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29)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29화(29/343)
29.
동생과 30분 정도 서로의 근황을, 정확히는 내가 묻고 동생의 답을 듣기를 하고 나서, 시간이 날 때 또 전화하기를 약속한 뒤 밖에 나서 연습실로 돌아갔…….
“동화야! 괜찮아?”
…과속하는 토끼를 규제하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군.
둘러보니 5명 모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또 걱정했나 보다.
“…들은 거야?”
“형이, 안 오니까 걱정돼서, 이든 형처럼 그런 건가 싶어서 제가 형 작업용 노트북으로 커뮤니티 봐버렸어요…….”
이현재가 죄라도 지은 듯 말한다. 하긴, 남의 가정사를 동의 없이 읽은 것 같은 기분이겠지.
“…네가 기죽을 일 아니고, 덕분에 가족 하나 생겨서 괜찮아.”
물론, 스물아홉 살까지 안고 있던, 아물지도 않던 상처가 이렇게 갑자기 아물기 시작했다는 게 아직 납득은 안 간다.
대체 기지생은 왜 내게 이런 일을 해준 걸까. 어째서 내가 평생을 할 후회를 없던 일로 만들어준 걸까. 모르겠는 것투성이다.
그러나 그래도 가끔은 이유를 찾으려 하기보단, 그저 주어진 선물에 기뻐할 줄도 알아야겠지.
채하민은 내 말을 듣곤 팔짝 뛰더니 나를 껴안아 왔다.
“진짜 걱정했어, 동화야!”
그러자 류이든도 기분이 좋은지 나를 껴안았고, 그러자 나머지 모두 뛰어오더니 나를 껴안, 어, 잠깐.
순간적으로 몰려드는 체중에 균형을 잃은 내 몸은 서서히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흠… 만약에 다치면 채하민은 가만둘 수 없겠군. 동생이 보러 오는 무대를 망치는 건 목숨으로 응당 갚아야 할 일.’
그렇게 생각하며 괜히 발버둥 치다가 어디 접질리지 않게 머리만 몸 안쪽으로 말아 넣었다.
그때 채하민이 화들짝 놀라며 내 목 밑에 두 손을 넣었고, 급히 류이든과 석준이 각각 내 한쪽 팔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결과, 나는 목과 팔만 공중에 붕 뜬 채, 등이 땅에 닿기 직전에 멈췄다.
채하민은 상체가 기묘한 각도로 꺾여서 나를 끌어 올리고, 나머지 두 명은 줄다리기를 하듯 나를 당기고 있다.
그 상태로 정적의 3초가 흐르고, 나는 결국 입을 열었다.
“…최선을 다하는데 미안하지만, 계속 잡고 있을 필요 없잖아.”
“…그러네?”
류이든이 열심히 내 팔을 당기다가 멍청하게 말하며 놓아주었고, 나머지 둘도 놓아주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치스러움은 잠시 잊고 할 말은 해야겠군.
“…걱정해 줘서 고마워.”
“형님이― 괜찮다니 저희도 고맙―습니다.”
“동화 형님이 좋다면 된 거지, 뭐.”
석준과 류이든이 말하자 나머지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이제 연습합시다.”
“동화가 또 부끄러워하네!”
…비켜. 동생 와서 연습해야 해.
* * *
“…형, 가사 이 부분 이렇게 바꿔보는 거 어때요?”
나는 이현재가 내민 안을 바라보며 천천히 읽는다.
흠, 잘 썼군.
“…어디서 얻은 아이디어야?”
그러자 이현재는 멋쩍다는 듯이 볼을 긁적이곤 말을 잇는다.
“어제, 다 같이 데뷔하는 꿈을 꿨거든요. 그럴 수 없는 거 아는데도, 그래서 부끄러운데, 그랬으면 좋겠어서 가사로라도 써봤어요. …조금 우습죠?”
나는 잠시 이현재를 바라본다. 애써 침착한 표정 너머로 누구도 탈락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엿보인다.
그래… 물론 불가능하긴 하지.
“…어떤 꿈은, 이뤄질 수 없어서 더 아름답기도 해.”
그러자 이현재는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이군.
“…네가 쓴 가사로 바꿔 말하면, 수평선을 잡으려는 시도는 늘 허황하지만, 그렇기에 그 순간이 아름다워지는 거야.”
그래, 이번 무대만을 생각하면서, 6명이 함께 무대에 있을 수 있는 이 순간을 즐기면서,
“…지금 이 현재를 즐기는 거네요.”
이현재가 연한 미소와 함께 답하면, 나는 늘 그렇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형, 저 노래 부르는 거 좀 들어주세요.”
…그래.
