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08)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08화(276/343)
갑작스러운 눈물은 늘 당혹감을 불러일으키나 보다. 내가 무대가 끝났을 때 흘린 눈물이 아주 잠깐 콘서트장을 조용히 만들었던 것처럼.
지금도 그렇다. 류이든이 대뜸 흘린 눈물은 한 번 더 고요함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고요함은 처음이야.
인과 관계가 모호하면 울지 말라는 위로보다 먼저 ‘?’를 머릿속에 그릴 수밖에 없다.
“형은, 왜 우는……?”
이현재가 말을 끌었다.
류이든은 대답 없이 고개를 들고 힘껏 손부채질을 했다.
“으어.”
마이크를 들고 뭐라 변명하려던 노력은 금세 수포로 돌아갔다.
억눌린 게 툭 튀어나오듯이, 무거운 한숨 같은 소리만 흘러나왔으니까.
석준이 큰 몸을 조용히 이끌고 다가가 류이든을 안타까이 여기며 어깨를 토닥였다. 우는 사람이 있으면 절로 몸이 움직이는 놈이다.
류이든은 눈물을 말리다가 더는 안 되겠는지 고개를 내렸다.
그 짧은 순간 나는 류이든의 표정을 보고 조금 놀라고 말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붉어진 눈으로 울음을 참으려 최선을 다하고 있었으니까.
객석에서도 ‘울어! 더 울어!’라는 광기 어린 함성을 필두로 루미너스분들 전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포효하고 있었다.
음, 역시 우는 건 미덕은 아니어도 악덕 역시 아니다. 저렇게들 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시는데 그럴 리가 없지.
“형님…….”
석준이 울음을 꾸역꾸역 눌러대는 류이든을 보며 감정이 동했는지 표정이 일그러지며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
가만히 그 둘을 보고 있던 채하민이 석준이 우는 걸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형이 울자 따라 우는 동생이 귀여운가 봐.
그러고는 위로를 해 주려는지 다가가는데, 한 발, 두 발 걸을 때마다, 웃음기가 있던 자리에 울음기가 들어차더니.
결국 류이든과 석준 앞에 도달했을 땐 자기도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뭐 하는데, 너희.
서로 얼싸안고 울음을 터뜨리며, 서로를 토닥여 위로하는 셋.
나와 이현재는 조심스레 한 걸음 옆으로 빠져나왔다. 누가 누구를 위로한다는 건지 모를 일이다.
“…너도 울어, 현재.”
나는 마이크를 들었다.
멤버들이 울고 있어도 콘서트 중은 콘서트 중이다. 목이 잠기지 않을 정도로만 울면, 혹은 울음기가 가실 정도까지만 시간을 끌면 될 일.
애초에 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다. 179cm가 최단신이 되는 이곳에선 어쩔 수 없이 나 말고 누가 이 역할을 맡을 수 있겠어.
“죄송해요. 전 마지막에 울려구 미리 마음먹었거든요.”
셋이 진정할 때까지 이현재와 만담이나 하자.
* * *
이현재와 지동화가 혼신의 애드립으로 울고 있는 멤버들을 놀리며 분위기를 끌어갈 때, 류이든은 문득 제정신을 차렸다.
눈물은 쏙 들어가고,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머리를 굴렸다.
‘아, 지동화, 진짜.’
반칙이다. 그런 멘트는 끝날 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본격적으로 흥겨운 무대로 돌입하기 전 분위기를 띄우려 편성된 토크 시간이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잖아.
아이돌이 되길 잘했다, 이 담백한 문장 뒤에는 룸넛분들은 알지 못하는 서사가 깔려 있다.
항상 블로센스에 헌신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관찰자같이 한 걸음 떨어져 걷는 지동화, 류이든은 지동화의 그런 거리감이 안타까웠다.
인터뷰를 할 때 아이돌이 된 계기를 물으면 교묘한 단어로 핵심은 피해 왔던 지동화.
앨범 성적이나 콘서트 규모 같은 걸 들어도 다른 멤버에 비해 큰 리액션은 없던 지동화가.
우리 중에서 가장 처음 울고 한다는 소리가, ‘아이돌이 되길 잘했다’라니.
그 짧은 한마디가 류이든에게는 너무나 간절했던 것 같았다.
이 순간의 기쁨을, 한 그룹의 멤버로서, 온전히 나누고 있다는 확신이, 너무.
