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04)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04화(272/343)
대학생이 되고 나서 깨달은 건데, 콘서트 풀타임을 뛰는 건 정말 미친 짓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그러고도 대학을 갔는지.
그리고 지금 그 미친 짓을 다시 하려고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 PC방에 앉아 있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친구와 PC방에 자리를 잡았다.
블로센스는 매년 감사제로 작은 공연은 했지만, 이렇게 제대로 된 투어는 처음이니 적어도 서울에서 하는 이틀만큼은 전부 보고 싶다.
나는 막콘파지만, 첫콘에 친구가 자리 잡는 데 성공하면 온갖 산해진미를 대접해 줄 예정이다.
탭을 띄운다. 한 세 개 정도. 더 많으면 헷갈리더라.
핸드폰을 꺼내들고 와이파이를 끈다. 셀룰러의 은총이 나와 함께하기를.
미리 팝업 허용이 되어 있는지 체크하고, 서버 시간 측정기를 작게 올려 뒀다.
“…나는 너처럼 안 해도 되는 부분?”
“응. 어차피 도와주러 온 거잖아.”
“아니, 나도 제대로 할게. 나중에 호핀 콘서트 하면 도와주는 걸로.”
돌덕질의 만족도는 티켓팅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로 갈린다.
“너는 탭 몇 개로 둬?”
“다섯 개.”
“손 안 꼬여?”
“딱 거기가 한계인 듯.”
1초 단위로 탭마다 새로고침을 하는 습관은 이제는 전통이다.
긴장감이 몰려온다. 오픈 십 분 전. 습관처럼 손가락의 살을 깨물었다. 초조할 때면 늘 나오는 버릇이다.
후― 할 수 있다.
“주변 은행 위치는?”
“확인해 뒀고.”
두 명의 여인은 전장에 나서기 전 장군처럼 비장해 보였다.
오픈 이십 분 전, 이미 몇 번이고 봤던 I사의 티켓팅 화면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시뮬레이션까지.
“아, 갑자기 나까지 긴장되네. 성공하면 치킨.”
“그걸로 만족한다면.”
“그럼. 원래 티켓팅 도와주는 건 치킨이 국룰이잖아.”
아, 친구의 얼굴에서 빛이 난다.
겨울방학, 첫 만남은 기묘했지만 덕질을 서로 이해하는 인간이 되어 줬지.
* * *
한편 같은 PC방.
PC방에 오는 건 수강 신청 때 말고는 없는 한 남자가 핸드폰을 불안한 눈초리로 훑어보며 깊게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콘서트 티켓팅은, 처음이야.’
야작을 하다가 나와서 들어온 PC방. 형들 첫콘이라는데 가고 싶잖아. 스탠딩은 너무 부담스러우니까, 적당히 떨어진 좌석으로…….
“야, 뭐 해.”
친구놈은 안 와도 된다니까 심심했는지 옆에 와서는 게임이나 처하고 있다.
“티켓팅 팁 정독 중.”
이 세상에 금손은 많고 자신이 아는 지식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는 사람들은 더 많다.
“나도 도와줘?”
“…그 게임 중간에 나가도 돼?”
“그러면 민폐긴 한데. 내가 볼 땐 어차피 15분에 서렌 나올 듯? 내가 못하거든.”
못하면 뭣 하러 나와서 게임을 할까. 기어들어 가서 작업이나 하지.
“일찍 끝나면 도와주고.”
그렇게 말하며 그는 다시 팁을 정독했다.
탭을 몇 개, 새로고침, 새로 보는 정보의 홍수지만, 몇 회독한 덕분에 주변 ATM 위치까지 외워 왔다.
“근데 너 수신도 망했지 않나?”
“그런 부정 타는 얘기는 그만.”
의지력의 차이가 있다.
수강 신청은 될 대로 되라지, 라는 마음으로 넣은 강의가 있으니까.
“아으, 나 진짜 너무 못하네.”
‘패배’라는 화면을 보며 씁쓸하게 웃는 친구놈.
“팁 글 어디서 보냐, 인호야.”
“진짜 도와주게?”
“엉. 나중에 밥이나 사.”
카톡으로 온 링크를 보던 친구는 대충 슥슥 훑어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강 신청이랑 다른 게 뭐야?”
“…내가 성공한다는 사실.”
푸핫, 짧은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그는 진지할 뿐이다. 진실을 말하는데 망설임 따위는 없으니까.
“야, 원래 초심자의 행운이란 게 있잖아. 이번에도 잘 되겠지.”
그러면서 친구는 능숙하게 탭을 띄우고 서버 시간을 올린 뒤, 팝업 차단을 해제했다.
“…왜 능숙해?”
“적혀 있는 대로 하는 거지.”
그러면서 곧바로 티켓팅 연습 게임 사이트에 로그인하더니 연습을 진행했다.
“만약에 내가 자리 잡아 주면 밥 사 주나?”
