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297)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297화(265/343)
류이든은 옛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오랜만에 동급생을 만나서 행복했다.
동급생과 농구를 하다 이긴 덕분에 먼저 교실로 와 있었던 류이든.
PD님은 분명 쉬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느긋하게 기지개나 한번 켜고 있었는데, 갑자기 너무 리얼한 분장을 하고 입가에 피를 묻힌 사람이 들어와서 물어뜯을 듯 달려들었다.
“…어?”
당황은 잠시, 짐승 같은 감각이 경종을 울리고, 류이든은 곧바로 책상에 기대고 있던 몸을 스프링처럼 날려 뛰쳐나갔다.
비명조차 없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
바로 옆의 교실에 뛰어 들어가 문을 잠갔다.
곧바로 뛰어 뒷문까지 걸어 잠그고, 류이든은 가쁜 숨을 뱉었다.
“이게…….”
황급히 창밖을 보니 선생님이 주차장에서 손을 흔들고, 자신의 동급생과 같이 차에 타는 게 보였다.
“…갑자기요?”
자신의 모교는 주말에 뭘 한다는 개념이 없는 학교.
예고라 학생들은 지하에 있는 연습실을 활용하고 지상층에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아마도 출입도 통제됐겠지.
‘탈출이구나.’
너무 뜬금없는데, 진짜. 어쩐지, PD님이 이쪽으로 따라왔더라. 동화 사랑이 멤버들한테는 못 미쳐도 유별나신 분이.
교복을 입고 달리니 더워서 하복 단추를 풀었다.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있을 때, 쾅.
화들짝 놀란 류이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돌리자 붉은 손자국이 유리창에 남아 있었다.
그 너머로 가만히 이쪽을 노려보며 입술을 꼼지락거리는 배우분.
“왜 이렇게 연기를 잘하세요!”
그러나 돌아오는 소리는 괴물의 비명. 와, 저런 분이 몇 분이나 있는 걸까.
류이든은 재빨리 눈을 돌려 카메라가 있는지 확인했다.
와, 왜 눈치 못 챘지. 생각해 보니까 학교 곳곳에 작은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구나.
그런 깨달음과 함께, 류이든이 가만히 생각을 정리하며 바지 끝단을 접었다.
미친 듯이 뛰어야 하는구나, 오늘.
* * *
“…어?”
채하민은 닫힌 문에 어벙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시 한번 더. 덜컹거리기만 하는 문은 열리지 않고 채하민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저, 저 여기 닫혀 있어요!”
그러나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파들파들 떨리는 손. 방송 상황이, 맞을까?
채하민은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너무 조용한 학교는 무서운 상상을 부추긴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는데,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멍하니 있던 채하민은 불쑥 소리를 질렀다.
“동화야!”
참고로 둘은 다른 학교에 다녔다.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이 없어서 채하민은 경악했다.
으어, 어쩌지, 진짜 감금당했나 봐!
채하민은 멍하니 문을 노려보다가 자물쇠를 드디어 발견했다.
이게, 안으로 잠길 수가…, 있나? 자기가 여기 있었는데? 귀신인가?
파르르 몸을 떠는 채하민.
옆에 지동화가 있었으면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게 했을 텐데 홀로 있는 채하민은 정신이 아찔했다.
“으어! 무서운데요! 이거 꺼내 주시면 안 될까요!”
다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고, 채하민은 제자리에 쓰러지듯 앉아 다시 소리를 높였다.
“동화야!”
* * *
선생님이 인도해 주신 곳에 가 앉아 있었더니, 방 한편에 설치된 천이 떨어지며 숨겨져 있던 공간이 드러났다.
“…PD님이 또.”
이게 조작된 상황인가.
그럴 줄 알았다. 훈훈함을 사랑하는 인간은 절대 아니잖아, 그 PD놈.
만약에 그런 사람이었으면 다큐멘터리식 편집을 이런 데 낭비하는 손해 막심한 짓을 하진 않았겠지.
무슨, 감시실 같은데. 두 대의 모니터와 리모컨, 그리고 종이까지. 관찰 카메라로 뭘 해야 한다는 건 이해가 되는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 위의 종이를 꺼내 들었다. ‘추억의 오락실 : 하교할 땐 게임 두 판 정도가 국룰!’이라고 제일 위에 적혀 있다.
어떻게든 학창 시절이랑 연관 지으려고 애쓰는구나.
