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265)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265화(233/343)
미니 앨범, ‘are you A or B?’, 총 7곡이 수록되어 있다.
전체적인 곡의 흐름이 한 사람이 쓴 이야기를 참고하여 결정된 만큼 작곡에도 전부 내 이름이 올라가 있다.
초동 물량이 호황이라는 소식은 전해 들었지만, 그리 놀랍지만은 않았다.
나와 류이든, 그리고 채하민, 소위 형 라인이라 불리는 것들끼리 모여 앨범을 까는 W앱 라이브를 진행하는 중. 지금 눈앞의 앨범을 보면, 정말 놀랍지가 않다.
“와, 동화야, 나 드디어 네 사진 나왔다!”
…드디어? 음, 우리 숙소에 채하민이 개인적으로 구매한 앨범이 있긴 하던데. 채하민이 내 사진을 들고 지나칠 정도로 신나하는 걸 보면, 왠진 몰라도 모으고 있었나 보다.
“아, 부럽다. 나도 동화 사진 나오면 액자로 만들어서 숙소에 걸어 두려고 했는데.”
미친놈.
포토 카드라는 게 있다고 한다. 우리 사진을 증명 사진처럼 카드 형식으로 만들어 둔 것.
A 앨범에는 멤버별로 선하게 웃고 있는 사진 한 장씩, B 앨범에는 느와르를 컨셉으로 정장을 입은 사진이 한 장씩 나온다고 한다.
또한 A와 B 앨범 모두 공통적으로 다른 종류의 포토 카드가 추가로 한 장 들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모두 모은다면 포토 카드의 총 숫자는 이 앨범에만 15장.
그러니까, 만약에 모든 멤버들의 사진을 원하면, 이 비싼 앨범을…….
심지어 한 멤버당 사진의 종류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니, 한 멤버의 사진을 모두 모으려고 해도, 이 비싼 앨범을 대체 몇 장을 사야 하는 걸까.
나는 앨범의 비닐 포장지를 접칼로 뜯다가 책상 밑으로 손가락만 움직여 계산기를 두드려 봤다.
각 앨범을 다섯 장씩 사더라도, 앨범 한 장을 뜯는 게 독립 시행임을 고려하면 한 멤버의 포토 카드를 모두 모을 확률은 약 40.3%.
총 10장을 사는 돈이 누구 집 개 이름은 아닐 테니 상당히 낮은 확률이다.
여담이지만, 조금 더 구해 보면, 각 앨범을 10장씩 살 때 약 78.7%, 20장씩 살 때 약 97.6%, 50장씩 살 때 약 99.9%다.
결론적으로 앨범을 각 15장씩, 총 30장 정도는 사야 자신이 원하는 멤버의 사진을 모두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망할 확률은 ‘1명의 사진을 모두 모을 확률’이라서, 다른 멤버를 추가로 모은다거나, ‘모든 멤버’를 모으기로 작정하면 더 낮아질 것이다.
거기에 인원이 늘어나면 다시 확률이 난리가 날 것이다. 어떤 그룹은 열 명이 넘기도 한다던데,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만일 열 명이라면, 동일한 방식으로 포토 카드가 들어 있을 때, 각 앨범을 10장씩 사도 확률은 37.2%에 불과하며 20장씩은 사야 76%가 나온다.
‘…약간,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아무리 자신이 원해서 사는 거라고는 하지만, 조금 더 싼 가격에 공급되는 게 정상적이지 않을까.
다만, 이현재에 따르면 ‘교환’이라는 시스템 덕분에 중복된 사진을 다른 사진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게다가 포토 카드를 모두 모은다는 큰 꿈을 꾸지는 않더라도 앨범 종류도 A와 B로 나뉘어 있어서 기본 구성품을 모두 가지려면 두 장을 사야 하니 실질적으로 이건 강매에 가깝다.
적어도 두 장의 앨범은 사라, 라는 식인 셈이다.
세상에, 어쩌면 7.6%의 확률로 자신이 원하는 멤버의 모든 사진을 모을 수도 있겠는걸.
말로 전해 들어서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원래 어렴풋이 알고 있는 건 진실에 근접하지 못하나 보다.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사업이긴 해도 양심이 아프다.
그나마 팬 사인회는 최대한 열심히 무엇이든 해 드리려 노력이라도 할 수 있지만, 포토 카드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더 쓰라리다.
…이 얼마나 자본주의적인지.
