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15)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15화(283/343)
휴가.
콘서트가 끝나고, 일주일의 장기 휴가를 받았다. 원래는 하루나 이틀 정도가 최대였는데 피로가 걱정되셨나 보다.
아쉽게도 목화가 활동 기간이라 옛날에 살던 집에 갈 일은 없어 숙소 거실에 앉아 십자수나 놓고 있다. 피아노 치는 봉주, 직접 도안까지 짰다.
나중에 콩쿠르 입상했다는 소식 들리면 선물로 줘야지.
“…일을 안 하면 불안해.”
류이든이 정자세로 앉으라고 만들어 놓은 소파에 세로로 누워서 머리를 까딱거렸다. 하물며 가로로 누워 줄래.
“형님, 목 다칩니다.”
다정하게 류이든 뒤통수에 손을 받쳐 주는 석준. 류이든이 한층 편안한지 만족스럽게 웃었다.
인간은 제 목을 스스로 가눌 수 있는데, 왜 너는 인간이기를 부정하려고 하는 걸까.
“어쩌지, 동화 형. 너한테 일 중독 옮았나 봐.”
바늘에 새로운 색의 실을 꿰며 답했다.
“넌 원래 일 중독이었어.”
어쩌면 나보다 네가 더 심할지도 몰라, 이든. 너는 지금도 일하는 중이잖아, 사실.
“W앱 켤까?”
이것 봐. 머릿속으로 어떻게든 더 일하려고 생각을 쥐어짜고 있잖아.
“단체로?”
“응.”
“전 좋습니다.”
나는 실을 정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콘서트가 끝나고도 한 번 켜긴 했지만, W앱과 기타 애플리케이션은 자주 접속하는 게 상책이다.
“좋아!”
채하민이 발랄하게 뛰어오며 탁, 자신의 야심작, 계란프라이를 내 앞에 내려놓았다.
일주일이라는 휴가 동안 채하민은 계란을 태우지 않고, 적당한 간의, 반숙으로 굽는 걸 연습 중이다. 이현재가 좋아하는 거다.
한입 먹었다. 그리고 음식을 버리는 건 못 할 짓이기에 나는 세 번째 프라이를 입에 털어 넣었다.
“내가 먹는다니까, 동화야. 너 위장도 작잖아.”
위장이 작지 않고, 필요 이상으로 뭔가 먹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뿐이야, 하민.
그리고 무엇보다.
“이게 아니야, 하민.”
완숙에 가깝고 간이 짜다. 세 번째 시도만에 타지 않은 걸 만들었다는 데 의의를 두자.
“으어, 이번엔 성공인 줄 알았는데…….”
채하민의 얼굴이 좌절로 물들었다.
장인과 도제 같아. 정말 그랬으면 바닥에 내팽개쳤겠지. 예전부터 회사에서 나를 독 짓는 노인에 빗대곤 했지만, 이걸 보니 내가 진짜 장인은 못 되나 보다.
“동화야, 나 좋은 생각 났어.”
가만히 우릴 지켜보던 류이든이 음흉하게 웃었다.
저 미친놈이 무슨 짓을 하려고.
“동화 벽돌 해명해야 하잖아.”
“…그렇지.”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굉장히 특이한 사건이지.
“근데 해명이 필요한가요―?”
여전히 류이든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석준은 팔이 아팠는지 머리를 내려놓았다.
류이든은 손이 없는데도 목 힘으로 마치 투명한 손이 밑에 있는 듯 평온했다.
“저도 껴안고 자는 인형 있는데.”
달라.
현격한 차이가 있다. 대학생과 대학원생만큼의 차이가.
물론 내가 대학생이고, 석준이 대학원생이다. 광기를 전문으로 배우는 학교가 있다면, 나는 아직 신입생이다.
“그러니까.”
박수 소리가 짝―, 울려 퍼졌다.
