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25)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25화(25/343)
25.
‘…인간은 왜 살까.’
나는 영화관에 앉아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스크린 안에서는 이등신의 캐릭터들이 옥신각신하며 세상을 구하기 위해 ‘황금의 팬케이크’ 레시피를 복원하기 위해… 하, 줄거리는 그만 알아보자.
내가 이 황금 같은 휴일에 대체 왜 이런 영화를…….
“흐어엉, 흐윽, 흐억.”
…애들도 안 울잖아, 닥쳐, 석준.
스크린 속에선 포도를 의인화한 알프레드가 설탕 바위에 다리가 끼이자, 멜론을 의인화한 레딘이 마지막 팬케이크 레시피를 가지고 도망치다 말고 어정쩡하게 서있는 중이다.
대체 여기 어디에 울 만한 포인트가 있단 말인가.
‘레딘, 날 버리고 뛰어!’
‘맙소사, 알프레드, 널 어떻게 내가…….’
‘세상을 구하려면, 그 팬케이크 레시피가 필요하잖아!’
‘알프레드, 너 없이는 팬케이크 따위 아무런 의미도 없어!’
…레딘, 그 팬케이크 레시피는 너희 세계관에서 다분히 의미 있는 거잖아.
“알프, 흐허억, 레드…….”
넌 입 좀, 제발.
‘저런… 친구를 버리지 못해 세상을 버리다니. 안타깝군, 안타까워. 레딘, 친구 따위는 아무런 의미 없다는 걸 모르니. 그냥 버리고 도망치는 게 낫지 않겠어?’
7등신은 되어 보이는 마녀가 레딘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쟤도 더럽게 갑갑하군.
친구를 버리라고 설득할 때가 아니라 저렇게 레딘이 등신처럼 어영부영하고 있을 때 레시피를 강탈해야지, 마녀야.
내가 너였으면 세상은 이미 멸망했겠구나.
“마녀, 나빠… 나쁜 마녀어, 흐윽, 허억, 흐어억.”
…준, 저건 나쁜 게 아니라 멍청한 거라고.
* * *
때는 오늘 아침, 내가 오랜만의 휴일에 멍하니 자고 있을 때 석준이 찾아왔다.
“형님― 저랑― 영화 한― 편― 보시지― 않겠습니까.”
얘도 자다 깼는지 말이 평소보다 더 느리다.
“…왜?”
“사실― 다른 분들이― 다 저랑― 영화를 봐주지― 않아서.”
“…왜?”
혹시, 얘 애들 사이에서 따돌림 같은 거라도 당하고 있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그런 거라면 류이든부터 죽여야겠군.
“…그래, 가자.”
그러자 석준이 화들짝 놀라며 기뻐하더니 소리쳤다.
“형님은 진짜 제 사랑입니다!”
“…그런데 제목이 뭐야?”
“프루츠월드 : 말랑말랑 팬케이크 대작전입니다.”
…뭐? 다시 말해봐, 이 공룡아.
* * *
따돌림이라 생각한 게 문제다. 학창 시절 떠올라서 정말 드물게도 동정심이라는 게 발동했는데, 뭐 이딴.
우리는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왔다. 어린이 영화를 평일 조조로 일찌감치 보는 사람은 우리를 제외하곤 어린아이들과 그 부모밖에 없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중에서 울고 있는 사람이 포함된 집단은 우리밖에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수건을 꺼내 석준에게 내밀었다.
“감사― 흐윽, 합니다―”
…넌 TV에 나오는 배우처럼 멀끔하고 진중하게 생겼으면서, 머리가 대체 왜.
미신을 믿고 싶진 않지만, 눈물점이 있는 놈이 이렇게 울어대니, 경험적 증거를 발견한 기분이다.
“…그럼 이제 들어갈까.”
“아! 잠시만요― 이든 형이― 영화 끝나면― 연락 달라고 해서―”
…류이든, 이 개… 하. 같이 놀고는 싶은데 영화 보기는 싫어서 머리 썼다, 이거군.
* * *
한 아이돌 커뮤니티, 더넥니 멤버들의 목격담이 뜨겁게 올라오는 중이다.
