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199)
“우리 애를 지금 뭐라고.”
“형, 형은 동생 관련으로는 이상하게 객관성이 부족해지거든요? 걔는 사람 하나 찌를 수 있어요, 제가 보기에는. 걔한테는 절대적 가치 같은 게 있어서, 사람 목숨이랑 그 가치 수호 중에 뭐가 귀중하냐고 물어보면, 후자라고 답할 애 같…….”
거기까지 말하던 이현재는 문득 내 쪽을 쳐다봤다. 깨달음과 공포가 뒤섞인 눈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다.
“…일단, 그래.”
내 대답과 표정을 파악한 이현재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아무리 내 과외생이라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으므로.
“오늘 안에, 가사 초본은 뽑아야겠네.”
“…네?”
“뽑기 전까지는.”
나는 이현재의 어깨를 조심스레 부여잡으며 미소 지어줬다.
“못 나가겠네.”
“아… 지금 종이 한 장 생겼잖아요. 은광이 형…….”
조용, 가족을 건드린 죄가 무겁다, 현재.
* * *
반쯤 쓰러진 진한. 그 옆에서 미칠 듯이 웃어대는 현진. 그리고 폰을 들고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작성 중인 목화.
호핀 내부에서 노답 삼 형제―셋이 뭉치면 무슨 사건이든 만들 수 있다는 뜻―라고 불리는 세 명이 모여 있음에 호핀의 다른 멤버들은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지금,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 아냐?”
“진한이 형, 목화한테 쪽도 못 써… 나약해…….”
“우리 리더 지켜야, 하나. 아니면 지금이라도 라인을 갈아타?”
“안 돼, 목화, 쟤는.”
“내가 보기엔, 진한이 형이 잘못했어. 목화가 이유 없이 저럴 리가 없잖아.”
“그럼 형이겠네.”
“그치.”
그런 그들에게 김현진이 달려와서는 소리쳤다.
“아! 호핀 너무 좋아!”
그렇게 말하면서 블로센스 내 막내 위치에 있을 때와는 달리 머릿속으로는 누구를 괴롭힐 생각으로 한가득이다. 그는 본성이 악동인 인간이라, 장난치기를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그런 현진의 옆에서 이름 그대로 ‘목(木)’ 자처럼 굳건하게 서서 현진을 막아주는 목화 형. 목화가 아니었다면 진즉에 호핀의 막내는 몇 번이고 진절머리를 쳤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목화의 멘탈을 뒤흔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진한. 진한은 팀 내에서 모든 멤버의 개인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보니, 가끔 목화의 역린을 본의 아니게 건드릴 때가 있다.
그래서 저 셋이 모이면, 호핀 내 대부분의 사건과 사고가 만들어진다.
일단 현진이 장난을 칠 때면, 때마침 목화의 멘탈을 진한이 터뜨려서, 억제기가 풀린 현진이 날뛰는 틈에, 진한과 목화의 일대일 결투가 발생하고 마니까.
그래서 노답 삼 형제, 그들은 팬사인회나 X블, W앱 같은 곳에서 풀 만한 소재로 쓰기 쉽기 때문에 이렇게 관찰해 둘 필요가 있다.
“…올렸다.”
“크어흐. 뭐, 뭐를 올렸어, 목화야!”
“‘우리 형이 싱클레어다!’라고.”
“…어?”
“내가 처음 들은 게 아니면, 모두가 알아야 돼.”
‘그럼 반대로 네가 처음 들은 거면 아무도 몰라야겠네, 미친놈아!’라는 소리가 목구멍 끝까지 끌어 올라왔지만, 기적과도 같은 인내심으로 참았다.
‘쟤는, 무슨, 힘이! 말이 안 돼!’ 진한은 속으로 끊임없이 불평하며 지식보다 주먹이 가까운 이 현실에 비탄의 눈물을 흘렸다.
* * *
[ㅅㅂ 뭔데](호핀 공식 트위터 계정, 목화 사진과 함께 몇 줄의 짧은 글이 올라와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위시! 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위시랑 볼 생각에 설레는 중이에요. 오늘 알았는데, 우리 형이 이번 타이틀 곡을 써줬다고 해서, 더 감회가 새로워요! 좀 이따 봐요, 목화 올림.’)
이왜진?
