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94)
안 들어도 알 것 같은 기분이다. 몇 달 후에 터질 연쇄 이슈 아닐까. 나는 심드렁함이 티 나지 않게 표정을 갈무리했다.
“너희들 OST가 흥행 보증 수표가 될 거라던데.”
그리고 갈무리한 게 무색하게, 곧바로 의문에 휩싸이고 말았다.
“…왜일까요.”
이번에도 수현 씨는 껄껄 웃으시더니 박수를 몇 번 짝짝 쳤다.
“왜긴, 너희, 아니, 너 때문이지.”
“저는 그렇게 대단한 인간이 아닙니다.”
“네가 만든 곡은 대단하다던데.”
수현 씨는 약간 고된지 주변의 의자를 끌고 와서 앉고 내게도 건넸다.
“감사합니다.”
“어우, 예의 바른 것 봐. 어쨌든, 너, 계속 아이돌 그룹 출신이면서 작곡가상 후보에 들어갔다며.”
“화제 용도, 그리고 지표상 후보에 없으면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올려 두는 거지, 실제로 줄 생각은 없을 겁니다.”
“아니, 그만큼 솔로로 작업하는 비중이 높다는 거잖아. 거기서부터 이미 대단한 거긴 하지. 게다가 나도 이번에 OST 듣고 깜짝 놀랐거든. 세상에, 이러다가 정말 우리 드라마가 저예산이긴 해도 OST로 홍보 효과 좀 얻을 수 있으려나, 싶었거든.”
“보통 드라마가 떠야 OST 곡이 뜨지 않습니까.”
“이번에 워낙 쟁쟁하거든. 어우, 상대 드라마들 보면 하나같이 머리가 아파. 두 번 연속 쫄딱 망하면 나 좀 우울해질 것 같거든. 제인이가 이 대본을 강력 추천 하길래 일단 받긴 했는데, 아무래도 잘못 골랐나 싶기도 하고 말이야.”
음, 말할 수도 없고. 예언자 노릇은 딱 질색이다.
[저한테 의지하시면 예언자 노릇도 과언은 아닙니다! 타율 9할!]조용, 요즘 할 짓이 많이 없나 봐. 하드 모드인데도 이런 식으로 나대는 걸 보니까.
[서운해. 기지생은 울 거야.]…정말, 왜 이렇게 변했을까, 나는. 저건 차라리 광기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이번 곡, 자신 있습니다.”
“그래? 나도 아직 못 들어봤는데, 감독님은 그렇게 좋다고, 좋다고 하시더라고. 저분이 빈말 듣는 건 좋아해도 하는 건 싫어하는 분이거든.”
그런 타입은 조금 싫은데. 등가교환의 원칙을 어기다니.
“그렇구나─ 속이 조금 후련하네. 그건 그렇고, 그거 알아? 우리 너희가 이 작품 말고 다른 곳으로 넘어갔을 때, 원래 하민이 자리에 누구 쓰려고 했는지?”
알 게 뭐람. 어차피 이미 하민이 자리다. 누가 넘봐.
“전혀 관심 없나 보네. 그래도 들어봐.”
수현 씨는 장난스러워 보였다. 뭐가 그렇게 재밌을까.
“박우진이였어.”
어머나, 어쩌라는 걸까요. 그래도 관심이 가지 않습니다. …잠깐, 이상한데. 예언의 예언이 뭔가 이상하지 않나. 분명 그 인간은 연쇄 스캔들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보는 입장’이라고 예언에 적혀 있었는데, 어째서 유일한 청정구역인 이곳에……. 예언의 예언은, 내 행위는 잘 계산되지 않으니까, 음…….
“오, 흥미가 조금 생겼나 봐?”
모든 것이 틀에 잡힌 사고에, 한 점의 오류 가능성이 생기면, 그 가능성이 모든 생각을 집어삼킬 때가 있다. 논문을 쓸 때, ‘이 부분, 논리가 모호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모든 글이 엉성해 보이는 것처럼. 잘 조성된 건축물이 작은 이물질로 와르르 무너지는 것처럼.
‘…이건 불확실한데.’
물론 높은 확률로, 예언의 예언이, ‘지동화는 이 드라마를 선택한다.’라는 걸 계산해서 ‘박우진은 피해를 받는다.’라는 결론을 도출했겠지만.
정말 만에 하나, 내가 채하민을 사지에 몰아넣은 것이라면.
아주 작은 확률로, 번개에 맞고도 사지 멀쩡하게 살아갈 확률 정도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싫은데.
기지생.
기지생.
[정말로, 삐진 상태입니다.]미안해, 기지생.
[그렇게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서운해! 흥! 저는 울러 갈 겁니다! 현재 껴안고 있을 겁니다!]뭐라는 거야, 미친놈이. 현재는 여기 있는데.
나는 불러도 대답 없는 기지생을 잠시 내버려 뒀다. 그래, 내가 기지생 취급이 나쁘긴 했지.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아무래도 더 가혹해진 감이 없잖아 있다. 같으면서 다른 존재를 대한다는 건 왜 이렇게 까다로운지.
