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239)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239화(207/343)
[아제공 최종 데뷔 명단](이미지 파일, 채하민 원픽 은구 씨가 자랑스레 3위에 랭크되어 있다.)
응, 내 픽은 데뷔했어 ^^
댓글
―싸움 신청…?
└ㅋㅌㅌㅋㅋㅋㅋㅋㅌㅋㅋㅋ 이건 글쓴 사람이 사과해야 된다 진짜 비틱 ㅅㅂ ㅋㅌㅋㅋㅋ
―지금 험한 말 최대한 참고 있어… 나 칭찬해야 할걸
―아 행복하다 존나 어젯밤에 가슴 졸이면서 봤는데 아
―아… 불행하다…. 어젯밤에 존나 가슴 졸이면서 봤는데… 아…
돌판의 뜨거운 이슈였던 프로그램, 아이돌 제작 공방.
최종적으로 ‘키네티카(Kinetic―A)’라는 이름으로 데뷔한 날(누구 생각인지 알 수 없고, 처음 공개 당시 어떻게 읽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었다.
데뷔가 확정됐다고는 해도 이슈라는 게 그렇게 쉽게 끝나질 않았다. 핫클립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보기가 활성화되고 있었다.
누군가는 평생 따라다닐 논란을 안게 되었고, 누군가는 떨어진 게 아쉬워 죽겠다는 사람이 넘쳐나기도 했다.
그리고 코치 중에서 연습실 방문 횟수가 가장 많았고, 냉정한 평가를 주로 하면서, 연습생들이랑 있을 때는 은근히 유쾌했던 한 인간이 있다.
[아 ㅆㅂ 지동화 ㅈㄴ 웃기네]아제공 다시 보기 보는데
(연습생들 밤샘하자고 은근하게 꼬시는 짤)
강제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조용하게 눈빛만 반짝이면서 벌써 갈 거냐고 약간 애절하게 바라보는 게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레슨 쌤 같아서 ㅈ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
쉬는 건,,, 네 맘이고 존중하는데,,, 쌤은,,, 같이 했으면 좋겠다?를 눈으로 표현하면 저 모양일 듯
댓글
―아 이거 솔직히 애들한테 개스윗하니까 아무 말 없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ㅋㅋㅌㅋㅋ 조금만 더 강압적이었으면 백퍼 말 나왔다 ㅋㅋㅋㅋㅋㅌㅋㅋㅋ
―그는… 그저 아이들과 연습하는 게 좋았다…
―떠나는 연습생을 쓸쓸하게 바라보며 미소 짓는 지 교수.
―연습한다는 말에 방긋 미소 짓는 그는… 우리네 교수님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지독한 교수님 밈.
멘탈 수업부터 시작된 그 대장정이 아이돌 제작 공방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자기랑 같은 회사 출신 연습생이 둘이나 데뷔하는 덕분에 그 인연까지도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묻고 싶은 것도 많고 듣고 싶은 얘기도 많은 와중 들려온 소식, 지동화가 W앱 라이브를 켰다.
* * *
뭔데. 아무리 봐도 평소보다 숫자가 많은데.
W앱을 켰을 때 평균적으로 찾아오는 분들의 숫자를 가볍게 웃돌고 있다. …사건 사고.
나는 옆자리에 앉아 나처럼 놀라고 있는 석준을 바라봤다.
얘가 혹시 무슨 사고라도 친 걸까. 최근에 내가 논란이 날 만한 일을 한 적은 없었고, 그렇다면. 우리 그룹 넷째가…….
“형님?”
하지만 순진무구한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건 잘못을 했어도 그게 잘못인 줄 모를 유년기의 눈빛이라는 걸.
어린 왕자의 주인공이 어른을 이해하지 못하듯,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증거가 여기 펼쳐져 있다. 석준이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아 보인다.
석준은 내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는 눈으로 살포시 웃었다.
“이분들, 다 형님께 질문이― 있으십니다.”
저런, 내가 사고 쳤나 봐. 나도 누군가에겐 강가에 나온 아이였나 봐.
“음, 잠시만요, 댓글을 읽어 볼게요.”
아, 지난번에 아이돌 제작 공방 끝난 것 때문에…, 대체 뭘 물어보고 싶으신 걸까.
“연습 시킬 때 어떤 기분이었냐는 질문이 있네요.”
