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 Idol Wasn’t on My Plan RAW novel - Chapter (328)
아이돌이 될 계획은 아니었다-328화(296/343)
류이든은 어김없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어제 W앱을 모니터링하고, 지동화의 발광을 두 눈으로 목격한 다음 맞이하는 개운한 햇살.
고작 그런 걸로 뭐가 바뀌겠어, 동화야.
거대한 파도의 흐름은 그런 물방울 하나로 바뀌지 않는 법이다.
류이든은 상쾌하게 모자를 푹 눌러 썼다. 씻기 전에 근처를 한 바퀴 정도 뛰고 올 생각이다. 오늘은 바로 비행기를 타고 다음 투어지로 갈 예정이니 간단하게만.
류이든은 옆에서 아직 자고 있는 채하민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밖으로 나섰다.
그러고 보니 이어폰을 원래 방에 두고 나왔네. 동화도 깨어 있으려나.
옆방에 들러 문을 조심히 두드렸다. 혹시 자고 있으면 듣지 못하게끔.
‘네.’
“이든이에요.”
저벅저벅, 그리고 벌컥.
“벨은.”
“너 잘까 봐.”
그보다.
“안 잤어? 창백한데.”
“응.”
“…왜?”
“공부하다가 곡 작업. 어차피 오늘은 이동이 전부니까.”
대체 얘는, 공부든 곡이든 하나만 하고 잠이나 잘 것이지. 아무리 오늘 일정은 이동 후 컨디션 관리가 전부라지만.
“어제 공개하기로 했다는 그거?”
지동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안은 정갈하고 깔끔하다. 잔 흔적조차 없는 침대.
“…너 또 카페인 들어간 거 마셨지.”
“어.”
“건강에 나쁘다니까.”
“네 건강도 나빠질 예정이야, 이든.”
“응?”
씩 웃는 낯.
보통 저럴 때는 지동화가 정신 나가기 직전이다. 지동화의 웃음이 순수하면 순수할수록 미쳐 있다는 뜻이니까. 차라리 가식으로 똘똘 뭉친 미소가 낫다.
“…뭐, 혹시 나 지금 여기서 죽나?”
요즘 좀 덜 맞긴 했지만, 몰아서 한 번에 변제할 예정인 걸까.
류이든은 재빠르게 최근의 업보를 정리했다. 공연에서 지동화 옷에 물 뿌린 거, 통계 조작한 거, 그 외 다수. 음, 죽을 만하긴 했네.
류이든은 빠르게 수긍했다.
그래, 자신이 죽는다면 그 원인은 지동화가 아닐까, 데뷔 때부터 생각해 왔지.
지동화는 자랑스레 핸드폰 화면을 건넸다.
“…뭐야.”
통계 화면. 끝나기 세 시간 전.
그리고, 1등은, 자신.
“…어떻게.”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그 광경을 보면 당연히 동화 쪽으로 표가 몰려야 정상이잖아. 그 정신 나간 W앱을 보고, 지동화의 순수한 광기를 보고 어떻게 자신이.
류이든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아니, 말도 안 되는…….”
“사필귀정이지.”
지동화는 사자성어를 하나 읽고 피곤한 듯 눈을 한 번 비볐다.
그러나 눈에 가득한 총기는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설명하는 것만 같았다.
“…몇 표 차이 안 나잖아.”
“세 시간밖에 남지 않았고, 여기는 한국보다 두 시간 정도 빠르니까.”
류이든이 일어나는 시간은 다섯 시 반. 그러니 현재 한국은 깊은 새벽이다.
모두들 잠에 빠져들 시간, 심지어 월요일. 그 누구도 밤을 새우기 쉽지 않다.
“진실은 숨겨지지 않아, 동화야. 이런다고 내가 제일 이상해지는 게 아니라고.”
류이든은 패배를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소리치듯 말했다. 남들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각이라 차마 지르지는 못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야, 형.”
침대에 걸터앉고, 승자의 미소, 억울함이 류이든의 가슴 속에서부터 끓어올랐다.
이긴 거였는데, 현재가 실토하는 바람에. 현재, 걔는 왜 동화만 좋아해 줄까. 억울하다, 지동화만큼 류이든도 막내 챙기기에 진심인데.
“아니, 어제 네 방송을 보고 나를 왜 뽑으셔?”
“공식 계정 봐 봐.”
류이든은 지동화의 핸드폰으로 SNS에 들어갔다. 미공개 유년 사진을 업로드하고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동화입니다. (이)날의 마무리를 무엇으로 하고 계시(든), 거기에 제가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진을 올립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한 주의 끝과 시작이 맞닿은 지금이 행복하길 (바라요). 총총.’
