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26)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26화(294/343)
이현재는 가볍게 목을 풀었다.
멤버들에게 자유 시간을 준 덕분에 어딘가로 사라진 동갑(소문으로는 공부하러 갔다지만, 하민이 형이 껴 있는 순간에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아마 둘이서 할 얘기가 있는 것 아닐까)을 제외한 셋이서 나온 길목.
의외로 알아보시는 분들이 계셔서 놀라는 이현재와 석준을 위해 류이든이 선봉에 서서 걷는 중이었다.
“우리 좀, 으슥한 데로 갈까?”
“그렇게 말하니까 따라가기 싫구 그렇네요.”
하지만 사람의 시선이 두렵지 않아진 건 상담과 형들의 등 덕분이라는 걸 이현재는 알고 있다. 아마 언제든 따라가겠지.
“예상보다 많이들 알아보시네.”
나중에 유럽 같은 데 가면 더 미친 사람처럼 길거리에서 노래를 불러도 괜찮겠지.
이현재는 그래서 그냥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만월 아래 할 일 없이 걷고 있자니 흥이 났다.
“그러고 보니까 그 둘은 뭐 하러 갔대? 들었어?”
“공부요―.”
준이 형은 한 손에 닭꼬치를 들고 답했다.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은 충족감이 보였다.
“동화는 그렇다 치고, 하민이는 뭐 공부한대?”
“글쎄요, 동화 형이 공부할 때의 표정을 심층 연구 하러 간 것 아닐까요.”
“말이…, 되네.”
이든이 형이 처음엔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으로 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말이 안 돼야 하는데, 참.”
“그러게요, 우리 그룹에 정상이라곤 저밖에 없으니.”
“…막냉이?”
이현재는 ‘뭐요.’라는 뜻을 담아 뒤돌아선 이든이 형과 눈을 맞췄다.
“난?”
“형도 동화 형만큼 이상해요.”
“…동화만큼?”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이든이 형. 그의 눈 안에는 자신이 평생을 믿고 살던 진리를 의심받은 사람의 감정이 요동치고 있었다.
“제가 형으로 하루를 살아 봐서 알죠. 전 그렇게 못 살아요.”
그 모든 운동, 그 모든 식단, 그 모든 의견 조율과 그 모든 사소한 갈등 중재.
하나씩만 보면 인간의 영역으로 보이지만, 모두 모아 놓고 보면 제정신인 인간이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동화 형보다는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동화 형만큼 이상하다고는 볼 수 있다.
“내가, 동화만큼이라고?”
“그럼요. 사실 형은 동화 형한테 멱살 잡히는 걸 재밌어했을 때부터 반쯤.”
이든이 형은 허탈하게 입을 벌렸다. 계속해서 걷던 걸음도 멈춘 채로.
파들파들 떨리는 눈꺼풀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증명하고 있었다.
“좀, 충격이다. 나 우리 그룹에서 제일 정상인 줄 알았는데, 내가.”
“제가 있는데 그게 되나요?”
“아냐, 현재―. 너 이상해. 사실 나 포함해서 다 그래―.”
히죽, 석준이 웃자 이현재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경악했다.
“형한테는 절대로 듣구 싶지 않아요. 저를 제외해 주실래요!”
그리고 그렇게 멈춘 걸음, 둘은 정상임을 주장하고, 하나는 그게 뭐가 중요하냐는 표정으로 닭꼬치를 먹고 있을 뿐이었다.
그 뒤로는 한 작은 카페가 있었다. 류이든의 말대로 으슥한, 인적이 드문 길에 있는 운치 있는 카페.
이현재는 습관적으로 그 안의 생활상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문득, 시선이 멈춘 곳.
뭐지, 저건, 이현재는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형.”
“응?”
“오늘 동화 형, 검은 스냅백 쓰고 갔죠.”
“응.”
“하민이 형두 마찬가지구요?”
“응. 왜? 뭐 입었는지 일단 다 외워 뒀는데 알려 줄까?”
“…아니, 저기 좀 봐요.”
이현재는 천천히 손끝으로 카페 한구석에서 서로 마주 보고 앉아 명상을 하고 있는 두 명의 남성을 가리켰다.
이든이 형의 시선이 자연스레 손을 따라 명상 듀오에 가 닿았을 때, 이현재는 의아해하는 표정을 보고 확신했다.
저거 우리 형들이구나, 이든이 형은 남이 저러고 있다고 해서 쉽게 의아함을 얼굴에 드러낼 위인이 아니다. 사회성 특강 심화편(지동화 수강, 이현재 청강)에 따르면 그건 무례함이니까.