그리고 사람을 잘못 봐도 너무 잘못 봤는데. 살면서 해 본 게임이라고는 장기와 체스 혹은 이현재의 보드게임 에디션이 전부인 나에게 너무 가혹한 미션이다.
안 봐도 두 게임을 클리어해야 퇴근이라는 식인 게 보였다.
“…룰은 이게 다입니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그래, 망할 PD놈이 여기 없는 걸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게임은 아니지 않을까.
나는 별생각 없이 첫 번째 자리에 앉아 리모컨으로 화면을 켰다.
‘Now, Our School Is’이라고 적힌 타이틀. 게임의 퀄리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영상이 재생되며 게임의 룰이 소개됐다. 대충 학교에 좀비가 생겼으니 캐릭터를 끝까지 살려 탈출시키라는 내용.
내 손가락으로 가능할까. 그보다 키보드는 어디 있.
“…여기 개 한 마리가.”
우연인지 뭔지 류이든이 복도에서 미칠 듯이 달리고, 뒤에 웬 좀비 분장을 한 배우분들이 열심히 뒤쫓고 있었다.
학교에서 저래도 되나. 너무 반교육적이잖아.
나는 반사적으로 옆에 있는 화면의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화면이 켜지자 보이는 ‘학교괴담’, 귀신이 시간을 두고 점차 걸어오는 곳에서 캐릭터를 살려 탈출시키라는 내용이다.
아주 당연하게도 채하민이 제자리에 앉아서 누구를 목놓아 부르고 있, 는데, 내 이름이군.
부르다 죽을 이름이라도 되나 봐, 하민. 김소월 시인이 높게 평가하겠네.
“…세상에.”
대체, 얼마나 돈을 쓴 거지. 콘서트 전에 자컨 하나 찍고 조금 휴식이라고 들었으니, 남은 예산을 쏟아부은 게 틀림없다.
추억을 팔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 마음을 놓고 있다가 좀비나 귀신 같은 것과 맞닥뜨렸으니 상태가 저 모양 저 꼴인 게 이해는 된다.
안 그래도 추억을 파는 것 자체가 내겐 고된 일이었는데, 머리를 쥐어짜려고 난리가 났다.
뭐지, 뭘 원하는 걸까.
“…전화기 같은 게.”
소통의 수단이 필요하다.
이런 구도를 짰다는 건, 내 도움 없이는 될 일도 안 되게끔 열심히 설계했다는 말밖에 더 될까. 망할 PD놈이 상황을 ‘약간’ 조작했다더니 이런 걸 준비하고 있었구나.
현대 문명의 이기를 누리게 해 줘. 공간을 뛰어넘은 소통. 안토니오 무치가 만든 이래로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한 분야잖아.
나는 서랍을 뒤적이며 화면을 눈으로 훑었다.
화면을 이리저리 옮겨 보면 류이든은 잡히는 화면마다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달리고 있었고, 채하민 쪽은 화면을 돌릴 필요도 없이 한 화면에 붙박인 채 간헐적으로 멤버들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근데, 이거 왜 하는 건데.’
일단 상황이 주어졌으니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고 있기는 한데, 근본적인 의문을 잊을 수가 없다.
존재 의의를 모르겠으니 의미 부여가 안 되고, 의미 부여가 안 되니 하이데거가 울고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서랍을 열어 안에 있던 핸드폰 한 대를 꺼내 드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음.’
콘서트 유닛 구성이구나. 앞에 있는 건 자체 컨텐츠, 뒤에 촬영한 이건 콘서트에서 공개하거나 그 직전에 공개할 것 같다.
형 라인과 동생 라인으로 유닛 나눠서 무대 하나씩 할 속셈이구나, 우리.
그럼 이건 그 전에 하는 협동심 대결 같은 건가.
PD놈이 우리 회사와 협업을 하는 중이니, 그런 컨텐츠를 만들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
류이든이 일단 태릉선수촌 체험을 진행 중이니, 우선 채하민부터.
* * *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화들짝. 바닥을 기며 열쇠 같은 게 떨어져 있지는 않나 찾아다니던 채하민은 그대로 온몸이 굳었다.
“…동화야?”
원래 자기가 힘겨울 때 전화를 걸어 주는 인간은 멤버들, 그중에서도 지동화다!
채하민은 희망의 빛으로 가득 차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혼자면 무서운 것투성이지만, 한 명이라도 옆에 같이 있다면 두려울 게 없지!
채하민은 조심스레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청소 용구함! 이 안에 연락의 수단이 드디어!
손을 들어 올려, 손잡이에 집어넣는다. 해맑게 웃는 채하민은 벌컥 문을 열었다.
