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213)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213화(181/343)
[블로센스 1주 차 활동 무대&비하인드 영상 정리](수많은 링크. 무대 영상과 개인 세로캠, 활동 비하인드와 W앱 영상 등이 모두 정리되어 있다. 글쓴이의 정성이 돋보인다.)
아… 케이팝판… 블로센스가 먹을 날이 머지않았다…
댓글
―지금만으로도 이미… 돌판에서 블로센스 모르는 사람 못 봤고 머글 중에서도 들어봤어 라고 말하는 애들 점점 늘어남
└블로센스 얼굴은 몰라도 노래는 아는 애가 ㅈㄴ 많기 때문.
└그저 갓… 이번 곡은 진짜… 지동화 갓…
└실력 얘기 쏙 들어간 게 ㄹㅇ 역겨움.
└그저, 신.
―채하민 오렌지 머리 박제하라고 아무리 봐도 원래 모발이 오렌지고 평소에 다른 색으로 염색한 게 분명할 정도로 찰떡이다 ㅅㅂ 보고 있으면 너무 예뻐서 오열함
―이든아, 조금만 더 벗어보렴. (근엄)
└류이든 몸이 너무 예쁘다 ㅅㅂ… 몸선… 진짜…
└이든이 가슴이 시끄러워서 공부하는데 집중이 안 되네요.
―아 동생 라인 페어 안무 보고 짜증 더럽게 났음 왜 이렇게 잘하냐, 빡치게
[지동화피셜) 이번 곡은 쓰레기장이 영감 원천](당당한 표정으로 쓰레기장이라 답하는 지동화.GIF)
정신이 아찔해. 지금 봄이라 특수로 음원 1위 찍었는데 어디 가서 말해 주기 무서워.
댓글
―ㅋㅌ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 진짜 요즘 지동화 왤케 웃겨 ㅋㅌㅋㅋㅋㅋㅋ 난 블로센스 이든이랑 준이가 개그캐인 줄 알았는데 입덕하고 보면 지동화가 제일 미쳐 있음 ㅋㅌㅋㅋㅋㅋㅋ
└이든이는 상업용 개그, 준이는 순수함에서 유발되는 웃음, 동화는 진짜 광기.
└ㅇㄱㄹㅇ 이든이 개그는 계산된 상황 같은데 동화 웃음 포인트는 진짜…
[남돌한테 사랑 고백하는 법](모스부호 문자판.JPG)
팬싸에서 결혼하자고 모스 부호로 물어볼 예정인데 끄덕임 이끌어내면 허락받은 거죠?
댓글
―지동화는 모스 부호 알아듣고 죄송하다고 할 것 같은데
└ㅋㅌ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ㅌㅋㅋ ㅅㅂ 너무 웃긴데
―다른 멤버한테 해도 알아듣고 대신 죄송하다고 할 듯
―블로센스 한정으로 절대 못 할 짓인 듯
└아 ㅅㅂ 상상했는데 그것만으로 이미 너무 웃겨서 눈물 질질 샘 대동강 물결은 절대 안 마를 듯
축제. 컴백과 동시에 높은 음원 성적을 보이고 있는 블로센스 덕분에 루미너스 판은 축제의 연속이었다.
성적이 나쁘다면 ‘스밍 똑바로 돌려!’라는 기강 잡기용 글이 커뮤니티를 점령하겠지만, 알아서 잘 올라가는 성적에 기강을 잡기보다는 무대나 곡에 대한 분석같이 평화로운 주제가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요즘 돌덕질에서 꽤 재밌는 요소 중 하나인 세계관 정리 글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정규 앨범으로 나온 ‘in Somnia’에서 수많은 세계관 떡밥이 풀렸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까지의 세계관 떡밥 정리]1. 앨범 제목 의미
: ‘in Somnia’는 라틴어로, ‘꿈들 속에서/속으로’ 정도의 의미라고 한다. 클라우디 블루 뮤비에서 이현재 눈 감는 장면이 나오는데, 꿈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 주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2. 이현재
: 이현재 꿈이 대체 왜 이 모양인지 솔직히 아직은 확신 불가. 클블 배경은 바다 세계, 마지막 시작은 동일, 흥은 조선 시대 추정, 웨이트는 서양 중세, 이번 앨범 배경은 디스토피아 세계라는 점을 보면, 이게 한 사람 이야기라고 보기가 무리가 있다. 시대나 장소 전부 안 맞으니까. 다만 안에 들어 있는 단편 소설로 추측해 보면, 이현재는 망상증이 있거나 아니면 전생을 다 기억하는 것, 둘 중에 하나라고 본다.
: 유일하게 의사 복장 입고 있다. 이번 앨범 컨포에서도 똑같이. 또 이현재 꿈에 따라 들어가는 묘사 다수. 아마도 이현재가 앓고 있는 정신병(혹은 정신병으로 오해받는 현상)을 치료하는 주치의 같은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지동화 쓰러지고 아파하는 모습이나 소설 내용 보면, 이현재가 치료 거부하면서 난리치는 듯.