어떻긴요, 아무 기분도 들지 않았습니다.
[거짓말.]“다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니까, 조금 더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연습실에 박혀 있어야 할 것들이 잠에 못 이기는 꼴을 보고 있자니 앞길이 막막했습니다.]“특히 저랑 같이 편곡 연습하신 분들을 더 신경 쓴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최소한 제 입김이 닿는 연습생들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닥쳐, 기지생. 몹시 소란스러워.
그러자 눈앞을 뒤엎었던 알림창들이 빠르게 사라졌다. 이럴 때는 눈앞에 글이 있으면 일단 빠르게 읽어 내리는 눈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기지생이 조용히 하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석준이 툭 입을 열었다.
“제가― 아는데, 동화 형님은― 남 연습시킬 때 약간, 기뻐―하십니다.”
“…음.”
“저 작곡 가르쳐 줄 때도― 표정 없이 속으로 기뻐하고.”
점차 말이 빨라지는 공룡 놈. 자기가 관심 없으면 항상 말이 느리던 인간이 갑자기.
“괴로워하는 절 보면서, 즐기는 것 같아요.”
[정곡! 순수한 아이는 내면을 들여다본다고도 하던데 제 분석보다 정확한 것 같네요!]“…아닙니다, 여러분.”
“형님이 아니라면 아닙니다.”
너, 나를 조금 무서워하던 때가 그리워질 것 같아, 준.
‘아니라면 아니다.’라는 말에 아무런 악의도 없고, 순수하게 형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럴 리가 없다는 확신까지 느껴졌지만, 더러운 어른이라 오해할 것만 같다.
“아, 연습 일화―”
석준은 맑게 웃다가 시무룩해졌다가를 반복하고는 곧 입을 열었다.
“조금 긴데, 괜찮으신가요. 지루할 것 같은데.”
준.
길고 긴 시간, 준은 꽤나 빠른 속도로 작업실에 있는 나의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 힘썼다.
놀리겠다는 의도가 없는 게 더 무서운 법이다. 류이든이 나를 놀리려는 마음으로 저런 일화를 말한다면 나도 웃으면서 더 부끄러워할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하지만 석준이 저러면, 나는 그게 순수하게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 와중이라는 걸 알아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장황하고 길었던 여러 가지 일화들.
하나같이 내가 작업실 망령이며, 잠을 집에서 자는 꼴을 못 보고, 그래서 잘 놀아주지 않아서 서글프고, 기타 등등 이야기가 쭉쭉 이어지다가 석준은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동화 형님은 작업실에 찾아가면 주괴를 같이 해 주십니다.”
“결론이 그거야?”
“네. 그래서 저는 요즘 행복해요.”
“…그래.”
“작업실 가기 한 시간 전부터, 행복합니다.”
“…너.”
너, 미친 사람 같아. 차마 W앱 라이브 중이라 뱉지 못할 말을 속으로 삼켰다.
말을 마치고 가만히 채팅창을 읽던 석준이 대뜸 대답했다.
“요즘 가장 많이 대화하는 멤버는― 동화 형님입니다―”
확실히, 그건 그런 것 같아.
“라디오 때문에 그렇지.”
“맞아요! 라디오 주제로 얘기도 하고―, 주괴 얘기도 많이 합니다―”
그런 수치스러운 거 W앱에서 말하지 말아 줘.
나는 아직 나약해서, 다 큰 성인 둘이서 주괴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걸 밝히기에는 용기가 모자라, 준.
“그리고― 이거!”
석준이 자랑스럽게 수첩을 꺼내들었다.
“다시 찾았습니다―”
그걸 보자마자 댓글을 쓰시던 분들도 내 마음을 이해했는지 빠른 속도로 웃음이 차올랐다.
“동화 형님이 잃어버리신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게.
나는 며칠 전 방송국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자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 *
“…저, 동화 씨. 혹시 지난번에 말씀하신 수첩이 이건가요?”
나는 들고 있던 커피를 떨어뜨릴 뻔했다. 뭔데, 왜 여기 있죠.
“잠시, 봐도 괜찮을까요?”
“당연하죠!”
한 장 두 장 넘기며, 기억과 대조해 봤다. 분명히 석준의 망할 수첩. 나를 운동하게 만든 그것.
“…그, 초등학교에서 직업 탐방을 나왔었는데 그때 한 애가 훔친 것 같다네요.”
