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22)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22화(290/343)
[email protected]혼란한 오늘의 동화&예언 목격 사진
(집사처럼 지동화를 배웅하는 예언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는 지동화 사진, 커피를 한 잔 테이크아웃 하는데도 예언이 품위 있게 흰 장갑을 끼고 대접 중이다.)
└이게 대체 뭔데 은은한 광기는 어디 가고 대놓고 광기를…
└하 그나저나 지동화 ㅈㄴ 예쁘네… 무슨 기업 도련님 같냐 둘째 도련님 같아 ㅅㅂ
레비나스@philosophy52
(위의 글을 공유.)
아… 캐해 뚝딱이다 진짜… 둘째라는 워딩이 너무 좋아 벽 치는 중
└기업 욕심 없는데 아버지가 억지로 떠맡겨서 첫째랑 이권 투쟁에 강제로 투입되는 상상으로 오늘 저녁 다 먹었다 ㅅㅂ
└형이랑 싸울 생각 1도 없는데 그냥 자기한테 맡긴 사업체라고 책임감에 열심히 굴리다가 이길 상황이라 미안하다고 속으로 앓는 지동화가… 보고 싶은…. 이 밤…
└아… 미안해 이런 룸넛이라… 동화야… 미안…
나의겨울아@wiro87
멘탈 수업 3교시 오냐? 나라는 룸넛, 아직도 존버 중이다.
(같은 장면, 다른 각도)
└아니 그게 아니고서야 지동화 왜 이렇게 자연스러운데 ㅅㅂ ㅋㅌㅋㅋㅋ
└준성 님이랑 목격담 가뭄에 콩 나듯 뜨기나 했지 예언 님이랑은 언제 저렇게 친해졌냐고 멘탈 수업 말고 개연성이 있냐?
└예언 님 카페 맛있다고 그렇게 소문이 났던데 어떻게 사장님한테 저런 배웅을 받아 ㅅㅂ ㅋㅌㅋㅋㅋㅋㅋㅋㅌ
[email protected]룸넛분들 죄송합니다. 우리 애가 좀 이상한 애라서요.
└오늘 카페에서 직관했는데 처음엔 동화 님도 엄청 수치스러운 것 같았는데 나갈 땐 어떻게 저리됐는지는 모르겠어요
└꽃을때리지말라@edeninside8
타이머분들 죄송합니다. 저희 애도 가끔 이상한 애라서요.
아무것도 모르는 타이머와 룸넛들의 대혼돈은 예정된 바였다.
예언이 일방적으로 ‘이 노래 자주 들어요.’라며 지동화가 작곡한 곡들을 수시로 올렸던 전적이 있기에, 친분이 있기는 한가 보다 했을 뿐이다.
그래서 타이머와 룸넛은 사건을 접하자마자 생각했다.
‘아, 우리 애가 또.’
TOT 내 공식적으로 (좋은 의미로) 정신 나간 놈 예언과 본인은 극구 부정하지만 멤버들과 팬들이 모두 인정하는 나사가 꽉 조여서 가끔 오류 나는 놈 동화.
그래서 그들 각자의 팬은 ‘자기 본진이 이상한 짓을 또!’라고 외치며 SNS에 글을 올린 것이다.
멘탈 수업 3교시가 가장 합리적 해석이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이내 그건 곧 부정되고 말았다.
한 사람이 W앱을 켜서 ‘지동화와 예언의 합작’이라는 사실을 알렸으니까.
* * *
“아, 동화 님이요? 제가 또 오늘 극진히 대접했죠. 제가아 무릎 꿇고 집사로 받아달라고 부탁을 했거든요.
예언의 W앱, 만약에 촬영이었으면 능숙하게 말을 돌렸을 위인이 자랑스럽게 소리치고 있었다.
“저희 이제 친구 하기로 했어요. 저한테 계속 선배라고 불렀는데, 드디어 형이라고 호칭도 정정했어요.”
머리에 팬들이 선물로 준 ‘어딘지 모르게 신비로워 보이는 스카프’를 얹고, ‘어딘지 모르게 신비로워 보이는 수정 구슬’을 앞에 놓은 채 소통 방송을 하던 중, 예언은 진실을 밝혔다.
“사실 제가 동화한테 도움받은 게 많아요. 모르셨죠? 근데 그러다가아 오늘 친해졌죠. 제가 먼저 간을 좀 봤거든요. 동화가 저를 좀 좋아하나 봐요.”
의상은 천 년 정도 전의 점성술사 같은 모습이었지만, 어쨌든 사람은 순수해 보였다.
“무슨 도움이냐고요? 아, 이걸 말해도 될까요오.”
자기가 직접 만들어 온 초콜릿을 한입 먹었다. 느긋한 침묵은 이목을 집중시키고 호기심을 유발했다.
