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09)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09화(277/343)
겨울꽃 @WFINME
오늘 콘서트 후기 : 살려 주세요. 보내 주세요. 저희가 잘못했어요.
(지쳐서 혼이 나간 한 팬을 보고 공손하게 손으로 가리키며, 지금 거기 당장 흥이라고 소리치는 류이든 짤)
└개혹은강아지 @RYD
그러나 후회는 없었다 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
(앞선 영상에 곧바로 이어지는 영상. 지동화가 류이든의 등을 툭 치고 지나간다. 그 옆으로 방방 뛰며 놀고 있는 채하민이 대조적이다.)
덕질아티스트 @ARTISAN234
지동화가 울었다는 걸로 남은 생에 한은 없을 예정. 돌아가는 길에 죽었어도 남아 있을 아쉬움은 이 사진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 단 하나뿐일 듯.
(지동화가 눈물 한 방울을 흘리는 사진.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히 아름다운 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긴 듯하다.)
└덕계못은과학인지토론하는계 @DGMISSCIENCE
평생에 남을 한이 오늘 생겼다…. 친구 다섯 명과 함께 티켓팅을 하러 갔던 나는 뭐 하는 년인가…
건들면무는계 @DOGDOG31
실트 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ㅌㅋㅋ 룸넛들 집단 충격 ㅋㅌ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 동화가,,, 울어,,,?
(지동화 눈물이 실트에 올라 있는 캡처 짤)
└여전히여름 @AHDEONEUN
심지어 콘서트에서 운 걸 믿지 못해서 다들 이상한 가설 세웠다는 썰도 있던데 ㅋㅌㅋㅋ
이든아천을적게쓰자 @LESSTHANNOTHING
지동화의 눈물로 유입되신 분들, 이든이 복근도 보고 가세요 하민이 춤선, 현재 보컬, 준이의 순진무구함… 우리 꽃돌이들 팔 거 많아요!!!!! 동화 사육주와 함께하는 동물농장!!!!
(류이든이 옷자락을 잡으며 흘깃 보이는 속살. 사실 흘깃 봄이라기엔 보여 줌에 가깝다.)
지상최대거대토끼 @ADJONJAL
콘서트 못 오신 분들의 필수 시청 사진 모음 타래, 채하민의 울음 단계와 석준의 동생 사랑, 지동화 눈물, 류이든과 지동화 무대 위 폭로전 등 다수 모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표정이 바뀌며 도착했을 땐 오열하는 채하민.)
집으로 돌아와도 죽을 것 같았다.
좌석에 있었는데도 이 정도로 힘들다면, 스탠딩 석에 있는 분들은 기절한 건 아니었을까. 작은 핸드폰 속 수많은 룸넛들의 반응을 보면 그렇다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보였지만.
하지만 곧 죽을 것 같아도 작업대 앞에 앉는 몸은 정직했다.
그려야 해. 그는 도화지와 팔렛트, 붓과 물통을 순식간에 준비했다.
손이 파르르 떨렸다.
어쩔 수 없다. 마지막 이십 분 동안 흔들어 재꼈으니까.
찰싹, 손을 내리쳤다.
이 정도에 포기할 덕질일 리가 없다.
눈을 감고 지동화가 눈물을 한 방울 흘렸던 그 순간을 머릿속에 되새겼다.
수채화는 밑색을 칠하는 순간부터 종이가 마르기 시작해, 얼마나 말랐는지, 그에 따라 물감의 농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대충 미리 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망치면, 이 몸 상태로 다시 그리기 시작해야 한다. 그것만은, 막고 싶어.
세심하게 연필로 스케치를 잡았다.
수채화는 연필 자국이 그대로 보이니까, 그조차도 작품 속에 내려앉게끔, 아름다워야만 한다.
스케치가 없는 것도 좋지만, 연필 자국이 있는 걸 더 좋아한다.
맑고, 투명하지만, 주변의 어둠 속에서 홀로 반짝이게.
지동화 특유의 유약해 보이는 분위기와 냉정해 보이는 인상, 그리고 그 속에서 보석 같은 눈물까지, 작은 도화지 안에 담기에는 너무 아름다웠던 그 순간을, 담아 보자.
* * *
광란의 파티가 끝날 무렵, 관객분들을 뒤로하고 백스테이지로 돌아온 나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형.”
“어?”
“부축이 필요해.”
류이든이 헛웃음과 함께 날 일으켜 세웠다.
아, 후들거린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자면 어느 정도 회복되지 않을까.
“엄청 신나 보이던데.”
“신났으니까.”
곡 자체가 신나서 날뛰었으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회사 분들이 총력을 다해 편곡한 건데, 당연하다.
“동화가 그렇게 신나게 돌아다니는 거 오랜만이더라.”
