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26)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26화(26/343)
26.
2주 전, 장해진 팀장은 최종 데뷔 멤버 예측표를 보며 탄식하고 있었다.
“…3명은 어느 정도 확정인데, 나머지 두 명은 예측이 잘되지 않는다, 이건가요?”
“예, 맞습니다, 팀장님. 지동화, 채하민, 류이든, 이 세 명은 거의 90% 확률로 데뷔할 것 같지만, 나머지는 비등합니다.”
이러면 데뷔 대응이 약간 늦어지는 감이 없잖아 있다. 최소한 4명은 확정돼야 팀 컬러를 확정 지을 텐데.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남은 래퍼가 석준뿐이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메인 보컬이야 뭐, 지동화를 어떻게 갈궈보면 만들 수도 있을 테니 괜찮지만, 랩은 랩하던 애가 아니면 수준 차이가 너무 나는데. 어떻게 할까. 데뷔곡 받을 때 랩 라인을…….
“그런데 팀장님, 고민하실 필요가 있으십니까?”
“뭐가?”
“어차피 이 흐름이면, 지동화의 자작곡으로 데뷔곡을 수립하는 게 유리하지 않습니까?”
물론 말 자체는 맞는 말이다. 지동화가 지속적으로 작곡하는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구축한 덕분에 데뷔 때 그 이미지를 이어나가는 것은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도박이잖아.”
“음, 그럼 이건 어떨까요.”
장해진은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마지막 미션 중 하나를 자체 제작으로 돌리시는 게?”
“…거기서 지동화의 능력을 시험해 보자?”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동화를 시험하기 위한 기획팀의 시도가, 그리고 지동화의 입장에선 과중 노동이 시작되었다.
* * *
‘망할 기획사 놈들.’
나는 이현재가 사 온 커피와 채하민이 사준 빵을 먹으며 작업실에서 곡을 만져대고 있다. 장해진이 제시한 미션은 팀원들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곡을 작곡할 것. 편곡은 A&R팀에서 도와줄 예정이니 작곡만 잘하라는 것.
그런데 이 망할 기획사 놈들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팀원의 매력을 살릴 곡을 쓰라는데, 그 ‘팀원’이 대체 누군지 내가 어찌 안단 말인가?
장해진 팀장이 따로 내게 와서 해준 말에 따르면, 나, 채하민, 그리고 류이든까지는 5차 경연 진출이 거의 확실하단다.
그럼 남은 5명 중 3명이나 더 5차 경연에 진출할 텐데, 걔네들이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무대에 서는 인원이 6명인데, 그중 3명만 누군지 아는 상태에서 그런 곡을 쓰라니, 말이 되냐고.
이현재가 있다면 더 음역대를 넓힐 수 있고, 석준이 있으면 랩 라인을 위한 비트를 따로 마련해 둬야 하고, 김현진이 있으면 댄스 브레이크 부분에 더 힘을 실어야 할 텐데, 망할 기획사 놈들이 말이면 다라고 쉽게 뱉어댄다.
물론, 솔직히 말해서 못 쓸 것도 없다. 그냥 대충 아무나 소화할 수 있게 써놓고 편곡으로 건들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아마도 기획팀 측도 이렇게 하리라 예상하고 이딴 미션을 준 거겠지.
하지만 기왕이면 모든 멤버가 자신에게 딱 맞는 곡을 받아 찬란히 빛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잖은가?
‘…그럼 일단 가능한 경우의 수마다 곡 버전을 약간씩 달리하는 걸로 해볼까.’
흠, 총 10개군.
* * *
그렇게 지동화가 4일 연속으로 거의 밤을 새우며 기본 샘플링을 토대로, 총 10개 버전의 곡을 작곡하는 기염을 토해내고 있을 때, 시간은 흘러 탈락자 발표일이 되었다.
아침부터 떨려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채하민을 부축하며 화장을 받으러 갔다.
이럴 거면 나보다 덩치라도 작든가, 덩치는 또 커서 거동이 심히 불편하다.
‘그러고 보면… 분칠하는 것도 익숙해졌군.’