댓글
―와 ㅅㅂ 뭔데
―ㅅㅂ ㅋㅌㅋㅋㅋㅋㅋㅌㅋㅋㅋ 이게 맞네 ㅋㅌ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지동화는 골라도 꼭 자기 같은 이름을 골라서 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ㅋ―야, 그니까 호핀이랑은 싸우면 안 된다고. 호핀 그냥 우리 애들이랑 한 몸이라니까?
└맞다 맞다 일단 현진이 있다는 데서 가산점, 목화 있는 데서 가산점, 순해 보이는 리더가 동화랑 이든이랑 친해 보이는 것까지 완벽함 ㅇㅇ―앞으로 호핀에 대한 공격은 블로센스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호핀 이번 타이틀 ‘Flower in me’ 존나 잘 듣고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강의실에서 커뮤질이나 하던 그녀, 지동화의 팬, 수빈은 육성으로 소리 질렀다가, 모두의 시선이 모이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지동화, 개발려, X발. 인간 맞아? 어떻게, 작업량이, 퀄리티가, 왜!’
왜 혼자서 전문 작곡가처럼 일하는 걸까.
그리고 그런 그녀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던 호핀의 팬, 어진은 무심결에 수빈이 던진 핸드폰 안의 글을 읽고 말았다.
그러고 나선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육성. 다시 모두의 시선이, 수업 시작 4분 전의 강의실에 서 있는 두 사람에게 쏠렸지만, 둘은 신경 쓰지 않았다.
자석이 서로에게 이끌리듯, 천천히 돌아가는 고개. 이윽고 서로의 눈이 마주친다.
“…너, 룸넛?”
“…어.”
밝혀지는 진실.
모든 상황의 비밀이 풀리는 단락.
두 사람의 겨울방학 수업이 맞이한 대단원이었다.
희극과 비극의 성격이 반반 섞인 이 극을, 오늘날에는 희비극이라고 부르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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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파오는 골을 꾹꾹 누르며 머리를 굴렸다. 이게, 지금 밝혀져도 될 일인지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생각하다 보니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1. 나중에 작곡가로 조금 더 활동할 일이 있을 때 ‘세상에, 사실은 제가!’라는 식으로 공개하려 했는데 너무 이르다.
아직 우리 멤버들이랑 해야 할 활동이 차고 넘치는데 다른 데 신경 쓴다는 이미지가 생기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 배우병이라는 말도 있는 걸 보면, 아이돌 팬덤분들은 그룹 활동을 우선하는 걸 좋아하시는 게 분명하다.
2. 안 그래도 지금 호핀 팬분들이 우리를 상종하고 싶지 않아 하는 분위기가 있다. 솔직히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 악화로 이어질지 감이 안 오긴 하지만, 원래 인생은 가장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는 하니까 최악을 상정해 보자.
3. 그리고 막말로, 디오니 입장이 뭐가 된단 말인가. ‘쟤네는 뭐 하는 회사길래 타이틀 곡으로 다른 아이돌이 써준 곡을 쓴담?’이라는 의문이 생기는 게 정상이다. 우리 목화, 차별이라도 당하면 어떡하지.
걱정돼서 문자를 몇 통이나 보냈는데도 답문이 오지 않으니 두통이 더 심각해졌다.
“하하, 뭐, 목화가 왜 그랬는지 납득은 가네.”
“뭐가, 납득이 가.”
“나만 몰랐던 비밀보다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 낫잖아.”
“…그래.”
전혀 모르겠는데.
“여러분들, 눈앞에 지금 갑자기 퇴근에 실패한 영혼이 보이지 않으시나요?”
나와 류이든이 회의 시작 전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장해진 팀장님이 들어오며 눈가를 쓸어내렸다.
“아…, 이게 공개 시기가…, 사실 디오니 엔터테인먼트 쪽이랑 상의 중이었거든요. 아무래도 너무 저희한테만 유리한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음, 뭐,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기분이 조금 좋네요?”
장해진 팀장님은 짙은 다크서클을 쓸어내리면서도 웃었다.
“인터뷰 요청은 당연히 많이 들어왔는데, 이걸 대대적으로 홍보하기가 조금……. 디오니랑 척지는 것도 그림이 웃기고요? 원래 우리 사이 나쁘지 않거든요.”
의외로 라이벌 구도가 잦은 것치고는 그랬나 보다.
“아무래도 이건 너무 정치라, 저희 선에서 처리를 조금 하는 게 맞다 싶어요. 이런 거 하라고 우리가 있는 거기도 하고.”
