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216)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216화(184/343)
[이현재랑 지동화 한국대 목격 썰]자랑은 아니어도 글쓴이 한국대생
밤샘 과제 후 중도 밑에 있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빨고 있었는데 마스크 쓴 두 사람 목격
뭔가 익숙해서 내가 아는 사람인가 싶어 유심히 봤는데 이현재랑 지동화 머릿속에 스쳐 가서 아메리카노 버리고 호다닥 달려감. 방해할 생각은 1도 없고 그냥 조용히… 뭐 하나 너무 궁금했음…
둘이 사이좋게 문학칸이랑 철학칸 한 번씩 다녀가더니 사이좋게 대출하고 가더라 내가 ㅅㅂ 과 대표를 덕질하고 있었나 순간 착각 오지던데
댓글
―일단 돌덕질하면서 공부 자극 오는 건 우리가 유일하지 않을까.
―선한 영향력 그 자체
└ㄹㅇㅋㅋㅋㅋㅋㅋ 멘탈 수업까지 해 주시는 우리 교수님… ㅈㄴ 선해…
└아… 어느 상황에도 멘탈 안정적인 교수님을 지독하게 짝사랑하다가 고백 이후 실연당하고 싶다…
└그 실연으로 우리는 성장하겠지…
└평생 잊지 못할 지독한 추억이 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게… 샤르데나식 사랑이니까…
└샤르데나식은 진짜 아무 데나 다 ㅋㅌㅋㅋㅋㅋㅋㅋ
―이현재 쫄래쫄래 동화 형 따라서 책 구경 다니는 거 상상하니까 호흡 좀 곤란한데, 평범한 증상일까요, 선생님?
└??? : 심각한 수준의 여우 중독입니다.
└그러고 다른 멤버들에게 시니컬한 우리 막내… 지동화한텐 따스하겠지…
―아 이현재 납치가 시급하다 진짜 이쯤 되면 뒷일 생각이 흐릿해져…
└삐빅, 청주 교도소행 급행열차 확정입니다.
요즘 들어 이곳저곳에 얼굴을 비치는 블로센스. 채하민이나 지동화처럼 개인 컨텐츠를 보고 들어온 유입들이 많아지며 덕질판에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는 멘탈 수업의 기묘한 짤이 양산되고 외부로 수출되는 일이 있었다. 지동화가 우아하게 홍차 잔을 들고 은근하게 미소 짓는 얼굴 아래로 ‘높은 확률로 제정신은 아닌 것’이라는 자막이 적힌 짤은 일반인들도 메신저에 활용할 정도로 대중화되어 버렸다.
[지동화가 정리하는 깻잎 논쟁](깻잎 논쟁 당시, ‘밥상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자막이 나오며 지동화와 남성 배우의 얼굴이 교차하는 움짤)
??? : 혼자 밥도 못 먹는 인간이 되지 말자. 되면 귀찮아진다.
댓글
―다른 돌들이 ‘어딜 감히!’라며 설렘을 줄 때, 홀로 밥상머리 교육을 시작하는 우리 아이돌.
└이렇게 정리하니까 우리 애가 조금 많이 이상한 것만 같아요
└그게… 샤르데나식이니까…
―깻잎 논쟁에서 시작해 인생 상담으로 자연스레 넘어갈 때 정신이 아득해지더라…
그리고 오늘, 드디어 지동화와 그 동생 목화가 함께 출연하는 멘탈 수업 편이 업로드되며 실시간으로 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목화와 지동화의 대화―를 빙자한 두뇌 싸움, 말로 두는 장기―때는 그저 웃을 뿐이었지만, 이후 이어진 좀비 사태는 그 시각적 충격 때문에 캡처가 활발히 일어났다.
[차 한잔.](좀비 연기자들 너머로 홀로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지동화와 그 밑으로 ‘샤르데나식 여유’라는 자막이 달린 캡처본.)
(위드 좀비 바이러스라는 헛소리를 하는 지동화, 목화도 납득하고 함께 앉아 차를 마신다. 이후 이어지는 ‘오후의 일상적인 한때’라는 평화롭고 반짝거리는 자막.)
좀비와 함께, 여유.
댓글
―진짜 얼척이 없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면서 나도 납득했음. 너무 침착하길래, 아아, 함께 살아가기로 정부 방침으로 정해졌구나 하고 납득하고 넘어감.
―이 방송, 은근 게스트 나오기 좋다… ㅈㄴ 인터뷰하는 느낌이었어…
―형제끼리 싸우는 모습이 설렜습니다.
└네?
그리고 끝날 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PD가 이미 심박수가 넘었었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 사람들은 꺄르르 웃었다.