예전 세상에선 로션이나 스킨조차 발라본 적 없던 걸 생각하면 실로 기이한 일이다.
“동화야, 나 떨어져도 버리면 안 돼!”
“…몇 번을 답해.”
그리고 장해진 왈, 넌 떨어질 일 없댄다.
나는 불안한 눈초리로 멍때리고 있는 채하민을 잠시 앉혀 두고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현재와 김현진이 서로 손을 맞잡고는 심호흡을 하고 있다. …무슨 종교의식 같네. 틀림없이 김현진이 손잡아 달라고 칭얼대서 맞잡아 준 걸 테다.
나는 조심스레 그쪽으로 다가가 미리 싸 온 차를 한 잔씩 따라 건넸다. 예전에 아이가 열 살일 적 대회에 나가는 것 때문에 긴장 완화에 좋은 차를 알아뒀던 일이 이렇게 도움이 되는군.
“이게 뭐예요, 형?”
“…긴장한 것 같아서.”
둘이 컵을 받아 든 걸 보고 나는 채하민에게도 한 잔을 따라 건넸다. 채하민은 받자마자 감동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바로 한 모금 마신다. 그리고 이어지는…….
“푸흡―!”
…소리, 세 명 다 마시던 것을 조금쯤 뱉어냈다.
나는 어이가 없어져서 세 명의 낯짝을 확인했는데, 맛이 없다는 티를 내고 있다. 그러자 류이든이 옆에 와선 추궁하듯 묻는다.
“뭐길래… 저러는 거야?”
“…인삼차.”
그 말을 듣곤 김현진이 달려와선 나를 약하게 툭툭 쳐댄다.
그러자 이현재도 같이 달려와선 조심스레 컵을 내게 돌려주고 있다.
“으억, 어쩐지 더럽게 맛없었어요!”
“…동화 형, 그, 죄송해요.”
챙겨줘도 난리군, 망할 놈들. 오랜만에 온정이라는 걸 발휘해 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어.
나는 두 놈을 질린다는 듯이 바라봐 주고 채하민에게 시선을 옮겼다.
내 시선을 받은 채하민은 눈을 질끈 감더니 컵에 남은 것을 한 번에 들이켰다. 그러곤 다시 질끈 삼키더니 혀를 앞니에 갖다 대고 몇 번 긁어내더니, 곧 잠잠해져선 나를 바라보곤 해맑게 웃었다.
“동화야, 맛있었어!”
“…한 잔 더 줄까?”
그러자 채하민은 바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이게 그렇게 맛이 없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현재가 준 컵의 인삼차를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느긋한 표정으로 모두 꿀꺽 삼킨 나는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류이든에게 말했다.
“…류이든 씨, 이거 마실래?”
결국엔 내가 챙겨 온 긴장 완화용 인삼차는, 건강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저 개의 혓바닥을 적시는 데 쓰이고 말았다.
“이야, 한 모금만 마셔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야, 동화 형.”
…다음에는 꿀을 타야겠어.
* * *
나는 촬영장에 들어서고,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계단식 구조물을 보고 욕이라도 뱉으려다가 말았다.
누가 탈락하든, 저 계단은 좀 같이 부숴버리고 싶은데. 대체 어떤 미친 인간이 저런 걸로 애들 기죽일 생각을 했단 말인가.
이동석의 능숙한 진행 속에 채하민이 1등, 류이든이 2등, 내가 3등으로 차례대로 불렸다.
장해진 덕분에 나는 아무런 긴장도 가지지 않은 채였고, 류이든은 2등으로 등수가 오른 게 감동이라는 식이었고, 채하민은 거의 혼절 직전이었다.
들어보니, 이번에 표를 총 두 표 던질 수 있어서 내가 3등으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자세한 이유는 솔직히 모르겠다. 이 바닥의 이치라 생각하며 수용할 뿐.
기왕이면 이 기세 이대로 5등으로 데뷔하면 좋겠군. 문제는 이제 누가 살아남느냐다.
“지동화 연습생, 순위가 낮아졌는데 어떤 심정이신가요?”
…방송국 작가 놈들, 참 대단한 대본이군. 이걸 뭐라고 답해야 할까.