“쟤네, 뭐 해?”
“교감―.”
그러면서 고개 끄덕거리지 마요, 준이 형.
“명상, 인 것 같죠?”
“아무리 봐도, 이건 떠돌아다닐 것 같지?”
“…저희두 저렇게 하구 나왔는데 알아보신 분들 계시니까.”
이든이 형은 여전히 저 둘이 자아내는 범접을 불허하는 기묘한 광경에 사로잡힌 채 물었다.
“현재, 막냉이, 다시 말해 봐, 누가 제일 이상해.”
“…글쎄요. 재고의 기회는 있겠네요.”
물론, 재고한다고 해도 생각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저 둘이 이상한 짓을 하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까. 사실, 저 정도면 귀여운 편이지 않나 싶을 뿐이다.
“면밀히 검토해 봐.”
그러나 이든이 형은 그것도 모른 채 자신 있다는 듯 당부했다.
* * *
[오늘은 이쯤 하겠습니다.]‘응.’
나에게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어떻습니까, 포기할 마음은 좀 드셨습니까.]‘내가 그럴 확률은?’
[최소 일 년 내로는 0입니다.]‘질문의 저의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으며, 그저 한 걸음씩 걸어 나갈 뿐이다.
원래 공부를 할 때는 검은 방 속에 검은 고양이를 잡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망할, 직접 연구하는 것보다 듣는 건 얼마나 쉬운 일입니까. 지금 제 몇 년을 삼십 분만에 들으셨잖습니까.]그러나 그것도 느리다.
기지생, 나 영생이라도 할 수는 없을까. 오늘 하루의 과외만으로도 내가 배워야 할 게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저와 함께 이 우주의 끝까지 걸으시렵니까.]나쁘지 않네.
[눈을 뜨십시오. 오늘의 대화는, 즐거웠습니다. 복사본보다는 본체가 확실히 낫네요.]그 불쌍한 AI, 조금 아껴 주지, 그래.
[제 최선이랍니다.]내가 아끼는 수밖에 없군.
난 짧은 대화를 마치고 천천히 눈을 떴다. 오랫동안 감고 있었으니까 부시겠지. 서서히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적응하기 위해 실눈으로.
그러자 보이는 건 네 명의 인영.
서서히 빛이 익숙해짐에 따라, 더 크게 눈을 뜨자 멤버들이 꽃받침을 하고 있었다. 이 머저리 놈들. 자연스레 실소가 흘렀다.
“뭐 해.”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동화 형.”
“공부.”
나는 따스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틈틈이 머릿속에 범람하는 지식을 부여잡고 정리해야만 한다. 오랜만에 뇌가 녹는 느낌, 달콤하다.
“나는 널 이해하길 진즉에 포기하긴 했어. 제일 이상한 형.”
“제일?”
“응, 제일.”
대체 왜 가장 이상한 게 누군지 밝히는 데 집착할까, 나는 아닐 거라는 사실이 너무나 자명하다.
“루미너스분들께 여쭤봐.”
나는 단언했다.
“우리 그룹에서 정신 상태가 온전한 인간이 누구인지. 나는 앞에서든 뒤에서든 1등은 아닐 테니까.”
“룸넛들을 믿어, 난.”
나도. 신뢰는 쉽게 하는 게 아니거든.
* * *
밥상에 자컨과 W앱밖에 없는 기간이 있다.
해외 스케줄이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사진이나 영상 같은 게 SNS 등지에 올라올 텐데, 지금은 과거의 추억을 굴비처럼 한 번 보고 하루를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자컨의 퀄리티는 높고 어떤 미친 PD놈의 미친 집착 때문에 수많은 짤 및 유입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W앱은 여전히 자주 들어오며 시간도 길다.
그러나 콘서트 떡밥이 식어 가는 이 시점, 그들의 굶주린 배는 작은 떡밥이라도 맛있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거 동화랑 하민이냐](명상 실황 중의 사진)
외국 파랑새 탐라에 뜬 건데, 이거 아무리 봐도….? 들은 바로는 카페에 갑자기 들어온 늘씬한 남성 둘이 마주 보고 앉아 삼십 분 동안 명상 중이라고 함
댓글
―또 동화가…?
