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98)
―뇌피셜 ㄴㄴ해 안 그래도 분위기 같잖은데 ㅎㅎ
└닥쳐 봐 동생 그룹에 형이 곡 써주는 관계성을 포기할 수 있어? 너희 덕질이 장난이야? ㅈ같은 거 다 견디고 하는 거야 원래! 정신 차려! 뇌내망상으로도 이미 ㅅㅂ 존나 맛있다고 └과몰입러가 여기 또 ―근데 뭔지 알 것 같음 ㅇㅇ 이번에 호핀 약간 하이틴 드라마스러운 간지가 있는데 ㅈㄴ 비트부터 멜로디까지 세련됐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그런 듯 ㅈㄴ 비싼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 느낌이 딱 지동화 라인임└뭔지 알 것 같다 존나 부내나는 거 ㅋㅋㅌㅋㅋㅋㅋㅌㅋㅋㅋㅋ 동화가 쓴 곡들이 다 귀한 냄새가 나긴 하는 듯 ―억측이지
└ㄹㅇ로 아직 증거 없지
목화는 글을 읽다가 폭소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왜? 느낌은 비슷하던데.”
“만약 그랬으면.”
목화는 소파에 몸을 푹 누이듯 기댔다. 사전 녹화를 끝내고 난 다음이라 그런지 나른한 기분이다.
“형이 나한테 안 말했을 리가 없잖아.”
그는 확신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우리 형은 자신과는 달라서 서프라이즈를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고,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런 큰 선물을, 그것도 두 번이나 주면서 아무 말도 안 할 리가. 우리 사이 유대가 있지.
김현진은 재밌는 장난의 향기를 맡은 얄궂은 요정 같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면, 안 말해 준 거면 엄청 서운하겠다.”
“…글쎄, 서운하진 않을걸.”
“그래?”
“응, 다른 사람한테 먼저 말해 준 거 아니고서야, 별로…….”
“그러면, 다른 사람이 이미 알고 있었으면 조금 열받겠다, 그치.”
“…아무래도, 조금?”
목화는 ‘얘가 왜 난리일까.’라는 표정으로 김현진을 바라보다가 눈을 매섭게 떴다.
“알고 있었어? 진짜야?”
“우와아아, 죽일 기세다! 무서워! 진한이 형! 나 좀 숨겨줘요!”
“왜, 뭔데, 왜, 왜. 나 심약해.”
구라. 안 놀란 거 다 보이는데.
어렸을 적에 지동화 밑에서 자란다는 건, 가장 감정 표현이 서툰 인간의 감정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과 같다. 지동화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목화는 감정 파악 하드코어 난이도를 훌륭하게 플레이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아―, 이거 나도 봤지.”
자초지종을 들은 진한은 김현진을 뒤로 감싸며 목화 앞에 섰다.
“만약에, 나보다 먼저 들은 거면, 나랑 싸우는 건 줄 알아, 현진아.”
“우우, 추잡하다! 장난 좀 친 건데! 너무하다!”
형을 아버지처럼 따르는 인간이라는 특수한 위치, 최소한 형이 자신보다 먼저 비밀을 말해 준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위치에 있는 목화.
그리고 갑작스레 팀 내에서 유일하게 컨트롤하지 못하는 인간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목화와 싸우게 될 예정인 진한은 천천히 진땀을 뺐다.
‘아, 가끔 세상에는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발생하는 난관이 존재하는구나.’
머리는 좋은 주제에 가끔씩 이렇게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면 두려워지고 마는 진한이다.
* * *
“이번 곡은, 사실 예전에 네가 하고 싶다던 주제로 곡을 썼어.”
“형, 저 두통이 심해요…….”
“견뎌. 거기까지가 음주야.”
원래 음주 이후 숙취까지 이겨내야 첫 음주가 가르쳐 주는 교훈이 완성되는 법이다. 아, 정말 자제해야 하는 거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걸 뼈에 새겨야만 하는 법이다. 분명 우리는 마시기 전에 내일 같이 작업하기로 약속했으니까, 견뎌야 한다.
특히, 저 망할 막내 놈은 우리 중에서 주량은 중간일지라도, 술을 맛있게 느꼈다는 점에서 이미 맛이 갔다.
조금 더 심해지면 윤성호에게 SOS 신호를 넣고 이틀간 대여해 줄 예정인데, 내 과외생을 그 미친 과학자 손에 넘기고 싶지는 않으니 부디 이쯤해서 정신을 차렸으면 한다.