류이든은 통했다는 듯 석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소파 위에 세로로 누워 있다가 몸을 반으로 접어 새우처럼 일어나다니, 코어 근육이 대체…….
“애착 쿠션. 그걸로 해명하자. 동화가 매일 안고 자는, 애착 쿠션.”
다르다. 용도가 다르다.
애착 쿠션을 애착 쿠션이게끔 하는 건 그 기능에 있다. 모래시계나 전자시계가 모두 시계인 것처럼, 이 망할 것들아.
“근데 동화, 너 실제로 저거 머리맡에 두고 자니까 틀린 말 아니잖아?”
“사진도 찍자.”
“어떤.”
“네가 벽돌 꼭 끌어안고 자고 있는 사진.”
“…사유.”
만일 납득되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엿을 먹일 것이다.
“팬분들의 눈 호강.”
나는 바늘을 한 번 움켜쥐었다.
움찔, 류이든이 반사적으로 몸을 떨었다가 ‘뭐야, 바늘이잖아.’라며 안도했다.
침묵의 시간, 방에서 기지개를 켜며 나오던 이현재가 끼어들었다.
“좋아하시겠네요.”
“…거짓된 모습을.”
“파는 것두 아이돌의 중요 덕목이죠.”
현재, 그러는 너는 캐릭터 만들기 같은 거 안 하잖아.
애초에 이것들 중에 팬분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강제로 주입한 적이 있던가. 그럼 전부 아이돌 실격이다.
이현재는 한껏 웃었다.
“그리고 거짓이라서 더 진리에 가까울 때두 있잖아요?”
국문학과네, 넌. 철학과인 나로서는.
“…논쟁적이네.”
이현재가 내 옆에 슬며시 앉았다.
“그리구 알아요, 이든이 형한테 이미 설득 끝난 거.”
히죽. 순진무구한 미소.
“저희두 같이 찍을게요.”
그래, 내 과외생이 이렇게 되었구나.
자기 과외 선생의 수치를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게 행복해 죽겠는 인간으로.
“…벽돌 모양인 이유는, 뭐로 해.”
나는 체념했다. 사실 이현재 말대로 이미 설득은 끝났다.
“그건 네 맘대로. 나는 그런 건 잘 못 끼워 맞추거든.”
“…그래.”
황금 같은 휴일, 우리는 W앱에서 설정 샷을 보여 주기 위해 각자 침대에 들어가 잠옷으로 환복했다.
* * *
[벽돌 쿠션 오피셜 뜸 ㅋㅋㅌㅋㅋㅋㅌㅋㅋㅋㅋ]누가 W앱에서 물어봤는데, 이든이가 말하길 동화가 직접 만들어서 사용 중인 애착 쿠션이래 ㅋㅋㅌㅋㅋㅋ 스케줄 중에도 가지고 다닌다 함.
이건 이든이가 멤버들 자고 있을 때 몰래 찍은 사진이래.
(멤버들의 자는 모습이 찍혀 있다. 실제로 자는 건 아니지만, 평온한 얼굴은 그저 자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동화는 침대에 모로 누워, 한 손에 벽돌을 꼭 쥐고 자고 있다. 석준은 인형을, 나머지 둘은 맨손이다.)
댓글
―동화는 진짜 무슨 ㅋㅌㅋㅋㅋㅌㅋㅋㅋ 보면 볼수록 이상해
└ㄹㅇ 블로센스 첨 입덕할 때 자컨 보면서 리더 때매 웃고 있다가 구석에서 해괴한 짓을 하는 지동화 석준 조합에 취했음
└아무리 봐도 준이는 그냥 순수한 거 같고, 동화는 알 거 다 알아서 미친 거 같음 ㅋㅋㅌㅋㅋㅋㅋㅋㅋㅌ
―w앱에서 밝혀진 사실) 꽃돌이 중 잘 때 애착 쿠션을 안고 자는 사람은 동화와 준이다.