류이든은 울컥하는 걸 억눌렀다.
콘서트는 아직이다. 유쾌하게 풀어나가야만 한다.
순간 수습은 뒷전이 되었다. 기특한 동생은 끝도 없이 칭찬해야 하는 법이다.
류이든은 자신이 왜 울고 있었는지 슬며시 의문에 빠진 채하민과 석준을 지나쳐 지동화에게 소리쳤다.
“너 때문이야!”
“뭐가.”
“여러분, 원래 지금 하하호호 웃으면서 다음 무대 예열해야 하는데 동화 형이 다 어그러뜨렸어요!”
지동화는 어이가 없는지 울고 나니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인 채하민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듯이 웃고 있는 석준을 흘깃 봤다.
‘저걸 내 책임이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동화가 막, 이렇게 먼저 나서서 우리랑 같은 그룹이라 행복하다고.”
“…음?”
“한 적이 있거든요?”
지동화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걸 여기서 말할 셈이냐. 눈빛만으로 전해져 오는 생각에 류이든은 뒷감당은 잊기로 했다.
“하루는 저희가 동화가 작업실에 사니까, 건강이 걱정된다고 그랬거든요?”
그날, 지동화가 직접 너희랑 해체하는 걸 상상할 수가 없어서 일을 하게 된다고, 힘겹게 한 글자씩 뱉어낸 뒤, 한껏 귀를 붉힌 채 걸어가다가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던 날.
류이든은 간략하게 설명했다.
룸넛분들이 보지 못한 무대 뒤의 지동화를, 서서히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지동화를, 아주 간략히.
“그래서 동화가 저런 말을 하니까, 막 감동이 벅차오르는 거예요.”
그래야 자신의 눈물도, 지동화의 눈물도 설명해 드릴 수 있을 테니까.
당연히 이제야 같은 선에 선 것 같다는 걸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아이돌로서의 삶을 낯설어하던 지동화가 이제는 완전히 받아들였다는 것 역시 말할 수 없겠지만.
류이든은 자신의 감동, 그 천 분의 일만이라도 팬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팬분들이 그 천 분의 일만큼이라도, 지동화라는 인간을 더 깊게 이해했으면 좋겠다.
자신들만 알고 있기엔,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하니까.
* * *
대뜸 콘서트장이 통곡할 만한 자리가 되는 사건이 있었어도, 콘서트는 이어질 뿐이다.
류이든이 헐벗은 몰골로 근육을 자랑하든, 채하민이 미쳐 버린 춤선을 한껏 뽐내든, 석준과 이현재가 듀엣 무대 위에서 랩과 보컬로 신경전을 하든, 시간은 흐를 뿐이다.
형 라인의 유닛 곡이었던 ‘초록동색’이라는 곡은 각자 개인 곡을 써 놓은 걸 얽어서 하나의 곡처럼 만들어 놓은 곡.
완전히 다른 멜로디들을 한 곡에 욱여넣어 둔, 우리 셋을 가장 잘 표현한 곡이다.
얘네랑 더럽게 안 맞아도 결국 같은 놈들이라는 주제를 담아냈다.
류이든의 천이 부족했던 건 아닐지 의심되는 헐벗은 꼴이나 시도 때도 없이 해맑게 날뛰는 채하민의 모습까지, 정말, 나랑 맞지 않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구성이다.
심지어 설정상 갱단 보스 세 명이 치고받고 다투는 것 같은 안무까지 겹쳐지면서, 정말 상극이 무엇일지 여실히 드러냈다.
반면에.
“쟤네 진짜 싸우는 것 같다.”
“곡이 그런 컨셉이니까.”
유닛 무대를 위해 편곡했던 곡.
석준이 직접 편곡해서 이현재와 단둘이 준비한 무대는 귀엽다.
‘천적’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가사도 쟤들이 직접 썼다.
이현재가 자신의 천적으로 석준을 꼽고, 석준은 그런 이현재와 장난치며 노는 내용으로, 이현재의 보컬은 리드미컬하고, 석준의 랩은 느긋해서, 평소 둘의 모습을 그대로 갖다 박아놓았다.
서로 백댄서를 대동하고 마주 보며 싸우듯 독기를 뿜는 이현재와 허허실실 느긋하게 무대 위를 활보하는 석준의 조합은, 참.
심지어 한 명은 모범생을 연상케 하는 교복 차림, 한 명은 망나니를 연상케 하는, 차마 교복이라고 보기 힘든 꼴이라 더 잘 어울렸다.