“아니, 진짜… 맛있는 건 몸에 해롭, 다더니…….”
보통 그게 맛있지가 않아, 미친 인간아.
“어쨌든, 한번 같이 들어볼까.”
“…제대로 들을 수 있겠죠?”
이현재는 소파에 앓듯 누웠다. 일단 저렇게 끊임없이 입을 놀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견딜 수 있다는 방증이다. 정말 힘들었으면 이미 숙소에서 쓰러졌어야 정상이기도 하고.
“못 들으면 들을 때까지 다시 틀면 돼.”
“…아, 이러고도 형은 또 진짜 힘들어 보이면 쉬게 해 줄 걸 알고 있어서 더 짜증나요.”
그건 왜 짜증이 날 일이야.
“으으, 견딜 만한 건 어떻게 저렇게 잘 아는 거지…….”
음악은 매력적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철학자들이 음악에 집중했던 것도 특별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신비로워.
이 곡은, 우리 어머니가 남긴 클래식 곡 기반이다. 중간중간 들어오는 바이올린 소리가 아름답고, 후렴구에 터져나오는 갖가지 악기 소리들이 아름다웠다.
참고로 악기 소리 녹음은, 화양 씨의 인맥 도움을 조금 받았다. 차라리 내가 모든 악기를 배우는 쪽이 빚을 안 지려면 더 낫겠다.
“와, 뭐예요.”
“좋지.”
좋아야 돼. 원래 우리 타이틀로 쓰려다가, 아무리 봐도 현재, 네 개인곡인 것 같아서 뺀 거거든. A&R팀원분들에게 구십 도로 고개 숙이며 네 개인곡으로 돌려 달라고 부탁드렸단다.
“…악기를 화구로 써서 풍경화 그리는 것 같아요. 섬세하구, 예뻐요.”
국문과 예정이라 그런지 표현이 시적이다.
“나무가 주제야.”
“나무요? 투박한 느낌이 아닌데.”
“거대한 나무 한 그루 밑에서 자라는 작은 나무가, 햇빛 쪽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과정이야.”
이현재는 별말 없이 곧바로 눈을 감았다. 작업실을 가득 채운 이 곡에서는 섬세하게 음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마치 가지가 빛을 갈구하여, 이 어둠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심스레 가지를 뻗어 나가듯이.
그리고 바이올린으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나면, 그 속에서 심포니가 터져 나왔다. 마치 가지가 일제히 잎사귀를 피어 올리듯이.
이현재는 눈을 감은 채,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솔직히, 모르겠다. 왜 우는지, 무슨 상상이 머릿속에 펼쳐지고 있는지. 이현재는 더도 덜도 말고, 딱 두 방울 정도의 눈물만 흘리더니,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눈을 떴다.
나는 말없이 손수건을 건넸을 뿐이다.
“아…, 씨, 억울해. 너무 잘 쓰잖아요. 여기다가 제가 어떻게 가사를 올려요.”
“한국대 국문과에게 그 정도는 류이든 취하게 만들기 정도 난이도일걸.”
“문창과가 아니라 국문과라구요. 형이 쓰면 제가 분석이나 할라 그랬는데.”
누가 모르니. 그냥 놀리고 싶은 거지.
“…그래서, 곡 제목은요?”
“가제로 있지, 아직.”
나는 어두컴컴한 이 작업실을 둘러봤다. 그러고 보니 암막 커튼을 계속 쳐놨네. 여기서 잘 일이 많다 보니 설치해 둔 건데.
자리에서 일어나 암막 커튼을 올렸다. 올라가는 틈새로 햇빛이 한가득 쏟아지면서 방 안을 훈훈한 기운으로 가득 채웠다.
“‘Ripe’라고 일단 지어놨어.”
“음, 여기서는 ‘성숙한’이라는 뜻이죠?”
“응.”
같이 영어 공부 열심히 한 보람이 있다.
“‘Life’랑 발음 비슷한 것도 노리신 거구요?”
“응.”
“신기하다……. 형, 가제 지어놓은 것도 팬분들이 아시면 다 깜짝 놀라실 텐데.”
너드 같다고 뭐라 하실 것 같은데, 현재.
“안 그래도 나 요즘 팬분들한테 이미지가 조금 괴상하게 잡혔어.”
“아, 알아요. 지은광이라면서요. 은은한 광기 줄여서.”
“별명도, 애정으로 붙여 주신 건 아는데…….”
저런 별명은, 정말 가끔,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다. 광기라는 별명은 나 말고 붙여 줄 멤버들이 정말 많은데, 왜 내가 당선된 걸까.
