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27)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27화(27/343)
27.
[지동화 고등학교 동창한테 물어본 결과.]우리 동화 부모님 어렸을 적에 돌아가셔서 안 계신다고 한다… 듣고 진짜 계속 눈물 남…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지…
(카톡 대화 사진)
(지동화 모교 졸업 사진 앨범)
(지동화 사진)
댓글
―부모님 없이 한국대 감, 연습생 함, 그런데 작곡도 함, 심지어 잘함 = ???? 슬픈 것도 슬픈 건데 새삼 동화가 인간인지 모르겠다
―2222 너무 대견해서 울다가 감탄하다가 기특하다가 슬펐다가 반복 중 ㅠㅠㅠㅠ
―????????????? 지동화 고아인 거네?
―단어 선택 품위가 넘치네…^^ㅣ발
―ㅅㅂ 생각있으면 그딴 워딩 제발…
―아니… 이거 진짜야…?
―아니 잠만, 나 진짜 지금 좀 눈물 나는데, 진짜야?
―아니, 진짜? 왜? 우리 동화 왜? 뭔데, 세상 왜 이 모양인데 존나…
커뮤니티의 반응은 지동화에 대한 동정 여론이 대부분이었다. 지동화의 팬은 대견함과 안쓰러움 사이 어딘가에서 울기 직전이었고, 지동화를 싫어하는 이들은 부모가 없는 걸 트집 잡아봤자 역효과만 일으킨다는 걸 뻔히 알기 때문이었다.
물론 가끔 이런 글이 등장하기는 했다.
[지동화 부모 없이 자란 거 티나긴 해](채하민이 시답잖은 장난치자 지동화가 어이없다는 듯이 보는 짤)
(류이든한테 암살할 거라고 소리치는 짤)
(연습 안 하는 김현진한테 눈치 주는 짤)
잘난 맛에 살면서 사회성 없는 거 보면 티나긴 하지 우리 동화 좋아하는데 이런 건 좀 고쳤으면 좋겠긴 하더라 ㅇㅇ
댓글
―저기, 초면에 죄송합니다만 자살해 주시겠습니까?
―ㅋㅋㅌㅋㅋㅋㅌㅋㅋ 아니 화내려고 들어왔다가 왜 이거 읽고 지동화 말투 자동 재생됨?
―ㄹㅇㅋㅋ 있던 분노도 동화 생각에 싹 사라지네 ㅁㅊ ㅋㅋㅌㅋㅋㅋ
―아 제발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해 팬코 왜 하는데 진짜 너무 역겨워
―ㄱㄴㄲ ㅋㅋㅌㅋㅋㅋㅋㅋ ??? : 나 ○○ 팬인데 = 팬 아님
[근데 이 시점에 지동화 가정사 푼 건 의도라고 봐야 한다]5차 경연 생방 일주일 전에 이런 거 공개한다? 소속사의 지동화 띄우기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함 ㅇㅇ
댓글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지동화체 개발린다 진짜 겁나 예의 발라
―헛소리를 하는 건 지성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소속사가 ㅅㅂ 대가리가 빈 것도 아닌데 지동화를 띄운대도 부모님 없이 성장한 걸로 띄우겠냐 다른 거 ㅈㄴ 많은데?
―예의 바른 지동화 팬은 헛소리에 대응할 때 지동화체를 쓰도록 합시다
―수정) 소속사가 두뇌 절단술을 받은 것도 아닌데, 그런 소리는 입안에 넣어두십시오.
그리고 지동화의 팬들은 이런 글에 과잉 반응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지동화 특유의 예의 바르지만 냉소적인 말투를 따라 하며 대응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지동화체’라는 명칭으로 자리 잡아 일종의 더넥니 판 문화가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지동화의 팬이 생각 없이 날뛰는 어그로꾼을 예의 바르게 때려잡고 있던 도중, 슬그머니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지동화 중딩 동창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 공유함]1. 지동화 동생 있다고 함
2. 그 동생은 내 친구랑 같은 고등학교 나왔다고 함
3. ??? : 연락할 사람이 없습니다.
뭔가… 납득이 잘 안 됨…
분명 지동화 가족 없다는 뉘앙스로 나왔는데, 동생은 분명 살아있잖아…
약간 충격적이라 나만 이런가 해서 일단 공유할게
(중학교 모교 사진)
(지동화 중학교 졸업 사진)
댓글
(전략)
―?
―가족 있는데 왜 없는 것처럼 말함?
―사이가 나쁜가 보지
―그래도 없는 것처럼 말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분탕질 그만둬 주십시오.
―와! 느그 새끼 이미지 메이킹 개쩔더라~
―별것도 아닌 걸로…^^
―가족 팔아서 데뷔하는 꼴 참 보기 좋긴 하더라구요~
―어머! 꿈을 이루기 힘드시다구요? 그럼 가족을 팔아보세요! ㅈㄷㅎ처럼!