[그건, 당신이 스스로 취급이 하찮아서 그렇습니다. 어쨌든, 정말 현재 껴안으러 갈 겁니다!]“음, 왜 그래? 안색이 조금 파리한데. 뭔가 불안해 보여라.”
어떡할까. 화양 씨께, 지금 이 드라마에 출연할 예정인 사람 뒷조사를 부탁드리고, 문제 있어 보이면, 사건이 터지기 전에 조용히 없애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러면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에, 기사화만 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테니까.
그런데 그건, 빚이 너무 많이 남을 것 같다. 그러면 장기 하나 정도 불법 거래 루트쯤은 화양 씨께서 알고 계시지 않을까. 음, 확실히 인간의 몸에는 최소치를 넘어서는 부분이 있으니까…….
“아니,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는데, 후배님? 뭔가 위험한 상상하고 있는 거 아니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
수현 씨의 말에 사념이 끊겼다. 나는 은근하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나는 아직도 저기서 빈말을 하며 은근하게 채하민을 높여주는 우리 리더랑은 다르게, 자신의 사람에게는 한없이 마음을 열어줬던 어머니를 닮아서,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도 못할 상황에서 자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수단은 정당해야 하고, 결과는 옳아야 한다. 바람직한 행동이라는 것은 그런 걸 의미하지 않을까.
그러면, 나는 애초에 바람직한 인간이 되지를 못하나 보다. 윤성호를 도와줄 때 깨달았다. 더러운 수단과 옳지 않은 결과가 차라리 더 나을 때가 있다는 걸.
내가 믿는 신념보다, 저 사람이 더 소중하다. 신념은 지키면 내가 바람직한 인간으로 남겠지만 살 수가 없겠지.
음, 채하민이 알면, 또 혼자 다 책임지려 한다고 혼나려나. 그래도 일단은.
“혹시, 선배님.”
“응? 조금 무섭네. 나는 범죄는 안 저질러.”
“이 드라마, 출연진 명단이 있습니까?”
* * *
“동화야아아.”
날 부르는 소리가 점점 길어지네, 하민. 작작 좀 불러.
“힘들다아아아, 물을 대령하거라!”
“…그래.”
망할 놈아.
부엌에서 물을 한 잔 떠 채하민의 앞에 대령하니 채하민이 기분 좋게 꿀꺽댔다. 마침내 물을 모두 비워낸 채하민은 그제야 열이 내려가기라도 한다는 듯이 명치께부터 손을 쓸어내리며, 휴, 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동화야.”
“응.”
“이번엔 무슨 일일까.”
나는 말없이 물컵을 받아 방문을 나서려 했다.
“너는.”
채하민이 내 팔을 잡고 끌어당겨 바닥에 앉히기 전까지, 정말 그러려 했다.
“왜.”
채하민은 내 어깨를 손으로 짓눌렀다.
“도망칠까. 나는 궁금해 죽겠다, 동화야.”
음, 침착해져 보자. 이러다간 아주 당연하게 내 장기 매매 계획이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겠는걸.
무슨 눈치라도 챈 건가. 말도 안 되는, 그럴 리가. 아무리 그래도 채하민인데. 이건 채하민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여태껏 채하민이 보여준 행동을 믿는 것이다.
“음, 혹시 모르니까 물잔은 내가 가져갈게.”
어느새 들어온 류이든이 물잔을 챙기며 미소 지었다. 아, 저 표정, 한 방 먹였다고 자랑하는 것 같은 저 표정. 망할, 류이든.
감 좋고, 타인과의 대화에 능숙한 류이든. 자신의 사람이라면 무한한 믿음을 주며, 위험한 상황에는 함께 달려들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그는 한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동화가 수상하단 말이지.’
류이든은 아까 전부터 이상한 지동화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모든 이들의 명단’이 대체 왜 필요한 걸까.
심지어, ‘에이, 후배님. 그걸 내가 다 어떻게 기억해?’라고 답하는 수현 선배님의 말에 알겠다고 웃으며 떠난 뒤, 핸드폰으로 문자를 작성하는 모습까지. 아무리 봐도 위험한 짓을 하려고 하나 보다. 혹시 몇 명 담글 예정인가.
‘동화는 가끔 계획을 세울 때 너무 완벽하게 처리하려다 보니까, 윤리 의식이 날아갈 때가 있고…….’
드라마가 정말 성공하는 건지 불안해졌다거나, 아니면 갑자기 계산해 봤더니 뭔가 오류가 있었다거나. 자신과 함께 고르긴 했다지만, 전적으로 지동화가 제공한 정보 덕분에 고를 수 있었던 것도 맞으니, 그놈 성격상 자기 때문에 멤버들이 피해 입는 꼴은 두 눈 뜨고 봐줄 성격이 못 된다.
