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223)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223화(191/343)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루트는 다양하다. 드라마에 출연한다든지, 예능에 나온다든지, 곡이 좋아서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른다든지, 아니면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한다든지 등등.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성공하며 최근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그룹이 있다.
[채하민 ㅈㄴ 옛날 추억 생각남]딱 저런 애 있었어… 사람들이랑 두루두루 친해지고 싶고 좋아하는 마음이랑 동경이랑 헷갈려 하고 그러면서도 분위기 헤치긴 싫어서 가만히 있다가 상대방 떠나고 나면 짝사랑인 거 깨닫는 애… 찌질한데 그게 밉지 않은 그런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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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씨 배역 이름으로 써주라 ㅋㅋㅋㅌㅋㅋㅋㅋㅋ 오해했잖아. 동민이라는 드라마 이름 씁시다
―와 근데 쟨 신인 연기자랑 비벼볼 수 있을 듯
[요즘 류이든 토크쇼 출연 많아서 좋음]딱 봐도 mc 재질인 애였어서 나중에 나오면 좋겠다 이랬는데 개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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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류이든 헬스 자컨 나왔을 때부터 난 이미 머리 깨졌음
―자랑스럽다 우리 리다…
하이식스의 활동이 뜸해지고 인기가 떨어지면서, 블로센스가 일군을 정조준해서 달리고 있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모든 멤버 중에서 유독 이름이 자주 언급되고, 긍정적인 글과 부정적인 글이 공존하며,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논쟁거리가 생기는 멤버가 존재했다. 아이돌 제작 공방의 1화 공개와 더불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만 한 멤버.
[아 지동화가 여기 낄 짬이 맞냐고]제일 활동 기간 짧은 사람이 7년임. 지동화는 3년이고. 솔직히 연습생이랑 실력 다를 게 뭔데
무슨 ㅅㅂ 말투가 아랫것들 가르치는 투냐 아무리 맞는 말이어도 듣는 사람 기분 나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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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차트 좀 보고 살아…
└응 사재기
└로 되겠냐고 그 등수가… 제발 인터넷을 떠나서 현실을 좀 살아… 세상엔 음모론보다 단순한 일이 훨씬 많다고
└애초에 앨범 순위도 아니고 음원 순위가 사재기라는 건 대체 뭔 소리냐. 너 뇌가 탈부착 형식이야? ㅅㅂ 별주부전이냐고 존나 간이 배밖에 나와 있어
―아랫것들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예의 바르게 문제점만 지적하는 거임 ㅇㅇ
└ㄹㅇㅋㅋ
―칭찬도 할 사람은 다 했잖아 뭐가 문제임?
―근데 연습생들 입장에선 더 좋을 수도 있긴 할 듯 딱 선배 느낌
└동화 성격상 좋은 소리 앞으로도 많이 못 해 줄 게 분명해서 너무 기대되는데 또 걱정돼 죽겠음 ㅋㅋㅋ쿠ㅜㅜㅠㅜ
―인성 빻은 거 다 티남 ㅇㅇ
1화가 공개되고 나서, 지동화가 ‘단점을 지적하는 모습’을 보며 ‘싸가지 없다’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종종 등장하고는 했다.
안 그래도 다른 코치들보다는 짧은 경력인데, 하는 말이 다 옳기는 해도 조금은 냉정하게 느껴지는 특유의 어투 때문이었다.
지동화는 이런 논쟁을 보면서 단순하게 ‘뒤늦게 소란스럽네.’라며 짧은 감상 이후 별생각 없이 살고 있었지만, 다른 멤버들은 사정이 달랐다.
“…인터넷 보지 말걸.”
평소에 인터넷과 친밀한 류이든이나 이현재와는 달리, 커뮤니티에는 별 관심 없었던 채하민은 쓰라린 위장에 앓으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동화는, 진짜 멘탈이 어떻게 저렇지……. 채하민은 글을 본 이후 하루 동안 행사와 라디오 활동을 소화하면서 계속 밥을 먹지 못했다. 그런데 반면 정작 당사자인 지동화는 십자수를 놓으면서 평화로운 기색을 보이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었다.
“모르는 게 약…….”
“아는 게 힘이야, 하민.”
지동화는 사실적인 그림체의 토끼 그림을 완성하고 흡족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 어쩌지.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야. 채하민은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괜찮아……. 이상한 글도 많았단 말이야.”
“사도마조히즘 환자는 화내면 오히려 기뻐하거든.”