“저런.”
보호자분이 반드시 사회적 규율을 가르쳐 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사회에 나가기 전에 기본 규칙은 익혀야지 않겠습니까.
“학교에 같이 다니던 친구가 몰래 저희한테 알려줘서 저희도 이제 알았답니다, 정말 죄송해요……. 저희가 잘 간수했어야 하는데. 초등학생이니까 제대로 관리하라고 그렇게, 하…….”
자연재해를 막지 못했다고 슬퍼하는 일은 고대나 중세 시대에 끝났어야 하는 관습인데.
“정말 감사합니다. 준이가 기뻐하겠네요.”
나는 채하민에 빙의해서 조금 해맑아 보일 정도로 미소 지었다.
순간 ‘운동 시간’과 ‘빵값’이라는 매몰 비용이 떠올라서, 분노에 빠질 뻔했지만, 매몰 비용은 어떤 결정을 할 때 고려되어선 안 되기에 참았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은 대체 어떻게 그 초등학생이 내 가방을 골라서 털었나, 싶다. 전문 도둑도 아니고 여기저기 막 털고 다니지는 않았을 것 아냐.
대기실에 앉아서 오늘도 즐겁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리듬을 타던 래퍼에게 수첩을 흔들어 보였다.
처음에는 그저 반가운 얼굴로 날 돌아봤던 석준, 하지만 이내 수많은 감정이 확확 스쳐 지나갔다.
“와! 와아! 와아아!”
성탄절에 선물받은 것 같은 리액션.
방송국이라는 인식은 있는지 이내 목소리를 줄이고 입을 틀어막았다.
“내, 내 자식들…….”
다자녀 가정이네, 준. 대체 몇 마리야. 공룡 종족 번창에 열심히 기여하고 있구나.
석준은 언젠가처럼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수첩을 받아들었다.
“내 자식들…….”
그러고는 품에 꼭 끌어안고는 자리에 앉아 울먹였다.
팬분들 말씀하시길, 자기 덕질 상자가 사라지면 어머니와도 싸움을 불사할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도 나를 용서해 준 걸 보면, 석준이 정말 선한 게 분명하다.
“어디에, 있었, 나요?”
석준은 올망거리는 눈망울로 중얼거렸다.
나는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찬찬히 설명을 시작했다. 최대한 단순한 사실만을 요약해서.
“미안. 나도 간수 잘 했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가방이 아니라 안주머니에 넣고 다녔어야 했다.
“…훔쳐요?”
“응.”
“어떻게…, 남의 물건을 훔쳐요?”
대단하네, 훔친다는 개념이 머릿속에 없는 사람 같다.
실제로 훔치지는 않더라도, 한 번쯤은 상상으로 ‘무언가를 훔친다’라는 상황을 떠올려 보곤 하는데.
“그러게, 어떻게 내 가방에 그게 있다는 걸 알았는지도 모르겠어.”
내가 주괴할 것처럼 생겼나. 세상에, 그건 좀 거부감이 드는걸.
그런데 웬걸, 내 말을 들은 석준이 화들짝 놀라면서 입을 쩍 벌렸다.
“…제가, 알려 준 것 같아요.”
“음?”
“화장실 갔다가, 어떤 애가…, 주괴 씰을 들고 있길래, 어, 어어.”
석준은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저 형한테 제일 귀한 건 다 맡겨 놨다고, 농담으로…….”
저런. 배신감 들겠네.
나는 별말 없이 석준을 자리에서 일으켜 소파에 바로 앉혔다.
“그래?”
“네, 형님 고생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그냥 어린 도둑의 씨앗이 이르게 발아해서 생긴 일 아니냐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말하는 건 멘탈 수업 교수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생 아니었어.”
예전의 나였으면 설득부터 시도했겠지. 석준이 하고 있는 생각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석준이라는 짐승은 다른 멤버들과 달리 설득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하나도.”
훔칠 놈은 훔친다는 비관적인 생각을 뽐내는 것보다 이게 낫다는 걸 나는 오랜 시간 멤버 놈들과 부대끼며 깨달았다.
“너랑 같이 스티커 모으는 거 재밌었어, 난.”
모든 움직임을 멈춘 채, 멀거니 내 눈을 들여다보는 석준. 정말인지 확인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놀랍게도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나는 거리낄 게 없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