―가족 없는 척하니 마지막 경연 직전에 동정 여론 생겨서 데뷔 조오오올라 수월했겠는걸? 누구는 시발 그런 ‘척’ 못 해서 탈락했는데 ㅋㅋㅌㅋㅋㅋㅌㅋㅋㅋㅋㅋ 아 ㅅㅂ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안 나오네
―가족 없다는 거 처음부터 나온 게 아니라 마지막 경연 직전에 나왔다는 것부터 의심스럽긴 했지 ㅇㅇ
(후략)
이 글은 뜨거운 불판이 되어 급속도로 댓글이 불어나며 혼돈의 장이 열렸다.
특히 이번 회차에서 공식적으로 탈락이 발표된 윤성호의 팬들은 ‘지동화로 인해 우리 새끼가 탈락한 거다.’라는 말 못 할 분노와 한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박우진 팬들이야 이미 탈락한 거 남 잘되는 꼴 보기 싫었고.
그들에게 지동화를 흠집 낼 수 있는 이 떡밥은 분노를 표출할 가장 쉬운 방법이자, 또 재밌는 방법이었기에, 그들은 십자군 전쟁을 방불케 하는 화력을 뽐내며, 지동화의 팬을 일당백으로 상대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들 말고도 일단 재밌으면 욕하고 보는 이들 역시 인터넷상엔 무수히 많았고.
그렇게 이 이야기가 커뮤니티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던 순간, 그리고 더넥니에 적당한 관심이 있던 이들의 눈까지 들어간 순간, 단 한 번도 자신의 입으로 가족이 없다고 밝힌 적도, 밝힐 생각도 없던 지동화에게…….
‘불쌍하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가족이 없는 척한 인간’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지동화가 이 모습을 직접 관찰했다면 다음과 같이 평가했을 것이다.
‘신빙성 없는 헛소리도 세 명 이상이 떠들어대기 시작하면 진실이 되는군.’
* * *
장해진 팀장은 머리가 도끼에 찍힌 듯 쩍 하고 갈라질 것만 같다.
‘PD, 아니, 이 정경우, 개같은 놈… 대학 동기라고 믿었던 게 웬수지, 망할 자식.’
장해진은 손에 들린 담배를 맨입으로 씹어 삼킬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괜히 잘나가던 애를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어……? 어떻게 죽여야 하지? 편집에 그렇게 예민한 거 넣을 거면 어느 정도 언질은 줬어야지, 이 개자식, 진짜…….’
흡연실에 들어온 지 20분. 이제 가서 지동화를 불러낸 뒤 대응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데, 부르러 가기가 망설여진다.
‘호적상엔 분명 지동화만 있었는데… 동생은… 혹시 죽은 거면, 이걸 해명하라고 말하기도…….’
하, 그래도 해야지, 그녀는 그렇게 다짐하며 마지막 담배를 비벼 껐다.
그 후, 곧바로 연습실로 간 장해진은, 김현진과 류이든 사이에서 지겹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지동화를 발견했다.
“그, 지동화 연습생! 잠시 대화 좀…….”
그러자 지동화는 고개를 한번 갸웃하더니, 끄덕이곤, 옆에서 붙잡는 김현진을 조심스레 떼어놓고 이쪽으로 걸어왔다.
* * *
나는 장해진을 따라 회의실에 앉았다.
‘류이든의 가능성에서 봤던… 그 회의실이군.’
나는 예상치 못한 장소 선정에 의아해하며 장해진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선… 이 글부터 한번 봐주시겠어요?”
“…네.”
나는 장해진이 건네는 패드를 받았다. 류이든 논란 터졌던 커뮤니티고, 제목은… [지동화 현 상황 정리]…….
나는 천천히 글을 읽어 내려간다. 그리고 글을 읽는 속도는 더욱 느려진다.
이 글은, 죗값을 받으라는, 그 아이를 내 손으로 떨쳐낸, 그 죗값을 달게 받으라는, 증거인 걸까.
나는 패드를 조심스레 내려놓고, 애써 표정을 유지하며 답했다.
“…다, 읽었습, 니다.”
젠장, 나는 목을 한번 가다듬었다.
장해진은 놀란 눈초리로 날 바라보고 있다.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나는 장해진이 얼떨떨해하며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작업실로 향했다. 내가 유일하게 혼자가 되는 공간이 지금만큼 필요할 때도 없을 거다.
작업실 의자에 몸을 눕히듯 앉은 순간, 거친 숨을 토해낸다.
이제야, 이제야 ‘타인’ 중에서도 ‘친구’라고 부를 사람들을 만났는데, ‘가족’을 ‘타인’으로 만든 주제에 그게 가당키나 하냐는 듯이 벌이 주어진다.
29년을 살며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정서적으로 기대어본 적이 없었고, 이제야 막 채하민부터 시작해서 류이든, 이현재, 석준, 김현진 한 명 한 명에게 정을 나눠주기 시작했는데, 그 처음이 선사하는 만족감 때문에, 내가 저지른 죄악에 눈 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장해진은 내게 해명하자는 요청을 하려고 부른 거겠지.