[(더넥니) 지동화 석준 영화관에서 목격함]나년은 CSV 알바 1년 차
매점에서 팝콘 튀기고 있는데 지동화랑 석준 와서 나쵸 콤보 사 갔다 (마스크 껴서 긴가민가했는데 석준 눈물점이랑 지동화 고양이 눈 보고 확신했다)
석준 원픽인 나 지금 심장 빠개지는 거 가까스로 참고 글 찌는 중
근데 웃긴 게 ㅋㅋㅋㅌㅋㅋ 이 시간대에 하는 영화 이거밖에 없음 ㅋㅋㅌㅋㅋㅋㅋ
(프루츠월드 홍보 포스터)
댓글
(전략)
―동화 저 영화 볼 생각하니까 개설렌다… 딱 봐도 석준이 끌고 가서 억지로 봤을 듯
―ㅁㅊ 진짜 ㅅㅂ ㅋㅋㅌㅌㅋㅋ 아니 이 아침부터 둘이서 나쵸 들고 저 영화 볼 생각하니까 미치겠다 진짜
―ㄱㅆ) 속보 속보 석준 영화 보고 나와서 우는데 지동화가 손수건 건네줌.
―지동화 ㅅㅂ 진짜 미쳤냐고 진짜 뭔데
―와… 그 덩치로 아동 영화 보고 우는 석준이나, 지보다 큰 애 운다고 손수건 챙겨주는 지동화나, 진짜 둘 다 와, 진짜 어떡하지 숨 쉬기 좀 어려운데
―글쓴아… 더 정보 더 없니…?
(중략)
―ㄱㅆ) 속보 류이든 채하민 합류해서 방금 떠남 마스크 껴서 잘 몰랐는데 피지컬이랑 키 보고 추론함
* * *
“동화야, 어디 갈까?”
“그러게, 우리 동화 가고 싶은 데로 가야지.”
“저도― 동화 형님이― 가고 싶은 데라면― 어디―든.”
…마음 같아선 도서관에 가고 싶은데. 친구…랑 놀아본 적이 없으니, 뭘 해야 할지.
“…저 친구 없어서 뭐 하고 노는지 모릅니다.”
“왜 갑자기 존댓말이야, 동화 형! 말 놓기로 했잖아!”
“…됐으니 너희들이 이끄십시오.”
“오, 이게 그 반존대라고 하는 건가?”
류이든과 나의 답 없는 대화를 듣고 있던 채하민이 중간에 끼어들더니 말한다.
“그럼 우리 놀이공원 갈까?”
…친구가 없어서 물어도 모른다고, 토끼 자식아.
* * *
그렇게 채하민을 따라 놀이공원에 간 우리는 입장권을 끊고 들어갔다.
‘더럽게 비싸군.’
비용 대비 효용이 나오긴 할까.
채하민은 놀이공원에 들어섰을 때부터 류이든이랑 같이 팔짝팔짝 뛰면서 즐거워하고 있고, 나와 석준은 천천히 그 뒤를 따라가며 걷고 있다.
나는 주변 풍경을 바라봤다.
“…낭만적이군.”
자연과 이국적인 건축물이 어우러진 풍경은 다분히 아름다웠다.
그러고 보면… 여기로 오고 나서 놀러 나가는 일이 많아졌군. 새로워.
“이든이 형! 우리 뭐부터 타러 갈까?”
“음, 얘들아, 다 무서운 거 잘 타?”
“…타본 적 없어서 몰라.”
“와, 동화 형, 여기 왔으면 무조건 타봐야 하는 게 있어.”
“…뭔데?”
류이든은 보면 알 거라면서 우리를 이끌곤 달려가기 시작했다. 대체 왜 굳이 뛰는지 모르겠지만, 뛸 이유는 없으니 나와 석준은 느긋하게 걸었고, 채하민은 혼자 달려 나가는 류이든과 우리 쪽을 번갈아 보더니, 류이든 쪽으로 달려간다.
‘쟤는 정말로 누가 혼자 있는 거 못 보는 성격이군.’
그렇게 나와 석준이 별다른 말 없이 걷던 중, 내 눈앞에 기괴한 건축물이 나타났다.
“…준.”
“네―”
“…저거야?”