결국 너는 천적, 패배로 얼룩진 내 전적.
그래, 나는 천적, 내일이 기대될 네 표정.
나는 이현재와 석준이 차례대로 흥얼거리는 걸 들으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VCR에는 타이포그래피가 휘황찬란하게 움직이며, 처음 듣는 곡일지언정 가사는 알아들을 수 있게 하고 있겠지.
석준은 랩 할 때만큼은 발음이 똑 부러지고, 이현재는 사람이 똑 부러져서 가사를 못 알아들으실 것 같진 않지만.
나는 한시름 놓았다. 정신없이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진 대장정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진짜 끝이다.”
“그러게.”
콘서트의 끝쪽에 배치된 유닛 무대는 결국,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를 보여 주는 무대.
그러니 마지막 곡은 사실상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즉, 아직도 객석에서 빛나는 저분들과 우리 사이의 관계를 드러낸, ‘루미너스’라는 팬송밖에는 없다.
* * *
세 시간 반, 지칠 만도 한 시간인데 그는 전혀 지치지 않았다.
너와 나 구름 낀 하늘 아래 만나
마지막 시작까지 손을 맞잡아
둘만 있으면 왠지 또 흥이 나
오늘은 전하고 싶어, 고맙다
공식 팬송인 루미너스까지 듣고 있으려니 무언가 말로 할 수 없는 감격이 있었다.
이 형들을 라디오로 듣고 입덕한 뒤, 미대에 다니며 덕질을 하고, 이렇게 첫 콘서트까지 올 수 있었다니.
다섯 사람이 이토록 찬란하게 빛날 순간이 또 언제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빛나는 사람들이 어둠 속에 묻힌 자신을 또렷이 응시하는 것처럼 느껴질 일이 언제 있을까.
다섯 명이 성장하는 과정에, 자신이 얽혀 있었다는 사실이 이토록 자랑스럽다니, 이상한 일이다.
오늘만 해도 밤새 팬아트를 그릴 예정이니까. 특히 동화 형이 눈물을 흘렸던 그 순간만큼은 반드시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이제 끝이구나.”
집으로 돌아가서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생생하게 남기고 싶다는 욕심과 끝나지 않고 계속 이 시간이 이어졌으면 하는 욕심이 겹치니 머리가 복잡해지는 기분이었다.
아, 그래도 장면은 잘 기억하니까. 정 안 되면 SNS에 올라올 영상을 참고해도 되고.
그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동안, 멤버들이 팻말을 하나씩 들어 올려 ‘어둠 속 선명한 불빛, 두 발 맞춰 걸어갈 길’이라는 문구를 완성했다.
팬송의 마지막 가사 부분.
편한 복장으로 친근하게 웃으며 노래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정말로 ‘같이 걸어가고 있다’라는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곡이 잦아들고, 멤버들이 갈라진 벽 사이로 들어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진짜 끝이구나.”
후련한 듯 아쉽고, 시원하면서 뜨거운 기분. 콘서트가 끝날 때마다 이런 싱숭생숭한 느낌을 받으며 다들 덕질을 하고 있었구나.
그는 새로운 경험에 슬픈 듯 기쁜 듯 웃었다.
벽이 서서히 닫히려 할 때.
“아, 아쉬운데요.”
류이든이 마이크를 입에 올렸다.
“조금 더 놀 체력이, 있지 않으신가요?”
문이 멈추고, 아련하게 끝날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던 곡도 점차 잦아들었다.
와, 또 한다고.
“우리 처음에 약속했잖아요.”
“오늘 하루는 한량되기로.”
멤버들이 하나둘 입을 열 때, 지동화가 대뜸 걸어 나오더니 ‘지금, 다시, 여기, 흥’이라 소리치자, 첫 무대보다 훨씬 더 화려하게 편곡된 ‘흥’의 비트가 흘러나왔다.
원래 끝나려는 듯이 앵콜곡이 이어지는 건 콘서트의 관례지만, 그는 그런 정보를 전혀 몰랐기에 그저 입을 틀어막고 기쁨에 몸부림칠 뿐이었다.
“…와, 와! 집에 안 간다!”
신나게 소리치는 그는 알았을까.
이 앵콜이 20분이나 되는 광란의 파티로 이어져, 콘서트가 장장 네 시간이 될 것이라는 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