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247)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247화(215/343)
시신을 발견하면 염병을 떨지 말고 생존 여부만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예능에서, ‘고양이 찾다가 시신 발견해서 경찰에 신고하고 퇴근했답니다.’라는 결말은 무언가 이상하다.
“어? 이런 게 있었네.”
조금은 성급한 강희 선배가 무언가를 딸깍였다.
“녹음 파일 있다.”
“하긴 우리 핸드폰도 없잖아.”
“정말, 끝까지 몰렸다는 컨셉만 리얼해. 우리 돈도 한 푼 없어서 여기까지 걸어온 거 실화야?”
“어쨌든, 틀어 볼게요!”
강희 선배의 말이 끝나며, 공장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띡, 이라는 기계음이 울리고,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야, 너 이러면 안 되는 거 몰라?
―너도, 그랬으면 안 되지. 개X끼야.
“어머나.”
―너, X발, 진정해.
―하하, 진정은 무슨. 그럼 너는 왜 진정을 안 했어.
―아, 대화가 안 되네. 꺼져. 가서 스토킹으로 신고 넣을 테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 소리와 무언가를 여러 번 찌르는 소리.
내 옆에 있던 준성 선배가 내 어깨를 부여잡으며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모든 소음이 끝나자 찾아온 정적.
“이게, 단가 봐. 파일 끝났어.”
“와, 야, 경찰 불러, 경찰. 이건 답이 없어.”
이상하네. 저게 왜 녹음이 완료되어 있을까. 녹음기는 완료 버튼을 눌러야 녹음이 끝날 텐데.
“너도 그 생각 중이냐, 막내야?”
한호 선배가 옆에 서서 중얼거렸다.
“녹음이, 왜 종료됐는지요?”
“응. 이상하잖냐. 요즘 기술이 좋아서 알아서 녹음 멈추기도 하나?”
“제가 아는 한으로는 없어요. 필요가 없으니까.”
“찔려서 죽었으면 녹음이 길게 남아야지. 왜 끝나냐. 찌른 놈이 녹음하기라도 한 거야, 뭐야.”
그리고 또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예전에 할머니가 세바스찬이 갈 법한 장소를 추천해 줄 때 나눴던 짧은 대화를 떠올렸다.
‘이렇게 세 군데 정도 자주 다니는데, 특히 여기. 이 공장에 자주 가.’
‘오, 엄청 멀리 산책 가네요.’
‘그렇지? 이상하긴 해. 왜 이렇게 먼 곳을 좋아하는지…….’
왜, 굳이, 여기까지 그 고양이가 산책을 오는지.
아무렇지 않게 흘러갔던 대화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어떤 함의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혼란스러운 대화, 어차피 답도 알 수 없는 의문.
리더 격인 경우 선배가 대강 상황을 정리하려 입을 열었다.
“일단, 나가자. 여기 더 있다간 정신 나갈 것 같아.”
“그래. 경찰에 신고를 하든, 아니면 할머니를 한 번 더 뵙든 해.”
우리는 서둘러 발을 옮겼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겠다는 소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쾅.
커다란 소리가 나며 우리가 열고 들어왔던 공장의 문이 닫혔다.
여러 잡다한 시설이 있지만 대부분이 텅 빈 공간인 공장의 1층, 그리고 꽤 큰 문이어서 그런지 그저 문이 닫혔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큰 소음이 퍼졌다.
“아, 씨, 아!”
준성 선배가 화들짝 놀라며 날 부여잡았고, 다른 선배들도 몸을 움찔거리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려 애썼다.
“…둘째야.”
“…왜, 한호 형.”
“이거 OTT에 올라간다고 했나?”
“응.”
“우리 X됐네.”
심각한 상황에 어울린다면 어울리고,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은 외마디 쌍욕이 퍼지자 순간 짧은 헛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문, 닫힌 거야, 저거?”
“확인해 볼게.”
재빠르게 달려간 강희 형이 문을 몇 번 흔들어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다른 출구는.”
모두들 주변을 둘러봤지만, 흔한 창문조차 없는 공장 내부에 한숨이 밀려왔다.
“보기에는 없지.”
“…첫째 형.”
“…왜, 경우야.”
“확실히 X됐네.”
평소에는 너무나 젠틀한 사람의 입에서 울리는 욕지기는 바람 따라 살아가는 인간의 그것과는 사뭇 느낌이 달라서 다시 또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이번에는 꾸역꾸역 참았다.