“네―”
“…떨어지면 죽잖아.”
“음― 맞는― 말씀입니다.”
저걸 롤러코스터라고 부르던가? 대체, 왜, 이딴 걸 돈 내고 타는가.
내가 멍하니 레일의 회전과 높이, 그리고 떨어지는 각도를 보며 죽을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있을 때였다.
“동화야, 저거 타도 괜찮겠어?”
채하민이 날 붙잡더니 물었고…….
“동화, 저게 겉보기엔 무서워 보여도, 타보면 스릴감이 진짜 좋아!”
류이든은 해맑게 웃으며 지껄였다.
“…저 기계, 사고 난 적 있습니까?”
“우와, 동화 형, 너는 긴장해도 존댓말하는구나.”
“…류이든 씨, 조용히 하고 설명하십시오.”
“사고 없었을걸?”
“…한번 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돈을 내고 들어왔는데 꼭 타봐야 한다는 기계도 안 타보고 나가긴 돈 아까우니까.
* * *
나는 10분 전의 나를 죽여버릴 거다.
지금부터 타임머신 개발에 착수해서, 10분 전의 시점으로 돌아가, 돈보단 목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에게 72시간 연속으로 설교할… 세상에, 잠깐만.
롤러코스터가 정점에 도달해서 잠시 움직임이 멈췄을 때, 나는 옆에 앉은 류이든의 손목을 급하게 부여잡았다.
“동화, 이거 떨어질 때 만세 불러야…….”
“닥치십시오!”
그리고 그 순간 롤러코스터가 떨어진다.
높은 위치에서 점점 가속하던 녀석은 영혼이 육체를 벗어나도록 만들 셈인지 이리저리 비틀리며…….
“으억!”
한 바퀴 회전하더니…….
“류이든, 죽일, 거야!”
다시 한 바퀴를 회전했고…….
“스릴은, 개뿔, 내가 직접, 느끼게…….”
다시 밑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기 직전까지 내몰린 나는, 롤러코스터가 멈추자마자 옆에 앉은 류이든의 멱살부터 잡았다.
“…장난칩니까? 재미는 무슨, 이건 이승을 송별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잖습니까.”
“우와… 동화 형… 어휘력 장난 없다.”
류이든은 그렇게 헤실헤실 웃으며 답했다.
안전 바가 풀리자마자 밖으로 뛰쳐나간 나는 아무 벤치나 붙잡고 널브러졌다.
그런 나를 걱정스레 바라보던 채하민은 어디서 사 온 건지, 물 한 병을 내게 내민다.
“괜찮아, 동화야?”
“…하민.”
내 부름에 자기가 놀이공원에 오자고 했던 일을 떠올렸는지 불안한 눈초리로 답한다.
“…왜?”
“류이든 죽이는 거 도와줘.”
드디어, 숙원 사업이었던 류이든 암살 계획을 시행할 때가 왔다.
“…음, 독약을 활용하는 거라면.”
내 말에 망설이다 결심한 듯 결연한 눈으로 답하는 채하민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미친놈.’
* * *
“평화롭다, 동화야.”
“…그러게.”
익사이팅을 원한다며 미칠 것 같은 기계만 타자는 류이든을 석준과 함께 보내버리고, 나는 채하민을 데리고 회전목마를 타고 있다.
나는 손잡이를 잡고 자연 풍광을 즐긴다. 채하민도 이 평화로움이 좋은지 해맑게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류이든 하나 없으니 이토록 평화롭다면, 진짜 암살을 해도…….”
그 말을 듣고 채하민은 실실거리더니, 묻는다.
“그래서, 동화야, 지난번에 말한 기억 되돌아온 건 잘 해결된 거야?”
“…반쯤은.”
“다행이다, 나 그 일 있고 나서 엄청 걱정했거든. 너 힘들어하는 거 본 건 그때가 두 번째였으니까.”
“…두 번째?”
“응, 처음은, 나랑 애니멀 테라피 하러 간 날!”
아, 그 뱀 잔치.
“그러고 보면 그날 할머니한테 전화 왔었는데, 너가 내 귀인이라고.”
…사주를 미신이라고 욕할 게 아니었군.
“…귀인이라고 달라질 게 있나.”
