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10)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10화(278/343)
연예계에는 늘 그렇듯 소문이 돈다.
보통은 연애, 인성, 실력 같은 것들이 도마에 오르지만, 한 사람의 소문만큼은 조금 색다른 맛이 있다.
수호신이 있는 것 아니냐는 둥, 아니면 누가 뒷배를 든든히 봐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둥.
무슨 괴상한 소문은 다 달고 있는 인간, 바로 지동화에 대한 소문이었다.
사석에서 지동화를 본 횟수가 0인 수많은 사람들은 친해질 만한 기회가 없었다.
스케줄 중에 화장실과 매점을 갈 때를 제외하면 거의 밖에 나와 있질 않고, 사적인 모임이나 노는 곳에 출두하지도 않는다.
취미 생활조차 바느질과 뜨개질이고, 헬스장은 회사 내부에 신설된 곳만 이용. 술자리는 멤버를 제외하면 방송 뒤풀이 회식 제외 전무. 작업실에 두문불출이 일상이다.
그렇다고 지동화의 주변 사람에게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면 하나같이 ‘…글쎄.’라는 모호한 말을 하며 어영부영 넘기거나(준성의 경우), ‘싫어요.’라고 면전에 대고 거절한다(예언의 경우).
어렵사리, 혹은 우연히 만나서 대화를 나누려 하면,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공손히 부탁하여 조용히 자리를 뜨니, 답이 없었다.
“…싸가지가, 없다기엔 애매한, 딱 그런.”
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는 조용히 지동화의 얘기를 입에 꺼내 들었다.
“근데 스탭님들한테도 엄청 공손하잖아. 그럼 된 거 아냐?”
앞에 있던 사람은 별 같잖은 뒷얘기라며 한 귀로 흘려들었다.
“아니, 이상하다니까. 소문에, 거기 리더랑 걔랑 싸웠다는 기사 뜨자마자 조용히 내려갔다는데?”
“헛소리였나 보지. 정정 기사도 없이 내려가는 거 흔하잖아?”
“아니, 이상하잖아. 뒷배 있는 거 아냐? 얼마를 기부했는데 기사 한 줄도 안 났다는 소문부터 해서 뭔가 이상하잖아.”
음, 미친놈. 이런 것들이 루머 만드는구나.
그는 또 별생각 없이 아이스크림이나 먹었다. 그때.
“뒷얘기는, 좋지 않아요.”
성당의 신부가 되는 게 꿈이래도 믿을 것 같은 온화한 얼굴의 한 남자가 옆에 서서 말을 끊었다.
갓에이의 윤성호.
“…네?”
“당사자가 들으면, 얼마나 불쾌하겠어요. 자기랑 다른 멤버들이 노력해서 올라간 자리인데.”
윤성호는 돌판에서 소문난 호인. 뒷얘기를 하고 있던 사람도 아는 사이로, 웬만한 일에는 짜증도 내지 않는 인간이다.
그런 그가 약간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양심이 찔려 온다.
“그리고 기부는 제가 좋은 곳 알려 줘서 한 건데, 기사 나는 건 싫다고 해서요.”
“덕은 몰래.”
옆에 있는 호연이 팔짱을 끼고 한껏 썩은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성질 사납기로 소문난 선배. 윤성호라는 억제기가 없었다면 트러블이란 트러블은 다 일으키고 있을 인간이다.
“좋은 친구니까, 조금 자세히 봐 주셨으면 해요. 겉만 보면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사람이거든요.”
윤성호는 웃으며 자기가 먹으려 샀던 쿠키를 그 사람 손에 꼭 쥐여 주었다.
그러고는 목례하고 떠나가는 윤성호와 따라가며 쓰레기 보듯 사라지는 호연까지.
그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름.”
호연은 조용히 옆에서 윤성호에게 속삭였다.
“안 돼.”
“…왜.”
“준성 선배면 몰라도, 넌 바로 예언 선배한테 말하잖아.”
불퉁 튀어나오는 입.
“그 선배님은, 정말…….”
윤성호는 말을 흐렸다. ‘뒤가 없다’라는 말이 무례한 것만 같아서.
그러나 호연 역시 뒤가 없었다.
“미친 사람.”
“연아, 제발!”
윤성호가 찰싹 호연의 어깨를 내리쳤다.
“그 형, 정상 아냐. 미친 눈.”
“뒷얘기를 네가 하면 내가 뭐가 돼!”
윤성호는 애절하게 앞에 무릎을 꿇을 듯 빌었다.
자신의 그룹을 자기 얼굴처럼 생각하는 윤성호는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달라.”
윤성호는 그 짧은 말의 함의를 파악했다.
자기는 앞에서도 이미 했던 말을 하는 중이니 다르다. 또한 이미 친한 사람이니 더욱 다르다.
맞는 말이긴 하다.
“…음, 그렇긴 해도.”
호연의 성격은 안다. 주관이 뚜렷하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 인간.
그래서 공식 석상에선 윤성호의 간곡한 18시간의 부탁으로 최대한 예의를 지키는 중이지만, 사석에선 거침이 없었다.
