로 티도 안 나니까.”
“아.”
“그래애. 이번에 너희 무대 8분 넘게 받아도 할 말 없는데, 한 3분으로 짬처리 할걸?”
뭐야, 별 문제 아니잖아. 나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물론 내가 그렇다는 것이라 다른 사람에겐 큰 문제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아 ㅅㅂ 요즘 행복해]집에 오면 봐야 할 게 너무 많아서 뭐부터 볼지 고민하는 게 행복함이게… 일상의 행복…?
댓글
―애들 하나같이 레전드 찍었다 ㅜㅜㅜㅜㅠㅜㅜㅠㅠ 적당히 성숙한 얼굴에 미침 진짜 ㅜㅠㅜㅜ――222222222222222
――33333333
―이제 한 달 후면 전원 성인이 되는 그룹… 블로센스… 뭔가 묘한 기분…
――와 이제 현재가 스무살이네… 평생 미성년자일 줄…
――ㅈㄴㅋㅌㅋㅋㅋㅋㅌㅋㅋㅋㅋㅌ 어느새 회식에서 모두가 술 마실 수 있는 그룹――이제 3년 차 된다는 게 놀라울 따름..
아이돌 팬들에게 연말은 수많은 떡밥과 동시에 멤버들의 연차가 1년 늘어난다는 생각에 설레는 시간이다.
물론 연차가 느는 게 설레는 것은 아이돌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에나 드는 기분이긴 하지만, 블로센스는 문자 그대로 성장 중이니까.
이현재는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보며 볼을 붉혔다.
‘…이제 곧 성인!’ 드디어 형들과 함께 끝까지 스케줄을 수행해도 되는 나이가 되었다. 시상식 같은 곳에서 먼저 떠나는 것도 올해까지, 이제는 괜찮다. 혼자 숙소에 돌아오면 내색하지 않으려고 해도 얼마나 쓸쓸한지 모른다.
수능이 코앞이었을 때에는 쉬는 시간 없이 공부해야 했지만, 공부가 머릿속에서 잠시 사라진 지금, 이현재는 평소 습관대로 게시글 탐방 중이었다.
팬분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부분에 환호하는지, 세세하게 따지고 분석하며 다른 멤버들에게 알려주면 꽤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그룹은 가내 수공업으로 작업물을 내는 풍조가 강했다. 일단 동화 형이 미친 사람이고, 하민 형이 동선이나 동작에 관심이 깊었다.
이든이 형은 듣는 귀가 좋은 편이라 동화 형 옆에 토템처럼 앉아 있는 경우가 많고, 준이 형은 애초에 자기 가사는 직접 쓴다. 하물며 자신도 몇 번 가사 작업에 참여한 적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조금 더 기여하고 싶었다. 작곡이나 작사에 미칠 듯한 재능을 가지지는 못했고,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자료 정리밖에 없으니까.
요즘 따라 깨닫는 중인데, 자신의 머리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듯싶다.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하도 뭐라고 해서 멍청한 줄 알았는데, 동화 형이 알려줬다. ‘머리 좋다’라고 말했지만, 동화 형은 멤버들 한정으로 다정한 인간이라 과대평가된 경향이 있겠지.
‘…조금만 더 연습해서, 동화 형 정도 되는 기억력만 가질 수 있으면.’
그러면 누가 뭘 물어도 곧바로 통계치를 내줄 자신이 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기억력이 덜 발달했다.
“어, 이건 또 뭐야.”
[이번에 유출된 가요대전 큐시트 ^^](블로센스 부분과 호핀 부분에 형광펜이 칠해져 있다. 블로센스 4분 20초, 호핀 6분 40초)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개짓거리
댓글
―하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ㅌㅋ 쟤네는 언제까지 ㅅㅂ――내가 볼 땐 사장이 가서 무릎을 꿇어야 해결된다고 본다 ―늦덕이라 그런데 뭔데 ㅅㅂ 이게 말이 됨?