―아, 씨 ㅈㄴ 웃긴데 안타깝고 그렇네
―PD님한테 드디어 1패 하는 지동화… 귀하네요…
└일단 목화가 나왔을 때 예견된 일이었다…
―팬이랑 동생이 인생의 전부인 교수님
└집도 블랙이랑 화이트로만 구성되어 있을 것 같은 우리 교수님… 이건, 맛있다..
└아니 왜 애가 점점 광기에 물들어가는 건가요 ㅋㅋㅌㅋㅋㅋ
―벌칙 드디어 본다!!! 까 봐라, PD! 니 비밀 노트! 어떤 수치스러움을 선사할 거지!
그리고 이어지는 벌칙. 어김없이 격정적인 클래식 BGM과 함께 화면이 전환되며, 사실적인 분장으로 약간의 주름과 흰머리를 한 지동화와 목화가 화면에 나타났다.
‘이거, 똑같은 겁니까?’
‘네, 똑같이 상황에 적응해 주시면 돼요.’
짧은 설명을 듣고 마을회관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둘. 그 너머에는, 굉장히 기묘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회관의 절반은 결혼식장처럼, 나머지는 장례식장처럼 꾸며져 있었으니까.
‘하, 또 무슨.’
‘형, 컨셉.’
‘목화, 벽돌 하나만 있으면 PD님도…….’
자연스럽게 살인 계획을 밝히는 지동화, 그 밑으로 ‘뒷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그, 설렘.’이라는 자막이 슬그머니 떠올랐다. 목화는 살포시 웃으며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그런 둘 앞으로 한 할머니가 다가왔다.
‘오랜만이네, 막내들.’
‘오랜만입니다, 경조사가 겹친 날이라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곧바로 미소 짓는 지동화. ‘적응력’이라는 자막. 지동화의 멘탈 수업으로 단련된 임기응변이다.
‘그러게, 내 남편이…, 어우, 호상이지, 뭐.’
할머니는 슬그머니 손을 내밀었다.
‘들어와, 나 이제 신부 입장해야 해.’
지동화의 표정이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무슨 소리인지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 결혼하십니까.’
‘응.’
지동화와 목화는 모두 입을 한껏 벌리며 충격에 가득 찼다. 남편 기일이 재혼기념일이 되는 순간에 떨어진 형제는 서로를 마주 보며, 충격을 해소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 비극과 희극이 교차하는 순간의 무너진 균형은 쉬이 벗어나기 어려웠다.
‘아, 상조에서 준비해 준 육개장이랑 보쌈도 있고, 결혼 플래너? 거기서 뷔페 요리도 해 놨더라. 가서 맛 좀 봐. 둘 다 맛있더라.’
‘축하…, 드려요?’
목화는 멍하니 중얼중얼, 초상과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함께 겪는 순간의 짜릿함에 정신이 없어 보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ㅌㅋㅋㅋㅋㅋㅋㅌㅋㅋ 아니 ㅈㄴ 반인륜적인데 ㅌ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이 칠십…. 거기서 오는 짬밥…. 남은 날이 적기에 현재에 집중하는 그녀… 멋지다.
―그녀의 꽃무늬 옷에… 설레고 말았다…
기괴한 장면의 연속과 지동화가 처음으로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만 같은 표정으로 굳어 있는 모습까지. ‘지동화의 멘탈 수업’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가 장식되고, 이 순간은 인터넷으로 퍼져 나갔다.
* * *
새벽녘의 작업실. 내 건강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작업실에서 밤샘을 같이하기로 한 류이든은 태블릿으로 육개장을 먹으며 곤혹스러워하는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저 날, 짧았지만 강렬한 기억이 많다. 부케를 던지고 나서, 상주로 자리를 지키는 할머니의 모습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이었으니까. 높은 확률로 PD는 제정신은 아닐 것이다.
“어땠어?”
밤샘 작업은 얼추 끝났지만, 새벽 6시. 자기에는 애매하고 곧 스케쥴을 가야 하므로 우리는 일 없이 시간을 때우는 중이다.
“뭐가.”
“인생의 모든 걸 미리 보고 왔잖아.”
“…글쎄.”
나는 그 PD놈 머릿속이랑, 세 시간 만에 그 모든 상황을 준비한 제작진의 능력이 궁금해 죽겠던데.
솔직히 로또 머신은 보여 주기식이고, 사실 미리 다 준비됐던 건 아닐까 싶어. 그 인간, 목화 섭외할 때 이미 내 심박수 올라갈 거 다 계산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 나중에 한번 물어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아.
“이거, 왜 이렇게 화제가 되는 건지 모르겠어.”
나는 핸드폰 화면에 기사를 읽으며 한국의 미래가 어둡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체 왜 이런 걸 좋아하는 걸까.
“솔직히, 충격적인 컨셉은 맞잖아? 너도 그렇고.”
닥쳐, 이든. 나는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이 프로그램 연장되면 잠적할 예정일 정도로 정상.