솔직함이 상황에 따라 무례함이 되는 건 순식간이라 윤성호는 늘 호연의 옆에 붙어 사태 수습에 전부를 거는 중이다.
“다른 멤버들은 그런 것도 안 하잖아.”
“…세뇌.”
“아니, 신뢰야.”
윤성호는 자랑스럽게 웃었다.
지동화는 미리 알아봤던 것. 윤성호의 숨겨진 재능. 중세 시대에 태어났으면 좋았을 인물이다.
“아, 맞다. 동화 오늘 콘서트 잘했겠지?”
“응.”
“축하 문자 쓰자. 지현이도 쓸까 말까 엄청 고민하던데.”
“…걔는 안 돼.”
“…음, 그렇겠지, 아무래도.”
사과를 받아 줬다고 해서 모든 게 끝이면 얼마나 좋을까. 원래 죄는 씻기지 않는 것이다.
“일단 아침에 응원 문자 보내긴 했어도, 잘했냐고 또 보내자.”
“응.”
그러나, 가타부타 말은 해도, 어쨌든 호연에겐 윤성호만큼은 믿고 따르는 인간 중 하나다.
여기까지 온 게 누구 덕일까. 회사 병크와 멤버 병크 모든 걸 품에 안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낮은 자세로 다가간 윤성호 덕이 아닐까.
호연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물론 좋은 작곡가분을 만난 것도 컸지만, 적어도 7할은 리더 교체 덕이다.
블로센스 제외 모두 멸망 테크를 탔다는 남돌 데뷔 동기 중, 유일하게 부활한 그룹.
팬들은 닉값한다는, 조금은 신성모독적인 드립도 자주 입에 담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이지현이 아버지와 절연을 선언하자 윤성호는 옆에서 눈물을 흘렸지만, 호연은 속이 다 시원했다.
윤성호가 어떻게 이끈 그룹인데, 또 쟤 때문에 망치면 때려죽이지 않을 자신이 없었으니.
어쨌든, 이렇듯 지동화가 없는 곳에, 지동화의 눈과 귀가 있고 지동화의 칼도 있는 상황.
심지어 지동화 없는 지동화 모임이 만들어질 정도로 신경 쓰는 선후배, 동기도 있는 상황.
물론, 지동화는 아무것도 모른다.
지동화가 기부를 할 때면 기사가 나지 않게끔 주의하듯이, 그들은 지동화를 보며 은혜는 갚으라고 베푸는 게 아님을 깨달은 바가 있으니까.
* * *
…라는 얘기는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류이든만 알고 있었다.
이현재는 인터넷 소문은 빨라도 연예계 소문은 느리고, 채하민과 석준은 그저 행복할 뿐이다.
한 명은 뱀과 버섯으로도 인생을 살 수 있고, 한 명은 위즈니만으로도 삶을 살 수 있으니까.
그리고 지동화는 미친놈이다. 소문에 관심은 많지만, 귀는 류이든에게 맡겨 둔 상태랑 다르지 않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분업 체계가 효율적이라는 지극히 지동화스러운 생각 덕분에.
“너는, 무대에서 멋진 척 좀 그만해.”
그래서 앞의 동생이 지극히 동생답게 신경 긁는 소릴 해도 아무런 타격은 없었다.
도리어 저쪽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으니까.
오늘 돌아가면, 한소리 듣겠지? 왜 말 안 했냐고.
“그리고 콘서트 네 시간은 진짜 죽는 줄 알았어.”
“…난 죽었어.”
“어?”
“동생아, 기부할 거면 뉴스에 나와야겠지.”
“당연한 거 아냐? 기왕 좋은 일 하는 거 이미지 메이킹도 하고 두 배로 좋지.”
“난 가끔 쟤가 실리주의적인 건지 이상주의적인 건지 헷갈려 미치겠다.”
“…뭐라는.”
질색팔색.
자기 혈육이 콘서트 한다길래 귀중한 시간 내서 바쁜 다른 가족들 대신 체면 세워 주러 왔더니, 기껏 한다는 소리가 뜻 모를 소리라니.
“어후, 아버지가 잘 지내냐고 물으시더라. 먼저 연락도 좀 하고 그래.”
“매번 하는데 아버지가 바쁘다고 끊으시라던데?”
측은지심.
아무리 꼴도 보기 싫은 혈육이어도 안쓰러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어쩜 그게 일상이라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아, 표정이.
“…멤버분들한테라도 사랑받길 바라.”
“…그른 것 같아.”
침묵.
“그래. 어쩌겠어. 팔잔가 봐.”
더 신경 쓰는 건 귀찮으니 그만.
류이든의 동생은 쿨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꽃 줬고, 가족들 메시지 전해 줬고 태클도 몇 번 걸어 줬으니 끝이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류이든은 아주 약간, 지동화가 부러워졌다. 어떻게, 동기 간에 저럴 수가 있어.
* * *
신흥, 카르텔. 나는 곧바로 세 글자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해명해.
“그냥 성호 씨나 뭐 그런 친구들 있잖아요. 딱 봐도, 아, 얘는 동화 후배한테 꿀 빨려고 온 애는 아니다, 싶은 그런…….”