혹시 키 작으신 분한테 키로 놀리면 상처가 된다는 것과 같은 논리 아닐까. 사실은 내가 가장 미치지 않았기에…….
“아니에요, 형.”
이현재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형은, 충분히 자격이 있어요. 제가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조용하게 미친 사람이에요.”
“글쎄.”
“평범한 사람은, 이 정도 퀄리티 곡을, 공장에서 찍어내듯 내지 않아요. 지금 이거랑, 저희 타이틀 곡 작업 중이고, OST 작업 중이고, 또 호핀네는 곡을 이미 줬잖아요? 그런데, 이런 천재랑 광인은 종이 한 장 차이라잖아요.”
그렇지. 진단서가 있냐 없냐 차이니까. 같은 이치로 광인과 범인 사이도 종이 한 장 차이고.
“형은 주기적으로 종이 한 장이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사람인 거죠. 제가 정확히 봤어요.”
저런, 내 정신은 탈부착이 가능한가 보네. 갑자기 말하는 자라가 찾아와도 재치있게 피해갈 수 있겠어. 양달에 말려놨다고 해야겠다.
* * *
그렇게 한참을 이현재와 가사를 쓰고 있을 때, 특별한 알림음이 울렸다. 목화라는 뜻이다. 곧바로 전화를 받으니, 건너편에서 무언가를 꾹 억눌러 참고 있는 것만 같은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형, 혹시, 형이, 우리 곡, 써 줬어?
아, 진한, 정말. 목화 생일 때까지는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참고로 목화의 생일은 9월 13일이다―.
깜짝 선물을 이렇게 일찍 뜯어버리다니. 비매너도 이런 비매너가 없다. 목화의 목소리가 뭘 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비밀을 알아냈을 때의 설렘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이건 발뺌해도 소용없겠다.
“…짜잔, 서프라이즈.”
푸흡, 옆에서 종이를 들고 연필을 물고 있던 이현재가 순간적인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려버렸다. 수화기 너머로도 비슷한 웃음이 들리는 걸 보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윽고 다 웃었는지 목화의 웃음소리가 잦아들고, 다시 내 이름이 호명된다.
―형.
“응, 목화.”
―왜 비밀로 한 거야?
“생일 선물.”
―헛소리도 과하면 지……. 아니, 형.
뭐지, 분명 ‘랄’ 소리가 더 났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가끔, 정말, 형을 이해하기 힘들어 죽겠다, 진짜.
“…그래?”
―응. 뭘 이런 걸로 서프라이즈를……. 아, 진짜. 형 때문에 내기 하나는 졌고, 멤버 중 한 사람이랑은 머리끄댕이 잡고 싸울 예정이야.
저런.
“폭력은 안 돼, 목화. 그리고 내기는 문서로 남긴 거 아니면 법적으로 문제될 거 없으니까 무시해.”
그러고 보면, 정작 나도 요즘 류이든 때문에 자주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서 자제할 필요가 있겠다.
―아아아아! 형! 형은 진짜!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내가! 진짜! 끄으, 딱 기다려, 나도 헛짓거리 하나 해야겠어.
“목화야?”
나는 다급하게 목화를 불러봤지만 이미 끊긴 전화였다. 이현재가 전화기를 들고 굳어 있는 내 꼴을 의아하게 보더니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뭐예요? 형, 혹시 실수라두 했어요?”
실수라, 서프라이즈를 조금 해 주긴 했지만, 이건 실수라고 부르기엔, 나치고는 귀여운 발상이었다.
“아니,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
“아니에요. 형은 자신두 모르게 실수할 때가 있어요. 아주 가끔 형 상식이 세상이랑 동떨어져 있을 때가 있거든요,”
근데, 그러면 그건 더는 상식이라고 부를 수 없는 거잖아.
“…그래. 그럴 수도.”
뭐가 됐든, 목화가 저러는 걸 보면 내가 잘못하긴 잘못했나 보다. 문자로 사과 인사를 남겨야겠다.
“뭐라고 보내지.”
“일단 석고대죄하면 죄의 절반 정도는 경감되지 않아요?”
“…익숙한가 보네.”
나도 어렸을 때 자주 그렇게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별생각 없이 문자창을 열었다.
“이건 또 무슨.”
발신인 ‘진한(디키)’으로부터 온 한 통의 메시지.
―형, 죄송해요. 못 막았어요.
“뭐지, 혹시 목화가 사람 하나 찌른 거 아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