* * *
시체―는 배우, 정말 고된 직업이다.―옆에서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게 조금, 그래서, 우리는 2층으로 올라왔다.
“…야, 여기 공장은 맞아?”
1층은 공장이라고 보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2층은 조금 달랐다.
거실과, 방 세 개로 구성된, 그러니까 아파트 같은 공간.
“가정집 아니고? 여기가 무슨 공장이야.”
“누가 살던 곳 같다.”
계단을 오르는 와중에도 우리의 준성 선배는, 믿음직한 선배답게 내 뒤에 달라붙어서 허리춤을 꼭 부여잡고 고개만 앞으로 빼꼼 내민 상태였다.
“형…….”
“제가 동생입니다.”
“네가 형 해 줘. 나 무서워 죽겠다, 진짜.”
류이든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나보다 나이 많은 인간한테 형 소리 듣는 건 그 인간 하나로 족합니다.
“…이 프로그램, 뭐 이러니. 너무 밑도 끝도 없는 거 아니냐고.”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하나 봅니다.”
“칠봉아, 감금당한다는 말은 계약서에 없다며…….”
참고로, 칠봉 씨는 한호 선배의 매니저분 성함이다.
“…일단,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문 부수면 되잖아.”
그러면 그건 방송이 아니라 진짜 생존극이잖습니까.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잖아요.
그러나 강희 선배는 진지한 표정으로 ‘공장이면 망치 같은 것도 있겠지.’라며 19세기 영국 기계 파괴 운동을 주장했다.
“강희야, 우리는 법 안 어겨.”
“감금은 합법이야?”
“계약서에 지장 찍었으면 합법이지.”
“칠봉이가 없댔다니까.”
만약 실제라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고 있음에도, 한호 선배의 말장난에 자꾸 웃음이 터지려 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지 다들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진지하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리의 믿음직한 넷째 형, 준성 선배는 여전히 두려운지 사주경계를 하는 미어캣처럼 연신 고개를 움찔거렸다.
“도, 동화야.”
“…형이라면서요.”
“형!”
“왜 부르십니까.”
“안전한 거 맞지?”
“…글쎄요.”
“안전은 무슨, 여기서 갑자기 누가 튀어나와서 칼로 찌를 수도 있지.”
“한호 형 말이 맞지.”
“그치.”
고요함.
우리의 믿음직한 형이자 모두를 지켜낼 수호의 기사, 준성 선배는 이전보다 훨씬 강렬한 기세로 사주경계에 이입했다.
“잠시, 상황을 정리해 보자. 우리 갇혔잖아.”
끄덕.
“그럼, 저 문은 누가 닫은 건데?”
“제작진?”
“한호 형, 컨셉 지켜.”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기 위해 노력했다. 하, 고역인데.
“그럼 범인이라고 봐야겠지.”
“범인이 여기서 생활한 거겠지?”
경우 선배는 주변을 둘러봤다. 분명한 생활공간. 누군가가 살고 있음을 증명하듯 이곳저곳에서 생활의 흔적이 묻어났다.
“그럼 여기, 완전 범인 손바닥 안인 거잖아.”
“그러네.”
“그럼, 걔는 다른 출입구도 알고 있겠네?”
그러자 다시 한번 손을 파르르 떨면서 격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우리의 미어켓, 준성 선배. 정말, 정말로 믿음직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려다가 실패했다. 우리의 준성 선배가 팔을 부여잡고 있어서.
“…동생.”
“네, 형!”
“저, 잠시 주변 좀 둘러보게 팔 좀 놔주세요.”
“네!”
그리곤 곧바로 강희 선배의 팔을 붙잡으려다가 멈춰 서서는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고 나서 한호 선배의 팔을 부여잡았다. 의지할 대상은 가리나 보다.
“일단, 한번 뒤져볼까요?”
“범죄야, 그거, 막내야.”
“긴급 피난 상황이니까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합니다.”
“오, 그럴듯해. 사실 아니어도 이 정도 불법은 다 저지르고 사는 거거든.”
한호 선배가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나, 려다 실패했다. 마찬가지로 붙잡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걸 뒤로한 채 방을 잠시 둘러보다가, 별생각 없이 탁자 위의 사진을 살펴봤다.
…아까 전, 그 할머니가 작은 소년을 안고 있는 사진.
“형들.”