“…3은 고대 중국의 세발솥에서 한반도의 삼두일족응까지 완전함을 상징하는 숫자로 쓰였습니다.”
그러자 이동석은 당황하더니 묻는다.
“…무슨 의미죠?”
“…제 등수에 만족합니다.”
그러자 옆에서 두 칸 위에서 탈진 직전이던 채하민이 류이든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가끔 보면 동화도 좀 이상한 구석이 있지, 형?”
그러자 류이든이 고심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음, 고도로 똑똑한 인간은 미친 것과 구분할 수 없다는 말도 있으니까.”
나는 깔끔하게 무시하고 생각을 이어나갔다. 남은 사람은 석준, 이현재, 김현진, 박우진, 윤성호.
솔직히 뒤의 두 사람은 내 뒤떨어지는 사회성 덕분에 잘 모르지만, 꿈에 간절한 건 똑같겠지. 저 친구들도 도와주고 싶었는데, 아쉽군.
그래도 저 친구들이 남았을 때를 대비해 만들어둔 맞춤형 작곡 곡이 있으니, 뭐.
* * *
그리고 아쉽게도 그런 곡이 쓰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놀랍게도 지난번에 하위권이었던 이현재가 이번 무대로 날개가 달렸는지 6위에 안착하면서 최종적으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이동석은 대본에 적힌 대로 탈락자 친구들과 따스한 대화를 하다가 다음 질문을 읽으며 놀라선 말한다.
“이현재 연습생, 놀랍게도 이번 4차 경연 무대 이후로 점수가 큰 격차로 오르며 5차 경연에 진출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이현재는 자기도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은혜는 동화 형한테 평생 갚으려구요.”
…얘도 미친놈이군.
탈락한 애들 앞에서 무슨 짓인가. 마치 내가 탈락시킨 것 같잖은가.
“저희 팬분들도 동화 형 찬양하는 분위기 일색이구요. 저 동화 형 덕분에 살아남을 것 같다고.”
…그냥 네가 잘난, 하, 말을 말자.
아무리 좋은 옷도 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도 모르는 놈한테 무엇을 기대하리.
* * *
박우진과 윤성호의 송별회는 간략하게 치러졌다. 숙소 거실에 모여 다 함께 치킨이라는, 류이든이 절대로 먹지 않을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면서.
“아, 나는 탈락하더라도 동화 씨랑 무대 한 번 같이 하고 탈락하고 싶었는데! 그게 어떻게 끝까지 안 되네요, 그죠?”
윤성호는 속도 좋은지 탈락하면서도 웃음을 짓고 있었고, 도리어 옆에서 석준이 엉엉 울며 윤성호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치킨은 씹어 삼키고 있는 게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다. 눈물 젖은 치킨.
“저도 아쉽습니다.”
윤성호와는 유독 접점이 없어서 더럽게 어색한 사이긴 하지만, 소문에 따르면 ―정확히는 류이든의 평에 따르면― 인성이 올바른 참된 인물이라고 하던데. 특히 석준이 저렇게 엉겨 붙는 걸 보면, 정말 착한 인간이지 않을까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박우진의 경우에는 그런 윤성호와 석준을 바라보며 표정을 찌푸리고 있다. 음, 왜 저럴까. 추측하려면 여러 근거로 계산해 볼 수는 있겠지만, 탈락한 사람이니, 아마도 괜찮을 테다.
“딱 기다려! 나도 데뷔해서 너희들 뒤 바짝 쫓아갈 테니까. 혹시 또 모른다? 내가 더 빨리 데뷔할지도?”
윤성호는 그렇게 말하며 석준의 눈믈을 휴지로 닦아낸다. 그런 와중에도 열심히 치킨을 씹어 대는 게, 참 대단하다 싶다.
* * *
두 명의 송별회를 간단하게 하고, 남은 6명은 숙소에 둘러 앉아 나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그러니까 작곡은 예전에 끝났고, 편곡은 80% 정도 끝났다고?”
류이든이 황당하다는 듯 말하고…….
“이든 형, 이거 좀 봐봐.”