4. 채하민
: 죽었다는 묘사가 있는데 매번 다른 세계에 떡하니 등장. 이현재가 망상으로 만든 존재거나, 아니면 이현재랑 전생을 함께 보내는 게 반복된 친구일 듯.
(중략)
정리 : 지동화가 이현재 치료하려다 이현재가 흑화해서 지랄 난 상황. 멤버들 전부랑 같이 보낸 시간(or 망상)이 이현재한테 너무 소중했다는 건 분명하다.
이 모든 떡밥을 정리한 정성 가득한 글에 추천 수가 미칠 듯이 올랐다.
이현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든 반응을 하나하나 수집했다. 동화 형과 함께 세계관 추측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과 유사하게 해석이 흘러가고 있었다.
“역시, 제가 악역이네요.”
“네 입장에선 내가 악역이지.”
“왜요?”
“너한테는 진짜잖아.”
이현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화 형과 자신은 이게 전생이라는 데 힘을 싣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현재’의 관점에서는 진실을 버리라고 강요하는 의사가 악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일 꿈이라면 상징성이 더욱 부각되는 게 일반적일 텐데, 뮤직비디오나 소설 모두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쪽이 더 나아 보인다는 점 때문에.
물론 아직까지는 추측이지만, 작가님이 갑자기 노선을 틀어서 다르게 쓰지 않는 이상 맞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가 틀려서 만약 정신병이라고 해도, 망상 속이 더 행복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음, 하긴 현실 도피가 권장할 짓은 아니어두, 그 사람 입장에서는 빠져나가기 싫을 수 있겠네요.”
이현재는 태블릿을 내려놓고 흔한 대기실의 풍경에 눈을 돌렸다. 1위 후보로 올라섰기 때문에 류이든은 공약으로 뭘 걸지 고민하고 있었고, 채하민과 석준은 서로 기대 잠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정말 잠을 자면 죽기라도 하는 건지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들으며 곡을 세부 조정하고 있는 지동화.
아까 전에 한 번 채하민이 쉬라고 난리를 쳤지만 매정하게, ‘오늘 안에 해야 해서.’라는 한마디 말만 남겼을 뿐이다. 난리를 치다가 지친 채하민이 심신미약을 호소하며 소파에 쓰러져 잠이 든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형, 그래서, 나갈 거예요?”
지동화는 작업을 하는 손은 그대로 두고 고개를 한 번 갸웃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그러다 피곤해서 죽어요, 형.”
이현재의 걱정 어린 말에도 지동화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어제, 지동화 앞으로 정식 출연 제안이 왔다고 한다. 사이가 나쁘기로 유명한 HBS의 신규 서바이벌 프로 ‘아이돌 제작 공방’의 스타 코치 역할인 ‘장인’ 역할로.
대화를 듣고 있던 류이든은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솔직히 감당할 자신만 있으면 나가는 게 무조건 이득이긴 하지. 정치적으로든, 개인 커리어적으로든.”
여기서 ‘감당해야 할 것’은 아직 대선배라고 보기에는 모자란 커리어를 두고 왈가왈부할 사람들의 시선과 개인 활동과 팀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얻을 것은 ‘니체가 HBS와 화해했다.’라는 프레임과 프로듀싱이라는 개인 이미지의 강화. 류이든과 지동화가 앉은 자리에서 모든 손익을 함께 계산했지만, 여전히 지동화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확실히 그렇긴 해.”
평소에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확실한 계산이 끝났으면 망설임이 없던 모습과는 달라서 이현재는 조금 의아할 뿐이었다.
똑똑똑―
노크 소리에 류이든이 나섰다.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갓에이. 요즘 후배나 선배나 할 것 없이 인성 좋다고 칭찬이 자자한 그룹이었다.
“안녕하세요, 동기 여러분. 커피 나눔 하러 왔는데요!”
쾌활한 윤성호의 목소리. 얼굴만 봐도 선하다는 인상이 맹렬했다. 종교 집단에서 봉사 나왔다고 해도 대부분 믿지 않을까.
* * *
‘무자각 세뇌 능력자.’
나는 윤성호의 성자 같은 얼굴에 속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 훌륭한 친구지만, 내가 저 멤버 중 하나였다면 힘들었을 거야. 조금만 무리해서 일하려고 하면 바로 개인 면담 이틀 예약일 테니까.
오늘 같이 1위 후보―물론 현재 우리를 제외하면 빈집이긴 하다.―에 올랐다고 하던데, 그래서 커피를 나눠 주러 왔나 보다.
