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250)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250화(218/343)
살인마의 아들이 있었다. 그리고 살인마의 어머니가 있었다.
그 둘은 마을에서 은근히 손가락질 받았지만, 어머니 쪽의 사정은 차라리 괜찮았다.
어른들은 속으로는 ‘범죄자의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밀어낼지언정, 대놓고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아이들은 순수하다. 무엇이 나쁜지 모르는 아이가 저지르는 악행은 무서울 지경이다.
어렸을 때 목화와 함께 뒷산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그때 목화의 친구라고 따라온 아이가 겨울잠에서 아직 깨지 않은 개구리를 발견하곤 자랑하듯 보여 줬다.
‘자는 중이야.’
‘그럼 깨워 줘야겠다!’
라고 말하며 그 아이는 자기 손바닥 위에 있는 개구리를 내리쳤다.
‘…세상에.’
나는 두 손을 붙이고 있는 아이를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세상에, 지금이나 그때나 놀라는 방법이 똑같잖아.
그리고 그 아이는.
‘왜, 형?’
나는 아직 그때 그 아이의 순진한 눈과 죽은 개구리 사이의 부조화를 기억한다.
여담이지만 그 아이는 한 시간 동안 나한테 설교를 들었다. 생명의 가치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가르치려니 죽을 맛이었다.
어쨌든, 그 정도로 아이는 순수해서 문제가 된다.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너무나 명확한 낙인은, 누가 나서서 저 아이랑 놀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외톨이가 되게 했다.
그때 그의 집에는 할머니도 없었다.
손자 먹여 살리려면 정말 바쁘게 일해야 했으니까. 할머니는 아침 일찍 나갔다가 돌아오는 사람.
그래서 그의 집에 있는 거라곤 그와 웬 생쥐들뿐이었다.
자고 있으면 옆에 무언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경기를 일으켜 잠에서 깨면 도망치는 생쥐의 뒷모습이 보였다.
‘야, 쟤 아빠 살인마란다!’
아이는 그런 생쥐의 뒷모습에서 자신을 보면 경악하며 도망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겹쳐 봤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2월 29일, 감옥에서 죽었으니까.
하필이면 윤일(閏日)에 돌아가셔서 4년에 한 번 기일이 돌아오는 날짜였다.
그러나 자기가 벌어온 돈으로 할머니가 자신의 소망이었던 골동품점을 운영하게 되고, 시간이 흘러, 나름대로 행복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삶을 살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그는 사람을 믿지 못했지만, 취미가 생기고 나서는 홀로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해졌으며, 할머니와는 여전히 그 관계가 돈독하니까.
서서히 그의 머릿속에선 아버지의 죽음이 사라지고, 2월 29일에 우울해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후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무렵, 그는 우연히 알게 된다.
“아버지가 누명을 썼다는 사실을…….”
귓가에 흘러나오는 감동적인 음악이 신경을 긁는다.
이 영상은 저 살인마가 ‘내가 너를 죽이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것일 텐데, 이런 음악을 선정했다니.
이후로 그는 생쥐의 환영을 본다.
자기도 생쥐라고 소리쳐 봐도 등 돌리는 다른 생쥐들의 악몽을 꾼다.
자신을 앞에 두고 뒤돌아서는 동료 직원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경기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렇게 모든 영상이 끝나고 나서, 나는 머릿속을 정리했다.
영상이 끝나고 나서는 추가로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 시간을 더 늘려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새 나왔다.
어떻게든 수를 찾아야만 한다.
* * *
잘 알겠고, 사정도 이해했다.
원래 범죄에 하나쯤 사정이 있는 법이고, 없는 게 더 무서운 일이다.
이 영상을 만드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어떻게든 자신을 합리화하고 싶은 방어 기제가 없는 편이 더 이상하다.
그래도 범죄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니지만, 안타까운 사정이 있다는 것 정도는 수용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린 왜 죽일까.”
복수도 완수했으면 자결을 하든 자수를 하든 선택하면 그만인데.
실제로 예전에 봤던 일기에선 자결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에 문득 혼잣말을 중얼거렸을 때, 옆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끝나고 나니까 살고 싶더라고.”
“…저런.”
미친놈이네.
난 옆을 돌아봤다. 생쥐 가면을 쓰고 있는 서른다섯 살 먹은 애새끼 한 명을 보고 있으려니 방송인 걸 아는데도 짜증이 치밀었다.
멘탈 수업처럼 백기를 들어 올려 상황극을 멈출 수만 있다면 좋겠네.
“어르신은 아시나요.”
“어렴풋이 눈치채셨을걸. 쥐 두 마리는 보여 드렸으니까. 오늘 가서 다 털어놓으려고 한 마리는 서랍 안에 숨겨 뒀거든.”
