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23)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23화(23/343)
23.
류이든의 사건과, 지동화의 여론 선동, 그리고 니체 엔터테인먼트의 강경한 대응 끝에 폭행 주장 글이 조용히 삭제된 가운데, 류이든 사건 때문인지 아니면 덕분인지 하여튼 아이돌 커뮤니티는 ‘더넥니’에 대한 관심으로 후끈했다.
[석준 지동화 관계성 실화냐 진짜]F와 T의 전형 아니냐고 ㅋㅌㅌㅋㅋㅋㅌㅌㅋ
형이 노래 잘 불러서 우는 동생이랑 그런 동생 우는 이유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형 ㅋㅋㅌㅌㅋㅋㅋㅋㅋ
무대 보고 감동받고 심장 멈춰서 멍때리고 있는데 뒤에 소감 보면서 감성 와르르맨션~
(석준이 울자 지동화가 석준이 우는 역사를 소개해 주는 움짤)
(한복 입은 지동화와 석준이 서로 교차하며 지나가는 안무 클로즈업 움짤)
[(더넥니) 개와 고양이, 톰과 제리]지동화 류이든 개와 고양이 모먼트 개좋다 진짜 나는 얘네 둘이 같이 있는 거 볼 때마다 웃기고 멋지고 다 해버림 진짜
(류이든이 지동화 새벽부터 깨우자 지동화가 죽일 거라고 점잖게 말하는 영상)
(2차 경연에서 초커 입은 지동화와 하네스 입은 류이든이 같이 선 움짤)
[다시 보는 지동화 이현재 고민 상담 듀오]지동화 작업실에 가서 커피 손에 꼭 쥐고 조용히 있는 이현재 모먼트 너무 좋아서 돌아버림
(지동화랑 이현재가 말없이 작업실에서 각각 의자와 소파에서 반쯤 누워있는 짤)
항상 이현재가 먼저 입 여는 것도 개좋음
(이현재가 입 열자 조용히 시선 보내며 고개 끄덕여 주는 지동화 짤)
그런데 이런 애들이 2차 경연에서 유혹하는 악마랑 순수한 아이 연기한 거 생각하면 더 돌아버림
(지니 커버 무대 움짤과 무대 영상 링크)
[(더넥니) 날라리 동생과 엄격한 형.jpg]은 김현진과 지동화.
(김현진이 연습 안 하고 놀려고 하자 지동화가 데려와서 강제로 연습시키는 움짤)
(김현진이 회의하는 도중에 졸자 조용히 어깨 주물러주는 지동화와 아파하는 김현진 움짤)
[더넥니 판 현 상황 요약]??? : (어떻게든 지동화랑 엮어야 한 번이라도 더 언급된다는 일념으로 내 새끼랑 지동화 관계성 글 짜는 중)
댓글
―하지만 하민과 동화의 찐친구 모먼트는 개맛있는걸?
―하지만 활발한 대형견 류이든과 귀찮아하는 고양이 지동화는 개맛있는걸?
―하지만 어린 17즈와 은근히 챙겨주는 지동화는 개맛있는걸?
―하지만 우리 성호는 지동화랑 엮인 게 없는걸…
―침투력 무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ㅋㅋㅌㅌㅌㅋㅋㅋㅋㅋ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연습생을 다른 이와 세트로 묶으려는 이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개인 팬들 역시 존재했다.
이들은 아이돌 커뮤니티 안에선 조리돌림당하는 게 싫어 하하호호 웃는 척했으나, SNS 비계(비공개 계정)에서 자신과 뜻 맞는 이들끼리 모여 지동화를 실컷 욕해댔다. 참고로 ‘결꼳’은 지동화에서 연상되는 ‘겨울꽃’을 기이하게 비튼 별칭이다.
―결꼳 ㅅㅂ 쿨한 척하는 거 개시러 ㅠㅠㅠㅠㅠ
―하민이는 왜 저딴 새끼랑 실친이라 비하인드 볼 때마다 얼굴 봐야 함?