* * *
공연 전날 밤, 나는 마지막으로 한 시간 정도 눈을 붙이러 숙소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엔 김현진이 류이든 옆에 앉아서 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김현진은 늘 활기차 보이던 모습과는 다르게 물기에 젖은 목소리로 횡설수설하기 시작한다.
“형, 형, 저 떨어지겠죠? 형, 저, 누가 떨어지는 것도,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데, 형들이랑 현재랑, 다 정들었는데, 어쩌죠, 형.”
류이든은 조용히 김현진의 등을 토닥여 주다가 어느 정도 진정되자 입을 연다.
“현진아.”
“…네.”
“너도, 나도, 탈락할 수도 있지.”
김현진은 눈물을 꾹 참으려 노력하며, 그래서 입술이 터질 듯 짓씹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우리는 늘 다시 달려갈 거잖아.”
김현진은 조용히 류이든을 바라본다. 그 눈엔 깊은 신뢰가 담겨있었다.
“만약 이번에 탈락하더라도 너는 나처럼 내 나이가 될 때까지, 그리고 나는 더 늙어서까지, 데뷔를 향해 달려갈 거잖아.”
류이든은 그렇게 말하며 녀석의 머리를 한번 헝클인다.
“우리 중 누가 탈락하든, 아주 잠시 딱 한 발자국만 물러서는 것뿐이야. 그리고 다시 달려가면 돼. 나도, 그렇게 몇 번이고 다시 달려 봐서 잘 알아.”
…류이든이 견딘 세월이 10년이었지, 아마.
이 망할 서바이벌은 누군가가 10년 동안 꿔온 꿈의 크기를 계단 따위로 재려고 하는 거고.
그러자 김현진은 고개를 아주 작게 끄덕인다.
“그리고 너는, 매력도 좋고 실력도 좋고 나보다도 어리고, 무엇보다 아이돌을 해야 할 상인데?”
그러자 김현진은 옅게 웃더니 답한다.
“아, 이 매력적인 얼굴 다 부어서 어쩌죠.”
“이럴 줄 알고 냉동실에 숟가락 넣어뒀으니까, 내일 아침에 그걸로 눈 붓기 빼자, 현진아.”
…확실히, 류이든은 좋은 형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늘 믿음과 마음을 주려 노력한다.
그래서 배신당할 때의 충격을 크게 받지만, 그렇기에 앞에서 누군가를 이끌 수 있는 인간이다.
나는 조용히 현관 앞쪽에 앉아서 둘이 들어갈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내일이면, 결국 누군가는 탈락해야 하는 거군.
…하, 이 망할 서바이벌.
나는 조용히 기지생을 호출한다.
‘…기지생, 6명이 다 같이 데뷔하는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나?’
[질문권이 없지만, 이번만 예외로 답을 드립니다.답변 :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
* * *
지동화의 팬은 월요일에 중간고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여기에 왔다.
‘우리 동화, 개같은 쓰레기들이 앵겨 붙었었으니 액땜도 했겠다, 반드시 데뷔해야 한다!’
그녀는 며칠 전에 있었던 지동화에 대한 (개같은) 루머에 맞서느라, 커뮤니티와 SNS를 상주했다. 그 덕분에 중간 레포트 제출 일자를 놓쳤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그러니 데뷔해야만 한다!’
그녀의 손에 들린 천에는 ‘고생 속 피어난 한 떨기 꽃’이라는 문구와 지동화가 게임 벌칙으로 꽃받침을 한 모습이 인쇄되어 있다.
SNS를 통해 공동 제작한 타월이라 오늘 오는 대부분의 지동화 팬들은 이 천을 들고 응원할 예정이다.
그녀는 속에서 오늘 드디어 지동화의 데뷔가 확정될 것이라는 끓어오르는 고양감과 아주 조금의 불안감을 품은 채 관객석으로 입장했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 생방송 시작 20분 전, 지동화와 몇몇 연습생들이 올라왔다.
‘세상에… 반바지… 이렇게 잘 어울릴 일이야……?’
지동화는 무릎이 보이는 파랑 계열의 마린 룩을 입고 있었고, 목에는 스카프가 매여있다. 지동화의 얼굴 탓에 마치 동화 속에서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고양이처럼 보였다.
‘…코디님, 당신은 천재입니까?’
우선 절을 해야겠으니 어디 있는지 방향이라도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왜 벌써 올라온 걸까, 그녀는 지동화의 의상 때문에 정신을 이제야 되찾아서 뒤늦게 의문이 들었다.
스태프가 마이크를 건네자, 대표로 류이든이 먼저 입을 연다.
“안녕하십니까! 더 넥스트 니체 연습생이 왔습니다!”
그리고 순간 쏟아지는 함성에 이현재가 화들짝 놀라자 지동화가 조심스레 어깨를 잡아줬다.
‘지동화… 존나 스윗해…….’
그녀는 흘러내리는 침을 닦아냈다.