“어르신은 손자분이 잡히길 바라나 봅니다. 고양이 핑계로 저희를 이곳에 부른 걸 보면. 한 분이라도 구하시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일부러 얄밉게 쏘아붙였다.
이런 식으로 말해 보는 건 처음인데, 어쩔 수 없다.
“…지랄 마.”
“그런데 저희가 열어 드린 서랍장에서 쥐 한 마리를 보고 어찌나 심각해 보이셨는지 모릅니다. 자기 손으로 사랑스러운 손주를 신고하기에는 약한 분이셨네요.”
“너, 함부로 나불대지 마.”
나는 상대방의 눈치 따위 보지 않는 미치광이처럼 마구 떠들어댔다.
원색적이진 않아도 은근하게 돌려 말하면서 상대방의 신경을 긁는 소리.
“복수가 끝나고 나니 자기 인생은 아까우면서 막 취직에 성공한 제 인생은 아깝지 않으십니까. 아, 이제야 스스로 생쥐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톤을 조절하고, 강세를 넣고, 묘하게 웃는 표정을 짓는다.
“자기 책임을 남한테 전가하는 꼴이니까 당신이 탓하던 생쥐들과 다를 바가 없잖아요. 제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운 사람을 닮아가는 아들이라니.”
일부러 교묘하게 선을 넘는다. 물론 사실이어도 듣는 사람은 기분이 더러울 수밖에 없다.
눈을 돌려 주변을 한번 돌아본다.
“쥐덫, 자기가 묻힐 쥐덫을 스스로 만드셨으니까 사람인 제 입장엔 자체 방역도 되고 좋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오른 살인마놈이 천천히 유리문 쪽으로 다가와 비밀번호를 눌렀다.
널 내 손으로 죽이고 말겠다는 기백이 느껴졌다.
띠릭, 마침내 번호가 모두 눌리고, 잠금쇠가 돌아갔을 때, 한마디 툭 던졌다.
“하시려면 지금 하셔야 합니다.”
순간적으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는지 살인마가 의아한 기색을 비쳤다.
손이 멈추고, 미처 채 내뱉지 못한 마지막 말이 튀어나왔다.
“넷째 형.”
살인마의 어깨 너머, ‘주의 좀 끌어 줘!’라는 팻말을 들고 조심스레 다가오는 우리의 존경스럽고 위대한 선배 준성이 형과 눈이 마주쳤다.
준성이 형은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다가와 한 녹음 파일을 틀었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우렁찬 소리.
“야옹!”
세상에, 제압할 확실한 수단이 있다기에 뭔가 했는데.
* * *
때는 영상이 끝나고 생각을 정리할 무렵, 문이 열리기에 살인마이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자기 인생은 아깝고 남 인생은 아깝지 않은 사람에게 줄 동정심은 단 한 톨도 없으니까.
“막냉이!”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 목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긴 수식어를 가진 준성이 형이었다.
물론 그 꼴은 유리에 얼굴을 문대고 있는 꼴이었지만.
게다가 입고 있는 옷이 모두 먼지투성이에 얼굴에도 검붉은 게 묻어 있지만.
나도 호응하려 유리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 사람, 잠시 나가서 들어왔어.”
“지금이라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놈이 나가는 곳을 따라가다가…….”
“떽! 지금 네가 여기 갇혀 있는데 무슨!”
‘떽’이라니, 목화한테도 해 본 적 없는 소릴.
그리고 누가 보면 내가 거룩한 희생이라도 하려던 줄 알겠다.
“네 명이면 제압할 수 있잖아요. 그러고 나서 절 꺼내 주시면 됩니다.”
“…어, 그런가? 그러네.”
준성이 형은 멍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근데 늦었어. 다른 형들은 이미 숨어서 출구 위치만 파악하는 중이라서…….”
“저런, 아쉽네요.”
“아니야. 안 끝났어. 우리가 저 사람을 확실히 제압할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시간이 없으니까 계획만 빨리 말할게.”
준성이 형은 신난 목소리로 한껏 탈출 계획을 설명했다.
내가 그 사람이 주변을 신경 쓰지 못하게 하면, 자신들이 ‘확실한 제압 수단’으로 그를 기절시키겠다는 것.
“그게, 뭔지, 여쭤봐도…….”
더럽게 불안해.
“바로 이 녹음기지!”
* * *
더럽게 불안하다 했다.
고양이 찾으러 왔다는 소리에 당혹스러워하길래 집에 고양이가 없다는 것쯤은 눈치채고 있었지만, 고작 이런 걸로 사람이 쓰러질.
털썩.
“성공! 형들 성공했어!”