그리고 내가 데뷔하려면, 그 아이는 내가 중3일 때 다른 집으로 입양 갔다고 해명해야 할 테고.
그러나, 그게 맞는 일일까.
고작 내가 행복해지자고, 그 아이를 내 손으로 떨쳐 낸 것을 얘기해야만 할까.
그 아이를 낯선 이들 속으로 몰아넣은 주제에, 그래서 그 아이는 외로워했을 것이 틀림없는데도, 내가 외롭지 않겠다고 그 아이 이야기를 하는 게, 과연… 옳은 짓일까.
나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고 책상에 고개를 박는다. 그리고 억눌러 둔 기억에 정신을 맡겼다.
* * *
중3이 된 나는 아이의 헌 교복을 다리며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는 중이다.
‘돈이 모자라. …물리적으로 여기서 더 일을 늘릴 수도 없고. 또 일시켜 줄 자리도 없을 거고.’
나는 잠시 다리미를 세워두고 속에서부터 깊은 한숨을 토해낸다.
그때 집 문이 열리고, 아이는 밖에서 땀을 흘렸는지 젖은 옷으로 들어오더니 소리쳤다.
“형! 나 왔어!”
나는 동생이 들어오는 동안 빠르게 표정을 갈무리한다.
“…그래, 목화. 학원은 어때?”
“응, 진짜 좋았어! 나 겁나 열심히 배웠다!”
나는 해맑게 웃는 아이를 보며 마주 웃어준다.
그래, 나를 갈아 넣으면 된다, 아이에게 현실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아이는 그저 부모의 유산이 너무나 풍족해서 우리가 부족함 없이 생활한다고 믿기만 하면, 그러면 된다.
아마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형, 요즘 밤에 너무 늦게 들어오더라.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아이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나는 다리미를 다시 고쳐 들며 말했다.
“…도서관에서 책 읽어.”
편의점에서 일하다가 노래방 데스크를 보러 간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나는 자연스레 거짓을 고한다.
그렇게 버티던 어느 날이었다.
아무래도 청소년을 쓰는 건 손님들이 곱게 보지 않는 것 같다며, 아니면 일 처리가 미숙하다며 그나마 월급이 좋은 곳에서 잘리기 시작한 어느 날에, 그래서 더는 아이의 환상을 지켜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 어느 날에, 다시 한번 정부 보조금이 줄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오던 그날에, 더는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의심되던 때, 구청에서 일하시던 한 분이 나를 붙잡더니 코코아를 한잔 타주고는 입을 열었다.
“동생이 몇 살이었지?”
“…열네 살입니다.”
“…음, 그, 내 주변 지인 중에, 네 사정 듣더니, 동생이라도 자기 집에 입양하겠다는 분이 계셔.”
“…열네 살인데요?”
“응, 한번 동생이랑, 얘기해 봐.”
* * *
나는 거기까지 회상하고 숨을 쉬다 연신 기침을 뱉어낸다.
“…관두자.”
다 관두자. 내가 잠시 연습생들과 팬들이 전달해 주는 달콤한 관심에 취해서 외면하고 있던 사실을 인정하자.
팬들이 보내주는 환호성이 선사하는 만족감도, 조명 아래에서 그 화려함에 취하는 것도, 내 곡으로 빛나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조차도 내겐 그럴 자격이 없다.
아이의 행복을 부숴버린 나는 행복해선 안 되며, 아이를 입양 보내기 위해 일부러 모질게 말한 나는 팬분들께 좋은 말을 들어선 안 된다.
이전 생처럼, 그 누구와도 정서적 교류를 나누지 않은 채 외로움을 가까스로 견디며, ‘홀로’ 여행을 다니거나, ‘홀로’ 공부하거나, 그리고 ‘홀로’ 있는지도 모를 세상의 진리를 파헤치면서, 그렇게… 내가 원하는 걸 하면서도 불행하게 살아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겠지.
“…생각해 보면, 류이든한테 뭐라고 할 게 아니었군.”
바로 내가 평생을 후회활 선택을 한 인간이니까.
나는 시공간 이동의 원인이고 뭐고, 어차피 다 소용 없어졌으니, 기지생에게 마지막으로 말을 건다는 심정으로 물었다.
‘기지생, 류이든 긴급 퀘스트 때 받은 1회 질문권… 지금 사용 가능해?’
[가능합니다.]나는 입을 열어 소리를 낸다. 나는 미친 짓이고, 비합리적인 짓이란 걸 아는데도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 뭘까?”
[결과적으로 옳은 일인지, 당신의 도덕에 비춰 볼 때 옳은 일인지 우선 확정하여 질문해 주시길 바랍니다.]“…결과.”
답변 : W8]
…무슨 뜻인지 설명해 봐.
[남은 질문권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