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258)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258화(226/343)
[‘이상한 애’ 최근 근황]이상한 짓으로 돌판에 항상 뜨거운 소재를 가져다 줬던 우리의 블로센스. 그 중심에는 항상 지동화라는 작곡멤이 있었다.
초기에는 다른 멤버에 비해 정상적이라 평가받고 동물원 관리인이라는 칭호까지 달았지만, 실상은 광기 하나로 다른 멤버들을 압도하는 우리네 교수님이었다. 그저 동물원 일짱이었을 뿐.
(지동화의 멘탈 수업 짤 ― 지동화가 좀비 떼를 보며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다.)
교수님의 한가로운 티타임. #위드 좀비 바이러스 #한국대멘교과 #샤르데나식SNS
(아이돌 제작 공방 짤 ― 광기의 교수 모먼트, 연습생들이 연습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말없이 조성 중이다.)
교수님의 은밀한 압박, 모두들 연습실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어, 다음 날 실력 향상됐다고 다른 출연자에게 칭찬받도록 함. 스승의 은혜(애들 잠을 잘 못 잔 건 비밀, 후기에 따르면 지 교수님 나오는 악몽을 꾸는 애들도 있다 함.).
(번지점프대 위에서 류이든을 저주하며 뛰어 내리는 지동화 외의 다양한 짤이 있다.)
위와 같이 개쩌는 행보를 보인 교수님.
그리고 최근에 지은광 교수는 개인 w앱을 켜더니 갑자기 ‘이 노래 모르세요? 정말 좋은 곡인데.’라며 의문을 불러일으켜 놓고는 말없이 리코더를 꺼내들어 불어 재꼈다. 그것도 잘 불었다.
(리코더를 부는 지동화의 모습. 감은 눈에서 마치 예술가의 예민, 혹은 광기처럼 보이는 집중력이 엿보인다.)
댓글
―뭔데 ㅋㅋㅋㅌㅋㅋㅋㅋㅌㅋㅋㅋ 왜 끝이 리코더 얘기만 있어 ㅋㅋㅌㅋㅋㅋㅋㅋ 스포일러라고 써줘 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이상한 애 같잖아 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
└ㄱㅆ) 그것만.. 기억에 남았으니까… 이런 사랑도, 있는 거겠지…
―추가 정보 : 지은광은 리코더로 개인 곡 후렴구(추정)를 전부 부르고 성에 안 찼는지 멤버들을 동원해 허밍까지 시켰다. 그러고는 자기가 피해자라는 이유 모를 주장을 하기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 뜬금없었지 겁나
└교수님 소통 시간 내내 책상 아래 있었을 조교들… 교수님의 횡포에 오늘도 대학원생은 울 뿐입니다…
―오늘 리더 개인 라이브에서 자기들이 다 같이 계획한 거고 동화는 반대했다고 함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피해자라고 했다는 후문..
└정말… 이상한 애들이야… 내가 뭘 덕질하고 있나 싶어…
모니터에 있는 글은, 어떤 사람의 광기에 대한 회고록이었다.
그러나 저렇게 모아 두면, 세상에 어느 누구도 미치광이가 되는 걸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한두 번은, 비합리적이고 괴상망측한 짓을 하는 법이다.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특성은 개인의 특성으로서는 별 의미가 없다.
토끼가 긴 앞니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채하민이 어떤 토끼인지를 정의하는 데는 별로 쓸모없는 것처럼.
…그러니까 팬분들이 나를 미친놈으로 보시는 건, 조금, 아주 조금 아쉬운 측면이 있다.
“크으, 나는 동화 네 이름 검색할 때마다 설레. 전반적으로 이런 글들이거든. 짤도 저장해서 친구랑 톡할 때 자주 쓴다?”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기왕이면 멋진 인간으로 기억되고 싶지만, 팬분들이 그러시다면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친놈, 하는 걸로.
“동화야.”
“네.”
“내가 살다 살다 너를 혼내려고 불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줄은 진짜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인생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똑발랐으니까.”
장해진 팀장님은 마우스를 내려놓고 나에게 눈을 돌렸다.