그러자 채하민은 순간 무슨 의민지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이런 것만 눈치 빠른 놈.
* * *
회전목마 다음에 범퍼카와 어린이들도 탈 수 있는 물배까지 타고 다시 재회한 우리는 류이든의 강권으로 한 곳 앞에 섰다.
“…나는 류이든, 당신이 강하게 가자고 주장했다는 게 불안하기 짝이 없어.”
“…그래도 형이라고 불러주라, 동화 형. 하여튼 여긴 진짜 재밌을 거라니까?”
그렇게 네 명이서 ‘호러 익스프레스’라는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낮은 조도와 무덤을 재현한 듯싶은 분위기가 펼쳐졌다.
오, 이런 공간을 돌아다니는 거군.
그렇게 한 2분쯤 걸었을 때였다. 나는 무거워진 걸음에 잠시 발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오른쪽에서 내 팔을 부여잡는 석준과 왼쪽에서 내 팔을 부여잡는 채하민, 그리고 내 뒤에서 고개 숙이고 있는 류이든.
나는 무거운 몸을 애써 참으며 물었다.
“…뭐 해.”
“형님은― 이런 거― 안 무서워하는― 게 티가― 나니까.”
느릿한 말투로 속을 뒤집어놓고…….
“동화야, 나, 나, 좀, 무, 서운데.”
몸을 덜덜 떨어서 전원 끄라고 소리치고 싶게 만들고…….
“동화 형! 멈추지 말고 가요!”
…되도 않는 형 소리에 화가 난다.
그렇게 걸어가다가 어떤 귀신분께서 갑자기 등장하시더니 날 부여잡았다. 그 순간 다른 놈들은 소릴 지르며 나로부터 물러났다.
“…저, 죄송하지만 앞으로 가야 해서, 비켜주시겠습니까?”
그러자 귀신 연기자분께선 약간 흠칫하시더니, 눈이 없는 분장을 한 얼굴을 내게 천천히 들이민다.
노동자의 애환이 느껴지는군.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만, 부디 지나가는 걸 허락해 주십시오.”
내가 말하자 귀신분께서 푸흡 하고 웃으시더니 나로부터 도망가셨다.
“동화야, 넌, 넌, 귀, 귀신 안 무서워?”
“…존재하지도 않는 걸 왜?”
차라리 사람이 더 무섭지. 게다가 저분은 진짜 귀신도 아니고, 그저 노동자일 뿐인데?
그러자 류이든이 손을 들고 외쳤다.
“아니! 나 귀신 진짜 본 적 있어!”
“…잘못 본 게 아니고?”
그렇게 류이든의 귀신 본 일화를 들으며 우리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의 비명과 빠른 뜀박질이 무수히 반복된 끝에 마지막 코스까지 돌파하고 우리는 출구를 나섰다.
나를 제외한 모든 놈들이 반쯤 혼이 나간 채였고, 그중에서도 채하민은 제대로 서지도 못하겠는지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밥 먹으러 가자.”
나는 채하민을 일으켜 세워 서로 끌어안고 반쯤 울고 있는 류이든과 석준에게 다가갔다.
* * *
그리고 다음 날 우리는 연습실에 모여 장해진 팀장의 브리핑을 듣기 시작했다.
“자, 여러분, 이번 주 토요일이면 4차 경연이 방영되는 거 알죠? 미리 공지드리자면, 4차 경연 방영되고 5일 후에 탈락자 발표 진행됩니다.”
그러자 엄숙해지는 분위기에 장해진은 잠시 말을 멈추곤 곧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 중, 단 6명만 마지막 미션을 진행하게 되며, 그때 총 두 곡을 생방송으로 보여줄 계획입니다.”
그리고 장해진은 엄숙하게 선언하듯 말한다.
“그런데 두 곡을 하기엔 연습 기간이 짧잖아요? 그래서 탈락자가 확정되기 전에 단체곡 미션 중 하나에 대해 미리 귀띔해 드리려 합니다. 특히 지동화 연습생이 잘 들어주시면 좋겠네요.”
…대체 무슨 소리인지. 만에 하나 내가 탈락하면 어쩌려고 저런담.
“마지막 경연 미션 중 하나는 자체 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