“저희가 여기 오신 팬분들께 선물을 마련했습니다! 저희가 하나하나 직접 포장했으니, 나가시는 길에 꼭 하나씩 받아 가세요!”
대본이 있는지 류이든이 말을 마치고 김현진을 바라보자 김현진이 마이크를 들었다.
“저희가, 멋진 선물을 준비하진 못했지만, 하나하나 정성스레 준비했어요!”
“바로― 직접 쓴 편지와― 간식거리들― 그리고 음, 어― 뭐였죠?”
저건 진짜 모르는 건가. 갑작스러운 어벙함에 다들 실실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지동화가 잠시 둘러보더니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6명이 함께 찍은 사진을 포토 카드로 만들어 동봉하였습니다.”
“아! 맞습니다! 역시 형님은 대단합니다.”
지동화를 칭찬하니까 말 빨라지는 게 뻘하게 웃겨서 그녀는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들이 잠시 무대 위에서 짧게 대화를 나누고, 다시 들어가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시작되는 VCR, 드디어 ‘더 넥스트 니체’의 마지막 경연이 그 막을 올렸다.
* * *
# 자체 프로듀싱 미션 무대 전 VCR 중 마지막 부분
지동화가 개인 인터뷰실에 앉아있다. 눈이 약간 부어 있었다.
[Q. ‘수평선’은 어떤 곡인가요?]‘음… 우선 저희 연습생 전원이 무대 구성에 참여한 곡입니다. 작곡은 저와 석준 연습생, 작사는 이현재 연습생도 함께 했고, 안무는 나머지 연습생들이 구상했습니다. 그러니 모두의 꿈을 담은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동화가 말하는 목소리를 배경으로, 화면에 작곡을 위해 대화를 나누는 석준과 지동화, 안무를 구상하고 있는 이들, 가사를 쓰며 지동화와 대화를 주고받는 이현재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Q. 작곡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요?]‘음… 계단입니다. 저희 탈락자 발표식에 항상 나오는 계단을 사실 제가 무척이나 싫어하는데, 거기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러자 화면이 전환돼선 이현재가 나온다.
[Q. 계단?]‘…생각만 해도 떨려요. 그 계단에 못 오르면, 실패한 것 같잖아요.’
이번엔 김현진이 나온다.
‘현재가 그랬어요? 저도! 저도 그래요!’
다음은 채하민.
‘무대를 잘 마치고 와도, 그 계단 앞에만 서면 제가 작아진 것 같고, 그래요.’
다시 지동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계단은 볼 때마다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계단을 부수고 함께 같은 높이에 설 순 없을까,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화면이 바뀌고 무대 뒤에서 계단을 바라보고 있는 이현재의 모습이 잠시 비친다. 그리고 이어지는 개인 인터뷰.
‘…사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어요. 계단 앞에 서기 무서웠거든요. 그러다가 동화 형이 말해준 건데…….’
화면이 석준으로 전환된다.
‘꿈의 크기를― 고작― 계단의 높이로는― 잴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 제 노트 앞에 적어서 늘 읽고 다닙니다.’
[Q. 그렇다는데?]‘…말씀드렸잖습니까. 석준은 광기가 넘쳐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그리고 지동화는 자기가 했던 말이 까발려진 게 부끄러웠는지 붉어진 귀를 만지작거린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화면 중앙에 나오는 류이든. 조용히 정면을 바라보다 웃으며 입을 연다.
‘부디, 저희의 꿈을 잘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 * *
VCR이 끝나자 천장이 터뜨릴 듯한 함성이 울렸다.
무대 전에 예의상 지르는 함성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바이벌에 대한 분노에 동감한 때문이기도 했다.
곧 무대에 푸르고 청량한 조명이 들어온 뒤 파도가 찰싹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감각적인 뭄바톤의 신스 라인.
마치 해변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무대는 마치 갑판 위를 연상케 하는 오크 통과 나무 상자, 그리고 밧줄 등으로 가득 차있다.
그 속에서 마린 룩을 입은 6명은 무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밧줄을 당기거나 망치질을 하는 등 배를 점검했다.
이후 파도 소리가 그치고 뱃고동 소리가 흘러나오자 대형을 맞춰 섰다.
그리고 반주와 함께 활짝 웃으며 채하민이 센터로 나왔다.
채하민은 손으로 망원경을 들고 있는 듯한 안무와 함께 박자에 맞춰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자, 떠나자, 저기― 저 수평선 너머
자, 너와 나, 찾아― 헤맸었던 곳
그리고 채하민이 망원경을 내리고 무대 앞쪽을 놀라며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모두 몰려와선 그곳을 진지하게 바라보다 서로를 보며 고개를 한번 끄덕인다.