막내의 말에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이 집에 사는 분, 아까 그 할머님 손자인가 봅니다.”
적막한 공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숨 쉬는 것조차 무거울 정도의 밀도로 공기가 짓눌렀다.
음, 왜 몰입이 되지. 이건 설정된 상황인데. 한호 선배가 먼저 적막을 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할머니랑 치고받고 싸우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나가야지. 뭐 없어?”
나도 동의하는 바라서, 위법성 조각 사유에 기대어 방의 이곳저곳을 뒤집어엎었다.
* * *
“동화야, 이거 봐.”
드디어 침착함을 되찾은 나의 선배, 준성 형이 한 노트를 내밀었다.
“내용이 좀…….”
나는 공책을 받아들고 빠르게 읽어 내렸다.
‘옛날 한 마을에, 거짓말쟁이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자기 친구와 두 그릇의 밥을 먹다가 문득, 한 그릇이 더 먹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소년은 소리쳤습니다. 여기 양을 죽인 범인이 있다! 친구는 사람들에게 잡혀 가고, 그 소년은 두 그릇의 밥을 홀로 먹을 수 있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범인이, 자기가 죽인 이유를 쓴 것 같지?”
“…글쎄요.”
머리를 굴리자. 아까 전의 녹음된 대화를 떠올리자. 천천히 머릿속 기억을 헤집었다.
―야, 너 이러면 안 되는 거 몰라?
―너도, 그랬으면 안 되지. 개X끼야.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했던 말, ‘그랬으면 안 되지.’ 그리고 우화로 추정되는 이야기 속에서 벌어진 사건.
“…배신당했나 봅니다.”
“배신?”
“아직 추측이긴 해도, 범인이 피해자에게 과거에 누명을 썼고, 그래서 살인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말하자마자 연상 작용으로 떠오르는 할머니가 하신 말.
자신의 손자가 딱하다며 안쓰러워하시던 할머니. 아마도 그 딱한 이유가…….
“아우, 나는 머리 아파서 더 못 보겠다. 찾아보고 있어 봐요. 잠시 내려갔다 올게! 혹시 더 열리는 문 없는지.”
강희 선배가 찌뿌둥하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1층으로 내려가려다 우뚝 섰다.
“…범인, 없겠지?”
“있었으면 진즉에 올라와서 우리 죽였겠지.”
한호 선배의 매정한 한마디에 납득했는지 계단을 밟으며 아래로 내려가는 선배.
“원래 이런 거 개인 행동하다가 죽는 게 클리셰 아닌가 몰라.”
“셋째도 좀 사랑해 줘. 애 엇나갈라.”
“지가 엇나가 봤자지.”
중학생 자녀를 둔 부부 같은 대화를 하는 첫째와 둘째, 그리고 여전히 내 팔을 잡고 여기저기를 불안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넷째.
모두들 저마다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을 때, 거짓말처럼 아래층에서 비명이 울렸다.
모두 굳어 있을 때, 한호 선배가 두꺼운 책을 한 권 들고 곧바로 내려갔다.
“따라와! 내 동생 건드렸으면…….”
그에 모두들 십시일반으로 주변에 흉기가 될 법한 물건을 들고 후다닥 내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1층에 도착했을 때.
“…뭐야, 저거?”
자리에 앉아서 떨리는 눈으로 한곳을 바라보는 강희 선배.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는, 아까까지는 버젓이 있던 시체가 사라진 현장이 놓여 있었다.
“왜, 왜 없어? 누가 치웠다는 거잖아.”
“…할머니, 대체 어떻게 기르신 거예요.”
아무리 연기자라고는 해도, 우리의 몰입이 중요한 상황극을 하는 중인 지금, 밖으로 나가진 않았을 것이다. 최대한 원래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했어야 하고.
그런데 그 시체가 사라졌다는 건.
“누가, 우리랑 같이 있긴 한가 봅니다.”
나는 짤막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옆에서 내 어깨를 부여잡은 준성 선배의 호흡이 가빠지더니 나를 꼭 끌어안으며 울먹였다.
“무서워! 구해 줘, 동화 형!”
“저도 똑같이 감금된 상황이에요, 형.”
준성 선배에게 붙잡혀 이리저리 휘둘릴 때, 나는 짧은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그런데, 왜 시체 있던 자리에 핏자국이 없을까.’
그 정도로 꼼꼼하지 못한 PD님이었나, 장 PD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