자신이 아는 사랑스러운 동생은 범죄도 들키지 않을 확률이 백 퍼센트이고, 그게 자신이 아끼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저지를 인간이다. 명단이 필요한 이유는 길게 생각해 보지 않아도 답을 알 수 있는 문제기도 하다.
채하민을 유독 아끼는 것도 말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다 눈에 보였다. 채하민이 비록 처음 몇 화지만, 안전하게 드라마에 출연했으면 하는 마음에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는 것 같다.
그놈, 분명 제 살 깎는 짓을 선택하겠지. 작곡할 때만 봐도 각이 나온다. 자기 장기를 팔더라도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크다 싶으면 그럴 놈이야, 저거.
‘그런데 사실 실패 한두 번은 괜찮지 않나. 우리는 계속 노력할 거고, 동화의 곡은 좋으니까. 완벽하게 성공할 필요는 없잖아.’
데뷔가 21살로 비교적 늦었던 사람. 그래서 실패가 익숙한 편. 오디션도 여러 번 떨어지고 니체에 붙었다. 그래서 지동화가 완벽함에 집착할 때, 류이든은 노력에 집착할 뿐이었다.
정당한 노력과 정당한 성공, 정말로 바람직한 사람이다. 경찰인 아버지와 열혈 기자인 누나에게서 교육받았던 것은 여전히 그 성미에 남아 있다.
류이든은 멤버들이 실패를 딛고 더 성장할 수 있음을 믿었다.
지동화는 자신 때문에 멤버들이 어려운 길을 걷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이 둘의 가치관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시, 류이든의 약점. 누구에게나 쉽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쉽게 설득해 내는 류이든이지만, 지동화를 설득하는 재주는 없었다.
‘걔 말을 듣다 보면, 뭔가 다 그럴듯해져서……. 모든 정보를 공개할 놈도 아니고.’
게다가 그 예지몽 비슷한 걸 꾸는 놈이다. 믿지 않고는 못 배기지.
하지만, 그냥 조금, 다 같이 고생하는 것도, 나는 괜찮은데. 멤버들도 모두, 괜찮아할 텐데. 왜 자신의 살을 깎는 짓거리를 서슴지 않고 선택하는지 모르겠다.
자신을 너무 하찮게 취급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조금만 더 스스로 아껴주면 좋겠는데. 최근에는 그런 게 줄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왜 이럴까, 우리 동화가.
“뭐가, 형.”
“아니. 별거 아니야.”
자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약간 불퉁하게 묻는 지동화에게, 류이든은 얼버무릴 뿐이었다. 자신의 약점은 자기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핸드폰을 열어 채하민과의 개인 톡방으로 들어갔다. 인간은 원래 약점을 서로 보완하면서 살아가는 거라시던 어머니의 말씀을 그는 아직 잊고 있지 않았다.
* * *
“궁금해, 동화야. 또 막 혼자 고생하려고 한다는 제보가 들어왔어.”
“…누가?”
“비밀이지, 당연히!”
비밀은 무슨, 류이든이잖아.
“그것도, 막, 불법을 저지르려 한다는!”
아니, 합법인데. 그냥 누가 문제 저지른 게 있으면 정보 제공해 드리고 조용히 처리할 계획이었는데. 정보 모을 때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없을 예정이야, 하민.
“어떻게 그래……. 막 불법, 그러면 안 돼…….”
채하민은 내 앞에 초라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뭐야, 이거. 소설에서 부모님한테 상처 입힌 자식 심정이 이런 건가. 왜 이렇게 죄스럽지.
“무슨, 일인지 말해 주라, 동화야.”
“음.”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불편해서. 절대로 보내 줄 생각이 없다는 의지가 채하민의 눈과 굳게 닫힌 문에서 느껴졌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창문으로 도망치는 것밖에 없는데, 11층인 여기서 뛰어 내리면 당연히 죽겠지.
“그게, 이번 드라마에, 혹시 문제될 만한 사람이 출연하지는 않을까, 싶어서.”
채하민에게 이런 이유로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에이, 그거야, 당연히 그럴 수도 있지, 동화야.”
그거야, 그렇지.
“음, 그런데, 내가 이 드라마에 나가자고 강력하게 권했잖아.”
“응. 고민해 줘서 얼마나 고마웠는데.”
…아니, 이 정도 말했으면 알아주면 안 될까. 네 덕분에 속내를 말하는 데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나는 은근히 나약한 사람이거든, 하민.
“그래서, 만일 잘못되면, 그건 내 책임이잖아.”
채하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듣고 있다가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개소리냐는 얼굴, 채하민이 평소에 보여주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과는 달랐다.
“그게 무슨 말일까, 나는 가끔 내가 말을 알아들을 정도로만 똑똑했으면 좋겠어…….”
아니야, 너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책임이 왜 너한테 있어. 출연하기로 한 건 나잖아.”
“…그렇지만.”
“쉿! 잠깐만. 어려운 얘기는 안 돼. 나는 진짜, 멍청해서, 네 마음을 다 이해하고 싶은데, 어려운 말이 섞이면 힘들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