나는 비닐을 벗겨 내며 한숨을 쉬지 않고 미소 짓기 위해 애썼다. 시간을 들여 와 주신 분들에게 어두운 낯짝을 보여 드릴 수는 없으니까.
앨범을 다 뜯어내서 조심스레 열어 보았다. 쓸모없는 건 치우고, 문제의 포토 카드에 누가 있는지나 보자.
그리고, 나를 반기는 류이든의 낯짝.
내가 연 게 하필이면 B 앨범이라 류이든이 정장을 입고 멋있는 척 폼을 잡고 있었다.
어쩌지, 남의 사진을 버릴 수도 없고. 당장 벽돌 쿠션이 필요한데, 하필 W앱 라이브 중인 게 아쉽다.
“…하, 저는 류이든입니다.”
“키야, 우리 동화가 제 정장 사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하는 거 보셨죠, 여러분.”
내 짙은 한숨을 어떻게 그렇게 오해할 수가 있어.
―이든아, 그거 아니야 ㅋㅋㅋㅋㅋ
―누가 봐도 환멸.
―저 오늘 생일이에요!!!
―지겹다는 표정은 진짜 지동화가 최고다 ㅋㅋㅋㅋㅌㅋㅋ
“형은 누구 사진 나왔어.”
“나는 일단 앨범 포카로 현재.”
“나랑 바꾸자.”
“…내 포카는 나도 원하지 않아, 동화야.”
“하민.”
나는 곧바로 채하민에게 고개를 돌렸다.
류이든 사진보다는 내 사진을 받아서 버리는 게 합리적이다.
“미안! 절대 안 돼, 동화야. 이든이 형 사진은 이미 모았단 말이야.”
궁금증이 동한다. 채하민은 과연 얼마나 모았을까. 어디 가서 교환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혹시 우리 포토 카드 얼마나 모았어, 하민.”
“나? 종류별로 다 모았다!”
채하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그 우렁찬 소리에 댓글창이 잠시 멈췄다가 폭발하듯이 솟구쳤다.
“다, 모았다고?”
류이든의 멍한 목소리.
‘앨범이 발매된 지 며칠 안 됐고, 이제 막 배송받은 걸 텐데, 어떻게?’라는 합리적인 의심.
나조차도 채하민의 말을 믿지 못했다.
의심스러운 눈초리에 채하민이 음흉하게 웃으며 지갑을 꺼내서는 사진을 한 장씩 우리에게 확인시켜 줬다.
“…말이.”
되지. 확률적으로 가능하지.
게다가 앨범의 장 수가 늘어나면 그 확률은 커지기 마련이니까.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몇 장을 샀는지는 몰라도 아마 엄청난 숫자의 앨범을 사지 않았을까.
채하민이 어지간히 미친 토끼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여러분! 저 진짜 용돈 받은 걸로 사서 모았어요!”
과연 단번에 몇 장의 앨범을 사재꼈으면 다 모았을까. 호기심이 동해서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몇 장 샀어?”
휙, 고개를 돌리는 채하민. 미소가 생글거리는 걸 보니 운수가 좀 좋았나 보다.
입을 가리고 입술만 움직였다.
‘한… 열 장씩?’
세상에, 그냥 좋은 게 아니잖아.
입 모양을 읽자마자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아마도 내가 여태껏 지은 ‘놀람’ 중에서 가장 확실한 얼굴일 것이다.
채하민이 중앙에 있어서, 몇 장을 샀는지 모르는 류이든조차도 내 얼굴을 보더니 ‘말도 안 되는 숫자인가 봐요…….’라며 팬분들께 말씀드렸으니까.
우선은 이놈이 우리 앨범을 총 스무 장이나 샀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그건 차치하고 계산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확률에 경악했다.
조금 전에 심심해서 다섯 장씩을 샀을 때 모두 모을 확률을 계산해 봤는데 말도 안 되는 확률이었으니 열 장씩 샀다고 해서 말도 안 된다는 사실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미친, 거기에 운수 좀 보태면 로또 1등이나 2등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민.
“하민, 너 어디 가서 말하고 다니면 안 돼.”
그러다 죽을지도 몰라.
로또에 매주 응모하는 사람 앞에서 로또 1등이라고 자랑하면 머리채 잡히는 게 당연한 일이니까.
채하민이 꺄르르 웃으며 박수를 쳐 댔다. 자기도 알고 있다는 듯 격하게 끄덕이는 고개.
―뭔데! 어떻게 다 모았어! 나도 교환 대기 중인데!