준성이 형의 외침에 다른 선배들이 모두 방에 들어와 얼싸안고 기뻐했다.
중간에서 한호 선배가 웃으며 소리쳤다.
“봤냐. 될 거랬잖아!”
…‘봤냐, 될 거랬잖아!’라면, 본인들도 이게 확실하다고 여긴 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우선 밖으로 나왔다.
저 꺼림칙한 방에서 드디어 탈출했는데, 왜 썩 기쁘지 않은 걸까.
그러나 나와는 달리 온몸으로 기뻐하던 준성이 형은 나를 끌어안고 엉엉 우는 소리를 냈다.
“아이고! 우리 막내! 많이 무서웠지! 형들이 진짜 걱정돼 죽는 줄 알았다!”
경우 선배의 말에.
“아냐, 쟤가 무서워할 애가 아니라니까.”
한호 선배는 시니컬하게 받아쳤다.
와중에도 준성이 형은 진짜 울고 있는 건지 꺼이꺼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형, 아무리 동화여도 사람이야!”
…그럼 논리적으로는 제가 사람이 아니어야 하는데요, 강희 선배.
“일단 가자. 거기 말고 다른 데 출구 하나 더 있더라고.”
“동화야, 주의만 끌랬더니 아주 그냥 말로 반쯤 죽여 놓더라.”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한호 선배. 형들이 시킨 거잖아요.
나는 여전히 내게 매달려 있는 준성이 형을 질질 끌었다.
“시킨 건 형들입니다.”
“그렇게까지 하라고 아무도 안 했는데.”
“그러게, 동화가 조금 무서운 사람이었네. 귀여운 막내인 줄 알았는데.”
무서운 사람, 어쩌다 이미지가 또.
선배들에게서 쏟아지는 농담에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우리의… 준성 선배는 그런 내가 안쓰러웠나 보다.
“내가 했어! 내가 그러라고 했어! 나한테 돌 던져!”
쯧쯧, 한호 선배가 혀를 찼다.
“우리 넷째가 오늘 많이 힘들었구나.”
“동화 사라지고 각성해서는 혼자 다 발견할 때부터 제정신은 아니긴 했어.”
“맞아, 동화야. 준성이 잘 챙겨 줘라. 얼마나 너를 아끼는지…….”
의외다. 한호 선배가 중심이 되고 준성이 형은 한호 선배 팔이나 붙잡고 질질 끌려갈 줄 알았는데.
예의상 답변.
“정말이에요?”
“그럼! 내가! 얼마나! 많이 무섭진 않았어?”
“…네, 무척 무서웠습니다.”
준성이 형은 안타까움에 다시 나에게 매달렸고, 한호 선배는 ‘저놈 저거, 준성이 멋쩍지 말라고 거짓말해 주는 것 좀 봐.’라며 진실을 꿰뚫었다.
그렇게 담소를 나누며 도착한 장소. 그냥 벽처럼 보였다.
여기구나, 마지막 장소가.
“짜잔, 아무것도 없는 벽처럼 보이지만!”
강희 선배가 오늘 판매할 물건을 소개하는 홈쇼핑 호스트처럼 과장된 어조로 소리쳤다.
그러고는 벽에 있는 벽돌을 두 군데 누르자, 신비하게도 벽이 옆으로 움직이며 숨겨져 있던 문이 나타났다.
“…이럴 재능으로 공부를 하지.”
“아까 보니까 대기업 다녔다고 합니다.”
그러니 골동품점도 내고 하는 거지.
“그래? 공부 많이 했네, 젠장.”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문이 드러나고 강희 선배가 키패드를 올리며 소리쳤다.
“마지막으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끝!”
“네.”
그리고 정적.
“…설마 비밀번호를 모르신다든지.”
“어, 그러고 보니까.”
그러면, 미리 말씀 좀 해 주시지.
“주변에 문제 없어? 그놈 문제에 진심이잖아.”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문제는 없었다.
이쯤 되니 다들 패닉 상태에 빠져서 다시 돌아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설왕설래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든 걸 백색소음으로 여기며 천천히 사고했다.
이 문은, 다른 문들과는 다르다. 명확하게 자기만 이용하는 문.
피해자들이 볼 수 있는 곳의 비밀번호들은 모두 퀴즈로 내 뒀으면서, 이곳만 퀴즈가 없었다.
타인을 고려하지 않은 비밀번호, 그러니까 굉장히 사적인 숫자다.
그리고 비밀번호는 가끔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숫자로 해 두곤 한다.
잊고 싶지 않은 날짜,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짜처럼.
“…0229.”
잊고 살던 아버지의 기일처럼.
“혹시 0229인지, 한 번만 눌러봐도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