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27)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27화(295/343)
“형, 형 미친 사람인 거 기사로 났어요.”
“음?”
나는 공연을 마치고 지친 어깨를 주물렀다. 실수한 건 없는지 곱씹다 보니, 어느새 이현재가 옆에 와 말을 걸었다.
“웃고 있네, 현재.”
“네, 보실래요?”
[블로센스 동화, 해외에서 깊은 명상]이현재가 보여 준 핸드폰 속의 기사 제목, 이런 걸로 데이터를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이 사진 언제 올렸지.
멤버들과 합의한 사항, 서로의 사진을 올릴 때 괴상한 사진이 아닌 한 허락을 필요치 않는다. 그러나, 이건 누가 봐도 허락을 필요로 하는 사진이 아닌가.
“하민이 형 가라사대, 내 눈엔 그저 귀여운 사진이다.”
“저런.”
“그리구, 이것두 봐요.”
이현재는 자기 핸드폰을 열심히 만지작댔다.
“제가 또 행동력 하나는 대단하잖아요.”
“응.”
“엊그제 얘기했던 우리 그룹 최고 미치광이 탐색을 팬분들께 부탁드렸는데요.”
“…잠깐.”
흐름이.
“형이 압도적 1위 중이에요.”
“왜.”
나는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믿는 도끼였던 우리의 팬분들께서, 어째서. 가끔씩 은은하게 미쳐 있다고는 말씀하시지만, 석준이나 류이든에 비해 괜찮다며 위로해 주셨는데.
“글쎄요. 저두 형이 일등일 줄은 예상두……. 원래 계획은 이든이 형을 한껏 놀리는 거였거든요. 기왕이면 이든이 형이 일등이었으면 했구요.”
팬덤 전반에 깔린 류이든 몰이 분위기가 있다.
류이든의 타격감이 가장 좋은 건 내 벽돌이 증명하듯, 모든 멤버들 중 류이든을 놀리는 걸 우선하는 루미너스분들이 다수 계신다.
그런 분위기조차, 내가 이겼다는 게 눈앞에 결과로 드러났다.
“…대체 왜.”
나는 한 번 눈을 깜빡이고 다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팬카페에 이현재가 가끔 올리는 ‘현재의 통계’ 페이지. 팬분들에게 정말 사소한 것들을 물을 때 사용하는 페이지다.
아니, 이런 페이지를 이현재가 운영 중이라는 것만 봐도 내가 1등일 수는 없지 않나.
“무슨 얘기 해?”
류이든이 수건으로 이마를 한번 쓸어내리며 다가왔다. 어쩌지.
“…내가 가장 비정상적이라는 비정상적인 통계 얘기.”
그리고 웃음, 명백한 비웃음.
기민하게 말의 뜻을 헤아린 듯한 류이든. 정말 어쩌지.
“내일 나 W앱 하고 싶은데.”
“그럴 줄 알고 얘기는 해 뒀어.”
“…어떻게 알았지.”
마치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내가 너 뽑으라고 룸넛분들 독려했거든. 분위기도 탔겠다. 쐐기를 박았지.”
저런, 조작이 있었군. 공정하지 못한 통계였어.
내리치고 싶은 상판대기를 옆으로 치우고 나는 폐 속 깊은 곳까지 숨을 들이켰다.
벽돌, 필요하겠네.
* * *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나는 홀로 숙소를 쓰는 류이든과 하루 방을 바꿔 W앱을 켰다.
―블로센스, 제1회 광기 1등, 지동화 씨.
처음 올라온 댓글부터, 아주, 강렬하군.
나는 아무도 모르게 입안 속살을 살짝 씹었다.
“멘탈교육학과, 지동화 교수입니다.”
책상에 이불을 깔아 우아한 척 분위기를 조성하고, 무대 의상 중 하나인 양복을 챙겨 입었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지만, 설득을 위해선 루미너스분들이 좋아하던 모습을 되살릴 필요가 있는 법이다.
사실, 가면 없이 제정신으로 방송에 출연할 용기가 없었다.
‘제가 투표 1등인 게 납득이 되지 않으니 다른 사람 뽑아 주세요.’라는 문장은 너무 치졸하잖아.
“우선 오늘 강의 주제부터 소개하겠습니다.”
나는 가방 속, 벽돌 옆에 있는 스케치북을 하나 꺼내 첫 장을 펼쳤다.