―하민아… 중복 교환하지 않을래…?
“와, 저 진짜 다 모으고 싶었는데! 오늘 앨범에서 딱 마지막 한 장이!”
―하민아, 조용히 해 줘.
―우리 진지해.
―내 팬심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아 줘.
순식간에 차오르는 엄격한 어투의 댓글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탄식을 터뜨렸다. 왜 저분들에게는 채하민과 같은 운수가 없는 걸까.
* * *
W앱이 끝나고 소파에 앉았다.
앨범이 잘 팔리고 있지만, 그럴수록 아쉬움이 커졌다.
‘한정된 수량의 재화’는 자본주의가 탄생하기 전부터 다양한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갖고 싶은데 가질 수 없는 물건은 그 자체로 박탈감을 느끼게 만드니까.
팬분들께선 돈을 쓰는 만큼 행복해야 하는데, 소수 채하민같이 운수가 좋은 분들을 제외하곤 조금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실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노력해서 산 물건을 공짜로 풀어버리는 상도덕 없는 짓거리를 할 수는 없는 법이다.
“형님, 무슨 생각하십―니까.”
그러고 보니 여기 덕질 최고봉인 짐승이 한 명 있었네.
“준, 갖고 싶은 굿즈 같은 거 못 모으면 기분이 어때.”
“…그런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음…, 대단한 사람이다.
석준은 옆자리에 앉아서 끙끙거렸다. 경험해 본 적은 없어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모양이다.
“그래도 다른 굿즈가― 많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그건 부유한 사람이 돈 좀 적으면 어떻냐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인걸, 준. 한 번도 굿즈의 부재를 경험해 본 적 없어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나가 모자―란 것도 슬프지만, 하나도― 없는 게 더 슬플 것 같―습니다.”
음, 그럴듯해.
역사적으로도 그럴듯하다. 자신이 굶고 있는데 누군가가 케이크에 케비어를 올려 먹고 있는 모습을 볼 때와 자신도 적당히 챙겨 먹고 있는데 볼 때는 당연히 차이가 있는 법이다.
나는 고개를 몇 번 끄덕거리고 결론지었다.
“준, 사진 찍자.”
“…네?”
그룹 내에서 먼저 사진 찍자 말하는 빈도가 가장 낮은 인간 중 하나라 그런가, 석준이 놀라며 물었다.
나는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목화가 생일 선물로 사준 핸드폰인데, 이렇게 첫 개시를 해 본다.
“아?”
찰칵 소리와 거의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린 석준.
그래, 사진이 넘쳐날 정도로 많으면, 앨범 속 사진은 희귀하지만 미치도록 갖고 싶은 물건은 아니지 않을까.
훗날 팬분들이 ‘지동화식 양적 완화’라고 명명할 사건의 시발점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우리 동화가 달라졌어요]평소 사진보다는 글로 자주 인사하던 우리 동화, 물론 사진도 자주 올려줬지만, 그보단 글을 쓰는 빈도가 훨씬 많았던 동화.
그런데, 우리 동화가 글을 쓸 때마다 겁나 뜬금없는 사진을 함께 올리기 시작했어요.
(계란프라이를 먹는 채하민)
이 사진은 요즘 따라 공기가 차니 조심했으면 한다는 글에 달린 사진입니다. 아무 이유가 없어요.
(숙소에서 운동하는 류이든의 등)
이것도 맥락이 없어요.
(위즈니 인형을 끌어안고 세상 다 가진 듯 행복해 보이는 석준)
이것도.
(멍 때리는 이현재)
이것도!
그냥 아무런 맥락이 없어요!
댓글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아무거나 막 찍고 하루에 세 장씩 계속 올리는데 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블로센스 숙소가 어떻게 생겼는지 너무 잘 알게 되고 말았다.
└동화 덕분에 아침 몇 시에 무슨 밥을 먹는지 알게 되었어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범죄자 된 기분 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ㅌㅋ
―어제 갑자기 아무런 글도 없이 숙소에서 명상하는 이현재 찍어 올린 게 진짜 ㅋㅌㅋㅋㅋㅌ
└그건 진짜 뭐였을까…? 나는 의아해…
나는 흡족하게 노트북을 끌 수 있었다.
“동화야!”
“왜.”
고개를 돌려 류이든과 눈을 맞췄다. 대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해 죽을 것 같다는 낯짝이었다.
“와, 해결사무소도 대박 났나 봐. 뭐 이렇게 한꺼번에 다 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