창백한 얼굴, 시꺼먼 눈, 흰자와 검은자가 뒤바뀐 사람이, 왜 여기.
채하민은 그대로 몸이 굳었다. 인간은 극단적인 공포 앞에서 아무 반응도 할 수 없다더니, 정말 말 그대로였다.
“…으.”
뒷걸음질 한 번.
채하민은 재빨리 용구함 문 쪽에 걸린 전화기를 빼어 들고 좀비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류이든처럼 미친 듯이 달렸다.
“으어, 으, 끄, 어! 동화야! 동화야!”
―네가 방금 본 게 귀신이야.
“어? 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할 거야.
말이 끝나자마자 청소용구함에 있는 괴상한 남성이 한 걸음 내디뎠다.
“어떡해? 어떡해! 퇴마사, 퇴마 좀 해 줘, 동화야! 우리 할머니 친구 중에 무당 한 분 계시는데!”
―음, 일단, 상황 좀 설명해 줄래.
“귀신이 있어!”
―…응. 문 뭐로 잠겨 있어, 하민.
“자물쇠!”
―귀신 품에 있어.
“거짓말!”
―방금 문제 하나 풀었거든.
채하민은 거칠게 뛰는 심장을 움켜잡았다. 저기에 손을 대야, 하는, 으어!
―늦으면, 점점 더 빨리 움직일 테니까, 아마 꺼내기도 전에 붙잡히겠지.
“으아!”
―할 수 있어, 하민. 나도 지금 지켜보는 중이거든.
“보, 보고 있다고?”
채하민은 카메라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 너머로. 채하민은 멍하니 손을 흔들었다.
―안녕.
“…와, 나 무서운 거 다 날아갔어.”
―응, 할 수 있어.
* * *
죽을 것 같다.
류이든은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 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지.”
왜 학교 1층부터 4층까지 전부 뒤졌는데, 탈출구는 눈을 씻어도 보이지 않을까.
전부 다 잠겨 있어서 좀비분들을 피해 교실 이곳저곳을 다 뒤졌는데도.
“…뭐 하는 거지, 우리 대체.”
류이든은 마치 지동화에 빙의된 듯 중얼거렸다.
정황상 다른 멤버들도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건데, 목적이 뭔지 모르겠으니, 무작정 달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 이럴 때 딱 동화가 있어야 하는데.”
손수건을 주머니에 접어 넣었다. 방송의 의도를 멋들어지게 분석해내 주는 컴퓨터 하나는 요즘 세상에 있어야지 않을까.
류이든은 발목을 스트레칭하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어디로 달려볼까. 일주일 치 유산소를 다 하고 있어.
“어?”
육체 컨디션 하나는 늘 최상인 류이든, 지독한 자기 관리가 다시 빛을 발한다.
괜히 이어폰으로 음악 듣는 것도 꺼려하는 게 아니라는 듯이 예민한 청각에 소리가 들린다.
“…전화 소리.”
류이든은 한 번 폴짝 뛰고 달렸다. 앞에서 다가오는 좀비 배우분과는 이미 내적 친밀감을 형성한 상태라 싱그럽게 웃으며 인사를 한 번 올렸다.
좀비분들과 인사를 여러 번 나누며, 류이든은 문을 열고 뒷문으로 들어섰다.
누가 핸드폰을 창문에 붙여 둬.
핸드폰을 낚아채기 위해 류이든은 재빠르게 창틀에 손을 짚고 점프했다.
하나의 동작처럼 유려하게 이어져서 마치 기계체조를 연상케 했다.
“여보세요?”
마침 이쪽으로 다가오는 좀비분을 피해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류이든. 그런데도 전화 받는 목소리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작작 뛰어.
“원래 목줄 잡아 줄 사람 없으면 개는 뛰어.”
지동화의 ‘개’스라이팅이 효과적으로 먹힌 류이든은 자연스레 스스로 개라고 칭하고 있었다.
―그러면 이제 그만 뛰고.
“응.”
류이든은 자리에 멈춰 서서 다시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눌러 닦았다.
“나 좀 살려 줘, 형. 사방에서 웬 좀비가 물어뜯으려고 해, 무서워 죽겠어.”
―눈밭에서 뛰는 개 같던데.
“…강아지라고 해 줄래?”
안정감. 류이든은 안정감을 느꼈다.
역시 혼자서는 뭘 해도 안 된다. 리더라는 직책이 혼자서는 얼마나 쓸모없는 직책인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