―대체 동화 목격담은 왜 항상… ㅋㅋㅋㅌㅋㅋㅋㅌㅋㅋㅋ
└정상적인 목격담 보유 숫자 0, 기괴한 목격담 보유 숫자 최대 다수
―동화가 명상에까지 발을 들이면, 그건 기괴함을 넘어선, 어떤…
└지은광
└저건 누가 봐도 은은하지 않잖아 ㅋㅌㅋㅋㅋㅌ
[기왕 이렇게 된 거 만들어 보는 지동화 괴상한 목격담 달글]되는대로 기억나는 것을 적어 보자.
댓글
―학교를 가던 중 우연히 만난, 홍대 한복판에서 뜨개질을 하며 클래식과 함께 차를 즐기던 지동화를 나는 아직 잊지 않는다. 그게 입덕 계기라서.
―벽돌.
└짧지만 강렬한 그 목격담. 동화 왓츠인마이백 결과 = 애착쿠션, 벽돌 모양, 수제, 직접 만듦
―나는, 한국대에서 대학 전도하다… 지동화 닮은 사람이 있길래 열심히 전도했다가 심쿵당했던 썰이 있다…
└이건 또 뭔데 ㅋㅋㅋㅋㅌ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
└ㄷㄱㅆ) 내가 별생각 없이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이랑 닮았다!’ 이랬는데 마스크 내리면서 ‘그 사람 혹시 이렇게 생겼나요.’라는 식으로 물어봄. 어머니 부탁으로 대타로 처음 해 본 전도, 다시는 안 할 거야. 지동화, 네가 날 불효녀로 만들었다!!! 책임져라!!!
└아니, 이건 좀 설레는데…?
―데뷔 초창기, 우연히 내가 사는 바다 동네에 촬영 온 지동화가 시스루 입고 오만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 여름이었다
―방청 뛸 때 동화가 눈 감고 한 면이 유리창인 복도 한복판에 가만히 30초 동안 서 있는 거 직관함.
└…? 왜..? 늦덕이라 모름
└그 누구도 지동화를 알지 못한다.
└블로센스 불가해함으로 1위
작은 떡밥이 굴러떨어지며 불어났다.
연예인 관련 밈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은근히 시간이 걸린다.
‘블로센스의 숨은 광기’라는 밈이 한 번 뿌리 내리자, ‘대놓고 광기’라는 이미지는 언급이 되더라도 원래 있던 밈을 밀어내진 못했다.
그러나, 그 밀어내는 힘에 도움을 주는 하나의 사진이 블로센스 공식 계정에 업로드되었다.
껑충, 사진 투하! 사랑스러운 밤을 보내는 여러분들을 위해, 귀여운 동화와 멤버들을 데려왔어요!!
(지동화가 눈을 감고 탁자 위에서 명상을 하는 사진, 채하민이 다른 멤버가 왔을 때 ‘쉿!’이라고 외친 후 몰래 찍은 사진.)
(멤버들이 모두 명상하는 지동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셀카. 지동화는 집중 상태이다.)
너무나 명확한 사진.
저러고 자고 있어도 이상한 놈이고, 저러고 안 자고 있는 거면 더 이상한 놈이다. 앞에서 저 난리를 떠는데, 대체 얼마나 깊게 명상 중이기에.
무엇을 하는 중이냐는 질문이 쇄도하는 와중에, 지동화는 그저 고고하게 눈을 감고 명상을 할 뿐이다.
그저 아무것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는 듯이, 고귀한 신선처럼.
* * *
다음 날 아침, 지동화는 늘 그렇듯 새벽 6시에 잠에서 깼다. 시차를 고려해 현지 시각 6시에 맞춰서, 그저 일어났다.
개운하게 잠에서 깬 지동화는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바로 욕실로 들어가 간단히 몸을 씻은 후, 호텔에 비치된 커피 대신 자신이 가져온 티백을 은은하게 우려 잔에 따랐다.
작은 탁자 앞에 앉아 느긋하게 핸드폰을 확인한다. 목화로부터 온 연락이 있는지만 체크한 후 내려놓고 가방 안에 넣어 둔 책을 꺼냈다.
[음, 핸드폰 조금 더 보시지 않겠습니까.]‘왜.’
그는 자연스레 활자를 눈에 담으며 머릿속으로 기지생과의 문답을 이어 갔다.
[당신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요.]‘또, 이것들이 무슨 짓을 해 뒀군.’
볼 필요는 없겠다, 그렇게 짧게 생각하고 다시 책을 읽는 동안, 여러 사이트에선 ‘지동화 광기 모먼트’ 달글이 열렸고, X튜브에선 ‘지동화 광기 모음’ 편집 영상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이상해도 비교적 정상적인 인간에서, 그저 이상한 인간으로 이미지가 변화하는 와중에, 지동화는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