채하민은 그게 뭔지 전혀 몰랐지만, 지동화와 대화할 때 가끔 있는 일이라 자연스레 결론만 받아들였다.
“나는 그럼 기쁘게 만들어 주는 중이야?”
“음…….”
지동화는 곤란한 듯 말끝을 흐리면서 어느새 원형 액자에 십자수를 넣고는 채하민에게 건넸다.
“선물.”
“와아아! 으윽, 아, 잠깐만.”
채하민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쓰린 속에 쓰러지듯 다시 누웠다.
“죽 끓여 놨어.”
지동화는 채하민을 다루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채하민은 아무리 입맛이 없어도 남이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거부할 수 없는 성정이다. 다만 채하민은 지금은 도저히 무언가를 먹을 자신이 없었다.
“으음, 나 먹을 수 있을까.”
지동화는 어처구니없어 하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러다 네가 쓰러지면 어쩌게.”
“걱정되지. 그게 내 평소 심정이었다, 동화야.”
“걱정이 아니라, 그러면 너도 이제 나한테 잔소리 못 하지 않을까.”
“…와아.”
채하민은 순간 입을 부여잡았다. 생각지도 못한 사실. 차오르는 깊은 깨달음. 지동화는 정말 채하민을 다루는 법을 잘 알았다. 자신에게 잔소리할 권리를 미끼로 억지로 밥을 먹게 했으니까.
“그건 절대 안 되는데!”
“그럼 조용히 하고 죽 줄 테니까 기다려.”
그렇게 지동화가 나가고 채하민만 남은 방. 채하민은 토끼 그림을 보면서 한껏 기뻐했다. 도련님으로 태어나서 비싼 선물은 수없이 받은 인간이라 그런지, 이런 정성스러운 선물이 훨씬 더 기쁜 맘이었다.
최근에 지동화가 멤버들에게 동물 그림을 하나씩 전달해 주는 걸 보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음에도 기쁨은 퇴색되지 않았다. 이현재에게 여우, 류이든에게 개, 그리고 자신에게는 토끼.
그리고 이쯤 되면 채하민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
“…근데, 동화는 진짜 우리를 동물로 보는 건가.”
류이든에게 ‘지동화 머릿속에 우리는 동물로 저장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라는 말을 듣고 나서 생긴 작은 의문. 왜 자신을 동물로 보는가.
채하민은 깊이 생각해 봐도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 한국대 다니는 사람은 사고 과정 자체가 특이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그런 걸까.
비록 편견에 가까운 말이지만, 지동화가 특이한 건 사실이라 절반 정도는 맞는 말이다. 지동화는 인간보다 동물을 더 좋아하는 인간이니까. 멤버들에게 말한 적 없지만, 유독 짐승 취급하는 건, 순전히 동물이 더 좋아서 그런 거였다.
“밥 먹어, 하민.”
“으응…….”
지동화가 작은 쟁반에 죽과 물을 담아 들어오며 채하민의 상념은 끝나 버렸다.
“오늘 스케쥴 괜찮겠어?”
오후 일정이라 아침에 여유로워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뭘 챙겨 먹이지도 못하고
“당연하지…….”
“진즉에 밥 좀 먹으라니까.”
“나도, 먹고 싶었는데, 진짜 안 넘어갔어. 전해들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보니까…….”
“…음.”
채하민은 힘겹게 지동화가 만든 죽을 씹어 삼켰다. 그래도, 맛있네.
“난 진짜 괜찮은데.”
채하민은 억지로 밥알을 씹었다.
“옛날에는 내가 막 간호했는데. 그때 내가 만든 죽도 엄청 맛없었는데.”
사람이 서러워지니까 옛날 생각이 마구 난다. 그걸 억지로 꾸역꾸역 다 먹었던 지동화까지 생각나니 새삼 지동화가 얼마나 자신을 배려해 줬는지 깨닫고 말았다. 울컥 차오르는 눈물. 아, 역시 아프면 별로야.
눈물이 시작되니 머릿속으로 그간 첫 친구와 함께 겪었던 모든 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어, 뭐지, 나 죽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순간 그렇게 생각한 채하민은 죽을 삼키며 하염없이 울었다.
“…진짜로 괜찮아.”
지동화는 채하민이 우는 이유를 착각했는지 어설픈 위로를 입에 올렸다. 오늘도 채하민을 어떻게든 위로하려 지동화 딴에는 노력했다는 사실을, 새벽부터 일어나서 십자수를 놓은 이유를 알고 있는 채하민은 더욱 큰 울음을 터뜨렸다.