내가 손수 한 땀 한 땀 적은 ‘류이든이 더 광기 어린 이유 강의.’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투표 봤구나 ㅋㅌ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화야 왜 그러는데 ㅋㄱㅋㅋㄱㅋ
“여러분들께선 한 가지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으며, 한 명의 교수로서 좌시할 수만은 없기에, 이렇게 방송으로나마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나는 알 없는 안경을 쓰며 다른 스케치북을 하나 더 꺼냈다.
처음 꺼낸 스케치북은 중간에 들어오신 분이 대충의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계속 펼쳐 두는 용도고, 이건 자료 전달용이다.
“여러분, 간곡히 청하건대, 저랑 동명이인인 아이돌이 가장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 정말.”
―자기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러웠던 걸 대신…
―어제 투표 제대로 했다는 확신이 오늘 방송 보면서 들었다.
“낭설이라고밖에는 볼 수가 없어요. 제 말을 믿어 주지 않으시렵니까.”
외국어와 한국어로 뒤덮인 채팅창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이걸 보세요, 저랑 동명이인인 그 친구가 광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나는 우선 어렸을 적 목화와 찍은 화목한 분위기의 셀카를 공개했다.
어디에도 공개한 적 없는 내 개인 소장용 사진이다.
“가족과 이렇게 화목하다는 건, 광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정황 증거 중 하나죠. 제 동명이인이 중학교 다닐 적, 자신의 동생과 찍은 사진입니다.”
물론 아니다. 자기 자식을 끔찍이 아끼면서 대학원생을 혹독하게 채찍질하는 교수가 실존하니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 동명이인은, 이렇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사진이 있다고 합니다.”
이건 중요한 거래다.
언어는 미끄러지면서도 견고하고, 이름은 더욱 그렇다.
별명이 한 번 만들어지면 그게 얼마나 진득하게 달라붙는지, 나는 사이코패스 이미지가 내게 붙었다가 떨어지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를 통해 알고 있다.
그러므로 블로센스 내 최고 광기 자리, 나는 사양이다.
최소한 나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만큼은 자신을 정상이었다고 기억해 주길 바란다.
먼 훗날, 과거를 되돌아보며, 자신이 응원했던 가수가 미치광이였다고 회상하는 것만큼은 막고 싶어.
따라서 결론, 류이든을 희생한다. 너는 내가 어리광부릴 수 있는 존재잖아, 이든.
그리고 이를 위해 팬분들에게 거래 조건을 제시한다.
시간이 흘러 과정은 잊히고 결과는 남아 류이든의 꼬리표가 될 수 있도록.
“그다음.”
나는 스케치북을 한 장 넘겼다.
“처음 보는 이름이죠? 사실은 곡명이랍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친구가 작곡한 건데, 이번에 그냥 풀어 버릴까 생각 중이랍니다. 이것만 봐도 일에 충실하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죠.”
거짓이다. 일에 충실하다고 제정신이라는 보장은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을 주도하는 능력 있는 상사 이야기는 꽤나 흔한 이야기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거래다.
“가족과 화목하고, 일에 충실하며, 여러분들을 사랑하는 제 동명이인이 광기 1순위라니, 멘탈학과 교수로서 두고 볼 수 없는 참상입니다.”
나는 다시 스케치북을 넘겼다.
사실 이 논리면 류이든도 필히 제정신이어야만 한다. 그 인간도 가족과 화목하고 일에 충실하니까.
“반면에 이든 씨는 제 동명이인과 다투는 걸 즐기며, 놀리는 걸 밥 먹듯 합니다. 심지어 동생이 화를 내면 그 반응을 보며 기뻐하죠. 얼마나 광기 어린 일입니까! 블로센스라는 그룹에서 가장 광기 어린 인물을 꼽는다면, 당연히 류이든 씨가 되어야 한다고, 저 지동화가 자신 있게 보증합니다. 대학 교수이니 공신력이 있죠?”
그러나 논리가 중요한가. 표적만 명확히 하면 되는 것이다.
“여러분, 조속히 부탁드립니다. 투표 결과에 변화를 가져와 주세요. 감사합니다.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입니다.”
나는 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잰걸음으로 화면 밖으로 나가 안경을 벗고, 왁스로 넘긴 머리를 조금 헝클인 뒤, 타이를 풀었다. 재킷까지 벗으면 이제 가면은 다 벗은 셈이다.
