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252)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252화(220/343)
아이돌의 연습량은 살인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밤낮없이 연습이 이어진다.
생각해 보면 그 정도 고됨 없이 할 수 있는 직업이 어디 있을까 싶긴 하지만 거기에 작곡 업무가 얹어지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다만, 링거를 맞은 건, 과로보다는 환절기로 인한 걱정이 빚어낸 사건에 가깝다.
언젠가 비슷한 이유로 한 번 쓰러진 전적―데뷔 초 시상식―이 있어서, 쓰러지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
“자, 우리 동화가 퇴근을 했어요.”
류이든이 소파에 앉아서 두 손을 활짝 벌리며 소리쳤다. 어디서 구했는지 의사봉을 들고 있었다.
소파 아래, 류이든의 오른편엔 채하민이, 왼편엔 이현재가 앉아 책상에서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고.
“따라서,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하겠습니다. 피고는 진술거부권이 있습니다. 들어오신 분이 피고 지동화 맞나요?”
인정 신문까지 한다고. 진술거부권 고지까지 해 주고.
대체 뭐 하는 거야, 너희들. 퇴근하기 전 메신저에선 분명 연습실에 있었잖아.
“…네, 맞습니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서기로 추정되는 석준은 게임기를 들고―너는 또 뭐니, 준.― 주괴에 집중 중이었다. 보통은 이럴 땐 같이 참여하는 편인데.
“참고로 우리 서기는 처음으로 약간 화가 났어요. 그래서 파업 중입니다.”
“세상에.”
아니, 진짜 아픈 게 아니었어. 그저 요양차, 현대 의학만큼 문명 발달의 정수가 없기에.
“피고 변론은 나중에 들을게요. 변호인도 있거든요?”
이현재가 손을 흔들었다.
그래도 내 무죄를 주장해 줄 편이 한 명은 있다는 게 이렇게 안도감이 느껴진다.
“우선 검사 측, 모두 진술하세요.”
“네, 피고는 저희에게 충분히 컨디션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으면서, 몰래 링거를 맞고 다녔습니다. 이는 멤버들 사이 신뢰에 큰 균열을 주는 사기 행동이며,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며 신뢰 자체가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너, 말 엄청 잘하네. 왜 이럴 때만 그럴까, 하민.
미리 써온 걸 읽고 있는 거라곤 해도 대단해.
“따라서, 피고의 자기 관리를 믿기에는 그 신뢰가 부족하므로, 그룹 차원에서의 제재가 필요하며, 이에 함께 스케줄표를 짜고 그대로 연습과 작곡을 병행할 것을 요청합니다. 다만!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 스케줄표의 변동은 바로 저! 검사 채하민과 상의 후 적용합니다!”
헛웃음이 샜다.
채하민은 종이에 눈을 박고 열심히 읽고 있지만, 그 목소리에 집요한 신념이 묻어나왔다.
우리의 리더 이든이 형도 당황한 게 보였다. 아무리 봐도, ‘어? 이렇게 진지한 거였나? 장난으로 시작한 거 아니었나?’라는 표정이다.
“…표정만 보면, 한 십 년 정도 쫓던 범인 기소하는 검사 같아, 하민아.”
“십 년까진 아니어도, 꽤 오래됐어.”
“네, 잘 들었습니다. 변호사 측?”
“애초에, 동화 형이 옳지 않은 일을 하는 게 아닌 한, 멤버들은 간섭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 맞는 말이야.
“그럴 일두 없겠지만, 동화 형이 누가 보더라두 멍청한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면, 형이 선택하구 형이 책임지는 게, 옳잖아요.”
너무 맞아. 현재, 너 천재야.
나도 너희들이 멍청한 짓을 하려고 한다면 멱살 잡아서라도 막을 거거든.
“물론 형이 가끔 과로하는 일이 있지만, 최근엔 쓰러지는 일두 없었구, 형의 말대루 예방 차원에서 링거를 맞은 거라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해야 할 정도로, 검사 측의 주장이 공익성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현재, 너는 내 제자가 맞아.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곡이라도 써 줘야 하는 것 아닐까.
채하민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현재의 말을 받아적고 있었다. 어떻게든 반박하려는 그 강렬한 의지.
다른 말로 하면, 어떻게든 나를 숙소에 눕히고 자는 꼴을 보고 싶은 소망.