팀장님의 다크서클 농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예정이다.
“근데, 이건 업무 외긴 한데, 동화야.”
“네.”
“목화는…, 왜 갑자기?”
저도 그걸 모르겠습니다.
“질투요. 걔네 리더는 알고 있었다는 후문.”
단호한 류이든의 한마디에 장해진 팀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 그건 조금 서운할 수도 있겠네.”
이현재가 말했던 ‘상식이 세상과 괴리된 경우’가 이런 건가 보다. 서운한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일단은 받아들이자.
“관심을 조금 더 주고 그래 봐.”
“지금보다 더 주면 감시인데요.”
“그래? 어우, 동생이 그렇구나…….”
* * *
“목화야! 그런 예민한 주제를 SNS에 아무렇지도 않게 올리면! 상의라도 하지 그랬어!”
“죄송합니다. 너무 자랑스러워서…….”
목화는 불쌍한 강아지의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형과 달리 사회성을 갖추고 있는 인간이라, 이럴 때는 바짝 기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형이라면 별로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고개를 숙이더라도 지금처럼 바짝 기지는 않겠지.
“아니야, 나였어도 설레서 막 자랑하고 싶을 것 같기는 해…….”
매니저님께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한을 바라봤다. ‘너는 얘가 폭주하는 동안 안 말리고 뭐 했냐?’라는 짙은 책망의 눈빛. 원래 리더라는 자리가 그런 자리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진한 역시 이럴 때는 바짝 기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억울한 심정은 뒤로하고 고개부터 숙였다. 물론 탁자 밑으로는 서로의 손을 때리며 투닥거리고 있기는 하지만.
매니저는 멍하니 둘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둘은 묘하게 혼내기가 힘들단 말이야. 속으로 생각하면서 한숨을 푹 내쉬고 상황을 정리했다.
“아니다. 사실 사생활 이슈도 아니고…, 우리가 힘든 일이지 너희한텐 타격 있는 일도 아니야. 그냥 우리가 잘 해결할 때까지 언급은 자제해 주라. 알겠지?”
매니저가 나가고 나서, 진한은 목화에게 어깨동무하며 물었다.
“사유.”
“분노.”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형 이야기만 관여되면 애가 버서커 모드에 돌입해 버리네.”
“형이 나한테 귀띔해 줬으면 행복한 결말이었을 텐데.”
“나, 아니면 동화 선배.”
“둘 다. 아니, 어떻게 그걸 내 생일까지 비밀로 할 생각을 한 거지. 형은 또, 왜 나한테 말을 안 했고.”
“선배님이 비밀로 해 달라는데 무시할 수가 없잖아.”
목화는 진한의 손을 떨쳐냈다.
“근데, 내 생각에는 말하는 게 더 나았어.”
“그래?”
“우리 형한테.”
진한은 웃어 버리고 말았다. 얘는, 우리가 선배와는 다른 그룹이라는 걸 잊은 걸까.
“그야 그렇겠지. 언플이 될 테니까.”
“그리고 우리도.”
“오, 그건 좀 궁금하네. 왜?”
“아이돌 판에 이런 건 처음이니까. 관심 몰리는 게 정상이지.”
목화는 생각했다. 지금 당장 인기를 확 끌어야 할 상황에, 이런 이슈거리가 공개되면 도움이 되리라고.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동화 형이 원하는 대로 한 3년 후에 이 사실이 공개된다고, 우리한테 굴러떨어지는 이득은 없다. 그럴 바에야, 지금 공개하고 회사 체면 조금 구기더라도 우리가 뜨는 게 낫지. 전적으로 ‘호핀’의 관점에서 옳은 일이다.
“그렇네.”
“…형도 다 계산했잖아. 막으려면 막을 수 있었으면서.”
“하하하, 그럴 리가.”
“자기 손으로는 못 할 일. 나는 통제가 쉽지 않다는 핑계로 터뜨리게 내버려 둔 거잖아? 다 알아, 형.”
“난, 가끔 네가 싫어, 목화야.”
“나도, 가끔 형이 너무 싫어.”
이때 문이 벌컥 열리며 김현진이 들어섰다.
“자, 처형식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간식을 사 들고 나타났어요!”
“저게 제일 싫어.”
진한의 냉정한 평가. 한 번도 매니저님이나 팀장님에게 혼난 적이 없으면서, 동시에 모든 사건에 관여한 대단한 놈이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