―내 새끼 저런 애랑 같이 데뷔할 확률 90%라는 말 들을 때마다 토 나올 것 같고 속 안 좋아지고 하여튼 결꼳 걍 죽어
지동화가 까이는 포인트는 지동화가 반쯤 예상했듯 인상 때문도 있었으나,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데뷔가 기정사실이라는 지점 때문이었다.
―한국대생으로 갓반인의 삶 살 수 있는 애가 대체 왜 나와서 성호 등수 하나 떨어뜨림?
―실력이 좋은 건 인정하는데, 솔직히 결꼳 보고 있으면 성격 개 싸할 것 같음 팀 불화설 일으킬 삘
―이게 맞다 ㅅㅂ 가끔 눈빛이 개쎄함
특히 데뷔가 불확실한 연습생 중 단 한 번도 지동화와 무대를 꾸리지 못했던 윤성호의 개인 팬들이 유독 지동화를 욕하는 데 진심이었다.
* * *
“여러분들!”
우리는 연습실에 여덟 명 모두 모였다. 상당히 본격적인 촬영인지 이동석이 부른 이유를 소개하고 있다.
“한창 연습 중일 때 이렇게 모인 이유는 저희가 이번 4차 경연 방영하고 다음 주는 한 주 쉬어가는 회차를 넣을 거예요. 그래야 이제 투표 기간도 늘리고 할 수 있어서.”
음, 하긴 마지막 경연이니까.
“그래서, 오늘 몇 개를 미리 찍어두고, 그때 쓰려고 해요.”
연습 도중에 불러 대길래 귀찮아죽는 줄 알았는데, 납득했다.
“우선은 더 넥스트 니체 : 퀴즈 쇼입니다! 1등 상품으로 고급 스피커가 준비되어 있으니 모두 맞히는 데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지나치게 나한테 유리하잖아.
다른 애들도 그 생각을 했는지 나를 바라본다. 너희들이 멍청한 건데 불공평하다는 식으로 나한테 따질 것 같은 눈은 집어치워 주길.
“그렇죠. 지동화 연습생이 너무 유리하잖아요? 그래서 지동화 연습생은 출제 위원으로서 문제를 내고 힌트를 주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문제 출제 위원? 나는 낸 적이 없는데.
…잠깐, 설마 어제, 제작진이 와서 고등학교 졸업하거나 다니면 알 만한 상식적인 것들 좀 적어달라고 하던데, 그게… 이거군.
‘…망했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안 적었지.
* * *
# 더넥니 퀴즈 쇼 가편집본
지동화가 종이를 드는 순간 자막으로 프로필을 알려준다.
[문제 출제 위원 지동화 (20)한국대학교 철학과 신입생이자 휴학생]
‘…그럼 첫 번째 문제입니다.’
지동화는 무표정하게 앞을 바라보며 말한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의 철학적 사유의 정수라 불리는 근거율이 무엇인지 설명하시오.’
그리고 싸하게 내려앉는 침묵, 자막 역시 ‘……?’라고 응답한다.
그러자 화면은 지동화 개인 인터뷰 장면으로 바뀐다.
[Q. 왜 그러셨나요?]‘제 잘못입니다. 솔직히 동료들에게 내는 문제인 줄 알았다면 난이도 조절을 했을 텐데, 그냥 고등학교 졸업하신 분들이 알았으면 하는 것들을 적다 보니, 그런 해괴한 문항이 만들어졌습니다.’
[Q. 이번 퀴즈 쇼 콘텐츠를 망하게 하려는 게 본 목적이라는 의혹이 있는데?]‘…개인적으로는 저한테 문제를 내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신 작가분도 그 의혹을 받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이번엔 화면이 전환돼 채하민이 나온다.