“밥이 문제가 아닐걸.”
미술학원 조교로 일한 돈, 갖다 바칠 수도 있을 것 같거든.
“난 밥으로 족한데. 제육 먹으러 가자.”
“작작 좀 먹어, 그건. 너랑 있으면 맨날 제육만 먹잖아. 좀 비싼 거 먹으러 가.”
물론 성공했을 때 얘기다.
“그래? 나 진지하게 임할게.”
장난스럽게 말하지만 그 말을 하기 전부터 연습하는 모습은 진지함 그 자체였다.
생긴 건 멀쩡해도 진성 애니 덕후인 친구.
2D냐 3D냐는 달라도 누군가를 덕질하는 마음은 알아서 그런지 최선을 다해 도와주려나 보다.
“…무통장 입금으로 해야 하는 거 잊지 마.”
“근데 왜 무통으로 해?”
별걸 다 줄여.
“몰라, 그러래.”
성공한 사람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건 예술에선 금기여도 티켓팅에선 정석이잖아.
* * *
연습실, 나는 수건으로 땀을 닦아냈다.
왜 이렇게, 격렬해.
유닛 안무를 이렇게 구성한 채하민의 멱살을 잡고 싶다가도, 안무 퀄리티가 좋으니 할 말이 없다.
“아, 맞다. 우리 한 십 분 후에 티켓팅 오픈이래.”
류이든이 말하고 나는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제 친구두 시도한대요.”
“찐친이라고 봐야겠네.”
“…글쎄요. 놀릴 생각 만만인 것 같던데.”
“우리도 딱 한 장만 해 볼까?”
“팬분들한테 민폐잖아.”
우리가 예약했다가 취소하면 누군가 한 명은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잖아.
“자리 고르는 페이지까지만 가서 다음으로 안 넘어가면 돼.”
“실시간으로 좌석 사라지는 거 확인하는 거네요?”
“…그래?”
“그렇지. 좌석 안 누르면 상관없으니까.”
연습실에 갇혀 있다 보면 별 해괴한 짓을 하는 것들이 등장하는데, 오늘은 이건가 보다.
어차피 오늘 맞춰야 할 안무는 다 맞춘 상태고, 점검만 남았으니까.
나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근데 노트북으로 하면 광탈이지 않을까요?”
“왜?”
“와이파이잖아요. 랜선이랑 비교가 안 될걸요?”
“어차피 우리는 좌석 페이지 보는 게 목표니까 괜찮지 않을까?”
채하민이 이현재에게 의문을 표했다.
그러게, 어차피 표를 얻는 게 목표가 아니라 사라지는 걸 구경하는 게 목표라면 뭐. 수강 신청 하듯이 하면 되지 않을까.
“형은 수강 신청 이상한 강의만 넣잖아요.”
“이상한 게 아니라 내가 들어봤던 것들 중에 남는 게 많았던 것들만 넣는 거야, 현재.”
“전혀 다르다니까요. 형은 하루 자구 일어나두 수강 신청 완료할 수 있을 리스트 들구 있으면서.”
“나랑 같이 교양도 들었잖아.”
“그래서 제가 많이 고생했잖아요.”
직업 특성상 많은 강의를 넣지는 못하고 한두 개 정도만 넣어서 듣고 있는데도, 이현재는 나를 원망하는 경우가 있었다.
형 따라 신청했다가 이게 뭐냐며, 혹은 어떻게 40명 정원 강의에 6명밖에 없냐며.
그런 게 보통 진국인 강의가 많은데, 아직 대학 1회 차라 잘 모르나 보다. 그리고 새벽 강의에 적은 인원수가 뭉쳐 목격담이 줄어든 효과도 있잖아.
“어쨌든, 해 보자, 해 보면 알겠지.”
류이든은 내가 꺼내 든 노트북을 받아들어서 사이트에 들어갔다.
“…워, 야, 2분 남았대.”
“정각되면 새로고침하면 되는 거겠지?”
“그럴 것 같습니다―.”
이현재는 류이든과 아이들이 해맑게 티켓팅 사이트에 들어가는 걸 보며, 무언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왜, 현재.”
“저러다가 좌석 사라지는 거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티켓팅이 어렵다고 해도, 설마 좌석 선택 화면 구경도 못 할까.
수강 신청도 ‘신청’하러 들어가는 건…, 가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보통은…….
물론, 10분 동안 내 컴퓨터에서 수강 신청 사이트가 멈춘 적이 있긴 하지만(그럼에도 문제없이 수강 신청은 완료했다), 대학교 서버 관리와 이런 상업적 사이트의 서버 관리가 같을 리 없다.
“…지금이라두 제가 할까요?”
“그냥 둬. 행복해 보여.”
이현재가 내 말에 한 걸음 물러나 세 명이 옹기종기 모여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티켓팅이 될지 토론하는 걸 지켜봤다.
“그러게요. 원래 산산이 부서질 꿈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법이죠?”