“아니, 음, 어.”
평소답지 않게 지동화가 고장 나서 손과 발이 움찔거렸다.
“…나 안 괜찮아?”
지동화는 자기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는지 의문형으로 말을 바꿨다. 아아, 지동화는 진짜 최고의 친구다. 채하민은 다시 울고 말았고, 류이든이 놀라며 들어와서 지동화를 놀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채하민의 급발진 눈물 행진은 이후 지동화의 심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 * *
쟤가 왜 저럴까. 나는 방에 침대가 비어 있는 걸 보고 의문이 들었다.
오늘 하민, 개인 스케쥴 더 있었나? 집에 오고 나서 잠시 씻고 나왔는데 그새 사라져 있다니. 나는 허망하게 내 손에 들고 있는 보드게임을 내려놓고 침대에 앉았다. 조금 쓸쓸한걸. 이현재한테 일부러 빌려왔는데.
아침에 그 사단이 나고 나서, 채하민은 부쩍 말수가 적어져서는 대화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않길래…….
“동화 형! 뭐 하냐!”
한창 생각하던 도중 류이든이 노크를 하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왜 그래? 무슨 패잔병 같냐.”
내가 말없이 있자 순식간에 방 안을 훑어보다가, 보드게임이 눈에 들어왔는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어머머, 어떡해. 우리 동화가 외로웠구나!”
“…조용히 해, 형.”
안 그래도 지금 들켜서 수치스러우니까. 석준이 들어왔으면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을 텐데 하필이면.
“아까 하민이 연습실 간다고 나갔어.”
나한테는 그렇게 쉬라고 안달을 내더니, 망할 놈.
“준이가 같이 영화 보자던데, 볼래?”
“…그래.”
오늘은 일단 위즈니 엔딩이네.
“너무 마음 아파하지는 말고. 맨날 너 없는 방에 있던 하민이 마음도 좀 느껴 보고 그래 봐.”
류이든은 끝까지 나를 놀릴 작정인지 이죽댔다. 어쩌지, 때리고 싶어.
“아, 맞다. 아제공 반응 좋더라.”
“그래?”
“응. 이번에 유투브에 선공개로 너 새벽 기습 이야기 올라왔거든.”
류이든은 핸드폰을 건넸다. ‘선공개) 지동화의 새벽 교실’이라는 심플한 제목을 달고 올라온 영상에는, 커피를 들고 새벽에 연습실을 찾아오는 내 모습이 여섯 컷으로 분배되어 섬네일로 달려 있었다.
“…이게?”
대체 왜. 길 가다가 흔히 볼 수 있는 이상한 사람 1이잖아.
“그 이상함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거지.”
“그거, 채하민한테도 좀 보내 줘.”
“오오, 오늘 하루 내내 어색하더니, 무슨 일이야? 어쨌든 형은 동생들 싸움에 개입할 마음이 없단다.”
싸움은 아니지만, 갑자기 오늘따라 대화 빈도가 줄어든 건 사실이라 할 말이 없군.
“리더 자격 박탈이네.”
“처음부터 네가 리더 해야 한다고 주장한 건 나다?”
류이든은 해맑게 웃으며 뒤돌아섰다.
“뭐, 하민이 성격에 내일쯤 돌아오지 않을까?”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류이든을 따라나섰다.
* * *
그리고 인간의 예측은 항상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법이다. 놀랍게도 채하민은 무언가에 정신이 팔린 듯이 스케쥴 중에는 사색, 이후에는 연습실행을 번갈아 이어 갔다.
사태가 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깨달은 류이든은 행사가 끝나고 멍하니 앉아 있는 나한테 다가와 속삭였다.
“진짜, 뭐지? 연애?”
“…헛소리.”
내가 아는 채하민은 절대 그런 짓을 할 인간이 못 된다. 구설수에 오를 일을 자기가 직접 만들 리가.
“싸운 것도 아니고?”
“응.”
분명히 싸운 건 아닌데. 그저 채하민이 우는 걸 내가 제대로 위로하지 못한 일 하나밖에 없었는데.
“…오늘, 내가 연습실 습격 갈 거야.”
류이든은 내 독기 어린 목소리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대체 뭐 하는 중인지, 내 두 눈으로 살펴보고 와야 직성이 풀리겠다.
“그냥 물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천성이 그게 안 돼.”
나는 이를 악물고 여전히 눈을 감고 소파에 앉아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채하민을 흘깃 살펴봤다. 그 덕분일까, 류이든이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는 걸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