채하민이 뒤에서 탈진한 이현재를 일으켜 주며 말을 걸었다.
뭐지, 왜 우리 둘만 탈진했지. 석준도 지쳐 보이긴 해도 쓰러지지는 않았는데, 이게 책상물림(육체적)인 건가.
“근데 끝나기 한 5분 전에는 지쳤는지 빠르게 걷더라고.”
말할 힘도 없다.
“아까 어떤 룸넛분이 동화가 약간 지쳐서 잠시 심호흡하면서 서 있으니까 ‘동화, 흥 내!’라고 소리치시더라.”
“곧바로 힘겹게 뛰는 것도 다 봤어.”
이 망할 것들. 왜 안 지쳤지. 조금 지쳐야 헛소리도 덜 할 텐데.
대기실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소파에 앉았다.
이거, 내일, 괜찮을까.
아니야, 류이든이 그 정도도 계산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앵콜 무대의 끝을 알리는 신호는 전적으로 류이든이 담당했으니까, 죽기 직전까지만 몰아넣은 거겠지.
“…내일 괜찮을까?”
채하민이 옆에 이현재를 내려놓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당근.”
류이든이 자랑스럽게 끄덕였다.
저 자신감. 나는 너희의 체력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며, 근육의 한계 역시 알고 있다는 자신감.
정말 싫다. 어쩌지, 가방에서 벽돌이라도 꺼내고 싶은데 몸에 힘이 없어.
무대가 끝나고 조용한 대기실.
원래는 분주히 움직이던 스탭님들도 자리를 떠나고 우리만 남은 곳.
공허해야 할 공간이지만 그렇게 텅 빈 것 같단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 꿈에서 깨는 것 같아서 싫네요.”
이현재가 다 녹은 몸을 한 채로 입만 최선을 다해 움직였다.
“눈앞에 있는 게 진짠지 꿈인지, 헷갈렸는데.”
“흐하.”
채하민은 기묘한 소리를 내면서 이현재의 녹아내린 몸이 재밌는지 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까딱할 힘도 없는지 이현재는 가만히 있다가 경고를 남겼다.
“…형, 저는 동화 형이랑 달라서 진짜 물어요.”
“아니, 너도 동화만큼 순하잖아, 현재야.”
진지하게 병원에 보내야 하지 않을까.
안과든, 정신과든, 둘 중 하나에는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아, 섭섭하다. 내일 되면 어쩌지.”
류이든은 자리에서 마구잡이로 뛰면서 소리쳤다.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게 보였다.
아마도 속으로는 더 많이 팬분들과 놀고 싶었겠지.
그러나 자기 여흥이 다 풀릴 때까지 앵콜을 하려 했어도, 일단 내가 무대 위에서 쓰러졌을 거고, 그 전에 팬석에서도 몇 분 쓰러졌을 테니 절대 실현되지 못할 꿈이다.
체력을, 일단 나부터 키워야.
지금껏 체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는데, 콘서트를 하려면 단순히 정신력으로 버틸 수는 없단 사실을 오늘 깊게 깨달았다.
최소한 류이든이 여흥을 다 즐길 때 빈사 상태로 옆에 서 있을 수 있을 만큼은 길러야.
…잠깐, 그러면 콘서트 시간이 더 늘어나는 건가.
좋은 일이지만, 팬분들이 버틸 수 있을까. 이러다가 신체 능력 점검하고 나서 입장받는 건 아닐까.
라는 되도 않는 상상을 하는 걸 보니 내가 많이 지치긴 했나 보다.
“형님, 괜찮아요―?”
석준이 나를 보면서 웃었다.
말이랑 표정이랑 매치 좀 시켜줘, 준. 무슨 역설을 표현한 예술이냐고.
그러나 내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벌컥, 문이 열리며 매니저님이 들어오셨다.
“여러분, 관계자 객석분들 다 나오셨어요. 뵈러 가실까요?”
아, 목화 놈. 또 무슨 소리를 할지.
* * *
나는 류이든의 부축 없이도 걸어 다닐 수 있게 된 다리에 감사하며 우뚝 섰다.
목화 앞에서 다 쓰러져 가는 하찮은 모습을 보이는 건, 아무리 모든 걸 내려놓은 나라도 용납할 수가 없다.
“경축을 올릴게, 형.”
꽃다발을 들고 내게 건네는 목화.
“명치 한 대만 때려 봐도 돼?”
“…응.”
마치 재회했을 때를 떠올리게 하는 말에 나는 멍청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아, 어쩌다 우리 형이 이렇게 컸나. 다 키웠다, 진짜.”
“그러게.”
나는 말 없이 가족들과 대화하는 류이든, 채하민, 석준을 보다가, 이현재가 자기 고등학교 때 친구랑 소담하게 이야기하는 모습까지 눈에 담았다.
