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224)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224화(192/343)
모든 일은 우연과 우연이 겹쳐서 이상한 방향으로 날뛰고는 한다.
지동화는 연을 끊는 데는 익숙했지만 자신이 끊고 싶지 않은 인연이 생긴 건 처음이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채하민은 무언가에 미칠 듯이 몰입해서 주변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일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진즉에 눈치채고 있던 류이든은,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진즉에 연습실에 몰래 찾아가서 채하민이 뭘 하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블로센스의 집 지키는 개로서, 채하민의 의심스러운 행적은 이미 조사를 마쳤다. 지동화도 평소였으면 냉정하게 생각해 보고 올바른 결론에 도달했을 텐데.
‘아, 재밌다.’
이렇게 재밌는 상황, 오랜만이야. 어쩌다 우리 동화가 남이 밀어내는 걸 걱정하게 됐을까. 아무리 냉정하게 생각해 봐도 자신이 잘못한 게 없는데, 어째서일지 계속 고민하게 됐을까. 그러면서 묻지도 못해. 아, 조금 귀엽네, 동생다워, 아주.
류이든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 누구랑도 친해지고 싶지 않아 보였던 지동화의 모습을. 그래서 일부러 더 추근댔던 것까지!
그런데 그런 지동화가 먼저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어 하다니. 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지동화가 정말 많이 변했구나.
“그래?”
“응. 눈으로 보고 올게. 만약에 거기 없으면 멱살 잡을 거야.”
아, 재밌다. 아아, 이게 삶의 이유다. 이렇게 동생들이 다투는 모든 걸 관전하면서 유쾌하게 살 수 있다면 정말 멤버들끼리 실버타운을 만들어서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한 60살쯤 먹었을 때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벌써 흥미진진하다.
“그래, 좀 힘내줘. 나도 모르겠다……. 부탁할게, 동화야.”
“응.”
심리학에는 정통하면서 인간관계에는 서투르네, 우리 동화!
류이든은 마음속으로 한껏 웃었다.
* * *
스케쥴이 적은 것도 아닌데, 만약에 연습실이 아니라 밖으로 나도는 거라면 멱살 잡고 끌고 올 자신이 있다. 윤성호식 세뇌 방법, 특별 과외 받고 올 거야. 한 일주일 정도 밤새우면서 외부 정보 차단할 자신 있어.
‘…음, 불이 꺼져 있으면 어쩔까.’
정말… 연습실에 간 게 아니라면, 찾아가서 벽돌로 때릴 거야. 내일 함께 연예계 뉴스 창의 별자리가 되는 거다. 그렇게 스러지고 나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우리 연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상에, 불 켜져 있어.
조심스레 문에 달린 유리창 안으로 들여다보니, 채하민은 바닥에 드러누워서는 발버둥 치고 있었다. 옛 중세 시대 성직자들이 구마 의식을 할 때나 볼 법한 격렬한 움직임에 문을 열려던 손이 멈칫하고 말았다.
뭐지, 병이 생겼나.
나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방음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던 채하민의 비명이 울렸다. 육체나 정신 둘 중 하나에 무언가가 발병한 건 분명해 보였다.
내가 머리맡에 다가갔을 때 채하민의 몸부림은 잠잠해졌다. 채하민은 눈을 감고 있어 내가 도착한 줄도 모르고 이어폰을 낀 채로 그저 누워 있을 뿐이었다.
나는 쭈그려 앉아 어깨를 찌르려다가 몸부림이 그친 게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걸 상기하고 옆에 앉아서 잠시 기다렸다. 숨은 쉬고 있으니까, 괜찮겠지.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흘러 채하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으흠!”
콧노래를 부르면서, 한 바퀴 턴을 돌면서, 유려한 춤선을 뽐내고 있다. 음, 어쩌지, 처음으로 채하민이 약간 때리고 싶어.
그러고는 문득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처음에는 그저 스쳐 지나갔다가 다시 나를 쳐다본다.
“…어?”
뭐.
“응?”
뭐, 망할 놈아.
“동화야?”
채하민은 이어폰을 과격한 손놀림으로 빼며 발작을 일으켰다.
“그러면.”
누구겠니. 내 얼굴이랑 똑같이 생긴 사람은 내 아버지밖에 못 봤는데.
“여, 여긴 왜 왔어?”
“요즘 뭐 하나 싶어서.”
“아…….”
채하민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요즘, 어색해서.”
“응?”