채하민은 호들갑을 떨고 내 노트북 화면을 다른 이들 쪽으로 돌렸으며…….
“…멤버마다 버전을 다 따로 둔 거예요?”
이현재가 빠르게 사태를 파악하곤 중얼거렸다.
“석준 탈락했는데 랩 라인 있으면 안 되니까.”
“10곡이나 만들 필요는…….”
“음색이랑 음역대가 다 다르니까.”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내 태도가 질렸는지 이현재는 고개를 저었다.
“동화야, 그럼 4일 내내 작업실에서 쪽잠 잔 게…….”
예상되는군. 나는 됐으니까 집중하라며 곡을 틀었다.
곡의 전주가 끝나자 내가 가이드라인으로 녹음한 부분이 흘러나왔… 잠깐, 가이드라인?
‘비너―슈니―체엘― 비너, 빈, 비너, 슈니, 체엘!’
“잠깐!”
내가 황급히 노래를 껐으나 이미 모두들 들었는지 여기저기서 웃음을 참는 데 실패해서 입밖으로 침이 분사되고 있었다.
젠장, 너무 안 잤나. 어떻게 이걸 떠올리지 못했지. 나중에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만 해놓곤… 세상에.
“…오해하지 마십시오. 가이드 녹음인데 머리 쓰기도 싫어서 그냥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아무거나 뱉은 거고,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그러니 아까의 기억을 모두 잊을 수 있도록 제가 벽돌을 가져와서 머리를 한 대씩만 내려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내 말을 웃음을 참으며 듣고 있던 이들이 마지막 말에 잠시 표정이 굳더니 나를 진지하게 바라봤다.
“…진심이야?”
“…혹시 기억나는 거야, 하민?”
그러자 채하민은 좌우로 고개를 열심히 젓더니, 해맑게 웃으며 외쳤다.
“전혀,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아!”
나는 만족스럽게 미소 짓고 뒤에 할 말을 이어갔다.
“일단 저와 현재, 그리고 석준, 이 세 명이 작사를, 나머지 세 명이 안무를 맡는 게 맞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석준 연습생은 작곡도 가능하니, 일부러 편곡에 악기 몇 부분 비워뒀습니다. 모두 다 함께 만들어가는 곡이 되길 바랍니다.”
내가 쉼없이 말을 뱉고, 그럼 이만, 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뒤에서 김현진과 류이든이 내 귀를 가지고 놀려대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조심스레 귀를 부여잡고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벽돌이 필요하군.
* * *
그렇게 지동화의 수난 시대가 시작되며 자체 제작 곡 하나와, 회사에서 제공한 오리지널곡 하나를 연습하기 시작한 와중.
더넥니는 한 주 쉬어가는 회차로 지동화의 퀴즈 쇼를 비롯한 여러 작은 에피소드들을 방영한 뒤, 최종 5차 경연 진출 멤버가 확정되는 순간을 보여줬다.
그리고 아이돌 커뮤니티, 살아남은 연습생의 팬들이 지르는 환호성과, 그러지 못한 연습생의 팬들이 뿜어 내는 절망 속에서 그야말로 난장판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소소하게 화제가 되고 있던 것은 지동화의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방송에서 오묘한 표정으로 전화할 이가 없다고 말하는 지동화를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내가 볼 땐 지동화 부모님이랑 싸운 거다]한국대생이 아이돌 한다는데 니들은 그냥 두냐? 나였으면 발목 분질러서 대학 가게 할 거다 그러니까 전화를 못한 거임 ㅇㅇ
댓글
―이게 맞지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대생인 건 진짜 ㅋㅋㅌㅌㅋ 아이돌계에 진짜 다신 없을 캐릭터다 진짜
(후략)
이런저런 추측 글들이 올라오는 와중에 하나의 글이, 커뮤니티에 커다란 화재가 될 작은 불씨가 툭 떨어졌다.
[지동화 고등학교 동창한테 물어본 결과]우리 동화 부모님 어렸을 적에 돌아가셔서 안 계신다고 한다… 듣고 진짜 계속 눈물 남…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지…
(카톡 대화 사진)
(지동화 모교 졸업 사진 앨범)
(지동화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