“많이 자랐네.”
여전히 기가 세 보이는 류이든의 동생, 흡족한 표정으로 채하민의 어깨를 토닥이고 있는 한 아버지, 할머니와 할아버지까지 모여 박수를 치고 있는 석준네 가족. 그리고 여전히 행복해 보이는 이현재까지.
음, 흡족해.
“너도, 콘서트 하면 내가 가야지.”
“형 오면, 멤버들 다 형한테 쫄래쫄래 갈 거 같은데.”
“그래?”
“어. 나랑 진한이 형이 혼신의 힘으로 번호 알려지는 걸 막는 중.”
음, 장하다. 처음 보는 사람을 어려워하는 내 천성을 이렇게 배려해 주다니.
“형은 더 알려지면 안 되거든.”
“…어?”
“진한이 형이나 현진이는 어쩔 수 없어도.”
목화는 내게 어깨동무를 했다.
“나중에 곡 달라고 뭐라 할 인간들은 최소화해야지.”
“…너는 프리패스라 괜찮을걸.”
“형 건강이 안 괜찮지. 형은 친하다는 판단이 있으면 부탁받았을 때 몸 갈아서 해 줄 위인이잖아.”
저런. 정말 체력을 키우든 해야지, 망할.
회사 말로는 몸 선이 굵어지는 운동은 금지라고 못 박아두었으니, 미칠 듯이 달리다 보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그때, 문을 열고 두 개의 머리가 조용히 안의 분위기를 살폈다.
준성&예언 콤비가 가족들과의 시간을 방해하는 건 아닐지 노련한 눈으로 살피는 중.
마침 이현재가 손을 들고 이리로 오라 손짓하자 그쪽으로 와르르 달려갔다.
“…TOT 선배님들이네.”
“팬이야?”
그러면 머리 잡고 소개해 줄게. 둘 다 나한테 빚진 게 있어서 부릴 수 있어, 목화.
그러나 목화는 조용히 속삭였다.
“아니, 나는 블루잭 팬이었어.”
저런. 안타까워라.
내가 알기로 블루잭과 TOT 팬덤은 그리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다. 사소하게 서로 경쟁 상대로 언급된 적이 많아서.
그런데 준성이 형이 이쪽을 보며 ‘소개해줘, 소개.’라는 눈빛을 보냈다.
예언은 뭘 그런 걸 재냐며 준성의 머리채를 잡고 이쪽으로 끌고 왔다.
뒤에 있던 이현재의 친구가 ‘와, 연예인들 왜 이렇게 많아.’라며 폴짝 뛰었다.
‘나도 연예인인데.’, ‘너는, 말 같잖은 소릴…….’ 친구다운 대화 속에서 불쑥 고개를 내미는 예언 씨.
“오랜만이네, 후배니임.”
“동화야, 옆에, 동생분 소개!”
“초면이구나.”
“응. 활동 기간 겹친 적 없거든.”
나는 옆에 목화를 바라봤다. 목화는 가식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평소 팬이었어요!”
음, 그래. 그게 사회생활이라는 거지.
예언은 흥겹게 가식을 간파하고 꺄르르 웃었다.
여전히 예리하다. 자기 삶조차 관찰 대상이었던 인간이라 그런가.
“맞다, 맞다. 목화 씨 은구랑 친하다며!”
준성도 눈치챘을 텐데 능숙하게 화제를 던졌다.
류이든의 사회성 특강 심화편, 잘 모르는 상대랑 대화의 물꼬를 틀 때는 둘 다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괜찮다.
“어, 어떻게 아셨어요?”
“동화 없는 동화 모임이라고 알아요?”
…음?
“동화 후배랑 아는 사이인 연예인들 모임. 모여서 카페에서 차 마시는 게 전부예요.”
어이가 없는 소릴 또 아무렇지 않게.
“거기에 은구가 와서 얘기하던데?”
목화가 저게 무슨 소리냐는 눈으로 물었다.
나도 처음 듣는데. 저런 쓸모없는 모임.
“우리 모임 주선자는 동화 후배로 돼 있어.”
그게 뭐냐고, 미친 것들아.
“신흥 연예계 카르텔이죠오. 동화 후배한테 은혜 입었다고 자청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소담하게 대화를 나누는!”
예언이 미친놈처럼 웃었다. 누가 만든 모임인지 알려 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동화 후배 욕하는 놈들 있으면 어떻게든 묻어.”
준성이 황급히 예언의 입을 막았다.
“…그냥 유쾌한 모임 같은, 그런.”
허허, 어색하게 웃는 준성.
“하이식스도.”
예언은 그럼에도 무언가 말을 하려다 준성이 진지하게 ‘그건 절대 안 돼.’라는 눈빛을 보내자 아쉬운 듯 입을 다물었다.
…설마, 이 미친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