“검사 측, 피고인 신문하실까요?”
“네!”
무서워, 하민. 너, 가끔 제정신 아니라서.
마주친 눈에 초점이 조금 흐린 것만 같다. 대체 저 입에서 어떤 날 서 있는 소리가 나올지.
“동화야. 나는 오늘 이 길고 길었던 논쟁을 끝내고 싶어. 나는 컴백이 미뤄져도 네 건강이 우선인 사람이라서. 난 아직 시상식 날에 너 쓰러지던 거 생각하면 막 걱정돼 죽겠어.”
그러나 정작 입에서 나오는 건 몹시 평소다운 감정적인 접근이었다.
“감정적으로 다룰 일이 아녜요. 동화 형의 사생활이라는 현대 사회의 중요 가치가 걸린 일이라구요?”
이번에는 몹시 평소답게 이현재가 태클을 걸었다.
서서히 논쟁이 진행되며, 왜 둘이 다투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다툼이 시작됐다.
우리의 공평정대한 판사 류이든은 이 모든 상황이 재밌다는 듯이 꺄르르 웃으며 지켜보고만 있을 뿐, 판사된 소명을 다하지 못해 중재하지 않았다.
나는 이 모든 혼돈이 고작 내 영양 보충으로 벌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라 주괴를 하고 있는 석준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준.”
“…….”
침묵이 짙다. 밀도가 남달라서 순간 저편의 재판 진행 소리 따위 들리지도 않았다.
“…지난번에 같이 잡은 친구네.”
“…….”
세상에.
나는 충격에 잠시 눈을 감았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이 있는 부모님의 심정을 알 것만 같다.
목화를 기를 때도 이런 일은 경험해 본 적이 없는데.
“…형님이 나―빴습니다―.”
“그러게.”
“일을 열심히 한 것도― 나쁜 게 아니고―, 과로로 쓰러진 것도― 나쁜 게 아닙니다.”
“…그래?”
“네―. 저희한테 병원― 간다고 한마디만 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나빴습니다―.”
“…그렇네.”
대충 사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태가 커진 게 어째서인진 알겠다.
그래, 이럴 걸 예측할 수 있었다면 차라리 말하고 갔을 것 같다.
[참고로 저는 했답니다.]가끔 너랑 싸우고 싶어, 기지생.
결국 이 사태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지난번에 깨달은 것.
자꾸만 그룹 활동 끝을 묻기에, 잠시간의 사유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공유하면 된다.
애초에 멤버들은 내가 무슨 이유로 그렇게까지 일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기에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현재도 ‘왜 저러는진 몰라도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요?’라는 입장일 뿐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나면, 합의점이 쉽게 도출된다. 혹은 수용할 수 있는 행위의 범주가 늘어난다.
다만, 이 모든 실리를 알고 있음에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건.
너무, 수치스럽다.
그래, 어차피 이것들이 내 밑바닥을 본다고 뭐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너무 어린애 같은 심리라 보이기 껄끄러울 뿐, 서로의 신뢰를 돈독히 한다는 측면에서 감내할 만한 수치스러움이다.
[착석했습니다. 지켜볼게요, 당신의 수치스러움.]“…판사님.”
“네, 피고.”
나는 지지부진한 논쟁을 이어 나가는 재판장을 둘러봤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최후 변론?”
“…그런 걸로.”
* * *
[요약 : 너희들이 가족 같다. 헤어지기 싫다. 그래서 일에 집착하게 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사랑한다고 한 적 없다. 날조를 멈춰, 기지생.
[사실 앞의 말이 ‘사랑한다’와 같은 의미지 않습니까.]과학에 빠지더니 철학적 소양이 부족해졌네. 분명히 논리적으로 다르다.
나는 두 손에 고개를 파묻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걸 뱉어내고 나니 후련함이 밀려오는 게 정상적인 심리상태일 것 같으나, 안타깝게도 현재 심리상태는 고민해 보지 않아도 수치임을 알 수 있었다.
“…와, 우리 동화, 그런 생각을!”
류이든이 가장 먼저 침묵을 깨고 곧바로 의사봉을 집어 들어 선언했다.
“주문! 피고인은 무죄이다! 무죄 사유는 생략한다!”