――전통적으로 니체 소속 돌과 HBC는 사이가 나빴음
――TOT 때 뭔 일 있었다는 말은 들었는데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
――ㅇㅇㅇ 그래도 블로센스는 후배돌이라고 선처해 준 듯 ^^ㅣX ―쓴아… 호핀에 타겟 꽂지 말자 동생 있는 곳이잖아…
――ㄱㅆ) 그럴려는 건 아니고 그냥 얼척 없잖아 ㅅㅂ 디오니인 거 감안하고 생각해도 그냥 ㅈ같잖아――이해됨 ㅇㅇㅇㅇ 나도 보자마자 쌍욕박음―tot가 당한 것보다는 낫다 싶다가도 ㅎㅎ 타임테이블 볼 때마다 욕올라오는 건 어쩔 수가 없네 ㅎㅎ―그건 ㅅㅂ 그렇다 치는데 이 새끼들은 몇 년 전에도 큐시트 유출시키더니 또 지랄났네 ㅋㅋㅌㅋㅋㅋㅌㅋ 아니 관리 그렇게 못하냐고 ――어 근데 이건 좀 이상하긴 하다 어케 하루 전도 아니고 4일이나 남았는데 큐시트가 유출되냐?
――와 뭐냐 나 지금 머릿속에 루미너스 첩보물 한 편 그려지는데 이거 맞냐?
――불법유출이지만 우리에게 진실을 미리 알려주려 한 그녀… 다크나이트…
‘아아, 이거구나…….’
이현재는 멍하니 글을 읽다가 그저 웃고 말았다. 애초에 이미 알고 있어서 예정표를 받았을 때 별로 충격도 받지 않았지. 다른 형들도 전부 그러려니 하면서 미안해하는 장해진 팀장님께 웃어주기도 했다.
그런데 별 생각 없이 다음 글을 읽으러 가던 이현재의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꽂혔다.
잠깐만, 이거 웃을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호핀이 6분 넘게 받은 건…….’
아, 형제 그룹이라고 나름대로 사이가 좋았는데, 어쩌면 팬분들 사이의 말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신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받아야 할 시간이 호핀한테 간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문제의 본질은 HBC가 너무 좀스럽다는 것이지만, 방송국은 형체가 모호하고 호핀은 그렇지 않으니까. 원래 구조적 모순에서 발생한 사건은 그 모순이 아니라 사건 속 인물에게 비판이 향하고는 하니까.
이현재는 지동화와 함께 읽었던 책의 구절이 문득 떠올라 입안에 씁쓸한 맛이 감도는 것만 같았다.
‘현진이나… 목화나 다 친해졌는데…….’
자신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자신의 친구를 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판단 기준이 흔들리는 기분이다. 둘 다, 이현재에게는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라서, 뭘 바라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현재, 밥 먹을 시간이야.”
아, 노크 소리를 못 들었나 보다. 이현재는 감정을 추슬렀다.
“네, 갈게요.”
지동화는 가만히 이현재를 보다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 있어?”
“그게, 어, 이거 한번 보세요, 형.”
* * *
음, 낯빛이 약간 이상해서 물어보길 잘했군. 무슨 일이 있기는 한가 보다.
나는 이현재가 건네 준 태블릿을 다 읽었다.
“…이게 ‘무슨 일’이라고 할 만한 건가.”
다 예상된 일이다. 심지어 우리가 실수해서 만들어진 결과도 아니고 앞으로의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도 뭣한 애매한 수준의 사건.
“그게 말예요. 호핀이 저희보다 시간을 많이 배정받았거든요.”
“응.”
“그럼 팬분들이 막 호핀 욕하고 그럼 어떡하죠?”
그리고 이어지는 장황한 설명. 설명 사이사이 나와 함께 읽은 책의 내용을 근거로 내세우며 ‘이건 무조건 팬분들 사이가 악화될 만한 일이다’라는 결론에 타당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설명이 끝났을 때, 이현재의 확신에 찬 표정. 내게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잘 모르겠다. 설명은 명확하고, 근거도 논리적이고, 높은 확률로 그런 일이 벌어지겠지. 그런데, 그게 그렇게 큰일이라고 할 만한지는 모르겠다.