그 사이를 헤집고 나온 류이든. 유일하게 반팔을 입고 있다.
류이든은 머리카락을 약하게 헤집으며 불안한 듯 말했다.
넘쳐 나는 불안감, 부족한 나 자신과
언제까지 우리가 함께할 수 있을까.
그렇게 우리 앞에 가득한 수풀을 헤쳐 가
그리고 류이든은 자신 있다는 듯 한쪽으로 팔을 접어 올려 반대쪽 팔로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그러자 이현재가 류이든의 팔뚝에 대롱대롱 매달려 즐겁다는 듯 웃었다.
찾아낸 저기 저― 수평선―
그러자 반주가 잠시 잦아들고, 감각적인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온다.
지동화가 걸어 나오며 마이크를 입에 댄다. 무대 우측 앞으로 걸어 나온 지동화,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은 왼쪽에 모여서 지동화를 꽃받침을 한 채 지켜보고 있다.
I don’t wanna go upsta―ir―irs
그저 너와 함께 나아가고만 싶어
위쪽으로 나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뒤를 돈 지동화는 그 꽃받침을 한 이들이 웃겼는지 약간 미소 지으며 이어서 노랠 불렀다.
I don’t wanna beat ya yeah―e―yeah
그저 너와 함께 꿈을 꾸고만 싶어
지동화는 이후 다른 이들 쪽으로 달려가 몸을 던져 뒤로 누웠다. 그러자 류이든과 석준, 그리고 채하민이 받쳐주며 헹가래를 한다.
그리고 그 밑으로 슬라이딩하며 튀어나온 이현재와 김현진이 센터로 나온다.
반주는 다시 시원하면서도 희망찬 분위기로 돌아왔지만 흥겨운 느낌이 더 강해졌다.
저 너머로 갈 수만 있다면 (저기―저 수평선)
너와 내가 손을 맞잡는다면 (오, 저 수평선)
그러며 두 손을 맞잡고 위로 들어 올린 둘, 이현재는 마이크를 들어 청량한 고음을 날린다.
자 떠나자― 저기 저 수평선 너머로
사이다를 한 병 마신 것처럼 속이 뻥 뚫릴 때쯤, 후렴으로 트로피컬 하우스의 멜로디가 터져 나온다.
마치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며 최대 볼륨으로 듣는 듯한 시원한 음이었다.
이 비트에 맞춰 대형을 갖춘 이들은 김현진, 류이든, 채하민을 센터로 흥겨운 춤사위를 펼친다.
마치 조종대를 손에 쥔 듯 왼쪽 오른쪽으로 돌리며 상반신을 기울인다.
그러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 과장되게 손을 흔들어줘 밝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후 일렬로 빠르게 모였다 절반은 왼쪽으로, 나머지 반은 오른쪽으로 손을 이마에 대고 주변을 살피다 황급히 앉자, 석준이 씩 웃으며 망원경으로 전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오는 석준.
계단 따위, 막지 못해, 내가 갈 이,
수평선으로 향하는 길, 너와 같이,
We don’t wanna go up, right?
석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묻자 단체로 모여선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함께 대형을 맞춰 스텝을 몇 번 밟더니 두 손으로 스마일 표시를 만든다.
불안은 접어두고 같이 웃어봐
그리고 앞으로 걸어 나오는 이현재는 지동화가 불렀던 라인을 부른다.
그 와중에 류이든이 바쁘게 움직이며, 연습생들에게 무언갈 지시하고 있다.
그 지시에 따라 연습생들이 분주히 무대 위를 돌아다니던 순간, 무대 중앙에 선 거대한 돛대에서 거대한 천막이 내려온다.
거기엔 6명이 함께 노을 진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붙어있다.
곡은 너무 흥겨운데, 노을 때문에 왠지 슬픈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리고 그때 터져 나오는 후렴구.
김현진이 센터에 서서 조종대를 꺾는 방향으로 대형이 이동하며 정말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연출이 이어진다.
그리고 곡이 차츰 마무리될 때쯤, 모두 뒤돌아 앉아 돛을 바라보고 있을 때, 지동화만 센터에서 정면을 바라보고 서있다.
약간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는 지동화가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든다.
자, 떠나자, 저기 저 수평선 너머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라도
그래, 너와 난, 함께 추억으로 남아
이제 영원히 기억될 테니
그리고 지동화 역시 뒤돌아 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
곡이 끝나고 흐르는 기묘한 정적 속에 6명이서 무대 위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무대가 어두워지고 중간 광고가 흐르는 순간, 객석에선 환호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동화의 팬은 울면서, 환호하면서 생각했다.
‘…동화는, 대체, 이 퀄리티의 곡을, 그것도 10개 버전으로 편곡까지, 어떻게.’
지동화한테 선물할 일이 있다면 꼭 보양식으로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마저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