“…어.”
당황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당황하지 않고 당황한 척을 하면 된다.
“방에 들어왔는데, 왜 W앱이.”
나는 천천히 책상에 앉았다.
정자세로 바르게 앉아 몸을 조금 기울여 카메라를 약간 올려다본다. 통계적으로 팬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세다.
“어찌 된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대화할까요, 우리.”
아까 전의 웃음이 맑았다면, 지금의 웃음은 은은하다.
―어떡해 하민아 와서 동화 좀 어떻게 해 봐 애가 맛이 갔잖아 ㅋㅌㅋㅋㅌㅋㅋㅋㅋ
―동화야 누가 네 방에 침입했어
“누가 제 방에 침입했다고요. 저런.”
어쩐담.
“아마 법의 철퇴를 맞아 지금쯤 감금되어 있지 않을까요.”
제 속에.
“광기 투표요? 그런 걸 했구나. 누가 1등이었습니까.”
―너.
―이것만 봐도 너.
끄덕끄덕.
“아, 제가 1등을……. 여러분들이 정해 주신 거라면,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니잖앜ㅌㅋ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
―제발 왜 그랰ㅌ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ㅌ
나는 그저 웃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셔도, 드릴 수 있는 답은 하나밖에 없다. 내가 미치광이인 건 싫어서.
띠링―!
[미친 사람.]닥쳐, 선생.
댓글창에는 이 광경이 우스운지 크나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진 줘 동화야 제발!!!!!!!!
“사진이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스케치북을 정리하는 척 들어 올렸다.
가장 처음에 펼쳤던 페이지, 류이든이 더 광기 어린 이유 강의라고 적힌 페이지다.
실수로 접은 척 스케치북 종이를 접자, ‘류이든이 더 광기 어린’만 남아 있었다.
“아, 실수로 접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말하는 척 분명히 인지할 수 있도록 앞으로 약간 내밀었다.
“이상하네요, 이든이 형이 그렇게 광기 어린 사람은 아닌데.”
한 번 더 주입.
“어쨌든, 무슨 사진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올려 드리겠습니다.”
사실, 어찌 됐든 내일 중으로 사진은 버블로 업로드될 예정이다.
그저 맥락을 형성할 뿐이다. 류이든이 밑바닥으로 떨어지게 하기 위한 진상품인 것처럼.
단 한 번도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그저 맥락만.
* * *
그리고 이 모든 걸 집에서 뜻밖의 휴가를 받아 핸드폰으로 지켜보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아, 정말, 동화 씨 아니랄까 봐.”
누군가의 소원으로 이번 해외 일정 중에 예정된 자체 컨텐츠 제작에 참여하지 못한 한 남자.
정 선배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을 맡아 평화롭고 서로 웃으며 화기애애한 자컨이 만들어질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 눈물을 슬쩍 훔쳤던 한 남자.
다음엔 절대 당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똘똘 뭉친 PD놈이 활짝 웃고 있었다.
그는 W앱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이걸 자연스럽게 놀릴 수 있을지 미칠 듯이 궁리를 했다.
그러면서 손으로는 방금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조금만 기다려요.”
과거의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야 하는 ‘추억의 영화관’, 멤버들의 수치스러운 부분을 마구잡이로 건들 수 있는 새로운 기획이 종이 위에 새겨졌다.
그는 역시 웃으며 종이 위에 테이프를 붙여 침실 옆에 있는 아이디어 보드에 붙여 두었다.
“제가, 반드시.”
그리고 거기에는 이미 휴가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하나둘씩 적기 시작한, 그의 거친 생각을 날 것 그대로 옮겨 둔 수십 장의 종이가 붙어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리듯이 하나둘, 생각나는 걸 붙이다 보니.
이게 금단 증세구나. 지동화, 지독하다, 정말.
“다음 촬영은 제가 전부 기획할 거예요.”
복수 같은 건 아니다. 처음부터 동화 씨와 싸운다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건 그저 놀이일 뿐이다.
“아, 일하고 싶어.”
다른 직장 동료들도 좀 쉬라고 닦달을 하기에, 동화 씨의 소원대로 쉬고는 있지만,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가장 재밌는 걸 끊고 살라니, 차라리 대학교 때 술을 끊었던 게 더 쉽겠다.
PD놈은 오늘도 슬픈 잠에 빠질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