처음 듣는 척하지 마. 우리 멤버들 다 알, …지는 못하고 석준 빼고는 다 알걸. 걔는 요즘 무슨 빵 사서 스티커 모으는 재미에 빠졌거든.
“…흐어.”
채하민은 입을 틀어막았다.
“그게 그렇게 보였……!”
그 말에 나는 조용히 무릎을 끌어모았다. 그 목소리에서 전혀 몰랐다는 기색이 읽힌 탓이었다. 뭐지, 지금 나 헛짓거리한 건가.
고개를 숙이고 깊이 숨을 내쉰다. 수치스러운데. 멘탈 수업을 내가 들어야 할 지경이다. 대화, 대화가 중요하다고 늘 생각하면서 나는 무슨.
“아니,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 너처럼 나도 깜짝 선물! 그런 거…….”
그래,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니까 알겠어. 곡을 들려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연습실 폐관 수련을 시작한 거면, 그렇겠지.
젠장, 망할, 어쩌지,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선물’이 뭔지는 말하지 않는 게 너무 채하민스럽다.
“이든이 형도, 걱정 많이 했어.”
“어? 이든이 형은 물어봐서 말해 줬는데……?”
오케이, 죽일 거야. 반드시. 드디어 오랜 숙원이었던 류이든 암살 계획의 끝을 볼 때가 왔다.
채하민은 내 앞에 앉더니 안절부절못하고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럼, 활동 중에 정신 나갔던 것도?”
“어? 응. 머릿속으로 안무……. 아!”
아니, 이미 다 들켰다고 망할 놈아. 뭘까, 나는 왜 이리 비합리적인 짓을 했을까.
‘나’를 설명할 때 한계에 부딪히면 보통 타인의 영향을 의심해 봐야 한다. 지금 눈앞에서 계획이 다 들통 나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멍청한 토끼 놈.
그래, 오염됐네. 만약에 이유를 물었다가 더 어색해지면 어쩌지, 같은 멍청한 생각이나 하고.
나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려다가 염색으로 모발이 상했다는 말이 기억나, 두피를 짓눌렀다.
“어, 그, 도, 동화야?”
조용히 해 봐.
“그래도 절반 정도 완성했어!”
“…차라리 같이 짜.”
그리고 류이든 암살도 겸사겸사 도와주고. 독살이면 도와주겠다고 했던 말, 아직 기억하고 있어.
* * *
[아 지동화 좀 발린다]진짜 새벽 교실 여는 게 ㅈㄴ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ㅋㅌㅋㅋ
내가 본진 있는 상태에서 서바이벌 볼 줄 몰랐고 동화 보려고 보는데 만족감 쩖.
멘탈 수업 때부터 느꼈는데, 얘는 진짜 블로센스의 이성이라고 부르면 안 돼
지은광이 아니라 걍 지광 아니냐고 ㅋㅋㅋㅋㅋㅋㅋ 대놓고 광기
댓글
―이번 화 지동화 보면서 약간 ptsd 옴 레슨 선생님 같아서
└ㄹㅇ로…
―팩트로 조지면서도 관심은 많고 시간 틈틈이 짜내서 커피 사 들고 연습하는지 감시하러 오는 코치님… 이거 연습생분들 입장에선 생지옥일 것 같은데 ㅋㅋㅋㅌㅋㅋㅋㅌ
└편곡팀분들 바로 정신 개조돼서 새벽 연습 출석률 오르는 거 봤냐고
└잠은 죽어서 자는 것이다 그 자체인 인간
처음에 보여 줬던 냉정한 모습은 어디 가고, 열정과 냉정 사이 그 어디쯤에 있는 연습/작업 중독자 같은 모습만 남은 지동화.
새벽 3시에 와서는 두세 시간 지도하곤 자기 스케쥴 하러 떠나는 미친 사람. 진지하게 잠은 언제 자는지 블로센스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조차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동화의 건강 사정이 궁금하다며, 건강검진표 공개를 요구하는 광기 어린 운동도 짧게 일어났을 지경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벚꽃 낙하가 행사 ㅈㄴ 많이 뛴다는 거임]진지하게 블로센스 활동표 보면, 은근 휴일이 많이 잡혀 있는데 소속사가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라 다행. 하지만 지동화가 제 손으로 직접 휴일 팔아서 부가가치 창출할 거 누가 봐도 뻔하잖아 ㅅㅂ. 이건 동화가 우릴 위해서라도 건강검진표를 공개해야 한다.