댓글창이 원성으로 자자할 때, 예언은 마치 그제야 초콜릿이 다 녹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인생을 선물 받았죠.”
―뭔 개소리야 예언아 또오 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
―제발 예언아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고 ㅋㅋㅋㅋㅌㅋㅋ
―입만 벌리면 헛소리가 절로 나오는…
“또 제 말이면 일단 거짓말이라고 하시고! 정말 서럽습니다아.”
끝난 저주지만 문화는 변치 않았다.
믿고 싶지 않은 인간이었던 예언은, 믿지 않는 게 문화가 된 팬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음…….”
수정구를 쓰다듬는 예언, 신비롭다.
고심하는 듯 웃다가, ‘재미는 있겠다.’라는 표정이 되어서 씩 웃는 예언, 신비롭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뜨며 심호흡했다. 몹시도 신비롭다.
“여러분, 제가 비밀 하나 얘기해 드릴까요?”
예언이 눈을 뜨며 설레 죽겠다는 듯 예열을 시작했다.
“사실은요, 동화가 제 목…….”
그리고 툭 끊기는 말.
예언이 핸드폰을 한 번 흘깃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팬의 선물인 스카프를 가지런히 접은 후 호들갑을 떨었다.
“동화가 멈추라는데요? 아니, 뭐야. 왜 내 W앱 봐? 벌써부터 집사를 감시하네?”
얼마간의 소동 끝에, 예언은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아, 저 얘기해도 괜찮은지 통화 한 번만 할게요. 그래도 집사 취직 1일 차에 해고당하면.”
신호음.
“밤은 잘 보내고 계십니까.”
지동화가 약간 잠긴 목소리로 인사했다.
라디오 DJ 경력이 어디 가지 않은 듯이, 새벽녘의 별을 보며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집사가 전화를 드립니다.”
“사장이 전화를 받습니다.”
“와, 이거 진짜 해 주네.”
키득키득, 이라는 의성어가 어울리는 사악한 웃음, 팬들이 예언에게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었다.
“형이 하라고 시키셨습니다.”
“아니, 진짜 할 줄은.”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사실 하고 싶었잖아요.”
“…제가 여기서 최초로 말실수하는 걸 보고 싶나요.”
“네가 하면 뭔들 달갑지 않을까아!”
지동화와 예언이 서로의 거리감을 확인하고 나서, 그 둘은 하나의 약속을 맺었다.
집사라고 자칭하면 지동화는 고용인 행세를 하기로.
다만 주인이라는 구시대적 폐습 같은 단어에 경기를 일으킨 지동화 때문에 ‘사장’으로 정정되었다.
“아니, 그래서 안 돼? 어차피 내가 말하면 다들 아, 거짓말이구나, 소설 쓰는구나 하실 텐데.”
“사장으로서 갑질 한번 하겠습니다. 안 돼요.”
그러나,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아무 비밀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사장이 하지 말라는 걸 하는 건 집사된 도리가 아니다.
예언은 빠르게 판단했다. 이럴 땐 작은 비밀로 큰 비밀을 감추는 게 상책이다.
“하긴 동화가 저랑 준성이 형 듀엣곡을 주기로 한 건 큰 비밀이니까.”
그래서 예언은 또 다른 비밀을 그대로 입에 올렸다.
‘지동화가 자신에게 인생을 줬다.’라는 문장과 관련된 비밀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비밀.
“세상에.”
지동화도 이해할 수 있는 판단이었지만, 더 작은 것도 괜찮지 않았나.
“어머.”
예언은 능숙하게 한 손을 입에 올리고 놀라는 시늉을 했다.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내가 또 실수를.”
참고로, 여태껏 예언이 연예인으로 활동하면서 말실수를 한 횟수는 0회다.
실수를 가장한 의도만이 있었을 뿐.
“…혹시 어디가 아프신가요.”
“멀쩡해.”
“이든이 형에게 부탁해서 부디 그 대답을 바꿔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한 대 치고 싶다는 말을 예의 바르게 하는 지동화.
“어쩌죠, 여러분. 저 회사분들한테 혼날 것 같아요.”
여러 의미로.
그러나 댓글창은 그저 환희의 도가니였다.
“…정말, 아픈 게 아니십니까.”
다들 웃는 중에 지동화의 목소리만이 외로이 울려 퍼졌다.
* * *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 나는 습관적으로 이현재 곁에 붙어 걸었다.
“형, 어제.”
“묻지 말아 줘, 현재.”
예언과 친구가 된 겸 들어갔던 W앱, 그리고 거기서 본 건 최소 ‘동화가 제 목숨을 구해 줬다’라는 뉘앙스의 폭탄 발언을 할 생각 만만인 예언의 낯짝.
나는 우리 쪽을 향해 오는 카메라 세례를 맞으며 미소를 입에 올렸다.