[Q. 문제가 무슨 뜻인지는 이해하셨나요?]해맑게 웃던 채하민은 투명한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동화도 문제 읽을 때 저희가 알 거라고 기대한 표정은 아니던데요?’
다음은 류이든.
‘이야, 하이데거가 누군지도 몰라요.’
그리고 다시 화면 전환. 지동화는 빠르게 상황을 수습하려 노력한다. 머리가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문제를 정정하겠습니다. 하이데거와 같은 실존주의 철학자인 사르트르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습니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와 같다. 이때 B가 Birth, D가 Death로 각각 탄생과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C는 무엇일까요?’
‘그러니까 C로 시작하는 영단어를 말하면 되는 거네?’
류이든이 묻자 지동화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채하민이 손을 확 들었고 이동석 MC가 반응한다.
‘네, 채하민 연습생! 손을 드셨습니다! 답은?’
‘치킨!’
‘헉, 인생은 치킨? 진짜 맞는 말이네요. 과연 지동화 연습생은 이걸 답으로 인정해 줄까요?’
치킨이라고 답하는 순간 채하민을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지동화, 그러나 입을 열려다가 채하민의 간절한 눈빛을 받더니 잠시 망설인다.
화면은 지동화의 망설이는 표정과 채하민의 애절한 눈빛을 계속해서 번갈아 보여주더니, 지동화가 입을 여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정답입니다.’
‘와아아아!’
채하민이 답을 맞혔다는 기쁨에 만세를 부르짖을 때, 류이든이 나머지 연습생을 대표해서 소리쳤다.
‘문제 출제 위원님! 답안 선정이 편파적인 것 같습니다! 분명 채하민 연습생 보고 마음 약해지신 거 맞죠!’
‘…공정했습니다.’
그리고 화면이 전환되고 지동화 개인 인터뷰 장면. 밑의 자막에는 ‘지동화(채하민한테 약한 편)’이라고 적혀있다.
[Q. 정말 공정했나요?]‘…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러자 굳이 제작진은 그 장면을 태블릿으로 보여준다. 화면 한쪽에 지동화가 채하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답으로 인정하는 모습이 나온다.
[자료 화면 시청 중] [Q. 정말 공정했나요?]‘…묵비권 행사하겠습니다.’
* * *
엉망진창의 퀴즈 쇼 촬영이 끝나고 이현재와 채하민이 각각 10문제 중 총 3문제를 맞혀 공동 1등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 촬영이 진행됐다.
이번에는 뭘 할 거라고 딱 잘라 말해주지 않는 모습이 미심쩍군.
나는 제작진의 안내에 따라 작은 회의실로 들어갔는데, 그곳엔 작은 테이블, 카메라, 그리고 합숙 기간이라 반납했던 내 핸드폰 한 대만이 존재했다.
나는 자리에 앉아 핸드폰에 붙어있는 종이를 읽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에게 전화하기!’
…이건 각자 보호자한테 전화하는 시간인 거군. 내게 현재 호적상 가족이 없는 것은 뻔히 알고 있으니 사랑하는 이라고 에둘러 표현해서, 내가 친구한테 전화해도 되도록 해준 거고.
나름 신경 써준 배려긴 하다.
‘하긴, 친구 하나쯤은 있으리라 예상하는 게 일반적이지.’
그런데 배려해 준 것은 고마우나 안타깝게도 전화할 친구조차 내겐 없다.
이전 세계랑 인간관계가 비슷했다면 말이지.
나는 그래도 전화할 번호가 혹시 있을까 싶어 주소록을 뒤진다.
대부분이 서바이벌에 참여하며 교환한 번호고, 그나마 있는 거라곤 예전에 살던 지역의 복지부서 관련 번호 정도였…….
나는 조심스레 한 번호의 주소록을 누른다.
‘목화’라고 적혀있는 번호, 아이가 아직 내 동생이었을 때 저장한 번호다. 핸드폰을 처음 개설했을 때의 번호니까, 지금은 바뀌었겠지.