―아니 왜 벽돌 모양이냐고 ㅋㅌ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
└지동화 : 형태가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 말)
└처음 보고 의문이 들었는데, 해명까지 들으니까 더 큰 의문이 남았다…
―이래 놓고 자기가 제일 평범하대
└난 진짜 이게 어이가 없다고 ㅋㅌㅋㅋㅋㅋ 동화 특유의 그 한 치의 거짓도 없다는 눈빛으로 ‘제가 제일 평범합니다.’라고 인터뷰하는 거 볼 때마다 미칠 것 같음
―예의 바르고, 매사에 신중하며, 기억력이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가방에 벽돌 넣고 다니는 남자 어때.
└결혼 갈겨.
아마 지금 다른 사람이 나를 보면, 눈이 죽어가고 있겠지.
모든 생명력을 소진한 듯, 혹은 살아갈 의지를 잃은 듯, 공허한 눈으로 화면을 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상황이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휴일이 끝나자마자 잡힌 회의. 주에 하나씩 올라가는 자체 컨텐츠 기획 회의라며. 어째서 힘겹게 삭인 수치를 되살리고 있는 걸까.
게다가 첫 번째 컨텐츠는 이현재의 소원권으로 정해져 있던 것 아니었나. 이 글이랑 야자 타임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데.
“이 글에서, 저희가 집중해야 하는 건 뭘까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뭘요, 망할 PD놈아.
“…결혼 갈겨?”
그럴 리가. 그리고 죄송하게도 나는 비혼주의다.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벽돌에 애착을 느끼는 이유가 안정적 형태라고 말한 동화의 귀여움 아닐까요?”
닥쳐, 개. 개소리에도 허용할 수 있는 정도가 있다.
“저러고 누워 보니 생각보다 괜찮아서 저 날 이후로 벽돌을 잡고 자는 동화!”
그건 저기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아, 하민. 그리고 우리 중에서도 나와 너만 알고 있는 비밀이고, 망할.
옆에서 이현재가 마시던 물을 뱉을 뻔했다.
이목의 집중, 다 꺼져, 나만 있고 싶으니까.
“동화 씨의 귀여움은 상당히 흥미롭긴 하지만, 답은 아니에요. 바로 여기죠!”
정경우 PD님은 진절머리가 난다는 표정으로 회의를 지켜보고 계셨다.
오랜만에 뵙는 반가운 PD님과 얼굴을 보면 성격 버릴 것 같은 PD놈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될 줄은.
‘제가 제일 평범합니다.’라는 문구만 남고 나머지는 전부 페이드 아웃되며 사라졌다.
점점 커지는 문구.
“저는 저 말을 보면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여기서 누가 제일 이상한지!”
너. 조금의 오차도 없이, 너.
“그래서 찾아봤어요, 멤버분들의 예전 인터뷰를. 다들 제일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멤버가 다르더라고요?”
화면에는 ‘이상’이라는 글자가 확대되더니, 받침에 있는 ‘ㅇ’ 안에 우리가 서로 누구를 지목했는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첫 번째 컨텐츠는 현재 씨의 소원대로, 자신이 맏형이 되는 세상!”
이현재가 ‘오.’라며 흥겹게 감탄했다.
‘막내온탑’이라고 부르는 아이돌계의 유구한 전통이 실현되려는 순간이니 설레나 보다.
다음 페이지. ‘역할 교환.’이라는 문장이 유려하게 적혔다.
PPT, 누가 만들었어. 왜 이렇게 가독성이 좋고 집중이 될까.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거예요!”
신나셨네요, PD놈.
“현재 씨는 준이 씨가 제일 이상하다고 했지만, 이든 씨가 되어서 세상을 살아 보면 또 깨닫는 바가 있겠죠! 누가 더 이상한지에 대해서! 왜냐면 이든 씨는 동화 씨가 제일 이상하다고 골랐으니까!”