노골적이잖아. 괄호를 이렇게 쳤는데. 류이든은 벌어지는 입을 다물었다.
“…업로드 시간, 내가 자는 시간에 맞췄네, 형?”
“응, 형.”
지동화는 느긋하게 침대 위에서 기지개를 켰다. 이어서 마침 차를 마시기 위한 물이 다 끓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칸트는 아마 살해하기 쉬웠을걸.”
그렇게 규칙적이면 동선이 전부 읽히니 함정을 파기도 더 쉬워지니까.
“…불공평하잖아, 나도 W앱 한 번 할 시간 정도는!”
“현재한테 부탁해 봐.”
그리고 절대 그렇게 안 될 거라는 눈빛. 이미 매수당했구나, 현재는.
류이든은 다시 손이 파들파들 떨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런 승부욕도 들지 않았는데, 어째서 이렇게 분한 걸까.
“어떻게!”
“나랑 듀엣곡.”
평화롭게 찻잎을 우리는 지동화의 뒷모습을 보며, 류이든은 그제야 깨달았다.
쟤, 진심으로 싫었구나. 그것도 더럽게 싫었어.
“…왜 나야, 그것만 말해 줘.”
“왜긴.”
차를 다 내렸는지 찻잔을 들고 뒤돌아 여유롭게 한 모금 마시는 지동화.
류이든은 가만히 뒷말을 기다렸다.
“너잖아, 형.”
그 짧은 한마디에 담긴 속뜻은 꽤 깊었다.
첫째, 류이든이 몰이당하는 건 당연하다는 팬덤 내의 분위기. 둘째, 이미 서로 앙숙처럼 다투는 게 당연한 둘의 대외적 관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죄책감 없이 엿 먹일 수 있는 멤버가 너 말고 또 있을까.”
납득이 된다. 현재는 막내고, 나머지 둘은 너무 순수해. 나였어도 동화를 타겟으로 잡았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 판 더 할까, 동화 형?”
그러나 평정을 잃은 류이든은 활짝 미소 지었다.
지동화한테 차릴 체면은 이제 더 남아 있지 않다. 어째서 목화가 그렇게 형을 이기고 싶어 했는지, 절반 정도는 알 것 같기도 하고.
“벌써 2연속 우승을 노리다니, 대담하네.”
홀짝, 지동화가 차를 마시며 류이든을 스쳐 갔다.
의자에 정자세로 앉아 류이든에게 미소 지었다.
“그건 두고 볼 일이지, 동화 형.”
“근데, 과연 두 번째 투표가 열릴까.”
그건 우리 막내 소관인데, 지동화는 그런 눈으로 류이든을 쳐다봤다.
‘혹시 현재 역할을 뺏으려고?’라는 죄책감을 자극하는 눈빛, 류이든은 한껏 미소를 끌어올렸다.
아, 저 얼굴에 분노가 가득한 게 너무 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며 류이든은 주먹을 꽉 쥐었다.
* * *
‘어쩐 일인지 모르겠지만, 간밤에 블로센스 광기 어린 순위 투표에서 이든이 형이 1등을 했네요, 축하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총총.
(둘의 셀카. 류이든이 약간 삐져서 지동화와 찍는 셀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지 않는다. 반면 지동화는 미소가 만개했다.)’
‘룸넛분들, 이든! 믿을 수 없지만, 제가 1등이에요! 여러분들이 정해 주신 거니 받아들일 수 있어요! 괜찮아요! 물론 한 명만 빼고요.
(류이든이 차를 마시는 지동화를 째려보는 사진. 지동화가 종이접기로 만들어 준 왕관―지동화의 필체로 광기 어린 인간이라 쓰여 있다―을 쓰고 찍은 사진.)’
달콤하군.
나는 연달아 올라간 두 개의 SNS 글을 보며 웃었다. 이제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3년이 지난다면, 류이든이 1등이라는 사진이 남겠지.
다시 비행기를 타고 타국으로 들어오자마자 작성한 글이라 지금 실시간으로 여기저기 퍼지는 중일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지.
“형님―.”
“응, 준.”
“저희 내일 뭐 촬영할까요―.”
그러게. 해외 나온 김에 자체 컨텐츠(망할 PD놈이 배제된 유토피아.ver)를 촬영한다고 하던데, 그 인간이 없으니 어딜 가든 천국이 아닐까.
“저희 데뷔 서바이벌 PD님은 힘든 거 안 만드시겠죠?”