예상보다 짙지 않은 다크서클에 의외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신이 관리하는 이가 제멋대로 행동하여 회사의 손실을 일으킬지도 모를 짓을 저질렀는데 말이다.
“멤버들이랑 다 같이 무슨 일을 한지는 알지?”
“네.”
“너도 후회는 없고?”
이런 일을 후회할 리가.
본질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곡을 띄우려는 게 멤버들의 의도라는 걸 모르진 않는다.
“네.”
“그래…….”
장해진 팀장님은 내게 수치심을 주시려는 의도인지 잠시 말을 멈추곤 지난 W앱에서 있었던 스포일러 관련 글을 여러 개 훑었다.
옆자리에 앉아서 자연스레 모든 걸 보고 있으려니, 이현재의 입을 통해 전해 듣는 인터넷 세계가 유토피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뭐, 알고 있었어. 미리 다 들었거든.”
절로 미소가 흐르는 대답.
나는 이전보다 한결 수월하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놀라질 않네?”
대화가 시작됐을 때부터 혼내실 셈이었다면 존대를 하셨을 테니, 지금 이건 잡담에 불과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들어오기 전부터도 혼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류이든이 그럴 인간이 못 되니까.
“리더가, 그런 인간이라.”
그 인간은 채하민과는 달라서 회사의 뜻에 반하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나와 같이, 그게 더 그룹에 득이 되니까.
채하민이 내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어떻게 회사는 그걸 또 받아들여 줄 수 있어! 진짜!’라며 열을 올릴 때.
류이든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나에게 어떻게 수치심을 안겨줄지, 팀장님은 어떻게 설득할지, 최종적으로 어떻게 하면 그나마 화제가 될지를 따져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처음에 들었을 때, 얘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니까? 나한테 와서는 대뜸 ‘이번에 동화 신곡 후렴구 멜로디 전부 유출할 예정이에요.’라면서 헤실대는데, 순간 말이 멎었어. 웬 미친 소리를 하나 싶어서.”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해 듣기만 했는데도 어이가 없는 선언인데, 당사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네 뜻은 알겠더라. 그렇게 그룹을 아껴 주니 고마우면서도 참……. 그룹이 전부라는 식이잖아.”
“그러니 오래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전체주의자니. 왜 개인보다 집단이 먼저야.”
“철학적인 주제를 먼저 꺼내시면 제가…….”
“오케이, 거기까지. 내가 섣불렀어.”
팀장님은 약간 질려 보였다.
원래 이런 주제로 대화하는 건 일반적인 취미는 아니니까, 툭 건드리면 화수분처럼 내 입에서 쏟아질 문장들이 별로 달갑지는 않으신가 보다.
그래서 전체주의는 심리 상태와 밀접한 연관을 지니지만 사회 현상에 가까워서 내가 전하고픈 주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말은 넣어뒀다.
“그래, 어차피 난 끝까지 밀어줄 거야, 너희. 니체 회사가 서 있고, 너희가 그러고 싶다면, 언제까지든 이름은 유지할 수 있을걸. 실질적으론 스케줄 관리만 해 주는 방임 계약을 하더라도.”
“감사합니다.”
“감사는 내가 하지. 너희 더 커서 빨리 나 승진시켜 줘. 사내 권력만 잘 끌어모으고 나면, 너희들이 원하는 것도 그냥 바로!”
“듣기로는 이미 TOT 선배님들 때문에 확정이라고 하던데요.”
자리만 나면 1팀을 제치고 먼저 올라갈 위인이라고.
회사에서는 실적과 정치 두 가지를 잡으면 승진을 한다던데, 듣기로 팀장님은 둘 다 잡은 인간이라고 한다.
“얘는, 원래 성공은 클수록 좋은 법이잖니. 이사회에 자리 차지할 정도로는 올라가 봐야지 않겠어? 그래야 네 꿈도 확 밀어줄 수 있고.”
팀장님의 짙어져 가는 다크서클은 야망의 깊이였구나.
그런 꿈은 난 꿔 본 적이 없지만, 누군가의 목표이기에 존중하고 그걸 자신의 손으로 이뤄나가고 있기에 또 존경한다.
“그럼, 시간도 잘 끌었고, 이쯤 하면 됐겠다. 가 보도록! 오늘 라디오 하는 날이지?”