이현재는 웃으며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다, 점점 그 속도가 느려지더니, 의아함에 빠져들었다.
갸웃거리는 고개.
‘이든이 형처럼 사는 거면…, 그건….’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이현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표정에 전부 드러났다.
“이틀 동안, 현재 씨는 이든 씨의 하루 스케줄, 일과, 해야 할 업무, 전부를 수행해 보시는 거죠.”
PD놈이 사악하게 웃었다.
소원을 빌라고 했을 땐, 그 조건을 최대한 자세히 명시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틀린 방식으로 소원을 이뤄줄 수도 있으니까.
즉, 저 인간은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는데, 소원 당사자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죽이고 ‘상대적 부자가 되었네요!’라며 웃는 악마 같은 인간이다.
저 새끼, 이 PPT도 끼워 맞춘 거군. 목적은 나의 수치심 유발.
아마 이현재의 소원을 들었을 때부터 이런 컨텐츠를 기획했겠지.
“여기, 누가 누구 역할이 될지 명시한 표가 있답니다.”
PD놈이 쾌활하게 포인터의 버튼을 눌렀다.
이든 → 현재
동화 → 석준
하민 → 동화
석준 → 하민
현재 → 이든
세상에, 어떻게 저런 표를. 하나같이 상극이잖아.
“가장 느긋한 사람이 가장 발랄한 사람이 되어 보고, 가장 귀여운, 아, 아니지.”
PD놈이 석준과 채하민을 한 번씩 바라보다, ‘귀여운’이라 말할 때 나를 쳐다봤다. 눈 치우세요.
“가장 어른스러운 사람이 가장 아이다운 사람이 되어 보면,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겠죠?”
“와, 내가 동화보다 형이다.”
“지금부터, 우리는 완벽한 서로가 되기 위한 회의를 할 거예요. 자신의 일과를 진솔하게, 평소 가치관 같은 것도 체크할 거고, 성격 검사도 진행할 거랍니다. 전부 체화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벌칙이거든요!”
꺄르르, 라는 의성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표정으로 웃는 PD놈.
그에 반해 멤버들은 ‘저거 좀 말려 주실 수 없나요?’라는 문장을 눈 속에 가득 담아 정 PD님을 애절하게 바라봤다.
슬며시 돌아가는 고개, 나는 안다. 저 사람은 최대한 막아 보려다 실패했을 것이다.
“…가장 잘 수행하는 사람한텐 뭐가 돌아갑니까.”
“당연히, PD놈 1회 이용권이죠. 아쉽게도 다른 멤버분들과 상의할 시간도 없이 저희 둘한테 지금 미리 소원을 말해 주셔야겠지만.”
동시에 슬며시 미소 짓는 PD놈과 나.
PD놈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셈이다. ‘누가 이기든 네가 조작해서 나를 조지겠다는 수작질은 사양하겠다’.
“참고로 벌칙은 제가 생각한 날것 그대로예요. 정 PD님이 말렸지만 제가 강행했죠.”
이번에는 ‘동화 씨에게 승리를 몰아줄 생각은 꿈에도 꾸지 마세요.’라는 뜻.
정말 꼼꼼하고, 치밀하다.
저렇게 치밀하게 하지 않더라도, 멤버들은 방송에 진심이라 경쟁할 땐 최선을 다하겠지만.
“어때요. 구미가 당기죠?”
이어지는 도전적인 시선.
몇 번이고 꾸었던 꿈을, 지금 이뤄야겠다.
* * *
촬영 첫날, 오후 1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휴일에 석준은 이때쯤 일어나는 게 보통이니까. 물론 6시에 깼지만 7시간 정도 눈을 감은 채 버텼다.
옆에 있는 인형을 들어 한 번 꽉 껴안는다.
“잘 잤어―, 아인―?”
그러고는 뺨에 몇 번 문지른다.
구역질도 참는다.
지금 나는 석준, 그리고 승리는 나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