나는 말없이 그 번호를 바라보다가 핸드폰 화면을 끄고 카메라를 바라봤다.
“…딱히 전화드릴 수 있는 분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 * *
더넥니의 PD 정경우는 5화를 미리 편집해 두기 위해 촬영본을 검토하다 난관에 부딪쳤다.
‘지동화 연습생이 누구든 전화해 주길 바랐는데… 이러면 통편집을 하는 것도 그림이 이상해.’
물론 채하민이 어머니한테 깍듯하게 애교 부리는 모습이나, 김현진이 대성통곡을 하는 등 쓸만한 장면은 꽤 건졌지만, 지금 남아있는 연습생이 고작 여덟 명이다.
이게 한 서른 명 정도 되면 분량 핑계로 편집하면 그만인데 한 명만 쏙 빼자니 그림이 논란되기 딱 좋고, 더 빼자니 분량이 모자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 어그로 끌기 좋은 소재야!’
서바이벌에서 인기 멤버로 달리고 있는 연습생이 사실 어렸을 때부터 고아다? 이 얼마나 자극적이고 시청자들의 관심받기 좋은 소재란 말인가! 심지어 이걸 마지막 화 전에 밝힌다?
마지막 화 시청률이 쾅 폭발하는 소리가 정경우의 귓가를 윙윙 맴돌고 있었다.
그렇다고 너무 과할 필요도 없다. 대놓고 얘가 사실 어렸을 적부터 고아입니다, 이럴 이유 없이, 그저 아주 약간의 뉘앙스만 흘려주면 시청자들이 알아서 추측해선 커뮤니티에서 정설을 만들 테니까.
“지금까지 최대한 유쾌하고 순하게 편집했으니까… 그 보답으로 달콤한 화제를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 혼잣말을 하던 정경우는 아주 몰래, 그리고 조심스럽게, 어그로를 끌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 * *
우린 길고 길었던 연습을 끝내고 백스테이지에서 무대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 중간 점검 때 준성이 꼭 자기랑 솔로 앨범 작업하자는 러브 콜을 한번 더 보내왔던 일만 빼곤 딱히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 눈앞에서 빨리 받으라는 듯 흔들리고 있는 의상을 보고 한숨을 한번 내쉬고 있다.
“정말, 이거 입어야 합니까?”
스타일리스트분께서 내민 옷가지를 받아 들며 물었다.
“이게, 옷이라기엔, 너무 과하게 찢어진 것이 아닌지…….”
“너가 말해준 컨셉이랑 딱 어울리잖아?”
“아니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제가 원한 건 어느 정도 낡은 거였습니다.”
“동화야, 이거 직방이야. 날 믿어.”
아니, 이딴 넝마 조각이 뭐가 직방이라는 겁니까, 라고 하고 싶은 걸 조심스레 입안으로 갈무리했다.
내가 받은 의상은 찢어진 검정색 진과, 연한 은색 계통의 스웨터다.
그런데 그 스웨터가 많이 해진 건지 사이사이에 연하게 살이 비칠 것 같다.
심지어 원래 입는 사이즈보다 꽤나 커서 어깨가 훤히 드러난다.
“…하.”
내가 한숨을 쉬고 있으니 나랑 비슷한 옷을 받아서 이미 입고 나온 채하민이 해맑게 웃는다.
“동화야, 옷이 엄청 시원하다!”
너는 참, 언제 봐도 행복해 보이는구나. 채하민이 한 몰골을 보곤, 체념한 나는 옷을 갈아입으러 탈의실에 들어갔다.
“아, 동화야!”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나는 혹시 의상이 바뀐 건가 잠시 되도 않는 기대를 했다가…….
“여기 초커도 들고 가!”
…이전보다 더 큰 한숨을 내뱉고 말았다. 이건 프랑스 혁명 때 죽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어서 들어가!”
하,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