“…음, 그래.”
“네?”
이현재는 내 담담한 반응을 보자마자 표정이 삽시간에 변해서는 납득할 수 없음을 표시했다.
“호핀에 형 동생이 있는데…….”
어떻게, 라고 짧게 신음처럼 터지는 소리.
“그렇게 약한 애 아니라 괜찮아.”
이현재가 하는 고민이 어떤 측면인지는 알겠다. 확실히 느낌이 이상하긴 하다, 내 팬분들이 내 동생이 있는 그룹을 책잡을 수도 있다는 게.
하지만 걱정하기엔 동생 놈이 약한 인간이 아니라서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게다가 연예인으로 활동하다 보면, 사소한 것으로 욕을 먹을 수도 있다는 게 눈물이 많은 준성 선배님의 교훈 아니었는가.
만약, 정말 힘들다면, 내가 옆에 있어 주기도 할 테니까, 우선은 지켜보고 싶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이게 느낌이 너무 묘해서……. 애들 얼굴 어떻게 봐야 하나 싶구……. 그런데 팬분들 탓하는 것두 이상하잖아요. 애들은 자기 잘못 아닌데 욕먹어야 하니까. 서바이벌 때 이든이 형이나 형 일 생각나서…….”
“음…….”
나는 이현재의 침대에 앉았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죠.”
“아니야. 기다려야지.”
친한 두 사람이 다툴 때는 둘 중 누구 하나의 편을 들기보다는, 둘이 화해하기를 기다리는 편이 현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게다가 누가 잘못했는지 명확한 사안도 아니고, 다투는 이유도 오해에서 비롯된 거니까.
“만약에 애들이 힘들어 하면 말없이 옆에 서 있어 주고. 그러다 보면.”
나는 한 번 숨을 쉬고 마저 말을 뱉었다.
“알아주시겠지.”
애초에 과거에 있었던 일로, 후배 그룹한테까지 난리를 치는 그 방송국이 더 문제라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가 화를 내야 할 대상이 호핀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현재는 내가 해 준 말을 곱씹는지 입술 한쪽을 안으로 깨물었다. 이현재가 무언가를 고민할 때 나오는 버릇이다.
“저기, 드라마 찍는 건 좋은데, 나와서 밥 좀 먹어. 준이가 입에서 침 줄줄 흘리면서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류이든이 문 안쪽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투덜댔다. 아, 밥 먹으라고 부르려고 왔었지, 여기.
* * *
화양은 앞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는 손자를 보며 표정이 썩어들었다.
“손자야, 얼굴 좀 자주 비춰. 내가 일본에서 돌아온 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데.”
“할매,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는 알고? 오늘도 연습 틈에 진짜 짬 내서 나온 거야.”
분위기 있는 한식집. 한 끼에 누군가의 월급을 태울 수도 있는 이곳. 화양이 벌어들인 돈을 굴려서 이뤄낸 경제적 성취가 아니었다면, 진한이 이곳을 밟아 볼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 별일은 없고?”
으레 하는 인사말에 진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별일은 없지.”
물론 루미너스와 위시 사이의 키보드 대전이 있었지만, 그걸 할머니께 말씀드려 봐야 의미도 없고, 또 큰 문제도 아니다. HBC 방송국이 옹졸해서 생긴 문제다.
조용히 문이 열리고 음식이 하나둘 쌓였다. 진짜 손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정만큼은 진짜라서, 몸에 좋은 음식들로만 구성됐다.
“그러고 보니까, 이번 앨범 성적이 좋다더라.”
“응, 작곡가님이 뛰어나서.”
화양은 소꼬리를 긴 시간 우려낸 육수를 베이스로 한 국물을 한 모금 마시며 웃었다.
“내가 직접 넣었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