정말, 장족의 발전이야. 모두 다 실패한 그룹이라고 생각하던데, 여기까지 버티다니. 이현재의 말로는 ‘팬사랑이 유별난 그룹’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되어 있다더라. 이게 다 윤성호의 세뇌 교실 덕분이다.
쟤도 X튜브에 영상 하나 올려야 하는데.
“어, 동화!”
윤성호가 호연과 함께 이쪽으로 와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건넸다.
“잘 지냈어?”
“지난주에도 안부 문자 보냈잖아.”
“한 주면 별일 다 생기잖아.”
윤성호의 말에 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시끄러워.”
입 열지 말라는 완곡어법이니. 물론 네가 정상적인 화법을 구사할 거라는 기대는 없었지만.
“응, 우리 소속사도 요즘 엄청 시끄러워졌거든, 한 주 만에.”
윤성호는 자연스럽게 말을 해석하며 대화를 이끌었다. 아, 그런 뜻. 차라리 호연이 하는 말은 모두 무시하고 윤성호하고만 대화하는 게 낫겠어.
“서바이벌 때문에.”
“어우, TO가 정해져 있다 보니까 연습생들끼리 기싸움이 좀 심해졌어. 우리가 응원하러 갔다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 서로 견제하고. 별로 보고 싶은 그림은 아니더라.”
윤성호의 말에 다른 멤버들과 대화하며 인맥을 관리하던 류이든이 이쪽을 돌아봤다. 관심 가는 주제인가 보다.
그리고, 나도 관심이 넘쳐난다.
“어? 그러고 보니까 너 안다는 애들도 이번에 지원했다더라.”
이것 때문에. 그래서 채하민을 밀어내고 기지생한테 정보 요구 투쟁 중이었거든.
* * *
어젯밤 매니지먼트 팀장님과 장해진 팀장님은 놀란 기색으로 HBS가 왜 이런 짓을 했을지 분석하며 말했다.
이건 ‘블로센스에 한해서 앞으로 개짓거리 안 할 테니, 출연하세요.’라는 선언이라고. 달리 말하면 우리 멤버들이 출연할 수 있는 방송의 숫자가, 한 방송국 숫자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것만으로도 서바이벌에 다시 나간다는 개같음을 극복할 메리트로 충분한데, 그럼에도 내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주겠다는 소속사에는 감사한 마음이다. 내 개인의 의사 결정에 모든 걸 맡긴다는 뜻이었으니까.
솔직히 서바이벌이 뭣 같아도 그 정도 이득이면 몰입하지 않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도움만 주고 오면 그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만, 어제부터 계속 거슬렸던 문제.
내 연습생 기간이, 꽤 길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방송에서, 과거 함께 연습생 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관심을 받으려는 인간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살려면 무슨 짓이든 못 할까.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화제를 만드는 게 사람 심보일 텐데.
나이가 어리니까 문제다. 한 3년 후였으면 이런 걱정 할 필요 없이 당연하게도 연습생 기간이 겹치지 않았을 텐데. 최악의 경우에, 정말 만에 하나 과거 인연이 이상한 사람이 있으면 출연 거부라도 해야 할 테니까.
그렇기에 어제부터 기지생이 전해 주는 연습생 기간의 모든 인연―이라고 쓰지만 면식이라고 읽는다―을 모두 외우느라 정신이 없다.
‘기지생, 더 불어.’
나는 윤성호와 대화하는 류이든을 바라보는 척하며 기지생에게 정보를 내놓으라고 협박 중이다. 무언가 질질 끄는 게 숨기는 게 있음은 분명했으니까.
[하드 모드입니다? 어제만 해도 특혜였는데, 양아치 심보 아닙니까! 저 이러다 정말 잡혀 가면 어쩌실 겁니까.]네가 잘도 잡혀 가겠다. 이 망할 인간아. 또 폭탄 테러 할 거면서.
망할 놈의 완벽주의 성향. 이 성향 때문에 무슨 일도 쉽게 하는 법이 없다. 류이든이었으면 ‘그냥 출연하고 그런 인연 있었으면 정면 돌파!’라며 편한 길을 택했겠지만, 내 성격이 그걸 허용치 않아서 지금 기지생한테 이 난리를…….
‘부탁드립니다.’
[나는 양아치다, 삼창 크게 하시면.]게다가 저런 식으로 장난삼아 하는 걸 보면 별로 중요한 인연은 없을 것 같은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사고회로를 잠식한다. 작은 오류의 가능성은, 언제든 더 큰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내포하니까.
‘…지금?’
[그 정도로 나약한 의지였습니까?]나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입을 열었다.
“나는 양아치다.”
류이든이 화들짝 놀라고.
“나는 양아치다.”
잠에 들었던 채하민이 놀라 깨어나고.
“나는 양아치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옮겨 붙었을 때, 나는 헤드셋을 끼고 노트북에 시선을 박았다. 지동화의 멘탈 수업 덕분일까, 그렇게 수치스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