“네.”
나를 멍청하다고 말한 사람과 진행하는 라디오, 오늘은 게스트까지 있어서 참 감회가 새롭다.
* * *
“일단 방송은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이 근본 없는 라디오를 청취하러 와 주신 분들에게 아낌없는 감사를 보내 드립니다.”
“뿌리 없는 방송이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방송, 깊지 않은 샘과 같아서 도리어 좋―은 방송, 오늘은 게스트와 함께합니다.”
나와 석준이 차례대로 자기 프로그램을 비하하고 있으니 오늘의 게스트들이 당혹스러워했다.
사실, 첫 멘트를 읽을 때 나도 이 방송이 뭐 하는 건가 싶긴 하니까 할 말이 없다.
“오―늘 특별히 교수님의 제자분을 모셨습니다.”
“아이돌 제작 공방으로 데뷔한 키네티카의 은구 씨와 한진 씨.”
가만히 있던 둘은 눈치껏 환호하고 박수 치다 인사를 이어 나갔다.
내가 알기론 첫 라디오인데, 그걸로 이 근본 없는 방송을 골랐다는 건 참 의아한 일이다.
견훤 선배님의 라디오에 나가는 편이 몇 배는 생산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내 소관은 아니다. 인사말을 마친 그들에게 나는 대본대로 말을 건넸다.
“오랜만이에요, 제자분들.”
근본 없는 방송 아니랄까 봐.
“네, 교수님.”
은구 씨도 어색해 미칠 것 같은 표정이다.
석준이 내 심중을 헤아렸는지는 몰라도 상황이 웃긴지 웃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진짜 교수님 된 것 같습니다, 형님.”
“준, 나는 참고 대본 읽고 있어.”
어서 너도 대본대로 하렴.
“원래 이 방송에 정해진 코너가 없고 한 주 한 주 때울 뿐이에요, 여러분.”
“그래서―, 오늘은 저희가 고심해서 짜낸 코너, 게스트와 함께 하는 고민상담소입니다!”
즉,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다.
원래 이 방송은 그 주에 선정된 주제에 따라 고민을 서로 이야기해 보는 게 컨텐츠니까.
당연히 우리 라디오를 듣고 있었던 두 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 전에!”
그러나 대본에 없는 소리가 석준의 입에서 툭툭 튀어나왔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이 두 분을 모셔놓고 할 수밖에 없는 것.”
“…준?”
나는 작가님과 PD님이 계신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봐도 이 미친놈이 폭주하는 것 같은데 코끼리라도 잠재울 수면제를 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뜻으로.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들은 그저 흡족하게 웃고 있을 따름이었다.
“동화 형님의 비하인드 이야기, 들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슨.
“그래서 준비한 시간, 제가 미리 만든 질문지를 드렸던 것 기억하시나요!”
“네, 잘 받았습니다.”
사람 좋은 미소의 한진 씨.
은구 씨는 내 쪽을 잠시 미안하게 쳐다봤지만, 이내 고개를 돌렸다.
“…세상에.”
대본에도 넣어두지 않고 나한테 생방송 라디오를 하라니. 이게 올바른 라디오인가.
어째서 세상은 나에게 수치를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단 말인가.
수많은 의문이 차올랐지만, 대체 이게 언제, 그리고 누구의 손에서 시작된 계획인지 알고 싶을 뿐이다.
“언제부터 계획한 거야.”
“두 분이 캐스팅됐을 때, 이든이 형님이 아이디어를 주셨습니다.”
하, 그놈은 내 인생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이럴 때는 정말.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게 류이든이라면 오늘 대본 길이가 생각보다 짧다는 걸 봤을 때 의심부터 했을 텐데, 석준이라 생각조차 못 했다.
“첫 번째 질문, 동화 형님이 연습실에 찾아왔을 때, 솔직히 불편했나요?”
나는 입술을 살짝 물었다.
불편하라고 간 건 맞지만, 그에 대한 후일담을 면전에서 듣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우선 한진 씨, 예스, 올, 노.”
지금 누구보다 신난 게 저 공룡 놈이라는 것도 배신스러울 따름이다.
“…아주 약간 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