“하여튼, 너는 다 노력해서 이상하게 성공하는 재주가 있어. 조금만 덜 노력하면 수치스러움도 없었을 텐데.”
“오늘 왜 이렇게 논리적이야, 이든.”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집어삼켜지는 과정이라는 걸, 알기는 한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건 어렸을 적부터 생긴 버릇이란다.
“그러고 보면, 팬분들도 교수님이라고 부르는 비율이 압도적인 거 알아?”
“큰일이네.”
“평생 따라다닐 이미지라는 거지.”
“저런.”
류이든은 여전히 무표정인 나를 보며 싱글벙글 헤실헤실 놀려대는 투로 연신 입을 달싹였다.
“헛소리와 아무 말에 통달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이상한 교수 이미지.”
나는 벽돌 모양 쿠션을 손에 쥐었다.
“좀비 바이러스도 사랑하는 극단적인 박애주, 크흡.”
곧바로 내리쳤다. 진짜 벽돌로 내리칠 수는 없어서 특별 주문해서 만든 쿠션이다.
실재를 모방이 대체하면 그건 진리에서 벗어났다는 플라톤의 말은 틀렸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데 말이야. 실제 벽돌은 아니어도, 행복해.
“잠깐만, 동화야! 미안! 안 아픈데 기분이 이상해! 뭔가 진심이 담겨 있어! 살의가 느껴진다고!”
나는 움직이던 손을 내려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형.”
“으, 어? 응?”
“혹시라도 게스트로 나오지 마.”
유일하게 내가 폭력적으로 변하게 만드는 류이든이라, 심박수가 난장 날 게 불 보듯 뻔하다.
목화한테 폭력은 옳지 않다고 늘 설득하던 내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떨어져 내렸는지 모르겠다. 하는 말은 다른 인간들이랑 다르지 않은데, 왜 이렇게 류이든만 보면 한 대 내리치고 싶을까. 내가 백 년을 넘게 연구하더라도 알 수 없는 주제다.
띠링―!
[친해서 그렇습니다.]닥쳐, 인정하고 싶지 않으니까.
[심리학 논문 몇 개 추천드립니다.]쉿, 나도 안다니까.
“그래도, 긍정적으로 봐. 지금 흐름이 좋다니까?”
류이든은 머리를 정돈하며 다시 헤실거렸다.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르기에 쿠션을 손에서 놓지는 않았다.
“봐봐, 우리 그룹 곡 엄청 떴잖아?”
알지.
“일반인분들도 네 수업은 듣고 있고.”
진짜 교수라도 되는 듯이 짖지 말아 줄래.
“그런데 이제 친절한 심사위원 이미지로 딱 나오면, 주가 상승은 확실하잖아? 그러면 우리 나갈 곳도 더 많아지겠지. 블로센스가 국내 원탑하는 원동력이 동화, 너라니, 설렌다.”
저 인간, 나를 다루는 게 능숙해져서 더 짜증 난다. 나라는 인간 개인이 아니라, ‘우리’의 성공을 내세우고 있잖아.
채하민이 무의식적으로 저런 식으로 말한다면, 류이든은 의도적으로 저러는 게 틀림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타인에게 읽히는 부분이 많아진다는 건, 여전히 낯설어서 말문이 턱 막힐 뿐이다.
나는 내면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십자수를 다시 손에 들었다.
“…친절한 심사위원은 글렀어.”
“응? PD님이 그렇게 편집한다고 말했었지 않나?”
나는 십자수를 마저 놓으며 기억을 더듬었다. 어느 순간도 ‘다정한’ 인간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던 기억밖에 없다. 차라리 ‘매정한’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이게 다, 그 망할 장인정신 때문인 것 같아.”
나는 결론을 내렸다. 처음에 화를 냈던 건, 상도덕에 어긋난 짓이라 제재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지만, 그 뒤로 혹평이 터져 나왔던 건, 장해진 팀장님이 말했던 ‘장인정신’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오우,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실패했다는 뜻이야?”
“응.”
나는 바늘을 정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완전.”
지동화의 멘탈 수업으로 쌓아온 사람들의 관심이, 제작 공방으로 인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지는 않을까 모르겠다. 류이든은 내 말에 조용히 멍한 눈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하나하나, 할 말을 고르는 것 같았다.
“음, 뭐 어때.”
낙천적이네. 그럴 줄 알았어. 류이든은 나완 달리 예방보다는 대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니까. 더럽게 안 맞아.
“어떻게든 되겠지.”
류이든이 내가 수놓은 강아지 모양 자수를 보며 웃었다.
“네가 우리한테 나쁠 일을 할 리가 없잖아.”
맹신하기는, 망할 놈. 저러다 어디 가서 사기당하는 건 아닐까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