습관적인 미소.
“근데 그거, 회사에서 얘기는 된 거야?”
“응. 약속했던 일이라.”
생각해 보면, 공개도 시기상으로 나쁘진 않다.
우리가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TOT 선배님들의 유닛 활동이 두 달간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까. 어차피 며칠 후면 영상이 업로드되기도 하고.
도리어 작은 스포일러는 팬분들한테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측면도 있으니, 며칠 전 기대감 모으기용으로는 상당히 나쁘지 않다.
준성이 형 개인 팬덤의 불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준성이 형을 파는 분들의 99%는 예언을 서브로 판다는 말도 있으므로 정치적으로도 그럴듯한 선택이다.
거기에 더해 오늘 예언과 준성의 W앱 듀엣 라이브까지 있단다.
이 모든 걸, 그 짧은 시간에 전부 고려했던 걸까, 혹시.
PD놈이나 예언놈이나 왜 비상한 머리를 그딴 데 쓰는 걸까. 차라리 학문을 했으면 학계가 몇 발자국은 나아갔을지도 모르는데.
“형, 어제 학교에서 본 교수님이랑 비슷한 눈이에요.”
이현재가 옆으로 거리를 조금 벌렸다. 웃고 있다고는 해도 기세가 흉흉한가 보다.
PD놈이 대학원생이 된 가능성은, 조금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모든 대학원생은 응원받아 마땅한 존재들이지만, 그 PD놈만큼은 부디 불행하기를.
“근데, 동화, 너는 나중에 노후 연금 필요 없겠다.”
“음, 실버타운 적금이나 들까.”
지금도 돈을 차근차근 모으고 있지만, 더 큰 돈을 차근차근 모아, 실버타운을 만들 금액을 마련해 두면 좋을 것이다.
혼잡한 인파를 뚫고 비행기에 올라타서, 나는 십자수 할 것을 꺼냈다.
“와, 동화야.”
내 옆자리의 채하민이 무대 위에서 바라본 팬석을 도안으로 만든 십자수를 보며 감탄을 토해 냈다.
음, 이건 좀 자랑스럽네.
“무슨 수공예품 같아.”
‘예’인지는 몰라도, ‘수공’은 확실해, 하민.
이 취미의 유일한 문제점은 그 시작점이 류이든이라서 ‘내 덕분이지?’라는 표정을 실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사실뿐이다.
“(죄송하지만, 말씀 여쭤도 될까요.)”
그리고 갑자기 독일어.
세상에 어떤 사람이 한국 땅에서 영어도 아니고 독일어를. 나는 십자수판에서 눈을 돌렸다.
“(네?)”
“(세상에, 진짜네요.)”
얼굴이, 기억에 있는데.
나는 찬찬히 그분의 외양을 눈에 담았다.
분명 독일에 교수님 추천으로 교환 학생을 갔을 때, 교수님이었던 여성분, 율리아 베버, 영상 미학 전공자. 말의 빠르기가 물살과 같은 분이다.
…그럼 나를 모르고 있어야지 않나.
그런 가능성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다.
“(전 당신을 알고 있어요, 지. 여러분의 뮤직비디오를 자주 봤습니다.)”
‘동화’라는 발음이 어렵다며 항상 ‘Herr JI’라고 부르는 것까지 똑같다. 영어로 치면 ‘Mr. JI’다.
그럼 독일어로 말을 걸었던 것도 내가 맞는지 확인하려는 거였나.
내가 독일어를 할 줄 아는 건 팬덤 사이에선 꽤 유명한 사실이지만, 그걸 독일인 중에 한 명이 알고 있다는 건 조금 생경한걸.
어쩌다 아시아 어느 작은 국가 아이돌의 뮤직비디오에 빠져드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자연스레 대화하다, 그제야 옆에 있는 채하민이 눈에 들어왔다.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분위기를 잡으며 창밖을 감상하는 도시인인 척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첫 행선지는 동남아인데, 독일 교수님이 여기 계신 걸 보면 안식년이라도 되는 것일까.
그러나 이륙 전 짧은 시간 나눈 대화를 통해 그녀가 어째서 이 비행기에 타고 있는지 그 이유를 대충은 알 수 있었다.
“(이번에 콘서트 영상 연출을 담당하게 되었어요. 당신 공연이죠.)”
아니, 대체 왜.
“사실, 한국어도 할 줄 알아요. 깜짝 놀랐죠?”
정말, 대체 왜.
옆에 앉은 채하민이 갑작스레 몸을 풀며 이쪽으로 확 고개를 돌리면서 해맑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조금밖에 못 해요.)”
다시 시무룩해지는 채하민.
거짓말하지 마세요. 발음이 조금밖에 못 하는 인간의 그것이 아니잖습니까. 된소리를 그렇게 훌륭하게 발음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