낭만적이네.
우리는 세 얼간이가 머리를 맞대는 걸 지켜보기 위해 뒤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동시에 입을 벌렸다.
왜 아무것도 없지. 서버 시간을 알려 주는 사이트가 어디에도, 없는. 저것들은 서버 시간을 봐야 한다는 것도 모른다고.
“…형들, 서버 시간을.”
그러나 이현재가 말을 마저 하기도 전에.
“형, 정각입니다!”
석준이 노트북 시계를 보며 소리쳤다.
빠르게 움직이는 류이든의 손. 그리고 떠오르는 대기열 화면. 예상 대기 시간에는 믿을 수 없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천천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세 얼간이.
이현재가 고개를 내밀고 두리번거리며 얼굴을 한 번씩 살펴보더니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래요. 꿈이 깨지는 순간두 아름다워요.”
* * *
“…아, 씨.”
살면서 몇 번 한 적도 없는 욕을 이렇게 하다니.
자신의 수강 신청처럼 망해 버린 티켓팅 화면을 보자 그의 입이 자연스레 열렸다.
“…하.”
큰 꿈을 꾸면 깨진 조각도 크다던데, 다 개소리인가 봐. 허탈한 마음의 크기만 한가득 커져서 슬픔이 밀려왔다. 대기 인원 숫자만큼, 내 허탈함도 커.
어차피 똑같은 실패를 맞이했을 거라고, 그는 생각하며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야, 종혁아, 너는 됐어?”
“잠만.”
“…뭐?”
화면을 진득하게 쳐다보는 눈과 여유롭지만 재빠르게 움직이는 손.
설마 성공했다고.
“결제는 무통 맞지?”
“으, 응. 성공, 성공했어?”
“이거 결제까지 해야 성공 아냐?”
왜 여유로워, 미친놈. 덕질도 해 본 놈이 잘한다고, 이걸, 이걸!
“아니야, 미친놈아! 결제는, 결제 화면 뜨면 그냥 성공이야!”
PC방이 공공장소라는 자각은 잠시 잊고 말았다. 당장 얼싸안고 기뻐하고 싶었다.
뭐, 뭐 사주지. 치킨, 치킨으로 되나? 통장, 통장을 확인해야.
기쁨과 함께 분비되는 엔도르핀, 거칠어진 숨은 그가 얼마나 흥분했는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흥분하면 제대로 된 사고가 잘 되지 않아서, 그는 손을 마구 떨며 핸드폰으로 은행 어플에 들어가 남은 돈을 확인했다.
“…스테이크?”
“제육 사 달라니까 뭔.”
“아니, 스테이크!”
“소리치지 말고.”
그리고 이렇게 흥분에 가득 찬 풍경 너머로, 여유롭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두 장군이 있었다.
승전을 기념하지만, 들뜨진 않은, 당연히 잡아야 할 먹이를 잡았다는 사냥꾼의 자세였다.
“동화야, 내가 보러 간다.”
그러나 기쁨을 억누를 뿐, 티켓의 주인은 어깨를 떨며 기쁨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지금부터 풀콘 체력 비축 들어가야겠네.”
“…견딜 거야.”
원래 콘서트는 실신할 만큼 즐기고 나서 다음 날 쓰러질 듯한 몸을 이끌고 이틀 차를 나가 줘야 제대로 된 것이다.
* * *
티켓팅에 실패한 류이든은 조용히 나를 돌아봤다.
“…우리, 성공했나 봐, 형.”
“그러게.”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매진되는 걸 보지도 못했다. 매장에 비유하면 줄만 서다가 물건 구경도 못 해 보고 집에 돌아온 셈이다.
나도 류이든처럼 감회가 새롭다.
걸어온 시간의 결과를 확인한 느낌이라서.
무엇이든 체감하기 전까진 제대로 아는 게 아니라더니, 우리가 크게 성공한 게 확실한가 보다.
“매진이겠구나.”
채하민도 중얼거리며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벌렸다.
“그렇겠지.”
“…이럴 때가 아니야.”
류이든이 황급히 자리에서 헐레벌떡 일어섰다.
“연습해, 연습. 퀄리티 높여, 빨리.”
아, 저놈, 속 보여. 반복되는 연습에 지치지 말라고 설계해 둔 거였구나.
마치 홀린 듯이 석준과 채하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홀경을 보고 있는 사람처럼, 더 정확히는 류이든이 최면이라도 건 것처럼.
공연장 규모를 보여 주는 것도, 티켓팅 화면을 보여 주는 것도, 모두 멤버들의 의욕을 끌어올리려는 거였구나.
가시적인 숫자만큼 직접적으로 와닿는 게 없으니까.
나는 이현재가 건넨 손을 잡고 일어섰다.
“…이든이 형이 이럴 땐 참 존경스러워요.”
“그러게.”
쟤랑 함께라면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서 널리 퍼뜨리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