류이든, 왜 말 안 해 줬지.
“준성이 형.”
“응……?”
“누가 시작한 거야.”
“저랍니다! 저죠! 나야! 당연히 나지! 주선자는 동화 씨지만!”
예언이 펄쩍펄쩍 뛰었다. 국어사전의 범위를 벗어났다.
나는 주선자라기엔 모임이 결성되는 데 그 어떤 노력도…….
“동화 씨한테 인생을 선물받은! 그러니까 주선자야.”
예언은 곧바로 속내를 읽고 답했다.
오해하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십시오. 누가 들으면 노예 제도가 한국에 아직 남아 있고, 제가 노예 해방 운동이라도 한 줄 알겠습니다.
준성은 조용히 예언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미안한 눈빛.
“…미안, 못 막았어.”
“음.”
한동안 준성이 형 말고는 보이지를 않더니, 예언 선배는 별 해괴한 짓을.
“우아하게 모여서 초콜릿과 커피를 즐기는 모임이죠. 프랑스 카페 문화같이. 동화의 휘황찬란한 미래를 위하여, 건배애!”
내 미래는 이것들이랑 함께 꾸릴 예정인데 어딜 숟가락을 얹으려고. 저 인간 취한 것 같은데, 택시비 쥐여 주고 들여보내.
게다가 카페가 아라비아인에 의해 프랑스에 도입될 때 ‘신비한 흑포도주’를 끓여 대접하는 것으로 보였다는 기록이 있긴 해도, 건배를 했을 것 같지는 않다(물론 했을 수도 있다).
눈으로 한껏 준성에게 책망의 시선을 보내고 있을 때.
“…저도, 저도 들어갈 수 있나요!”
목화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번쩍 손을 들었다.
안 돼, 목화.
윤성호랑 예언이 같이 속한 그룹이 제정신일 리가 없다. 극도로 선한 인간과 반쯤 미친 인간은 묘하게 통하는 구석이 있으니까.
나는 조용히 목화의 옷자락을 잡았다.
멈춰 서 줄래.
“와아, 저는 영광이죠. 주선자님이 좋아해 주실 거예요. 혹시 또 모르잖아요. 지동화 없는 지동화 모임이 수식어를 갖다 버리는 날이 올지.”
그러나 예언은 교묘한 손놀림으로 목화의 손을 부여잡았다.
그 주선자님이 나고, 지금 눈앞에 있으며, 누가 봐도 내 동생이 들어가길 바라지 않는 게 보이지 않습니까, 예언 씨.
“대체, 뭐 하는 집단이기에.”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내가 주선자지만 존재도 모르고, 내 찬란한 미래를 꿈꾼다는 그 비밀 결사 같은 집단의 활동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해 죽겠는걸.
“블로센스 미담 제조하고, 안 좋은 소리 들리면 엿 먹이기.”
“…와.”
감탄하지 마, 목화.
“그리고, 제가아 아는 PD님들에게 지동화라는 인간이 방송 게스트로 좋다고 홍보하기.”
그리고 자랑스러워하지도 말고요, 예언 씨. 저한테 솔로곡 받아 가신 후로 행복한 연예계 생활을 보내는 줄 알았는데, 웬, 미친.
“사실 성과는 별로 없어요. 요즘은 그냥 우리끼리 초콜릿 먹는 게 좋아서 모이는 것 같기도 하고?”
“…은구는 진심이잖아. 다 죽여 버릴 것 같은 눈빛이던데.”
“나는 은구가 참 좋아, 그래서. 잘 키우면 나처럼 될 듯.”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내가 뿌린 씨앗이 결실을 맺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누군가가 가난한 노래의 씨앗을 뿌리고 거기서 자라는 게 백마 탄 초인의 노래가 아닌 걸 깨닫게 되면 이런 기분일까.
“예언아, 그건 안 돼. 내가 진짜 널 아끼긴 해도, 그건, 절대.”
“이제 목화 씨까지 들어오면, 완성이야!”
예언은 준성의 말을 흘리며, 어떤 유토피아를 꿈꾸듯이 중얼거렸다.
예언이라는 이름값을 대체 언제까지 하려는지, 사이비 종교라도 만들 기세……, 잠깐, 그럼 신앙의 대상이 나군. 심히 불쾌해.
“아아, 맞다! 맞다! 이든이도 자주 왔는데, 몰랐죠, 후배님? 와서 커피도 초콜릿도 안 먹고 녹차만 마셔요.”
준성이 입을 틀어막았다.
아무리 봐도 서로 비밀로 하기로 약속한 만남인 것 같지만, 예언은 영악했다.
내 불쾌함을 마지막 한마디를 통해 모두 류이든에게 몰리게끔 하는, 아주 전형적인 수법.
다 알면서도 당한다는 게 이런 거군.
예언은 ‘우리는 널 돕기 위해 열심히 산다.’는 걸 어필하기만 하고, 모든 불쾌감을 류이든에 집어넣어 버렸다.
절로 돌아가는 시선.
그래, 개가 초콜릿을 먹으면 위험하긴 하지. 대체 저 인간은, 저 개는,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