“응.”
자컨은 시청률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아이돌의 매력을 잘 보여 줄 수 있으면 그만이지.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거리를 내다보며, 나는 콧노래를 불렀다.
“동화 형, 이런 거 씌우고 콧노래가 나와?”
“덕분에 나오는 거라.”
달콤한 승리의 과실이 우연찮게 동시에 눈앞에 떨어졌는데, 누가 기쁘지 않을까.
“반드시 복수할 거야.”
“그래.”
류이든은 내 담담한 낯이 역한지 온몸을 비틀며 고통에 신음했다. 머리에는 내가 손수 접어 준 ‘광기 어린 인간 인증용 왕관’을 쓴 채.
다음에 한 번 더 투표를 여는 대가로, 류이든은 저 왕관을 내일까지 외출 시에는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가능한 한 많은 팬분들이 보시고, 더욱 널리 목격담을 생산해, 류이든이 미쳐 있음을 방증해 주길.
“…저는 형들이 가끔.”
이현재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아마 뒤에 상당히 심한 말이 나올 예정이었나 보다. 그러고는 단어를 찾는지 찬찬히 고심했다.
“삶에 우환이 많은지 걱정돼요.”
저런, 고른 것치고는 상당히 직설적인 편인걸.
“막냉아, 우린 우환이 많은 게 아니야. 이게 일종의 놀이 문화라고? 이걸로 우환을 떨쳐 내는 거지.”
사실이다. 나를 어떻게든 놀리려 드는 저 인간을 내가 최선을 다해 조져 놓는 건 블로센스의 전통 놀이 문화다. 그 역사도 유구해서 데뷔 서바이벌 때부터 있었지.
“…물론, 이번엔 나도 열심히 할 거야.”
“언젠 봐줬나 보네.”
“난 동생은 무조건 봐줘.”
“그래서 내가 네 형인가 봐, 이든.”
“아! 아아! 어떡해!”
류이든은 왕관이 구겨지지 않게 조심하며 자기 얼굴을 감싸 안았다.
그 고통 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이현재는 내게 말을 걸었다.
“저는, 이번 투어에서 이상한 목격담이 계속 생성되는 게, 뭐랄까.”
다시 고심.
“불안하네요. 저한테도 뭐 이상한 목격담 생길까 봐.”
“으어, 왜?”
졸던 채하민이 막내의 ‘불안’이라는 단어에 화들짝 깨어나서 물었다.
“저랑 준이 형 말고 다 이상한 목격담 제조 중이라.”
“…내가?”
채하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명상 모임.”
“그건 귀여웠지 않아?”
“아, 그럼 저건요?”
이현재가 류이든의 머리 위 왕관을 가리켰다.
설득을 시도할 생각 따위 없는 빠른 화제 전환, 채하민에 대한 이해가 깊구나, 역시 내 과외생이다.
“저건 좀 부럽다. 동화가 만들어 준 거. 어디서 사지도 못하잖아.”
그리고 역시 채하민이다. 몇 번이고 깨닫지만 깨달을 때마다 새롭다.
쟤도 제정신은 아니야. 나처럼 정상인 멤버가 이현재밖에 없다는 현실이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 * *
정경우 PD는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며 사전 답사를 마쳤다.
미리 전화로 계약은 했지만, 며칠에 걸쳐 모든 촬영 장소 이용이 가능한지 확실히 해 두었다.
이번 자체 컨텐츠의 키워드는 성장과 안정.
콘서트 이후에 올라가는 컨텐츠니까 훈훈하고 아름답게 구성할 예정이다.
얼마나 자랐는지 되새겨 보며 추억을 남기는 컨텐츠, 정경우는 차라리 이런 프로그램이 적성에 잘 맞았다.
―형, 아니죠? 저 진짜 아이디어도 못 내요? 나 진짜 아이디어 많은데, 내 톡 좀 봐 줘요. 이 중에 하나만 써 주면 안 될까요? (엉엉 우는 이모티콘)
후배 PD놈이 없어서 가능한 일.
아직도 메신저로 꾸준히 아이디어를 자신에게 보내고 있지만, 모두 안 읽고 씹는 중이다.
약속을 안 지키면, 동화 씨가 또 무섭게 웃겠지. 다시 그 꼴을 보고 싶지는 않다.
“PD님.”
“왜요?”
“이 PD님 연락, 정말 무시해야 하나요?”
“네.”
청정 구역을 만들기 위한 격리. 정경우는 이 모든 게 사랑스러웠다.
안타깝게도 촬영 날에 모두 어그러지고 말았지만.