댓글
―진짜 ㄹㅇ ㅇㅈ
―일단 하민이가 제어할 수 있는 범위이길 간절히 빕니다.
└류이든 가세
└일 좀 그만하라고 뜯어말리는 부모와 말 안 듣는 아들 지동화…
그리고 이러한 건강 걱정 글을 보면서 별안간 격한 공감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한 여인이 있다.
“동화야…, 쉬어! 쉬라고! 다른 애들한테 무슨 편곡을 가르쳐 주고 그래! 알아서 크게 냅둬!”
“덕후 냄새나, 수빈아…….”
“걱정되는 건, 별수 없다고.”
“요즘 하민이나 동화나 멤버들 다 하나같이 인기 많은데, 뭐.”
이 둘의 짧은 대화 중, 울리는 그녀의 핸드폰.
“…뭐야, 이건 또.”
<동화&하민 ‘Pieces’ 최초 공개>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식 계정에 업로드됐다.
“왜?”
“…최애가, 미쳤어.”
“어머, 예전에도 그렇게 말했지 않나. 일상이잖아.”
“안 쉬어!”
“그것도.”
“안 쉰다고! 미친, 언제 자! 왜 내가 현타가 오지? 나 과제 몰렸을 때도 이것보단 많이 잔 것 같은데!”
“걔, 대학도 다니잖아.”
“미친놈!”
원래 덕질을 할 때 ‘미쳤다’라는 말은 ‘정말 좋다’라는 말과 동의어지만, 이번엔 진지하게 미쳤다는 의미만을 담백하게 담고 있었다.
“미친 건 너…….”
이런 걸 아무런 예정도 없이 공개하다니. W앱에서 지동화가 ‘지금 하민이랑 곡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게 이틀 전이었으니까 한 달 뒤쯤에 공개하려나 생각했는데, 이 무슨!
그러나 손은 정직하게 이어폰을 귀에 꽂고, 태블릿을 켠다. 원래 이런 건 공개되자마자 보고 주접을 떨어야 제맛이니까.
“…과제는?”
“내일의 내가.”
지동화를 닮지 못한 팬이라 일을 미루는 데 정통한 그녀는 X튜브에 들어가 영상을 누르려다 손이 멈췄다.
썸네일, 무대가 크게 두 개로 쪼개져 있었다. 남색 계열의 서고 같은 세트와 오렌지 계열의 놀이터 같은 세트. 그리고 지동화와 채하민이 각각의 세트에 같은 색 계열의 정장을 입고 서 있었다.
“…오, 좀 예쁜데.”
색깔이 다 똑같지 않고, 조금씩 다른 색들로 칠해져 눈이 심심하지 않은 무대. 그리고 일단 지동화의 정장 차림은 항상 옳기 때문에, 그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영상을 눌렀다.
* * *
세트장에서 돈 냄새가 너무 많이 나는데. 이현재 메이킹 필름 촬영할 땐 이 정도 지원 없었잖아. 채하민은 내가 무대를 보며 입을 벌리고 있을 때 옆에서 당당하게 소리쳤다.
“돈 좀 썼지!”
나는 남색과 파랑, 하늘색처럼 차분한 색으로 구성된 무대 절반에 올라섰다. 서고처럼 책과 책장으로 채워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나 볼 법한 무대였다.
“…개인 사비?”
“아니, 아버지 돈. 아버지가 투자금 명목으로 지원해 주셨어. 사실 말이 투자지, 통 큰 용돈 같은 거.”
저런.
“기념비적인 첫 듀오 무대니까! 장해진 팀장님이 무대 구성 들으시더니, 자금 끌어모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하시길래. 아무리 들어도 한 달은 걸릴 것 같아서, 빠를수록 좋잖아.”
씀씀이가 크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확실히 넌 제정신 아니야.”
“칭찬이지?”
꽃밭이야, 네 머린.
채하민은 준비되고 있는 무대와 카메라를 보면서 깊게 숨을 들이켰다. 과장된 몸짓으로 하는 심호흡, 채하민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신호다.
“실수하면 되돌릴 수 없다니, 긴장돼. 나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기획안을 냈지. 실수할까 봐 무섭다.”
무대 한편에서는 스태프분이 페인트통을 옮기고 있었다. 오늘 무대가 일회용이 될 이유다.
“그럼 내가 한 번 더 내서 준비하면 돼.”
움찔. 채하민이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너는 무슨 돈을 물 쓰듯 써, 동화야!”
정말, 너한테는 듣고 싶지 않아, 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