땅땅땅, 곧바로 내리치는 류이든. 그러고는 의사봉을 내려놓고 후다닥 달려와서 내 머리를 미칠 듯이 쓰다듬었다.
아저씨 같은 이 리액션은, 어떻게 안 고쳐지나 보다.
“아유, 기특해, 내 새끼! 내가 아버지 하면 되는 거지?”
내가 너보다 나이 많아, 개.
석준도 똑같이 놀란 표정으로 가만히 보다가 곧바로 눈시울을 붉혔다.
넌, 눈물점, 빼는 거 고려해 봐, 준.
민간 신앙을 믿고 싶진 않지만, 석준은 민간 신앙에 기대는 게 합리적으로 보일 정도로 자주 운다.
뇌가 타오르는 기분이다.
감정을 드러내는 행위가 의미하는 것들에 관해 읽었던 책들의 내용이 떠오르고, 자신의 감정을 발화하는 것이 심리 치료의 측면에서 어떤 의의가 있는지에 관한 논문의 내용이 떠오르고.
내 술버릇이 만든 흑역사, 괜스레 틱틱거렸던 순간들, 아닌 척 같이 있고 싶었던 시간들.
이놈들과 함께 지낸 날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작고 큰 수많은 사건까지.
모든 것들이 활활 타올라서 머릿속을 배회한다.
흔치 않은 경험, 살면서 머리가 불타는 것 같았던 기억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 목화를 입양 보낸 날, 그리고 이 시간대로 처음 와서 지식동기화를 했을 때뿐이다.
그중 마지막 사안은 제외하고, 오늘 있었던 사건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던 두 사건과 같은 정도의 의미를 지닌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고작, 내 감정을 말한 것에 불과하다.
너희들이 내 인생에서 어떤 지위를 갖고 있는지 알려 준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큰 사건들과 유사한…….
그만, 뇌는 과열될 때 휴식을 요구한다. 목화를 입양 보내고 무단결석을 했던 것처럼,
나는 자리에서 우선 일어섰다. 방에 가서, 자자.
수면할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한 뇌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생각하고 싶다.
또 그 잔해가 꿈으로 남겠지, 젠장. 목화 때는 악몽이었는데 이번엔 어떨지 모르겠다.
“잘 자.”
“어우, 또 부끄러워하는 것 봐. 녹음해 두길 잘했네.”
“…일단, 내일.”
평소였으면 일단 멱살을 잡고 벽돌로 내리쳤을 소리조차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류이든이 당황하는 표정은, 아쉽게도 눈에 들진 않았다.
* * *
지동화가 사라지고 나서 고요한 거실. 모두 지동화가 평소 수치스러움을 느꼈을 때와 그 모습이 다르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방금, 좀, 뭔가.”
특히 마지막 ‘녹음’ 발언을 넘어갔다는 사실에 경악한 류이든이 입을 틀어막았다.
“와, 잠깐만 뭐야. 동화, 뭔가.”
류이든은 여전히 말을 제대로 끝맺지 못하고 중언부언하고 있었다.
와중에 이현재는 저절로 흐르는 눈물을 막아내느라 고생했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를 문학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이현재에게, 눈앞에서 피도 이어지지 않은 사람이, 진정으로 자신을 생각해 준다고 믿었던 사람이 자신을 가족이라고 부르는 건 감당하기 힘들었다.
“하, 씨…….”
우는 건 그날로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엉엉 우는 것도 아니고, 수도꼭지가 고장 난 듯 그저 흐르고 있다니.
그리고 채하민.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에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물론 자신이 못 할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지동화는 분명 노동중독을 치료할 필요가 있지만, 저런 마음으로 일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솔직히 말해서 채하민은 동화의 노력이 평소의 생활 습관이라고 여겼으니까.
즉, 지동화가 떠난 거실은 혼돈과 혼란이 가득했다. 집단적 독백이 난무하고, 눈물로 짠내가 퍼지고, 외마디 감탄사들이 여기저기서 툭툭 터졌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거실의 상황을 품에 ‘현재―여우 형태 로봇―’를 안고 보고 있던 기지생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현재야, 쟤네들 염병을 한다.”
“끼잉?”
“네가 봐도 그렇지?”
습관적으로 앞으로 벌어질 일을 여러 경우의 수를 따지며 예측하는 기지생조차 일손을 잠시 놓을 정도로 환장의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